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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 한 해 살아보자! 층층집 입주자 모집해요!
방랑단원 차라와 칩코, 지리산사람들 운영위원 주옥쌤과 밤구, 이 넷이 층층집을 준비했어요. 층층집은 이렇게 좋은 지리산과 구례에서 더 많은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길 바라며 시작되었어요. -지리산과 구례를 알고싶은 사람 -시골에 살아보고 싶은 사람 -구례에 집을 구하고 싶은 사람 누구든 환영해요!! 이번 층층집은 지리산사람들 회원님이신 집주인분과 운좋게 인연이 닿아, 위치와 집컨디션이 좋은 집을 구할 수 있었어요. 다만 제약사항으로 인해 배제된 신청희망자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전합니다. 다음 층층집을 또 마련하게 된다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기회가 닿을 수 있는 조건의 집을 구해볼게요. 홍보물 속 약속문과 집의 정보 내용이 많으니, 하나하나 꼼꼼히 읽어봐주세요. 아래 신청서 링크 속 상세 사진들도 확인해보신 후 신청해주세요!! > 신청서 :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clAv1u9Jcg9NFH_4Zr_FoINq5hDrt_fods4dqHYiP7RA5dwg/viewform > 궁금한 점 : 차라 (010-87팔4-9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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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오지마! 양수댐저리가!] 매주 피켓시위 함께하면 더 힘이 나요!
디자인.칩코 작년 9월부터 시작한 군청 앞 피켓시위 릴레이! 해가 바뀌어도, 날씨가 궂어도 계속 됩니다???? 현재 구례는 양수발전소 우선사업지로 선정되었고, 골프장은 찬성 측 주민들이 군청 앞 맞불시위를 시작했어요. 골프장과 양수댐에 모두 반대하는 구례군민들은 군청 앞 출근시간에 맞춰 진행하던 피켓시위의 장소와 시간을 다양하게 넓혀보았어요. 그리하여! -매주 화욜 17:30-18:30 경찰서 앞 로타리 -매주 목욜 08:15-09:15 구례군청 앞 으로 변경합니다. 봄이 오니 날씨가 포근해서 피켓시위가 더욱 즐겁겠어요. 다들 으쌰으쌰 힘을 보태어주세요! 후원해주시는 것도 큰 힘이 됩니다!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지리산사람들 농협 301-0214-8860-11 .지리산골프장백지화연대 농협 301-0328-7856-21 .중산리반내골주민연대 농협 301-0335-238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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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씨드림 일손 돕고 온 칩코의 방구일기
나의 집과 집주인댁은 바로 옆집이다. 집주인댁은 농사를 많이 지으신다. 노부부 두 분께서 다 드시지도 못하고 썩혀버릴 만한 양이다. 평생 이웃을 돌보며 사신 노부부는 나더러 당신네 창고에 쌓인 채소를 양껏 먹으라셨다. 펄쩍 뛸 만큼 좋긴 한데 하나 문제가 있다. 소농은 기가 죽는 것이다. 나도 작년에 작물을 심긴 했는데 사실 집주인댁 채소만 먹어도 될 정도라 내가 굳이 농사를 지어야 하나 아리송해진다. 작년에도 토종씨드림에서 씨앗을 보내주셨다. 깨 씨앗을 애지중지 길렀는데, 아뿔싸. 집주인댁은 들기름을 자급할 만큼 깨를 심으신다. 우리 집 마당에도 그 씨앗이 솔솔 날아와 들깨가 개망초인양 자라는데, 나중엔 뭐가 토종깨고, 뭐가 집주인댁 깨인지 구분하기를 포기했다. 어쨌거나 깻잎은 실컷 따먹는 데다, 또 굳이 채종을 안해도 내년에도 어련히 잘 자라니, 내 농사꾼으로서의 입지가 흔들리는 게다. 토종씨드림을 안 건, 도시에서 여성농민권 관련된 일을 하면서다. 귀촌한 후 토종씨드림 밭에 방문할 기회가 생겼다. 토종씨드림 대표님은 곡성 산골짜기에 직접 집을 지어 사신다. 집을 둘러싼 드넓은 밭은 대표님 자급용이자 전국의 토종씨앗을 보전하는 채종포이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개 두 명이 우릴 졸졸 따라다니다가 그 넓은 밭을 쌩쌩 쏘다녔다. 대표님은 나와 같이 방문한 손님들에게 샴푸나 치약 따위를 사용할 생각은 말라고 호령을 내리셨다. 그 집의 모든 하수는 마당 뒤쪽 연못을 거쳐 토종벼를 기르는 논밭으로 흘러가는 까닭이었다. 집 뒤편엔 농막 형태의 생태화장실이 있었다. 오줌은 양동이에 모았다가 바로 밭에 뿌려주고, 똥은 살짝 건조했다가 향처럼 천천히 태우며 재로 만들었다. 무거운 오줌통을 나르거나 똥퇴비 무덤을 삽질할 필요도 없으니, 대표님은 당신 같은 나이든 여농에게 제격이라셨다. 밭을 말하자면, 난 살면서 그토록 잘 정리된 밭을 본 적이 없었다(맨뒷사진3장). 물론 마을 할머니들 밭도 풀 한 포기 없긴 하다만, 그건 한 종자만 주르륵 심고 비닐 멀칭을 한 경우가 아닌가. 토종씨드림은 한 두둑마다 종자가 다를 정도로 다양하게 심었고, 종자명과 번호를 두둑마다 표기해두었는데, 어찌나 일목요연한지! 두둑은 비닐 없이 볏집으로 싸여있는데, 그건 또 어찌나 단정한지! 나는 이상한 구석에서 정리 강박이 있는데 단숨에 완치될 지경이었다. 그날 토종씨드림에 간 건, 채종을 돕기 위해서였다. 토종씨드림 활동가인 수연님의 지시를 따라 비닐하우스에 옹기종기 앉아 씨를 털었다. 씨는 잘 말려서 유리병 등에 보관했다. 유리병들이 이름표를 달고 열과 횡을 맞춰 나열된 꼴을 보면, 마치 청소업체가 다녀간 창틀을 보는 양 탄성이 나왔다. 하필 수연님 글씨체는 폰트로 팔아도 될 만큼 단아했다. 내가 정리 강박이 있어서 과장하는 것도 맞지만, 토종씨드림 활동가들은 틀림없이 주부들이 모두 환호할만한 정리의 달인이셨다. 토종씨드림 방문은 감동 그 자체였다. 자급자족하시는 삶의 솜씨며, 그 많은 종자를 돌보는 부지런함, 보살핌의 손길이 드러나는 싱그러운 텃밭까지. 이날 채종에 손을 쬐끔 보탠 인연으로, 수연님은 그해 가을 씨앗을 잔뜩 보내주셨다. 원래 토종씨드림에서 씨앗을 받으면 1.2배 이상 돌려드려야 하는데, 나는 채종을 해본 적도 없는 초보 농부인 데다, 봄에 배추 채종을 하기도 전에 땅이 없어 이주해야만 하는 신세였다. 씨앗을 못 돌려드렸다는 말이렸다. 그런데도 그 이듬해 씨앗을 또 보내주셨다. 내가 구례의 초등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토종씨를 심어보려 한다니까, 좋은 일에 나눠주고 싶다는 말씀을 덧붙이셨다. 또 변명하자면 초보 농부인 나와 초등학생 농부들의 콜라보로 그 해에도 또 채종에 실패했다. 양심이 있어 그나마 긁어모은 씨앗들을 조금 보내긴 했지만, 턱없이 부족한 양이었다. 그런데 지난 초봄에 또! 수연님은 새해 인사와 함께 깨를 비롯한 여러 씨앗을 잔뜩 보내주신 것이다. 수연님이 씨앗을 생색 한번 없이 선물해주셔서, 나는 씨앗 보내는 일이 얼마나 고된 일인지 하마터면 모를 뻔했다. 매해 두 번, 토종씨드림은 무척 바빠진다고 한다. 회원들에게 토종씨앗을 보내는 시기다. 이번 겨울, 토종씨드림 씨앗을 소분하고 동봉하는 일에 손이 필요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곡성, 구례 등 인근 지역에서 모인 친구들이 수연님 댁으로 오순도순 모였다. 서울에서부터 알고 지내던 다님이 토종씨드림 활동가로 있어 더욱 반가웠다. 난 대농 집주인댁에게 의문의 K.O를 당한 뒤 농사를 향한 열정이 살짝 식은 채였다. 그런데 희한하게 그날 하루종일 씨앗을 데굴데굴 주무르다 보니 무척 농사가 짓고 싶어지는 거였다. 파란 콩국물을 먹을 수 있다는 파란 콩을 한 줌 챙기고, 디자인하느라 혹사당하는 시력에 좋다는 결명자도 한 줌 챙기고, 다님이 맛있다고 호언장담한 먹골참외도 챙겨넣었다. 다님은 농사가 너무 재밌다고 했다. 올해는 숲밭을 만드려고 감밭을 크게 구매했다고 했다. 여기저기 농부들이 모이는 장터도 찾아다닌단다. 나는 씨앗을 계속 들여다보고 있노라니, 다님이 왜 그렇게 농사가 재밌어 하는지 알 것 같다고 했다. 수연님과 다님은 일손을 도와주러온 나와 일행이 고마운지, 자꾸 이것저것 먹을거리나 씨앗을 챙겨주셨다. 나는 그들의 넉넉한 인심이 이 동글동글한 씨앗들에서 나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지금은 씨앗을 다이소에서도 살 수 있지만, 예부터 씨앗은 거래가 아니라 나눔해왔다. 나누어 퍼진 씨앗들은 (나 같은 농부를 만나는 비극을 피한다면) 이듬해 기필코 증식한다. 이번에 작업한 씨앗들은 대부분 토종씨드림에서 키웠는데, 다른 농부들이 키운 것도 적지 않았다. 그 농부님들은 아마 토종씨드림에서 씨앗을 받고, 몇 배씩이나 양을 불려서 다시 후원하신 것일 테다. 이렇게 대량으로 씨앗을 나누는 분들 덕분에, 더 많은 분들에게 더 많은 양의 씨앗을 나눠드릴 수 있다. 매해 씨앗을 못 돌려드릴 적마다, 한편으로는 ‘누군가는 성실하게 씨앗을 돌려드리겠지’하고 생각하긴 했다. 그 농부님들의 이름을 직접 눈으로 보고, 무수한 씨앗을 봉투에 직접 동봉하자니 감사함이 선명히 와닿았다. 소분 작업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마음이 부풀었다. 챙겨온 씨앗들이 가방에서 굴러다녔다. 올해는 꼭 씨앗을 잔뜩 채종해서 돌려드려야지. 이웃집 창고 덕에 내가 심으나 마나 먹을거리가 넘치긴 하지만, 딱 이 씨앗을 지켜야하는 이유가 생긴 건 또 다른 의미니까. ‘어차피 똑같은 깻잎이다’하고 입에 털어 넣던 것도, 이젠 헷갈리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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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영쌤의 구례생태텃밭활동 전시회&공유회 다녀온 후기
