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9(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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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젖은 눈망울에 대하여
    젖은 눈망울에 대하여 그냥 통을 받치고 젖을 짜려하면 별 소득이 없으므로 낙타 주인은 새끼 낙타에게 먼저 젖을 빨게 하다가 새끼 낙타를 떼어내고 마저 젖을 짠다 젖이 돌지 않다가도 새끼가 다가가면 유선에 젖이 돌기 때문이다 새끼 낙타를 곁에 세워두는 것도 그 때문이다 새끼를 내려다보는, 어미를 올려다보는 여린 초식동물의 눈망울은 왜 그리 흥그렁 젖어있는지 그저 풀이 자라서 이 사막에 낙타가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안쓰러이 울음 우는 어미 낙타가 있어 새끼 낙타의 젖은 눈망울이 있어 자갈과 모래뿐인 사막에 젖이 돌고 그나마 풀이 자라는 것이다 생명의 ‘모체’를 가리키는 말에 ‘어미’라는 말과 ‘어머니’라는 말이 있다. 동물에게 주로 적용되는 말이 어미이고 인간에겐 어머니가 쓰인다. 꼭 그렇지만은 않다. “에미가 새끼 보고자파서...” 처럼 사람에게도 종종 ‘어미’를 쓴다. 이럴 때는 ‘어미’라는 말에서 동물적이고 본능적인 연대감이 날것으로 다가온다. 마침 마당 앞을 가로지르는 전깃줄에 물까치 한 마리가 앉아있는데 어미가 먹이를 물고와 새끼에게 먹이는 장면을 보고 이 글을 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앞집 감나무에 둥지를 틀었던 물까치가 새끼를 키우면서 사람이 가까이 다가가면 새 주제에 사람 무서운 줄 모르고 까아악 짖어대며 달겨들었었다. 새끼를 보호하려는 모성본능이 무모한 공격으로 표현된 것이리라. “목숨을 구걸하지 말아라.”하셨던 안중근의 위대한 어머니도 계셨지만 새끼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제 목숨을 거는 ‘어미’도 있다. 세상의 모든 어미의 원초적 무조건적, 맹목적 본능적이리라. 난 ‘어미’ 쪽에 동물적으로 끌린다. 가신지 10년이 넘었어도 퇴근시간이면 기다려진다. “에미다. 퇴근했냐?” 딱 이 두 마디의 전화. 늙어가는 아들에게 무사히 집에 돌아왔느냐 확인하는 전화다. 그리고 당신은 뒤적뒤적 저녁을 챙기셨을 것이다. 사람을 포함하여 세상의 모든 생명에겐 어미가 있다. 낙타 젖을 짜는 걸 보았다. 젖을 빼앗긴 새끼를 두고 흥그렁 젖어있는 어미낙타의 눈망울을 보았다. 자식이 제 곁에 있어도 그립고 안타까운 게 어미다. 언젠가 자식을 물속에 묻은 어미들(이땐 아비들도 함께)이 목숨을 걸고 단식을 하는데 그 곁에서 폭식 퍼포먼스를 하는 무리들을 본 적이 있다. ‘저들에게도 어미가 있을까?’하면서 주체할 수 없이 분노와 연민의 눈물을 쏟은 적 있다. 가끔 이 사막과 같은 세상 살아가면서 어미의 마음 새끼의 마음으로 뭇생명들을 바라보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 2020.07. 복효근
    • 지리산문화
    • 시를 찾아서
    2021-06-01
  • “성삼재․정령치도로 전환연대” 출범선언문
    오늘 우리는 지리산과 성삼재․정령치도로를 이야기하려 한다. 지리산은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공원이며 최대면적의 육상공원으로, 우리나라 산악의 대표성과 상징성, 역사성을 고루 갖춘 민족의 영산이다. 그런 지리산국립공원을, 성삼재․정령치도로는 쉽게 올라와서 놀다가는 관광지로 전락시켰다. 1988년 성삼재․정령치도로가 건설된 후 지리산국립공원 탐방객은 2배, 노고단 탐방객은 7배가 증가했다지만, 1,100m 고지까지 차량을 이용하여 쉽게 올라온 탐방객은 놀이공원에 갈 때와 똑같은 복장과 마음으로 1,507m 노고단을 한번 휙 둘러보고 가는 것이다. 