[숲샘의 지리산통신] 사진으로 되돌아보는 2023년 지리산
2023년, 지리산을 되돌아보다
진부한 표현이라 해도 다사다난 말고는 달리 쓸 단어가 없을 2023년 한 해도 그 꼬리를 감추고 있다. 나라 안팎이 숨 가쁘게 돌아간 올 한해, 숱은 사람이 들고 나기도 했던 지리산 자락에도 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다. 풍운아처럼 지리산과 수도산을 넘나들던 반달곰 오삼이도 그 파란만장했던 삶을 마감했다. 우리 초록걸음 길동무들도 변함없이 지리산의 실핏줄 같은 그 길들을 걷고 또 걸었다.
2023년 지리산은 그 어느 때보다 위태로웠고 그 위태로움은 쉬 끝나지 않을 듯싶다. 산청과 함양의 케이블카, 남원 산악열차, 구례의 골프장과 양수발전 댐에 최근엔 한동안 잠잠하던 덕천강 덕산 댐까지 온 지리산이 천박한 자본주의를 앞세운 개발 광풍에 휩싸이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지리산권 지자체들은 주민 공동체가 망가지든 말든 개발에 혈안이 되어 있고 현 정부 또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 승인 과정에서 보여주듯 기후 위기의 시대에 역주행하고 있으니 더 절망적이다. 그렇지만 ‘있는 그대로의 지리산’을 지키려는 지리산 사람들이 아픈 지리산 곳곳을 누비며 지리산을 껴안고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우리들의 이런 몸짓이 비록 달걀로 바위 치기가 될지라도 우린 우리의 방식으로 뚜벅뚜벅 지리산을 걸어갈 것이다.
1월 산청 정취암에서 맞은 해돋이, 필자가 농장으로 향하는 그 길에서 날마다 이토록 장엄한 일출이 되풀이되고 있음을... 저 멀리 한우산과 자굴산 그리고 운무에 휩싸인 단계마을까지 신비로움을 연출한다.
4월 악양 평사리 들녘, 활짝 핀 자주구름꽃 자운영 뒤로 무딤이뜰을 묵묵히 지키고 있는 부부송이 정겹다.
5월 지리산 둘레길 마지막 고개 밤재의 초록 터널을 지나고 있는 초록걸음 길동무들
6월 구재봉 활공장, 섬진강을 적시는 노을을 바라보는 젊은 연인들의 뒷모습을 훔치다. 반짝거리는 평사리 무논들 또한 노을로 물들어간다.
7월 운봉읍 행정마을 서어나무 숲, 필자의 어린 길동무가 지리산 둘레길이 지나는 서어나무 숲을 걸으며 숲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9월 노고단 가는 길, 아빠와 아들로 오해할 뻔한 할아버지와 아들의 뒷모습이 하도 부러워 뒤를 따라 걸으며 수없이 셔터를 눌렀다.
11월 실상사, 실상사 주변 오체투지를 마치고 보광전 앞에서 합장하면서 마무리하는 길동무들의 뒷모습을 보며 지리산의 깊고 엄숙한 울림이 그대로 전해져 왔음을...
12월 눈 쌓인 천왕봉, 지리산 둘레길이 지나는 산천재 앞 덕천강을 가로지르는 돌다리에서 신령스럽기만 한 천왕봉을 바라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