텃밭 농사에 관심 있는 사람으로서 텃밭 학교 활동을 구경하고 싶고 씨앗도 얻어 볼 마음 갖고 공유회에 갔다. 어린이 도슨트가 있어 활동 설명을 하고, 일년간 농사 일지와 약속, 사진 등 글과 그림을 보는데 너무 훌륭해서 깜짝 놀랐다. 사랑으로 수업을 준비하고 24절기 자연을 오롯이 함께 하며 배운 것들과 느낀 마음을 표현하니 들려줄 이야기가 너무나 풍성하고 재미있었다. '가슴이 뭉클하다'란 말의 뜻을 알게 되었다는 아이의 글을 보고 이 분들이 진짜 큰일하고 계시구나 가슴이 쿵! 울렸다. 동근 상글 들 양지 아림 ... 이 젊은분들이 따뜻하고 아름다운 이유가 궁금했었다. 모든 존재를 사랑하는 마음! 텃밭 이끔이, 어린 사람 등 쓰는 말도 다르고 교육 방식도 내용도 세심하고 존중이 가득하다. 구례를 아름답게 하고 세상을 변화시킬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고 가까이서 배울수 있어 정말 행복하다☺️ 다시 주조장 가서 전시물 하나하나 읽어볼 생각이다. 온갖 감수성이 살아나고 사랑이 넘쳐나 돈이 기준이 된 사회에서 뒤틀려버린 것들을 씻어내고 인간 본성을 되찾는 시간이 될것 같다! +상글의 덧붙이기 :) 지리산에 내려오기 전에 호미도 한번 손에 잡아본 적 없던 내가 벌써 학교에서 4년차 ’텃밭이끔이‘ 라니. ‘선생님’보다는 ’상글!‘하고 불러주는 이름이 더 익숙하다. 어린이 도슨트들은 일찍와서 전시된 씨앗들의 이름을 능숙하게 알아보고(감동), 이름표 붙이기를 도와준 덕분에 금방 준비도 마쳤다! 한 날은 배추잎을 갉아먹던 달팽이를 이사시켜준다고 가장 먼 곳까지 이리저리 뛰어다니느라 엄청 바빴다. 그 날 활동일지에는 ’달팽이에게 배추는 나무 숲이에요‘라고 적혀있었다. 작은 생명체를 존중하는 따뜻한 아이들의 시선이 지리산 골프장, 양수댐 소식으로 시끄러웠던 모두의 마음에 위로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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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봉 다녀온 꼬리의 방구일기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지리산 사람들’은 이 날을 기념해 생일잔치를 하러 형제봉에 오르자고 했다. 지난 번 구상나무 모니터링을 하러 산에 올랐다가 엉덩이로 하산했던 기억이 있다. 당분간 산은 오르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한 나지만 무려 지리산님의 생일파티라는데 도무지 빠질 수가 없었다. 앞으로도 오래 오래 아름다우시라고 한 마디 올려야했다. 요즘 온갖 난개발로 지리산이 몸살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형제봉도 반달가슴곰의 주요 서식지임에도 불구하고,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지 않아 산악열차와 케이블카, 모노레일이 한꺼번에 들어올 뻔했다. 그렇지만 모두가 힘을 합쳐 결국엔 막아냈던 곳이다.설레는 지리산님의 생일잔치 전날 밤, 구례에 양수발전소 건설이 확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우리 동네에서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동네가 그 예정지였다. 그곳엔 계족산과 중산천이 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인 긴꼬리딱새, 하늘다람쥐, 담비와 수달이 사는 곳이었다. 비록 사람들은 국립공원의 경계를 지도위에 반듯이 잘라놓았지만 야생동식물들에게는 모두 연결된 하나의 집이다. 온 생명들은 그 모든 경계와 위계를 쉴새 없이 넘나들어야만 자연을 이룰 수 있다.지리산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지키기로 약속했다면 그 테두리의 숲과 강도 지켜야 했다. 이것 말고도 계족산이 양수댐으로 사라지면 안되는 이유 수십 개를, 참 많은 곳을 다니며 말하고 또 말했었다. 그런데 지리산국립공원의 생일 전날 이런 발표가 나니 순간 허무했다. 구례군청 앞에서 매일같이 ‘양수발전소 유치 반대’ 피켓을 들었던 이웃들은 지금 다들 어떤 심정일까 걱정도 되었다. ‘어쩌면 생일잔치 전날 이 소식을 듣게 된 이유가 있을지도 몰라.’하며 잠에 들었다.산 아래 사람들이 하나 둘 모였다. 어떤 말로 위로를 해야할지 몰라서 사람들과 간격을 두고 조용히 걸었다. 지리산님의 생일잔치 분위기는 꽤나 엄숙했다. 너른 바위에 차를 따라놓고, 주옥쌤(지리산사람들 공동대표)이 전날 써온 고유문을 낭독했다. 지리산을 오래오래 지켜드리겠다는 마음을 떨리는 목소리로 전하던 주옥쌤은 눈물을 흘리면서도 마지막까지 또박또박 읽어내려갔다. 모인 사람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원하는 방향으로 절을 올리고, 나눠 마실 차를 건네는 손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차를 마신 후 하산했다.어느새 나는 사람들과 미주알 고주알 이야기를 나누며 걷고 있었다. 바위를 짚고 오르는 재미를 느껴가며 가파른 산을 엉덩이로 내려왔던 악몽은 극복한 듯 했다. 사람들은 여전히 씩씩했다. 여전히 나무와 풀의 이름을 궁금해하며, 물이 필요한 사람이 없는지 살피며, 싸온 도시락을 소소히 나누어 먹으며, 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그렇게 걸었다. 이 사람들이 있어서 참 다행이다. 절망하기보다 뚜벅뚜벅 다음 걸음을, 또박또박 다음 말을 이어가는 지리산의 사람들.공기와 바다와 숲이 본래의 맑음을 잃어가는 모습을 힘없이 목격하지만 아직 전부 사라지진 않았다. 아직 지키고 싶은 것들이 이곳에 살아있다. 사진. 정환 @potodoto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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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원정집회여행 1박2일 다녀온 채연의 방구일기
이번에 방랑단을 따라서 양수댐 반대 원정 집회여행을 1박 2일로 다녀왔다. 방랑단을 주제로 한 논문을 쓰기 위해서 방랑단이 하는 활동을 옆에서 체험(?)해 보고 있는 중인데 부끄럽게도 나는 구례 주민이면서도 양수댐 반대 시위에 처음 참여해 보았다. 3시간 정도를 달려서 세종시 산자부 앞에 도착했다. 다른 분들은 익숙한 듯 산자부 직원들이 볼 수 있는 곳에 플래카드를 설치하고 '구례양수댐 중단'이 적힌 피켓을 하나씩 들었다. 마이크를 들고 입장문을 발표하고 큰 소리로 구호를 외쳤다. 그동안 시위를 옆에서 구경만 해보았지 전면에 나서서 참여해 본 것은 처음이어서 두려운 마음이 들었지만 구호를 외칠수록 가슴속에서 따뜻한 무언가가 차오르는 것이 느껴졌고 지리산의 소중한 생명들을 위하는 마음으로 긴 시간 동안 꿋꿋하게 반대의 목소리를 내었던 모든 분들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는 세종시에서 1박 2일 농성투쟁을 하기로 했지만 양수발전소 사업자 심사장소가 서울로 변경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다음날 아침 서울로 올라가서 다시 한번 투쟁하기로 했다. 심사장소가 있는 건물 앞에서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서울에 있던 친구들도 참여해서 힘을 보탰다. 대치동 한복판이라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많았고 한 번씩 우리를 쳐다보고 지나갔다. 조금이라도 더 사람들이 양수댐에 대해서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회의 장소는 건물 5층이었는데 우리는 5층 복도까지 올라가서 입장을 전달했다. 