그 대가로 야생동물의 서식처와 이동통로가 잘라져 수십년 동안 로드킬이 끊이지 않게 되었으며 도로를 통과하는 연간 45만 대에서 발생하는 자동차 배기가스와 소음, 냄새 등으로 지리산의 동식물들은 몸살을 앓아야 했다. 올림픽 관광객을 유치, 돈 좀 벌어보자는 단견에, 지리산을 뚫어 아스팔트 도로를 깔았던 1988년의 황폐한 시대정신이 가져온 결과이다. 친환경, 탈탄소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인식하기에 이른 오늘날에까지 이 낡은 유산을 그냥 두고 볼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는 진작부터, 국립공원 지정의 취지, 생태환경 보호를 생각한다면 당장이라도 성삼재․정령치도로의 아스콘 포장을 뜯어내어 원래 상태로 복원하는 것이 좋겠다고, 지금 당장 그럴 수 없다면 도로의 이용 방식이라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를 위해 오랜 세월 동안, 성삼재, 노고단 등에서 캠페인을 하였고 마을주민, 사찰을 만나 서로의 생각을 나눴다. 국회, 관련 기관 등과 공동으로 간담회, 대화마당, 토론회를 개최하고 정부의 정책적 결단을 촉구하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어떠한 변화도 없다. 하여 오늘 우리는 더 큰 목소리를 내기 위해 “성삼재․정령치도로전환연대”(이하 전환연대)를 출범한다. ‘전환연대’는 기후위기시대, 탈탄소사회로 가는 길에 성삼재․정령치도로는 어떠한 모습이어야 하는지 장기적으로 모색함과 함께, 당장의 과제로서, 일반도로인 성삼재․정령치도로를 국립공원도로화하여, 일반차량의 출입을 통제하고, 구례와 남원의 주민들이 공동운영하는 친환경 전기버스만 다닐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하는 바이다. ‘전환연대’는 이를 위해 모든 개인과 단체, 기관을 만나 이야기하고 협력할 것이다. 지리산국립공원을 사랑하고, 지리산자락 주민들의 지속가능한 삶을 원한다면, 반달가슴곰을 포함한 야생동식물과의 공존을 꿈꾼다면, 우리 자신과 미래 세대를 위해 탈탄소 사회로 가야한다는 절박함에 동의한다면, 모든 이들이 우리와 함께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2021. 4. 29 성삼재․정령치도로 전환연대 공공운수노조광전지부구례자연드리파크지회. 구례군농민회. 구례군여성농민회. 구례여성포럼.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지리산사람들. 남원시농민회. 기후위기남원시민모임. 사단법인 반달곰친구들. 실상사. 자연놀이터 그래. 전북녹색연합. 지구를위한작은발걸음. 지리산생명연대. 지리산종교연대. 진주환경운동연합. 화엄사
    • 지리산 오늘
    • 지리산 위기
    2021-06-01
  • 소쩍새의 길
    소쩍새의 길 -일생 단 한편의 시 4 이원규 시인 섬진강변 용두리 뒷집 할머니 밤마다 백 살 먹은 먹감나무 찾아오는 소쩍새를 두고 한 말씀 하시는데 에라이, 저눔의 새새끼왜 저러코롬 울고자빠지는지 아요? 밤 열시에 내 염장질러로 온당께 반평생 내 혼자 사는지 다 암시롱 지 혼자 짝을 찾겄다고 고약하니 울고잉 테레비 끄고 잠들라 함시롱 쳐들어와 한식경 또 지랄염병 겁나게 울어쌓다가 강 건너 훨훨 문척 안지마을로 간당께 내 다 알제라, 훤하게 알고말고잉 저눔의 소쩍이가 워디 워디로 밤마실 댕기는지 으미 흐미, 오줌보 터져불겄네잉 <시인의 말> 21년 전 지리산 나의 첫 집은 토지면 용두리 외딴집이었다. 백 살 먹은 먹감나무와 뒷집 할머니, 그리고 밤늦게 찾아오는 소쩍 새 한 마리. 서로 외롭지 않은 동거였고, 서로 간섭하지 않는 ‘아름다운 동행’이었다. 뒷집할머니는 나의 우렁각시였고, 소쩍새는 나를 대신해 울어주었다. 큰 빚을 졌다. 