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15(수)
 

 

나뭇잎과 나


푸른 잎들 우르르 키 재기를 나서는가

그 우직한 본성일방질주를 가로막느라 

더운 땀 흐르기도 했다

첫눈이 유리창에 사선을 긋기도 했다

빗방울 알알이 반짝이는 아침

엎드려 절을 시작했다 

어느 날은 눈을 감다 뜨다

생각의 꼬리를 따라 흐르다 뒤뜰

명부(冥府)에 이름을 들이며 누워 

검버섯이나 키우는 나뭇가지 사이

팔랑 거린다 안쓰럽다

매달려야할 무엇 남았던 거냐

꽃자리 찾아오던 나비처럼

거미줄을 붙잡은 나뭇잎 하나 


뒤뜰에 무성한 풀을 베고 덩굴을 걷어내며 가지들을 잘라주는 일로 땀이 흐른다그 뒤뜰이 내다보이는 창가에 앉거나 누웠다가 어느 날부터 절을 하기 시작했다. 4곡정도 명상음악을 틀어놓고 30분 정도의 절을 하면 대략 110~20배정도의 절을 하는데 명상이라기보다는 몸을 푸는 운동에 가까운 절이다.

절을 하는 창밖으로 나비가 찾아오기도 새가 날아오기도 했다어느 날 내가 베어놓은 나뭇가지 새로 낙엽이 매달려 팔랑거리는데 저 낙엽을 보는 나는 누구인가삶이 때로 거미줄에 매달린 낙엽처럼 여겨지는 때가 있다

 

- 2019.07. 박남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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