사람들이 우리의 입장을 별로 듣고 싶어하는 것 같지 않았고 경찰도 왔지만 그래도 확실히 느꼈던 것은 그분들이 우리 같이 목소리를 내는 존재들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문제가 생겼을 때는 저항하고 목소리를 내어야만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확실히 배운 하루였다. 결국 구례는 양수댐 사업지로 선정되었다. 조금이라도 이야기를 들어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사업을 진행하는 사람들이 자기들이 무슨 일을 저지르고 있는지, 실제로 무엇이 파괴되고 죽어가는지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 같아서 안타까웠다. 구례에 사는 당사자들의 의견이 무시되는 것도 분통이 터지는 일이었다. 낭비되는 예산을 사람들의 기본생활을 위해 나눠준다면 세상 살기가 조금 덜 팍팍해지지 않을까 싶다. 어찌 됐든 저항이 가져온 변화와 의미는 충분히 있었고, 아직 완전히 끝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나는 개인적 편안함만을 위해서 살아왔던 것 같다. 환경과 생명보다는 소비하고 이기심을 채우는 데에만 관심을 가졌다. 인생의 의미를 찾지 못했고 미워하는 마음만 가득했던 나에게 모든 생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가슴을 따뜻하게 덥혀주었다. 2023년이 끝나기 전 방랑단과 지리산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이었다. 사진. 수달아빠(@otterpap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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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폭력대화 연습모임을 시작한 꼬리의 방구일기
- ‘함께 살아간다’이 말의 첫 느낌은 여전히 참 다정하다. 이 말을 들으면 왠지 의지할 구석이 생긴 것 같고, 더는 외로워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끝까지 불러본 적도 없는 ‘손에 손잡고~’로 시작되는 노랫말이 떠오르기도 한다.그러나 곱씹다 보면 전혀 상반된 기억들이 밀려온다. 한 지붕 아래 사는 가족에게 도저히 이해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으면서, 그래서 내가 새롭게 찾아낸 공동체에서 지긋지긋하게 싸우면서, 어쩔 수 없이 마주치고마는 무례한 사람들 틈에서 ‘함께 살아간다’는 말은 무섭게 돌변한다. 그러면 상처입을까 두려워 크게 분노하거나 떠나버리곤 했다.방랑단 친구들은 한 지붕 아래 살았던 식구였다가 지붕없이 한 길을 걸었던 동료였다가 지금은 한 마을에 살고 있는 이웃이다. 그리고 방랑단 각자 저마다의 사랑과 우정을 나누며 더 많은 친구들과 연결되어가고 있다. 아무래도 우린 ‘함께 사는’ 쪽을 자꾸 선택하는 것 같다. 그래서 싸우거나 피하지 않고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이 너무 필요해졌다.평생을 일궈온 습관을 단숨에 고치는 건 불가능해도 잠시 멈춰서 내 말 속에 담긴 감정과 욕구를 찬찬히 들여다보고, 그 마음을 용기있게 마주하는 시간만이라도 꾸준히 가져가고 싶었다. 내가 누군가를 가르칠 형편은 못 되어서, 다만 배웠던 걸 조금 공유하는 수준이지만 고맙게도 글쓰기 모임을 함께 했던 친구들이 마음을 내주어 연습모임을 시작했다. 서로 안전하다고 느끼는 관계 안에서 조금 더 내공이 쌓이면 더 많은 이웃들과 열린 모임으로 진행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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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 오늘
- 지리산 방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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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폭력대화 연습모임을 시작한 꼬리의 방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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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구를 떠나지 않는다] 에코페미니스트들의 오-붓한 책담!
- 여성환경연대 부설 에코페미니즘연구센터 ‘달과나무’에서 방랑단에게 연락이 오셨어요. 지리산의 에코페미니스트들을 만나고 싶어 구례에 놀러오신다고요. 지리산의 많은 얼굴들이 떠오르며 만남이 얼마나 기대됐는지 몰라요. 꽃철에 겹쳐 못오실까봐 부랴부랴 숙소부터 추천드렸답니다. 방랑단도 귀촌하기 전 여성환경연대에서 펴낸 <덜 소비하고 더 존재하라> 책에 큰 영감과 용기를 얻었는데요. 이번엔 따끈따끈한 신간 <우리는 지구를 떠나지 않는다>의 공동저자 중 네분(김혜련, 유서연,이현재, 황선애 작가님)을 모셔서 책담도 나눠주실 수 있다니! 이리 좋은 기회를 함께 준비하게 되어 영광이었어요! “지구가 불탄다고 화성으로 떠날 건 아니잖아요? 이 땅에 발붙이고 살고 싶은 여성들이 기후위기시대에 지구를 돌보는 법” 여성주의x환경에 관심있는 지리산의 에코페미니스트들 함께 모여 이야기 나눠요! - 24년 3월 30일 (토) 15-16시반 캄다운파티 - 신청: 에코페미니스트들의 오-붓한 책담 신청 (google.com) <신청하러가기! - 참가비: 1만원 (대관료입니다. 음료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음료를 원하시는 분은 영업마감 3시 이전에 오셔서 주문하시면 됩니다) - 참가비 입금 계좌번호 - 카카오뱅크 3333131937387 ㅂㅅ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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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구를 떠나지 않는다] 에코페미니스트들의 오-붓한 책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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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에 나무가 있어야지 골프장이 있냐) 음악회♬
- 작년에 구례군 산동면 사포마을 뒷산에서 21만㎡ 너비의 면적의 숲이 사라졌습니다. 마을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부터 지리산 국립공원 경계 인근까지 최소 2만 5천 그루의 나무가 베어졌습니다. 구례군과 시행사는 이 자리에 1000억원을 들여 45만 평 너비의 대형 골프장을 지을 거라고 합니다.골프장 사업을 막아내고 무단 벌목지에 봄을 돌려주기 위해 음악회를 엽니다. 음악회에 앞서 지리산골프장 개발 예정인 벌목지 답사도 준비했습니다.다시 숲으로 돌아갈 날을 위해 음악과 이야기와 마음을 모으는 시간을 가져봅니다. 2024년 4월 6일(토)▶ 오후 1시, 벌목지 답사 사포마을회관 (구례군 산동면 사포길 72)에서 시작- 지리산 난개발에 대한 소책자를 읽고나서, 주민분의 안내로 벌목지를 함께 걷습니다.▶ 오후 4시, 숲 음악회사포저수지 옆 공터 (구례군 산동면 관산리 401)♬ 공연자- 오프닝 : 캄캄밴드- 살래 재즈 트리오와 옥수수- 김목인☞ 참가비 20,000 원 이상 (카카오뱅크 3333-11-3005007 이신지원)☞ 주최 : 지리산골프장백지화연대, 지리산방랑단, 동아시아에코토피아포스터배경 사진: @phoma_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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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 오늘
- 지리산 방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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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에 나무가 있어야지 골프장이 있냐) 음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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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층집에 나눔해주세요!