대한민국의 말은 거의 병들었지만, 구례사람들의 탯말(사투리가 아니라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들어온 말)은 여전히 살갑고 속이 깊다. 요즘 불한당 같은 이들이 적반하장으로 정의, 민주주의, 헌법을 얘기할 때 우리 말은 불치의 중병을 앓고 있다. 영어와 외래어 남발인 노래는 국적이 없고, 오늘의 현대시 또한 언어유희와 요설의 혼돈에 빠져있다. 시인들은 스스로 자폐적이거나 소모적이다. 명색이 시인인 나는 겨우 소쩍새가 나를 대신해 울어준다고 생각할 때, 뒷집 할머니는 밤마다 ‘소쩍새의 길’을 환하게 꿰뚫어보고 있었다. 도대체 누가 더 시인다운가!
    • 지리산문화
    • 시를 찾아서
    2021-06-01
  • 지리산국립공원 훼손하고 주민 동의 없는 서울~성삼재 고속버스 노선 폐지해야
    윤주옥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대표) 요즘 나는, 여러 일들로 마음과 몸이 힘겹다. 코로나가 우리를 묶어놓는 사이, 기획재정부와 하동군은 악양 형제봉에 산악열차를 건설하겠다고 하고, 6월말부터 계속된 비에 텃밭의 작물들은 녹아내렸고, 8월 8일에는 섬진강댐 대량방류 등으로 구례읍, 구례 마산, 남원 금지, 하동 화개 등이 수장되어 수천억 원의 피해와 씻지 못할 상처를 남겼다. 여기에 하나 더, 지난 6월, 국토교통부는 굵직한 사안들 틈을 비집고 ‘서울에서 지리산국립공원 성삼재까지 고속버스 정기노선(이하 서울 성삼재 고속버스)을 인가하였다. 지리산에서 일어나는 일이니 지리산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는데, 그 중 내가 관심이 가는 부류는 이왕에 있는 도로, 서울 사람들 입장에서는 편해진 게 사실이라고 말하는 분들이다. 아, 그렇구나,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고개를 끄덕이다가 우리가 성삼재도로를 통해 지리산에 간 게 몇 년부터일까, 성삼재도로는 편한 거 말고 무슨 이익이 있는 걸까를 생각하게 된다. 몸과 마음으로 성삼재도로를 바라본다. 성삼재도로는 일제 강점기 일본인들이 지리산의 목재를 수탈하기 위해 만들었던 길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성삼재길은 한국전쟁 전후 빨치산 토벌 명목의 군사작전도로가 되었고, 1985년에 IBRD 차관 등 68억 원 예산으로 천은사에서 성삼재를 거쳐 반선을 잇는 너비 8m 포장도로로 재정비되었다. 성삼재도로 확포장 이유를 당시 정부는 1988년 서울올림픽 때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들이 지리산을 편하게 관광할 수 있게 할 목적이라고 했다. 그리고 지방도 861호라고 이름 붙였다. 성삼재도로가 포장되자 사람들은 버스, 승용차를 이용하여 성삼재까지 힘들이지 않고 올라가게 되었다. 성삼재에서 노고단 정상까지 1시간이면 오를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사람들은 더 이상 중산리, 백무동, 뱀사골, 화엄사 등을 지리산 산행의 시작점으로 택하지 않았다. 성삼재도로 개통 이후 지리산국립공원을 찾는 사람들의 50% 정도가 성삼재를 통해 지리산에 올랐고, 연간 50만대 이상의 차량이 성삼재도로를 이용하였다. 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성삼재도로가 포장된 이후 지리산국립공원 탐방객 수는 2배 이상 늘어났고, 노고단을 오르는 사람도 7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그리고 1991년 성삼재엔 11,670㎡ 규모의 주차장이 만들어졌다. 5월, 7~8월, 10월에 성삼재도로를 이용해 지리산국립공원을 가본 사람이라면, 성삼재 주차장으로 들어가려는 차량이 밀려 그 도로가 주차장이 된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1100m를 오르는 차량들의 곡예 운전, 잦은 브레이크 사용으로 인한 타이어 타는 냄새 등은 성삼재 주차장으로 이르는 길을 아수라장으로 만든다. 