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10(금)
 

앵초꽃이 울고 있다

 

김창승

 

앵초꽃이 울고 있다.

보라, 눈물을 흘리며 바르르

떨고 있지 않은가!

 

구례 산동면 사포마을 뒷산, 이곳에 자리 잡고 고향 삼아 꽃을 피우기까지 그 지난했던 세월이 얼마인데 겨우 동족이 모여 한숨 돌리는 짧은 봄이 되자 예고도 없이 무자비하게 베어내는 절단기와 포크레인의 공포스런 소리를 들어보라.

 

아름드리 소나무가 지리산 전령처럼 빽빽하게 들어찬 50만 평 지리산 산동 숲은 무참하게 베어지며 앙상한 모습으로 토사 먼지가 날리고 있다.

 

무엇 때문에 군사작전을 펼치듯 이렇게 쥐도 새도 모르게 생명의 숲을 전부(모두) 베어내고 있는가?

 

우리는 안다.

산속 친구 앵초도 알고 고라니도 둥지 새들도 안다. 골프장 사업권 인허가를 위해 수확벌채란 명목으로 속도전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작은 고을에 '골프장 건설 업무협약을 환영'한다는 이장단, 부녀회, 청년회, 체육회명의의 프랑카드가 400장 이상이나 약속이나 한 듯이 동시에 걸렸다.

 

이게 뭔가?

세뇌 작전인가, 찍소리도 하지 말라는 것인가. 자연으로 가는 길이라 하더니 친환경 지역라고 자랑 하더니 이제는 지역 숙원 사업이라며 골프장을 건설하겠다고 예정 임야 내에 축구장 30개 이상의 20 hr의 숲을 무차별로 베어내느라 정신이 없다.

 

눈이 있다면 가서 봐라.

도저히 맨정신으로는 두 눈으로 쳐다볼 수도 없는 참혹한, 이성도 대안도 협의도 없는 파괴의 현장을

 

입을 막는다고, 현수막으로 현혹한다고 커튼 같은 잡목숲 뒤에서 작업한다고 모를 것 같은가! 꽃이 알고 새가 안다.

그리고 말 없는 민초들이 안다.

 

나쁜 놈들, 벼락이나 처맞아라!

이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숲이 사라지고 그 아래 살던 마을도 사라지면 그다음에 무엇이 남겠는가?

 

골프장에 고용된 주민, 몇 푼 음식값에 영혼을 버린 사람들, 오도 가도 못하고 하늘만 쳐다보는 농약에 찌든 노인들만 남게 될 것이다.

 

, 이것이 자연으로 가는 길이었구나. 불과 50m 앞까지 다가온 절단기와 포크레인 소리에 바르르 떨고 있는 앵초꽃이 가엽다.

 

 

<구례 산동면 사포마을 골프장 건설 예정 임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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