- 층층집에 모실 입주자를 선정했어요. 구례에 오고 싶은 이유도, 각자의 관심사도 다양한 분들이 신청해주셨어요. 층층집을 온기로 채워주실 분들이 참 반갑고 기대되어요.층층집 프로젝트는 정부나 재단에서 지원금을 받지 않아요. 지리산사람들 시민단체에서 입주자분들의 월세를 일부 지원할 뿐입니다. 보증금 2천만원도 개인 후원자의 도움으로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그러나 층층집엔 아직 필요한 물품이 남아있어요. 자세한 품목은 웹자보에 기재해두었습니다. 지리산 곁으로 온 새 이웃들을 두 팔 벌려 환영하는 마음을 듬뿍 담아 물품을 나눔해주시길 요청드려요.기재해둔 물품목은 총총이가 생각한 최소필요물품이에요.(감사하게도 여기저기 나눔해주셔서 현재난로와 식탁 의자만 구하면 됩니다!) 이외에 물품도(예: 에어프라이어, 전기포트, 집안을 꾸밀 장식 등) 얼마든지 선물해주실 수 있어요. 다만 불필요한 물건이 너무 많아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미리 연락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물품후원 시 연락망: 칩코 010-2구5육-팔115(카톡이나 디엠 선호해요:)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틀림없이 좋은 일이 생길거예요!! 마음으로 응원해주신 분들도 모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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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 방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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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층집에 나눔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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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다운파티의 두 번째 작은 콘서트
- 캄다운파티의 두 번째 작은 콘서트 <흙과 바람과 별과 농부_서와콩> # 기획자, 상글로부터의 편지 달콤한 매화 향기에 마냥 설레다가도 매년 빨라지는 봄꽃의 개화 소식과 이상한 흐름이 마냥 반가울 수는 없어요. 올해도 어김없이 호미를 들고 밭에 앉았지만 예측할 수 없는 기후변화에 농사를 잘 지을 수 있을까 걱정이 밀려와요. 서와콩은 합천에서 농사지으며 자연이 들려주는 아름다움을 시와 노래로 짓는 남매(서와&수연) 듀오예요. 서와가 쓴 시집 <생강밭에서 놀다가 해가 진다>를 같이 낭송하고 노래하는 자리를 마련했어요. 흙을 만질 때 살아있음을 느끼는 사람들과 이웃들에게, 그리고 살아있는 모든 존재들에게 서와콩의 노랫말이 아직은 우리에게 할 수 있는 일이 남아 있다는 메시지를 던질 수 있기를 바래요. - 일시 : 3월 17일 일요일 오후 4시 - 장소: 캄다운파티(구례읍 중앙로 25, 2층) - 신청: 인원수와 함께 문자(010-2075-140공) 혹은 DM(@cdp.gurye) 주세요. - 참가비: 어른/ 1만 5천원, 어린이/ 5천원 (음료 포함) ——————————————————————————— *서와콩* 서와콩은 서와&수연 남매듀오로 합천 황매산 기슭에 서식하며 퍼머컬처 방식으로 숲밭을 꾸리고 있는 농부이자 음악가다.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작은 존재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노래를 부른다. 서와는 시집 『생강밭에서 놀다가 해가 진다』를 썼다. ——————————————————————————— # 서와의 시들 “수수밭은 내 마음 같아 키우고 싶은 것만 키울 수 없는 마음 같아” - 「수수밭」 중에서 “나는 쓸모 있는 사람보다 오늘 본 밤하늘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 「오늘부터」 중에서 “그래도 괜찮아 사실 고래는 내 안에 살고 있거든 바다로 이 고래를 풀어 줄 수 있는 바다로 가기만 하면 돼” - 「바다 고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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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다운파티의 두 번째 작은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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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림사로 동안거 다녀온 상글이의 방구+단식일기
- #단식 1일차몸이 퉁퉁 부었다. 손가락도 발가락도 퉁퉁, 스마트폰은 어찌나 봤는지 눈도 시렵고, 종아리도 아팠다. 그동안에 쌓인 피로가 올라오는 듯 했다. 이사에, 축제에, 텃밭수업에, 공유회 준비로 하반기에는 쉼없이 달려왔던 까닭이다. 꼬리, 아림, 아라, 주옥쌤, 차라, 칩코 편안한 동지들과 함께 도림사에서의 5일을 보낼 수 있음이 감사하다.우리가 온다고 청소부터 보일러까지 신경을 많이 써주셨다. 방이 지글지글 따뜻해서 들어가자마자 꿀잠을 잤다. 핸드폰도 시계도 없으니 몇시간을 잤는지도 모르겠다. 쓰러져서 잠에 들었다.수행을 삶으로 사는 친구들이 옆에 있으니 이런 호강을 누린다. 덕분에 나를 지극히 살피는 시간이 있음에 감사하다. 이런 시간을 마련해준 친구들에게 나는 무엇을 나눌 수 있을까?#단식 2일차시계가 없으니 눈을 뜨면 지금이 몇시일까 생각하다 잠을 뒤척였다. 고요한 어둠 속에서 눈을 끔뻑이다 옆에서 울리는 첫 알람 소리를 들었다. 4시였다.아침에는 속이 메스꺼렸다.울렁거리는 와중에도 열심히 요가와 명상 일정을 해냈다. 아침일정을 마치고 잠깐 눈을 붙였다가 일어나면 몸이 개운하다.아림, 주옥샘, 아라와 도림사 뒤에 있는 동악산에 올랐다. 동근, 봄이랑 종종 올랐던 길이라 익숙하고 반가웠다. 단식 중인 내 발걸음에 속도를 맞춰주는 동료들 덕분에 산행이 편안했다.마지막 2km는 매우 가파랐다. 배고픔이 많이 느껴졌지만 쉬엄쉬엄 함께 숨을 고르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정상에 도착했다. 동악산을 둘러싸고 있는 능선들이 끝없이 펼쳐졌다. 저 멀리 우리들의 지리산도 보였다. 먹을 것이 없으니 그저 아름다운 경치로 점심을 대신했다.산에 다녀와서는 밤 무서운 줄 모르고 내리 잠을 잤다. 저녁을 먹지 않으니 시간이 많다. 고요한 밤이 참 길었다.#단식 3일차4시 알람을 듣고 일어나 공양간으로 오면 주옥쌤이 책을 읽고 계신다. 하루를 시작하며 처음 인사를 나누는 사람. 따뜻한 눈인사로 맑은 기운이 전해진다.속이 울렁거린다. 아침 명상을 하고 한 숨 자고나면 제 컨디션으로 돌아오니 다행이다.여여의 ‘0원으로 사는 삶’을 읽고 있는데 글에서 그녀의 여정이 눈에 선하다. 깨지고 부딪히고, 따뜻하게 안아주는 이야기에 푹 빠져 읽다보면 여여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글이 살아있다.아림이와 108배를 올리기로 했다. 참회문 한구절을 소리내어 읽고 절을 올렸다. 문득 이 순간 평화로운 상태에 머무를 수 있는 것이 감사했다. 종종 비구니스님인 친구를 찾아가 절에서 쉬었다가셨다는 엄마 생각이 났다. 엄마도 잠시 멈추어가는 시간이 필요하셨을까, 눈물이 핑 돌았다. 시야가 흐려져서 글자를 엉터리로 읽는 바람에 잠깐 웃음이 났다. 108배를 마치고 아림이가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아림과 진하게 함께 맞춰보는 첫 호흡이었다.사람들이 저녁예불을 드리는 동안 공양간 설거지를 했다. 몸을 비워내는 시간도 좋지만 함께 맛있게 먹는 시간도 의미가 있다. 그 시간에 함께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잘 먹어주는 이들이 있어 단식에 활기가 넘치니 감사할 일이다.#단식 4일차입이 바짝타고 메슥거림이 심해 힘겹게 요가를 마쳤다. 잠깐 잠든 사이 온갖 꿈을 꾸었다. 살아오면서 만난 인연들이 전부 찾아오는 느낌이다.빨래를 했더니 개운했다. 독소가 나오는 것인지 몸에서 쾌쾌한 냄새가 자꾸 신경쓰였다. 단식할때는 세제가 손에 안닿게하라하여 손빨래는 적게했다.도림사에 있는 동안 내게 가장 많이 찾아 온 메세지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고 사랑하라’였다. 살집이 붙은 내 몸이 맘에 들지 않아서, 다른 동물의 살덩이를 먹고 싶은 내 욕구가 불편해서, 몸이 정화되었으면 해서, 나를 불결하게 바라보는 시선에서 시작된 단식의 동기가 컸다.단식을 진행하는 동안 이만큼 건강할 수 있는 나의 몸에 감사하고, 지금 있는 그대로의 나를 완전한 상태로 바라봄에서 나를 사랑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 더 멋있어져야할, 더 깨끗해져야할 ‘나’가 아닌, 이로써 충분한 ‘나’라는 거. #보식 1일차집에 돌아왔다. 벌써 절에서 지낸 시간이 꿈같다. 배농장에서 동근이와 반가움 입맞춤을 나누고 봄이와 실컷 뛰어노니 집에 온 것이 실감이 난다. 집이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어 기분이 참 좋았다. 돌아올 수 있는 따뜻한 보금자리가 있음에 감사합니다 _()_어느새 처리해야할 것, 당장 해야할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마음이 조급해지니 천천히 주변을 살피는 것을 잊는다. 너그러운 마음상태로 주변을 챙기는 것을 잊지 말아야지, 그리고 나의 몸을 연인처럼 애정해주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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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림사로 동안거 다녀온 상글이의 방구+단식일기
실시간 지리산 오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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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형제봉, 반달가슴곰이 좋아합니다