그러면 그 도로로 인해 차량과 사람의 방문이 늘어나면서 지리산 인근 지역사회는 경제적으로 덕을 보았는가. 그렇지 않다. 그 수많은 차량과 사람이 곧바로 지리산 위로 올라가게 되면서 인근 지역사회는 머무는 곳이 아니라 지나가는 곳이 되어버려 지역사회에 경제적으로 손실을 주었을 뿐이다. 성삼재도로는 지리산국립공원에도, 지리산자락 주민에게도 아픈 도로가 된 지 이미 오래이다. 나를 포함하여 지리산을 사랑하는 여러 사람들과 단체들은 성삼재도로의 역사와 이 도로가 지리산국립공원과 그곳에 사는 동식물에게 미치는 영향,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면서, 성삼재도로 이용 전환을 위한 여러 노력을 하였다. 1년에 하루만이라도 성삼재도로를 차 없는 도로로 만들자고 성삼재 걷기를 하였고, 지역주민들과 만나 성삼재도로 이용 전환을 위한 대화마당을 열고, 성삼재도로 주변의 외래식물을 조사하고, 국회에서 관련 토론회와 포럼을 개최하였다. 기회 있을 때마다 성삼재도로가 바뀌어야 지리산이 건강해지고, 진정한 의미의 국립공원, 국립공원의 가치와 존엄성을 공유할 수 있다고 강조하였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미 있는 도로인데.. 그런다고 현실적으로 어떤 변화가 가능하겠어?’ 딱 거기까지였다. 그런데 국토교통부가 서울 성삼재 고속버스를 인가하면서 성삼재도로에 대한 논의가 다시 시작되었다. 서울 성삼재 고속버스 인가 소식을 접한 구례군민들은 지리산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기 위해 노력한 구례군민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구례 땅인 성삼재까지 올라오는 정기노선 버스를 인가한 것에 분노하면서 당장 취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구례군민들은 말로만 요구하는 게 아니라 곳곳에 현수막을 걸고, 버스가 도착하는 토요일, 일요일 새벽 2시 30분에는 도계쉼터에서 버스를 막고, 승객들에게 구례군민의 분노와 협조를 전달하였다. 이러한 구례군민들의 반응을 바라보는 다른 지역사람들의 시선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구례군 버스는 성삼재까지 올라오면서, 정기버스에 대해서만 문제 삼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케이블카 추진이 어려워지니 그런 것 아니냐고들 한다. 구례군이 진정으로 지리산 환경을 생각한다면, 구례 성삼재 버스 폐지, 지리산 케이블카 포기 등을 선언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현재 상태에서 당국이나 지역주민들이 취할 수 있는 가장 간결한 대안은 지리산을 관통하는 지방도 861호를 국립공원도로로 전환하는 것이다. 성삼재도로가 국립공원도로로 전환되면, ‘구례~성삼재 군내버스’를 포함한 일반 차량의 통행은 막고 친환경차량만 다닐 수 있게 통제할 수 있게 된다. 그러면 지리산 방문자들에 의거해 살아가는 지리산 인근의 주민들의 경제적 삶에도 보탬이 될 수 있고, 지리산국립공원의 생태적 보전에도 도움이 되며, 지리산 방문자들에게도 별다른 불만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더 이상 필요 없어질 성삼재주차장을 자연상태로 복원하면, 백두대간 마루금을 연결하는 한반도 생태축 연결의 큰 꿈도 실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지리산 자연환경을 훼손하면서 케이블카를 설치할 필요가 없어짐은 물론이다. 이것이 지리산국립공원과 지리산자락 주민이 함께 선택할 수 있는 상생과 공존의 가장 간결한 방식이 아닐까 한다.
