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7(화)
 

섬진강 편지

- 어머니

 

강물이 얼마나 불어났나 보려 섬진강 문척다리를 건너 가는데 반대 차선에서 할머니가 위험하게 보행기를 밀고 온다.

서둘러 갓길에 차를 세우고 달려가 할머니의 보행기를 인도 쪽으로 옮겨 놓고 할머니에게 이쪽으로 가야한다하니

그쪽은 좁아서 그냥 차도로 가고 싶단다.

 

그냥 가시라고 하면 다시 차도 쪽으로 가실 것 같아 보행기를 밀며 한참을 할머니와 함께 걸었다.

 

98세 나이에 십리 너머 읍내에 사는 막내딸 주려고 장맛비 잠시 그친 틈으로 수박 두 덩이와 참외 다섯 개를 싣고 가시는 길이다.

 

십리 길이지만 할머니 걸음으로는 두 시간은 족히 걸릴 것 같다. 장대비가 비가 쏟아지지 않은게 천만다행이었다.

딸에게 전화해서 가져가라 하지 그랬냐니까 딸은 먹고 사느라 바빠서 갔다 줘야 쓴단다.

 

, 그랬지. 그랬었지요

우리는 늘 우리들 먹고 사느라 바빠서

어머니 전화도 서둘러 끊었지요

 

고맙소 고맙소 들릴 듯 말 듯 인사를 몇 번이나 건네며 가시는 할머니의 뒷모습을 한참 쳐다보다 돌아왔는데

마을방송에서 누구 누구 어머니의 부음이 들려온다.

 

장마 틈사이 능청스럽게 푸른 하늘을 올려본다.

어머니!

 

 

 

-섬진강/ 김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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