- 윤주옥 (사단법인 반달곰친구들 이사) 기획재정부의 ‘지리산 산악열차 계획’(기획재정부와 하동군은 ‘하동 알프스 프로젝트’라 부름)으로 주목 받고 있는 지리산 형제봉(악양)과 반달가슴곰. 반달가슴곰들은 언제부터 이곳(지리산 형제봉)을 좋아했을까요? 1996년에서 1997년까지 야생 반달가슴곰의 흔적을 찾아 지리산 곳곳을 다닌 우두성 이사장(사단법인 반달곰친구들)과 마이타 소장(일본 반달가슴곰연구소)은 형제봉 일대, 특히 산악열차가 통과하는 것으로 계획된 ‘원강재’에서 야생 반달가슴곰의 흔적을 다수 발견하였습니다. ‘하동 알프스 프로젝트’ 대상지입니다. 붉은 선은 산악열차, 파란 선은 케이블카, 초록 선은 모노레일이며, 세 개의 선이 만나는 곳이 정류장(현재 형제봉 활공장)이고, 검은 색 원이 그려진 곳이 원강재입니다. (정태준 도면작업) 우두성 이사장이 제공한 사진을 보면 1997년 9월 30일, 원강재에서 2~3일 전에 나무를 할퀸 반달가슴곰의 흔적을 발견하였다고 되어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24년 전의 일입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형제봉 일대는 반달가슴곰의 삶터입니다. 1997년 9월 30일 원강재에서 발견한 반달가슴곰 흔적 (우두성 이사장 제공) 1996년, 1997년 당시, 화개, 악양, 청암지역 탐문 후 작성한 현장노트 (우두성 이사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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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봉 반달곰 프로젝트를 위하여
- 최지한 (지리산산악열차대책위 집행위원장) 1. 글을 요청받고, ‘지리산人’에 지리산 연대기라는 제목의 글을 연재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잠시 고민을 했다. 고민이란 것은 이렇다. 하나는 국립공원 50주년을 맞이하여 발간한 책에 이미 그 내용이 잘 정리되어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바로 전지구적인 기후변화 문제이다. 소식지에 실리게 될 이 글이 인쇄와 배포에 소비되는 자원과 에너지를 상쇄하고도 남을 수 있는 ‘가치’를 전달할 수 있을까. 습관적으로 ‘기후문제’를 입에 올리면서 대량의 자원과 에너지를 소비하는 이 일에 동참한다는 것은 너무나 괴로운 일이었다. 평소 지역 곳곳에 수십 부씩 배포되지만 제대로 읽혀지지도 않고 버려지던 모습을 보며 ‘과연 저렇게 계속 찍어대야 하는가?’라는 생각을 해왔던 터라 더욱 고민은 깊어져만 갔다. 그러던 어느 날 날벼락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2. ‘무릇 진보란 그 실제보다 훨씬 더 크게 보이는 법이다.’ -J.Nestroy, 피보호자 중에서 마을회관에 가면 ‘행복마을 콘테스트’ 우승 깃발과 상장이 걸려 있다. 그리고 상장의 하단부에는 다음과 같은 직책과 이름이 적혀져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황교안’. 지난 2017년 겨울, 많은 사람들이 거리에서 촛불을 들었다.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합니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긴 공방 끝에 들려온 헌법재판관의 판결 선고와 함께 봄은 찾아왔고, 세상이 바뀔 거라는 기대감에 들뜬 사람들도 많았지만, 또 다른 사람들은 지지하던 대통령의 탄핵 소식에 절망했을런지도 모른다. 항상 오는 봄이지만 특별하고 새로운 것만 같은 봄이 찾아왔고, 대통령 선거를 거쳐 ‘통합과 공존’, ‘특권과 반칙이 없는 세상’, ‘기회의 평등과 과정의 공정’을 국정운영의 기치로 내건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였다. 인천공항 비정규직 근로자 문제, 노후 원자력발전소 가동 중지, 남북정상회담, 한일 위안부 합의 파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파격적인 정책으로 추위와 맞서가며 촛불을 들었던 우리들의 바램이 실현되고 많은 문제들의 실마리가 풀려가는 듯 하였다. 국민들은 뜨거운 지지로 화답하였고, 정부와 여당은 압도적인 지지율을 등에 업고 기나긴 세월 동안 적체되어 있던 폐단들을 하나 둘 해결해 나가는 듯 보였다. 비로소 우리 사회가 ‘진보’하는 듯한 생각이 문득문득 들곤 했다. 그러던 어느날 정체불명의 불청객이 찾아왔다. ‘코로나19’로 불리는 병원체는 우리 사회와 전세계가 바로 직전까지 믿고 따르던 시스템을 파괴하기 시작했다. 국경은 폐쇄되었고 경제는 마비되고 전염의 가능성을 근거로 사람들 사이에는 벽이 놓이기 시작했다. 정부의 투명하고 신속한 대응으로 극단적인 감염 사태가 지나자 우리에게는 경제 문제가 닥쳐왔다. 그리고 그 해결책은 규제혁파를 통한 경제 활성화였고 그중에 하나가 관광산업 분야의 산지규제 특례 마련을 통한 ‘산림휴양관광진흥’이었다. 지난 봄 나에게 다가온 ‘진보’는 무엇이었을까? 3. 4대강 사업과 산림휴양관광진흥구역법 그리고 하동알프스 프로젝트 산림휴양관광진흥구역법 제정을 통한 산악관광활성화 대책을 접하고 난 뒤 불현듯 떠오른 4대강 사업의 모습들. 강을 정비하고 일자리 창출로 경제를 살린다는 명분으로 나라 곳곳의 하천에 가해졌던 그 폭력의 손길들. 습지와 모래톱을 끊임없이 뭉개고 파내던 수많은 굴삭기들이 이제 산으로 오른다. 산림보호법와 산지관리법으로 겨우 지켜지던 그 숲들이 이제 곧 사라진다. 더군다나 시범사업으로 선정된 것이 무엇인가 하면 ‘하동알프스 프로젝트’. 심지어 지금 사는 마을 근처에 정류장이 들어선다. 그리고 해발 1100m 형제봉 정상을 향해 일직선으로 기찻길이 놓인다. 형제봉이 자리한 지리산 남부능선을 경계로 마주하는 화개 쌍계사에는 화개 쪽 정류장이 들어선다. 그 둘은 형제봉 정상에서 만나고 그곳에는 관광객이 머물 호텔이 들어선다. 누구의 상상일까, 상상미술관도 들어선다고 한다. 여기까지만 해도 충격적인데 여기서 삼성궁을 향해 기찻길이 놓인다. 국립공원 구역을 피해서 7부능선을 훑고 구불구불 삼성궁을 향하여... 산악열차 15km, 모노레일 5.8km. 이게 제정신인가. 더 무시무시한 것은 이곳 하동에서 벌어질 일은 시범사업이라는 것이다. 다른 지역의 산에도 얼마든지 열차가 오르고 호텔이 지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쯤되니 미치지 않고서는 버틸 수가 없었다. 그래서 지금 나는 이 글이 많은 자원과 에너지를 소비하면서까지 누군가에게 읽혀질만한 가치가 있는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글을 쓰고 있다. 사진. 하동군수가 설치한 형제봉활공장 비행안내판에는 이곳이 반달가슴곰 서식지라 적혀있다 4. 형제봉 반달곰 프로젝트 2015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로 대관령 일대의 대대적인 개발을 위해 만들어졌던 산악관광진흥 정책이 산림휴양관광진흥이라는 이름으로 부활했다. 특별법을 제정하여 각종 규제를 풀어준다고 한다. 시범사업의 이름으로 시험대에 오른 하동알프스 프로젝트. 대규모 개발사업으로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발상이 아직도 이어지는 것을 보면 분명 진보는 실제보다 크게 보이는 것 같다. 지금 하동에서는 산악열차로 대표되는 하동알프스 프로젝트를 반대하는 데서 나아가 지역 사회와 자연 그리고 이러한 사업을 처음 제안한 하동군까지도 만족할 수 있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고민 중이다. 우리는 지금 발표된 하동알프스 프로젝트에는 반대하지만 새로운 프로젝트, 이름하여 형제봉 반달곰 프로젝트를 꿈꾼다. 봄이면 정상 아래 북사면 평전을 가득 채우는 박새군락, 능선부 탐방로 주변에 가득 피어나는 철쭉과 노랑제비꽃 그리고 군데군데 군락을 지어 소담한 꽃을 피워내는 산작약 군락지가 숨어 있는 곳. 여름 정상에 서면 굽이쳐 흐르는 섬진강을 바라볼 수 있고, 발아래 짙게 우거진 푸른 숲엔 하늘다람쥐, 담비, 삵, 노루가 뛰어다니는 곳. 가을이면 숲 곳곳에 쓰러진 신갈나무에서 피어나는 온갖 버섯들과 붉게 물들어 가는 단풍 그리고 옛 원강사지 한구석에서 하얗게 빛나는 주춧돌과 일주문의 초석이 있는 곳. 겨울이면 겨울잠을 자기 위해 반달가슴곰이 찾아오는 곳. 그리고 그 형제봉에 기대 마실 물과 각종 산나물을 얻고, 위안을 받는 산아래 사람들. 많은 사람들과 이미 그곳에 살고 있는 수많은 생명들이 함께 누릴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을 꿈꾸고 있다. 우리가 꿈꾸는 것들이 새로운 시범사업으로 거듭나길, 그리고 새로 제정될 특별법에 반영되어 사람도 자연도 함께 쉬어갈 수 있는 ‘산림휴양관광진흥법’이 될 수 있도록 다시 ‘한 걸음 나아갈’ 것이다. 우리 모두가 선택했던 ‘통합과 공존’의 원칙 그리고 그 다짐을 이젠 정부나 기관이 아닌 우리가 실현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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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봉 반달곰 프로젝트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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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삼재․정령치도로 전환연대” 출범선언문