    • 지리산 오늘
    • 지리산 위기
    2021-06-01
  • 나뭇잎과 나
    나뭇잎과 나 푸른 잎들 우르르 키 재기를 나서는가 그 우직한 본성, 일방질주를 가로막느라 더운 땀 흐르기도 했다 첫눈이 유리창에 사선을 긋기도 했다 빗방울 알알이 반짝이는 아침 엎드려 절을 시작했다 어느 날은 눈을 감다 뜨다 생각의 꼬리를 따라 흐르다 뒤뜰 명부(冥府)에 이름을 들이며 누워 검버섯이나 키우는 나뭇가지 사이 팔랑 거린다 안쓰럽다 매달려야할 무엇 남았던 거냐 꽃자리 찾아오던 나비처럼 거미줄을 붙잡은 나뭇잎 하나 뒤뜰에 무성한 풀을 베고 덩굴을 걷어내며 가지들을 잘라주는 일로 땀이 흐른다. 그 뒤뜰이 내다보이는 창가에 앉거나 누웠다가 어느 날부터 절을 하기 시작했다. 4곡정도 명상음악을 틀어놓고 30분 정도의 절을 하면 대략 110~20배정도의 절을 하는데 명상이라기보다는 몸을 푸는 운동에 가까운 절이다. 절을 하는 창밖으로 나비가 찾아오기도 새가 날아오기도 했다. 어느 날 내가 베어놓은 나뭇가지 새로 낙엽이 매달려 팔랑거리는데 저 낙엽을 보는 나는 누구인가. 삶이 때로 거미줄에 매달린 낙엽처럼 여겨지는 때가 있다. - 2019.07. 박남준
    • 지리산문화
    • 시를 찾아서
    2021-06-01
  • 우리 아이들은 구상나무를 볼 수 있을까?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지리산사람들 대표) 2020년 6월 13일, 구례 오일장터에 모인 지리산권 5개 시․군(구례․남원․산청․하동․함양) 주민들은 “지금이 아니면 내일은 없다. 기후위기, 지금 말하고 당장 행동하라!”를 발표하고, <기후위기지리산비상행동>을 선포하였다. “지금이 아니면 내일은 없다”는 절박함은 2019년 9월 세계 185개국에서 760만 명이 참여한 사상 최대의 기후 파업으로, 우리나라에서는 9월 21일 전국 13개 도시에서 7천 5백 명이 함께 행동했다. 그렇게 시작된 대한민국 기후위기비상행동은 지금 이 시간에도 전국적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사진. 기후위기지리산비상행동 선언식 (오은별) 차고 넘치는 기후위기의 증거들에 민중들은 “지금 당장”을 외치며, 국가 정책의 근본적인 변혁을 요구하고 있지만 국회와 정부, 지자체의 대응은 말잔치뿐, 오히려 규제완화를 통한 토목공사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지리산권 5개 지자체는 한술 더 떠, 시범사업이라는 수식어까지 붙이며 케이블카, 산악철도, 모노레일 등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케이블카, 산악철도, 모노레일 등은 현행법으로는 가능하지 않은, 관련 정부부처도 난색을 표하는, 이미 불가능함이 증명된 사업임에도 앞뒤좌우를 살피지 않는 행정은 스스로 실력 없음과 천박함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지리산으로 향하는 개발 사업에 한 말은 많지만, 이번 지리산인에는 “기후위기와 지리산, 그리고 구상나무”에만 집중해보겠다. 지리산에 다녀온 지인들은 가끔 묻는다. ‘나무들이 많이 죽었어. 왜 그런 거야?’ 지인이 말하는 나무는 구상나무다. 구상나무(Korean fir)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서만 자생하는 고유종이며, 세계자연보전연맹에서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한 나무다. 구상나무는 아름다운 나무모양으로 서양에서는 크리스마스트리로 애용되어온 유명한 나무이다. 