- 오늘 우리는 지리산과 성삼재․정령치도로를 이야기하려 한다. 지리산은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공원이며 최대면적의 육상공원으로, 우리나라 산악의 대표성과 상징성, 역사성을 고루 갖춘 민족의 영산이다. 그런 지리산국립공원을, 성삼재․정령치도로는 쉽게 올라와서 놀다가는 관광지로 전락시켰다. 1988년 성삼재․정령치도로가 건설된 후 지리산국립공원 탐방객은 2배, 노고단 탐방객은 7배가 증가했다지만, 1,100m 고지까지 차량을 이용하여 쉽게 올라온 탐방객은 놀이공원에 갈 때와 똑같은 복장과 마음으로 1,507m 노고단을 한번 휙 둘러보고 가는 것이다. 그 대가로 야생동물의 서식처와 이동통로가 잘라져 수십년 동안 로드킬이 끊이지 않게 되었으며 도로를 통과하는 연간 45만 대에서 발생하는 자동차 배기가스와 소음, 냄새 등으로 지리산의 동식물들은 몸살을 앓아야 했다. 올림픽 관광객을 유치, 돈 좀 벌어보자는 단견에, 지리산을 뚫어 아스팔트 도로를 깔았던 1988년의 황폐한 시대정신이 가져온 결과이다. 친환경, 탈탄소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인식하기에 이른 오늘날에까지 이 낡은 유산을 그냥 두고 볼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는 진작부터, 국립공원 지정의 취지, 생태환경 보호를 생각한다면 당장이라도 성삼재․정령치도로의 아스콘 포장을 뜯어내어 원래 상태로 복원하는 것이 좋겠다고, 지금 당장 그럴 수 없다면 도로의 이용 방식이라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를 위해 오랜 세월 동안, 성삼재, 노고단 등에서 캠페인을 하였고 마을주민, 사찰을 만나 서로의 생각을 나눴다. 국회, 관련 기관 등과 공동으로 간담회, 대화마당, 토론회를 개최하고 정부의 정책적 결단을 촉구하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어떠한 변화도 없다. 하여 오늘 우리는 더 큰 목소리를 내기 위해 “성삼재․정령치도로전환연대”(이하 전환연대)를 출범한다. ‘전환연대’는 기후위기시대, 탈탄소사회로 가는 길에 성삼재․정령치도로는 어떠한 모습이어야 하는지 장기적으로 모색함과 함께, 당장의 과제로서, 일반도로인 성삼재․정령치도로를 국립공원도로화하여, 일반차량의 출입을 통제하고, 구례와 남원의 주민들이 공동운영하는 친환경 전기버스만 다닐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하는 바이다. ‘전환연대’는 이를 위해 모든 개인과 단체, 기관을 만나 이야기하고 협력할 것이다. 지리산국립공원을 사랑하고, 지리산자락 주민들의 지속가능한 삶을 원한다면, 반달가슴곰을 포함한 야생동식물과의 공존을 꿈꾼다면, 우리 자신과 미래 세대를 위해 탈탄소 사회로 가야한다는 절박함에 동의한다면, 모든 이들이 우리와 함께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2021. 4. 29 성삼재․정령치도로 전환연대 공공운수노조광전지부구례자연드리파크지회. 구례군농민회. 구례군여성농민회. 구례여성포럼.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지리산사람들. 남원시농민회. 기후위기남원시민모임. 사단법인 반달곰친구들. 실상사. 자연놀이터 그래. 전북녹색연합. 지구를위한작은발걸음. 지리산생명연대. 지리산종교연대. 진주환경운동연합. 화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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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삼재․정령치도로 전환연대” 출범선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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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국립공원 훼손하고 주민 동의 없는 서울~성삼재 고속버스 노선 폐지해야
- 윤주옥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대표) 요즘 나는, 여러 일들로 마음과 몸이 힘겹다. 코로나가 우리를 묶어놓는 사이, 기획재정부와 하동군은 악양 형제봉에 산악열차를 건설하겠다고 하고, 6월말부터 계속된 비에 텃밭의 작물들은 녹아내렸고, 8월 8일에는 섬진강댐 대량방류 등으로 구례읍, 구례 마산, 남원 금지, 하동 화개 등이 수장되어 수천억 원의 피해와 씻지 못할 상처를 남겼다. 여기에 하나 더, 지난 6월, 국토교통부는 굵직한 사안들 틈을 비집고 ‘서울에서 지리산국립공원 성삼재까지 고속버스 정기노선(이하 서울 성삼재 고속버스)을 인가하였다. 지리산에서 일어나는 일이니 지리산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는데, 그 중 내가 관심이 가는 부류는 이왕에 있는 도로, 서울 사람들 입장에서는 편해진 게 사실이라고 말하는 분들이다. 아, 그렇구나,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고개를 끄덕이다가 우리가 성삼재도로를 통해 지리산에 간 게 몇 년부터일까, 성삼재도로는 편한 거 말고 무슨 이익이 있는 걸까를 생각하게 된다. 몸과 마음으로 성삼재도로를 바라본다. 성삼재도로는 일제 강점기 일본인들이 지리산의 목재를 수탈하기 위해 만들었던 길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성삼재길은 한국전쟁 전후 빨치산 토벌 명목의 군사작전도로가 되었고, 1985년에 IBRD 차관 등 68억 원 예산으로 천은사에서 성삼재를 거쳐 반선을 잇는 너비 8m 포장도로로 재정비되었다. 성삼재도로 확포장 이유를 당시 정부는 1988년 서울올림픽 때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들이 지리산을 편하게 관광할 수 있게 할 목적이라고 했다. 그리고 지방도 861호라고 이름 붙였다. 성삼재도로가 포장되자 사람들은 버스, 승용차를 이용하여 성삼재까지 힘들이지 않고 올라가게 되었다. 성삼재에서 노고단 정상까지 1시간이면 오를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사람들은 더 이상 중산리, 백무동, 뱀사골, 화엄사 등을 지리산 산행의 시작점으로 택하지 않았다. 성삼재도로 개통 이후 지리산국립공원을 찾는 사람들의 50% 정도가 성삼재를 통해 지리산에 올랐고, 연간 50만대 이상의 차량이 성삼재도로를 이용하였다. 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성삼재도로가 포장된 이후 지리산국립공원 탐방객 수는 2배 이상 늘어났고, 노고단을 오르는 사람도 7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그리고 1991년 성삼재엔 11,670㎡ 규모의 주차장이 만들어졌다. 5월, 7~8월, 10월에 성삼재도로를 이용해 지리산국립공원을 가본 사람이라면, 성삼재 주차장으로 들어가려는 차량이 밀려 그 도로가 주차장이 된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1100m를 오르는 차량들의 곡예 운전, 잦은 브레이크 사용으로 인한 타이어 타는 냄새 등은 성삼재 주차장으로 이르는 길을 아수라장으로 만든다. 그러면 그 도로로 인해 차량과 사람의 방문이 늘어나면서 지리산 인근 지역사회는 경제적으로 덕을 보았는가. 그렇지 않다. 그 수많은 차량과 사람이 곧바로 지리산 위로 올라가게 되면서 인근 지역사회는 머무는 곳이 아니라 지나가는 곳이 되어버려 지역사회에 경제적으로 손실을 주었을 뿐이다. 성삼재도로는 지리산국립공원에도, 지리산자락 주민에게도 아픈 도로가 된 지 이미 오래이다. 나를 포함하여 지리산을 사랑하는 여러 사람들과 단체들은 성삼재도로의 역사와 이 도로가 지리산국립공원과 그곳에 사는 동식물에게 미치는 영향,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면서, 성삼재도로 이용 전환을 위한 여러 노력을 하였다. 1년에 하루만이라도 성삼재도로를 차 없는 도로로 만들자고 성삼재 걷기를 하였고, 지역주민들과 만나 성삼재도로 이용 전환을 위한 대화마당을 열고, 성삼재도로 주변의 외래식물을 조사하고, 국회에서 관련 토론회와 포럼을 개최하였다. 기회 있을 때마다 성삼재도로가 바뀌어야 지리산이 건강해지고, 진정한 의미의 국립공원, 국립공원의 가치와 존엄성을 공유할 수 있다고 강조하였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미 있는 도로인데.. 그런다고 현실적으로 어떤 변화가 가능하겠어?’ 딱 거기까지였다. 그런데 국토교통부가 서울 성삼재 고속버스를 인가하면서 성삼재도로에 대한 논의가 다시 시작되었다. 서울 성삼재 고속버스 인가 소식을 접한 구례군민들은 지리산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기 위해 노력한 구례군민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구례 땅인 성삼재까지 올라오는 정기노선 버스를 인가한 것에 분노하면서 당장 취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구례군민들은 말로만 요구하는 게 아니라 곳곳에 현수막을 걸고, 버스가 도착하는 토요일, 일요일 새벽 2시 30분에는 도계쉼터에서 버스를 막고, 승객들에게 구례군민의 분노와 협조를 전달하였다. 이러한 구례군민들의 반응을 바라보는 다른 지역사람들의 시선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구례군 버스는 성삼재까지 올라오면서, 정기버스에 대해서만 문제 삼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케이블카 추진이 어려워지니 그런 것 아니냐고들 한다. 구례군이 진정으로 지리산 환경을 생각한다면, 구례 성삼재 버스 폐지, 지리산 케이블카 포기 등을 선언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현재 상태에서 당국이나 지역주민들이 취할 수 있는 가장 간결한 대안은 지리산을 관통하는 지방도 861호를 국립공원도로로 전환하는 것이다. 성삼재도로가 국립공원도로로 전환되면, ‘구례~성삼재 군내버스’를 포함한 일반 차량의 통행은 막고 친환경차량만 다닐 수 있게 통제할 수 있게 된다. 그러면 지리산 방문자들에 의거해 살아가는 지리산 인근의 주민들의 경제적 삶에도 보탬이 될 수 있고, 지리산국립공원의 생태적 보전에도 도움이 되며, 지리산 방문자들에게도 별다른 불만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더 이상 필요 없어질 성삼재주차장을 자연상태로 복원하면, 백두대간 마루금을 연결하는 한반도 생태축 연결의 큰 꿈도 실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지리산 자연환경을 훼손하면서 케이블카를 설치할 필요가 없어짐은 물론이다. 이것이 지리산국립공원과 지리산자락 주민이 함께 선택할 수 있는 상생과 공존의 가장 간결한 방식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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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 오늘
- 지리산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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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국립공원 훼손하고 주민 동의 없는 서울~성삼재 고속버스 노선 폐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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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은 구상나무를 볼 수 있을까?
-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지리산사람들 대표) 2020년 6월 13일, 구례 오일장터에 모인 지리산권 5개 시․군(구례․남원․산청․하동․함양) 주민들은 “지금이 아니면 내일은 없다. 기후위기, 지금 말하고 당장 행동하라!”를 발표하고, <기후위기지리산비상행동>을 선포하였다. “지금이 아니면 내일은 없다”는 절박함은 2019년 9월 세계 185개국에서 760만 명이 참여한 사상 최대의 기후 파업으로, 우리나라에서는 9월 21일 전국 13개 도시에서 7천 5백 명이 함께 행동했다. 그렇게 시작된 대한민국 기후위기비상행동은 지금 이 시간에도 전국적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사진. 기후위기지리산비상행동 선언식 (오은별) 차고 넘치는 기후위기의 증거들에 민중들은 “지금 당장”을 외치며, 국가 정책의 근본적인 변혁을 요구하고 있지만 국회와 정부, 지자체의 대응은 말잔치뿐, 오히려 규제완화를 통한 토목공사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지리산권 5개 지자체는 한술 더 떠, 시범사업이라는 수식어까지 붙이며 케이블카, 산악철도, 모노레일 등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케이블카, 산악철도, 모노레일 등은 현행법으로는 가능하지 않은, 관련 정부부처도 난색을 표하는, 이미 불가능함이 증명된 사업임에도 앞뒤좌우를 살피지 않는 행정은 스스로 실력 없음과 천박함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지리산으로 향하는 개발 사업에 한 말은 많지만, 이번 지리산인에는 “기후위기와 지리산, 그리고 구상나무”에만 집중해보겠다. 지리산에 다녀온 지인들은 가끔 묻는다. ‘나무들이 많이 죽었어. 왜 그런 거야?’ 지인이 말하는 나무는 구상나무다. 구상나무(Korean fir)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서만 자생하는 고유종이며, 세계자연보전연맹에서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한 나무다. 구상나무는 아름다운 나무모양으로 서양에서는 크리스마스트리로 애용되어온 유명한 나무이다. 전문가들은 구상나무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1만 2천 년 전 빙하기가 끝난 이후 한반도에 퍼져 내려온 가문비나무나 분비나무가 남부 아고산생태계에 고립된 채 적응하면서 다른 종으로 분화해 구상나무가 생겨난 것입니다.” 구상나무에 빙하기의 흔적이 있다는 사실은 몹시 흥미롭고, 구상나무를 다시 보게 한다. 과거 지구의 흔적을 품고 있는 구상나무는 한라산에서부터 지리산을 거쳐 덕유산에서 북방한계를 이루며, 해발 900~1000m 이상의 높은 산에서만 살고 있다. 이렇게 특별한 곳에서만 살고 있는 구상나무가 곳곳에서 힘과 세력이 약해지고, 고사한다는 보도가 여러 언론매체를 통해 보도되고, 또 지리산 능선을 다니는 사람들에게 관찰되면서, 국민들은 걱정을 한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서 구상나무가 사라진다면 이는 지구상에서 구상나무가 사라지는 것과 같으니, 그 이유가 무엇이며, 우리의 힘과 노력으로 살릴 수 있는 건지 등을 관찰하고 논의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제안한다. 그림. 구상나무와 구상나무 열매 (김지석) 국민과 언론의 관심은 관련 정부 부처가 아고산생태계 상록침엽수 위기에 대응하도록 하여, 환경부는 「기후변화에 따른 아고산대 침엽수림 관리대책」을, 산림청은 「멸종위기 고산지역 침엽수종 보전・복원 대책」을 수립하여 시행하고 있다. 또한 2018년부터는 「고산지역 기후변화 취약생태계 연구협의체」를 운영하고 있고, 두 부처 간 공동목표를 향해 소속 기관(국립공원공단, 국립생태원, 국립산림과학원, 국립수목원 등)이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관련해서 2018년 국립공원공단은 지리산국립공원 반야봉 일대에서 집단 고사한 구상나무 94그루를 분석하여 발표하였다. 연구진은 구상나무의 고사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2017년 6월부터 6개월 간 나이테 분석을 통해 과거 생육정보를 조사했는데, 그 결과 고사한 나무들은 1960년부터 생육부진을 겪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기후변화에 따른 2월 기온상승과 3월 강우량 부족이 가뭄으로 이어져 이들의 생장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분석했다. 연구진이 2012년부터 2017년까지 6년간 지리산 반야봉 일대 2월 평균 기온을 측정한 결과, 평균 약 0.7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고, 기온이 올라가면서 적설량이 감소하고, 봄철에 눈이 녹으면서 토양에 공급되는 수분량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또한 같은 시기 3월 강우량을 측정한 결과 연평균 23mm씩 감소한 것으로, 강우량이 줄어들면서 토양 내 수분 역시 6년 사이 25.3%에서 8.8%로 16.5%p 줄어든 것으로 밝혀졌다. 구상나무는 5월부터 생육을 시작하므로 이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었다. 사진. 지리산 능선을 걷다보면 말라 죽은 채로 서있는 구상나무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구상나무는 지리산을 오르면 언제나 볼 수 있고, 늠름히 서 있는 모습이 지리산과 지리산이 품어온 민중의 삶을 보여주는 것 같아 반달가슴곰과 함께 지리산의 상징으로 이야기된다. 기후위기는 우리가 지리산을 걸을 때면, 언제나 볼 수 있는 “구상나무가 서 있는 지리산 능선”을 사라지게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것이 상상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것은 2012년 이후 반야봉에서 측정된 최고․최저기온 결과로도 알 수 있다. 국립공원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지리산국립공원 반야봉의 봄 평균기온은 2012년에 4.2℃에서 2019년에 6.4℃로 상승하였고, 가을 평균기온은 2012년에 5.6℃에서 2019년에 8.1℃로, 겨울 평균기온은 2011년에 –8.8℃에서 2018년에 –4.4℃로 관측되었다. 겨울 최고기온은 2014년에 4.1℃인 반면, 2018년에는 11.0℃로 상승하는 경향을 보이고, 최저기온 또한 2012년에 –24.2℃로 가장 낮게 관측되었던 것에 비하여 2018년에 –19.2℃로 관측되었다. 반면 여름 평균기온은 큰 변화는 없었다. 그림. 지리산국립공원 반야봉 겨울 평균 및 최고․최저기온 변화 (국립공원연구원) 2012년에서 2018년까지의 반야봉 온도변화만을 근거로 지리산과 반야봉, 반야봉에 살고 있는 구상나무에 대해 단정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지리산 1732m에 위치한 반야봉에 무슨 일인가가 일어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사람은 더우면 찬물로 목욕을 하고, 에어컨 빵빵한 실내로 들어가 쉬기도 하지만, 반야봉에 뿌리내리고 있는 구상나무는 갈 곳도, 피할 방법도 없으니, 그냥 그곳에서 몹시 더워하다가 삶을 마감하게 될 것이다. 이 대목에서 구상나무가 지리산에서, 우리나라에서,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것이 큰일이냐고 물어보는 분이 있을 수도 있겠다. 그분들에게 아인슈타인의 말을 전한다. “꿀벌이 지구에서 사라지면 4년 안에 인류도 사라진다” 기후위기는 구상나무를 한라산, 지리산, 덕유산 등에서 사라지게 할 것이고, 구상나무만이 아니라 또 다른 생명체들도 멸종하게 될 것이니, 그런 곳에서 우리 인간은 잘 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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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은 구상나무를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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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악열차는 안 된다고 호소하는 반달가슴곰 한 쌍