전문가들은 구상나무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1만 2천 년 전 빙하기가 끝난 이후 한반도에 퍼져 내려온 가문비나무나 분비나무가 남부 아고산생태계에 고립된 채 적응하면서 다른 종으로 분화해 구상나무가 생겨난 것입니다.” 구상나무에 빙하기의 흔적이 있다는 사실은 몹시 흥미롭고, 구상나무를 다시 보게 한다. 과거 지구의 흔적을 품고 있는 구상나무는 한라산에서부터 지리산을 거쳐 덕유산에서 북방한계를 이루며, 해발 900~1000m 이상의 높은 산에서만 살고 있다. 이렇게 특별한 곳에서만 살고 있는 구상나무가 곳곳에서 힘과 세력이 약해지고, 고사한다는 보도가 여러 언론매체를 통해 보도되고, 또 지리산 능선을 다니는 사람들에게 관찰되면서, 국민들은 걱정을 한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서 구상나무가 사라진다면 이는 지구상에서 구상나무가 사라지는 것과 같으니, 그 이유가 무엇이며, 우리의 힘과 노력으로 살릴 수 있는 건지 등을 관찰하고 논의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제안한다. 그림. 구상나무와 구상나무 열매 (김지석) 국민과 언론의 관심은 관련 정부 부처가 아고산생태계 상록침엽수 위기에 대응하도록 하여, 환경부는 「기후변화에 따른 아고산대 침엽수림 관리대책」을, 산림청은 「멸종위기 고산지역 침엽수종 보전・복원 대책」을 수립하여 시행하고 있다. 또한 2018년부터는 「고산지역 기후변화 취약생태계 연구협의체」를 운영하고 있고, 두 부처 간 공동목표를 향해 소속 기관(국립공원공단, 국립생태원, 국립산림과학원, 국립수목원 등)이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관련해서 2018년 국립공원공단은 지리산국립공원 반야봉 일대에서 집단 고사한 구상나무 94그루를 분석하여 발표하였다. 연구진은 구상나무의 고사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2017년 6월부터 6개월 간 나이테 분석을 통해 과거 생육정보를 조사했는데, 그 결과 고사한 나무들은 1960년부터 생육부진을 겪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기후변화에 따른 2월 기온상승과 3월 강우량 부족이 가뭄으로 이어져 이들의 생장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분석했다. 연구진이 2012년부터 2017년까지 6년간 지리산 반야봉 일대 2월 평균 기온을 측정한 결과, 평균 약 0.7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고, 기온이 올라가면서 적설량이 감소하고, 봄철에 눈이 녹으면서 토양에 공급되는 수분량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또한 같은 시기 3월 강우량을 측정한 결과 연평균 23mm씩 감소한 것으로, 강우량이 줄어들면서 토양 내 수분 역시 6년 사이 25.3%에서 8.8%로 16.5%p 줄어든 것으로 밝혀졌다. 구상나무는 5월부터 생육을 시작하므로 이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었다. 사진. 지리산 능선을 걷다보면 말라 죽은 채로 서있는 구상나무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구상나무는 지리산을 오르면 언제나 볼 수 있고, 늠름히 서 있는 모습이 지리산과 지리산이 품어온 민중의 삶을 보여주는 것 같아 반달가슴곰과 함께 지리산의 상징으로 이야기된다. 