- 지리산 산악열차는 안 된다고 호소하는 반달가슴곰 한 쌍 나는 반달가슴곰의 눈을 보고 그만 반해버렸다. 깊고 맑고 투명한, 자연의 신비를 담은 그 눈. 단군신화의 주인공인 반달가슴곰, 지금은 천연기념물 제329호, 멸종위기야생생물 1급, 멸종위기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를 규제하는 협약 부속서Ⅰ등급, IUCN 적색목록(Red List) 취약종 등으로 불리는 그들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그저 ‘몸속에 값비싼 웅담을 지닌 보신용’ 동물이었을 뿐이다. 자료에 의하면, 1950년대 이전, 위험한 야생동물이라고 하여 한반도에서 포획된 반달가슴곰은 1300여 마리에 달한다. 1950년 이후에도 한국전쟁, 산업화로 인한 서식지 파괴, 웅담 채취 등으로 사라진 반달가슴곰이 1970년 현재 지리산에서만 약 200마리이다. 다시 세월이 흘러 1982년 반달가슴곰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반달가슴곰은 여전히 돈 되는 불법밀렵의 대상이었다. 반달가슴곰을 원하는 사람들, 그들은 40~60g 나가는 ‘곰의 간’을 탐한다. 단지 어떤 동물의 간이 보신에 이유로, 총, 함정, 올무, 덫 등 온갖 살상용 도구를 이용하여 죽여서 그 간을 꺼내는 존재, 이 지구상에 ‘인간’ 말고 또 있을까? 한반도 남쪽에서 그렇게 사라지던 반달가슴곰을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오게 한 건, 지리산에 설치한 한 방송국의 ‘무인센터 카메라’(이하 카메라)에 야생 반달가슴곰이 찍히면서였다. 2000년도의 일이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지리산에서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이 시작되었다. 혹자는 말한다. ‘여기에 살지도 않던 동물을 왜 다른 나라에서 데려다가 풀어놓느냐’고. 그 이유는 바로 우리가 여기 살던 반달가슴곰들을 죽였기 때문이다. 10마리도 아니고, 100마리도 아니고, 적어도 1,000 이상을 우리가 죽였고, 그래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러니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은, 반달가슴곰을 입으로는 ‘민족의 어머니’라 말하면서도 그 웅담을 얻기 위해 살상해온 우리의 역사, 그 역사에 대한 반성이고, 추악하고 잔인해진 인간성의 회복을 촉구하는 일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복원사업을 통해 간신히 명맥을 이어준 반달곰들을 위협하는 불법밀렵, 서식지 부근 난개발 등의 문제는 지금까지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우리는 그 때마다 그래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지만 또한 우리의 힘이 미약함에 절망하곤 했다. 그런데 그렇게 우리가 절망하는 순간마다 신기하게도 반달가슴곰이 나타나 우리 대신 사회에 경종을 울려 주었다. 2018년 ‘반달가슴곰 KM-55’(이하 반달가슴곰 개별 개체를 표현할 때는, KM-55 방식으로 표현)는 올무, 덫 등 잔인한 수렵도구 금지와 수거에 미온적이던 인간 사회를 향해 외쳤다. 불법 수렵도구를 없애달다고, KM-55는 백운산 골짜기에서 올무에 걸려 죽은 참혹한 모습을 통해 그렇게 절규했다. 환경부는 그 사건을 계기로 법을 개정하여 모든 올무와 덫을 불법화했다. 2018년 지리산에서 100km나 떨어진 수도산으로 KM-53이 발견되었을 때, 야생동물 전문가라는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그 곰은 일반적인 곰과는 다른 완전 ’또라이‘ 곰이라고, 잡아들이는 게 유일한 방법이라고, 아니면 계속 사고만 칠 것이라고. 논란과 논쟁의 그 순간, 사단법인 반달곰친구들과 국립공원연구원 남부보전센터에서 설치한 카메라에 반달가슴곰이 찍혔다. 이 곰은 나중에 KM-86으로 이름 붙여졌다. KM_86은, 우리 반달가슴곰들은 또라이가 아니다. 단지 배우자를 찾아, 먹이를 찾아, 다른 삶의 터전을 향해 떠난 것일 뿐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12월 16일), 지리산 산악열차 반대투쟁에 지쳐 있던 우리에게 또다시 흥분되는 소식이 날아왔다. 지리산 산악열차 예정지에서 최단거리로 413m밖에 떨어지지 않은 지점에서, 사단법인 반달곰친구들과 형제봉생태조사단이 설치한 카메라에 반달가슴곰 두 마리가 찍힌 것이다. 영상분석결과에 의하면, 반달가슴곰 두 마리 중 한 마리는 KM-61로 복원사업을 통해 지리산에서 출생한 수컷이라고 한다. 그리고 다른 한 마리에서는 발신기가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지리산에 원래 살던 야생 반달가슴곰일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했다. 지리산 형제봉에 산악열차, 모노레일, 케이블카를 놓겠다는 사람들은 이곳은 반달가슴곰의 주요 서식지가 아니므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니 사진 속에 등장한 이 한 쌍의 반달가슴곰이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거짓말 하지 마라. 지리산 형제봉은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곳이고, 그곳에서 우리는 짝짓기를 하고, 겨울잠을 나고, 새끼를 낳아 기른다고, 그러니 제발 이곳은 빼앗지 말아달라고. 이제 우리는 반달가슴곰의 메시지를 받아 관계당국에 다시 묻는다. 이런 상황에서도 지리산 형제봉 개발을 추진한다면, 그 개발을 막을 수 없다면, 국립공원, 천연기념물, 멸종위기동식물, 보호지역 등과 관련된 법과 제도, 정책은 도대체 왜 존재하는가 라고. 현재 단계에서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의 핵심이 되는 것은, 반달가슴곰들이 살 수 있도록 서식지를 보호하고 넓혀 나가는 일이다. 그러나 스스로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을 시작한 정부는, 대기업들의 이해와 요구를 뿌리치지 못하고, 반달가슴곰이 자리 잡고 살아갈 땅을 개발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라면 반달가슴곰 서식지를 파괴해도 괜찮다는 그러한 행태에서, 인간의 보신에 좋다는 이유로 반달가슴곰을 살상하여 웅담을 끄집어내던 그 추악한 탐욕의 행위가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나는 우리 인간이 풀과 나무, 동물을 적으로 규정하지 않는다면, 우리를 길러준 자연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양심이 있다면,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제발, 우리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어른일 수 있도록, 반달가슴곰이 살고 있는 땅은 그대로 놔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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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악열차는 안 된다고 호소하는 반달가슴곰 한 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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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일기] 벚꽃이 져야만 하는 이유
- 벚꽃이 져야만 하는 이유 글.칩코 조만간 버스타기는 글렀다. 내가 사는 마을엔 하루에 버스가 고작 여섯 번 오는데, 지금 시기가 되면 그마저도 불투명하다. 구례는 바야흐로 벚꽃의 세상이다. 상춘객들로 도로는 주차장과 다름없는 형국이니, 나 같은 뚜벅이가 아니더라도 사정은 같을 것이다. 하염없이 버스를 기다리면서도 마음은 설렌다. 들뜬 관광객들에 덩달아 신이 나고, 꼭 내 앞마당에 사람들이 구경오는 듯이 흐뭇하기도 한다. 지난 겨울부터 나무 공부를 시작했다.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아진 것도 딱 지난 겨울부터다. 정류장 옆에는 나무가 많다. 숲이 아닌 마을이나 읍내에서도 나무는 적지 않다. 나무의 수피와 겨울눈과 수영을 이리저리 노려보다보면 오히려 버스를 놓칠 뻔도 한다. 겨울이 지나고서는 그 빨갛던 겨울눈이 연두빛으로 차오르더니 마침내 피워낸 꽃을 구경하는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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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 오늘
- 지리산 방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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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일기] 벚꽃이 져야만 하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