기후위기는 우리가 지리산을 걸을 때면, 언제나 볼 수 있는 “구상나무가 서 있는 지리산 능선”을 사라지게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것이 상상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것은 2012년 이후 반야봉에서 측정된 최고․최저기온 결과로도 알 수 있다. 국립공원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지리산국립공원 반야봉의 봄 평균기온은 2012년에 4.2℃에서 2019년에 6.4℃로 상승하였고, 가을 평균기온은 2012년에 5.6℃에서 2019년에 8.1℃로, 겨울 평균기온은 2011년에 –8.8℃에서 2018년에 –4.4℃로 관측되었다. 겨울 최고기온은 2014년에 4.1℃인 반면, 2018년에는 11.0℃로 상승하는 경향을 보이고, 최저기온 또한 2012년에 –24.2℃로 가장 낮게 관측되었던 것에 비하여 2018년에 –19.2℃로 관측되었다. 반면 여름 평균기온은 큰 변화는 없었다. 그림. 지리산국립공원 반야봉 겨울 평균 및 최고․최저기온 변화 (국립공원연구원) 2012년에서 2018년까지의 반야봉 온도변화만을 근거로 지리산과 반야봉, 반야봉에 살고 있는 구상나무에 대해 단정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지리산 1732m에 위치한 반야봉에 무슨 일인가가 일어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사람은 더우면 찬물로 목욕을 하고, 에어컨 빵빵한 실내로 들어가 쉬기도 하지만, 반야봉에 뿌리내리고 있는 구상나무는 갈 곳도, 피할 방법도 없으니, 그냥 그곳에서 몹시 더워하다가 삶을 마감하게 될 것이다. 이 대목에서 구상나무가 지리산에서, 우리나라에서,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것이 큰일이냐고 물어보는 분이 있을 수도 있겠다. 그분들에게 아인슈타인의 말을 전한다. “꿀벌이 지구에서 사라지면 4년 안에 인류도 사라진다” 기후위기는 구상나무를 한라산, 지리산, 덕유산 등에서 사라지게 할 것이고, 구상나무만이 아니라 또 다른 생명체들도 멸종하게 될 것이니, 그런 곳에서 우리 인간은 잘 살 수 있을까?
    • 지리산 오늘
    • 기후 위기
    2021-06-01
  • 3.1의 세상
    ♛2019. 3.1 운동 100주년 기념 낭송시 3.1의 세상 3 즉 1이고 1 즉 3이라 하니 우리는 태어날 적부터 한울님이며 이미 너와 나의 머릿골 속에는 청정의 고요 속에서 움트는 씨알 하나가 심어져 있다는 것이다. 그 신령스런 것들이 망령스런 짓을 일삼는 것은 제가 저를 알지 못하는 무지한 까닭이고 제가 얼마나 큰 사랑인지 몰라 스스로를 섬길 줄 모르는 까닭이다. 스스로를 모르는 것이 망령이고 스스로를 알아보는 것이 신령이니 이 세상은 숱한 망령들이 휘젓고 다니는 곳이라 언제나 3.1의 세상이 다시 올 것인가. 한때 모두가 한 마음으로 모여 세상을 뒤집는 촛불을 켜고 3.1을 이루었다하나 그것은 3.1의 시작이었을 뿐이다. 인간사 어두운 밤이야 언제나 오는 것이니 촛불 또한 늘 켜놓아야 하리. 그렇게 스스로를 환하게 밝히는 것이 3.1이다. 이런 신명神明이 3.1이고 그렇게 참된 스스로가 3.1이다. 바로 그런 당신이 3.1이고 그런 우리가 3.1이다. 좌우도 없고, 상하도 없고, 남북도 없는 오로지 순정한 마음 하나 지키며 단순 소박하게 사는 사람 그런 사람과 사람이 어우러진 세상 그것이 3.1의 세상이다. ----------------------------------------------------------------------------- ■ 박두규(朴斗圭) 시인.『가여운 나를 위로하다』등 다섯 권의 시집과 『生을 버티게 하는 문장들』등 두 권의 산문집을 냈다. 現『한국작가회의』부이사장,『생명평화결사』운영위원장, 문화신문『지리산 人』편집인.
    • 지리산문화
    • 시를 찾아서
    2021-06-01
  • 지리산권에서 진행되는 숲 벌목 제보를 받습니다
    4월 1일,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지리산사람들’(이하 지리산사람들)은 지리산방랑단 시작 날에 함양 용유담 숲이 벌목된 현장을 목격하였습니다. 또한 함양 오도재 숲이 사라진 현장도 보게 되었습니다. 대체 뭔 일인지, 이런 일이 왜 일어났는지 알아보기로 한 후, 함양만이 아니라 지리산 곳곳, 전국적으로 숲이 벌목되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지리산사람들은 문제의식을 느끼는 전국의 단체, 개인들과 연대하는 한편, 지리산권에서 일어나는 숲 벌목에 대해서는 좀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하여, 지리산권 5개 시군(남원.함양.산청.하동.구례)에서 진행되는 숲 벌목 현장에 대한 제보를 받고자 합니다. ○ 숲 벌목 제보하는 방법 - 국시모 지리산사람들 전화번호 : 061-783-6547 - 국시모 지리산사람들 이메일 : jirisanpp@daum.net - 국시모 지리산사람들 다음카페 : https://cafe.daum.net/npcn ○ 알려주셔야 할 것 - 벌목된(벌목하고 있는) 곳의 위치(주소)와 사진 - 제보자 연락처(되도록 알려주셨으면 하지만, 특별한 상황이 있다면 익명으로 하셔도 됩니다.)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지리산사람들
    • 지리산사람들
    • 공지사항.알림
    2021-05-31
  • 종이신문에서 인터넷신문으로, “지리산인‘과의 대화
    2010년 11월 15일 창간하여 지리산자락의 따뜻한 이야기, 아픈 이야기, 공유해야할 이야기 등을 전달해온 <지리산인>이 올해 7월, 종이신문을 마무리합니다. 종이신문 마무리는 10년 넘게 디자인, 인쇄를 후원해준 <전주열림컴>의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악화가 실질적인 계기입니다. 더하여, 지리산권을 포괄하는 인터넷 언론의 필요성에 대한 내외의 주문이 있었습니다. <지리산인 편집위원회>와 <국시모 지리산사람들 운영위원회>는 지리산인의 이후 전망에 대해 여러 차례 논의하였고, <지리산인>을 종이신문으로 발간하는 것은 40호(7월호)까지만 하고, 인터넷신문으로 전환하기로 하였습니다. <인터넷신문 지리산인>은 더 많은 분들과 좀더 신속하게 지리산자락의 소식을 전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간 지리산인 발간을 응원해준 여러 분들을 만나, <종이신문 지리산인>에 대한 소회와 <인터넷신문 지리산인>의 이후 모습을 이야기하는 <지리산인과의 대화>를 계획하였습니다. <지리산인과의 대화>는 지리산권 5개시군별로 진행됩니다. 인터넷신문, 지리산인, 지리산언론 등에 관심과 애정 있는 분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 산청지역 간담회 : 6월1일(화) 낮 4시, 남사예담촌 ”지금이꽃자리“ (이호신 화백 댁) - 구례지역 간담회 : 6월8일(화) 낮 4시, 느긋한쌀빵 2층 - 남원지역 간담회 : 7월 7일 (수) 저녁 7시, 아이쿱생협 회의실 - 함양지역 간담회 : 7월 5일 (월) 낮 12시, 김석봉 선생님 댁 - 하동지역 간담회 : 7월 4일 (일) 저녁 6시, 하동참여자치연대 사무실 * 물어보기 : 최세현 010-2850-4858 / 김인호 010-4119-0643
    • 지리산사람들
    • 공지사항.알림
    2021-05-31
  • 5월의 상고대
    2021-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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