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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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을 그대로 ⓒ 최상두

 

 

천왕봉, 반야봉과 함께 지리산의 3대 봉우리인 노고단 정상에서 지난 23'923지리산기후정의행진' 행사가 열렸다. 지리산 권역의 대규모 개발을 우리의 힘으로 막아내자며 기후정의(氣候正義)를 외치는 함성이 울려 퍼졌다.

 

지리산지키기연석회의 등 5개의 시민사회 환경단체 회원들과 참가자들은 이날 오전에 지리산 성삼재 주차장에 모여서 기후정의를 외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노고단 정상까지 초가을 산길을 걸었다. 이곳에 모인 참가자들은 지리산을 지키는 것이 지구를 지키는 첫걸음이라는 결의했다. 이날 서울 등 전국 각지에서 수 만 명이 참가한 가운데 '923 기후정의행진'이 열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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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가 아파요 ⓒ 최상두

 

기후정의 운동은 2000년에 네델란드 헤이그에서 개최된 '기후정의 정상회의' COP6에서 출발하였다. 이후 2007년에 인도네시아 발리의 COP13에서 '기후정의네트워크'로 조직화하였다. 이 운동은 기후위기가 인권 문제, 민주주의 문제, 자본주의 문제라고 보고 기후불평등을 만든 체제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에서는 2011년에 '기후정의연대'가 출범하였다. 이들은 기후위기를 환경문제만이 아닌 민주주의 퇴보와 경제적 불평등 같은 사회문제로 보고 정의로운 기후위기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2022924일 여러 사회단체가 참여하여 '924기후정의행진' 행사를 개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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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수댐 백지화 ⓒ 최상두

 

지리산 국립공원은 경남 함양, 산청. 하동, 전북 남원과 전남 구례의 5개 시군에 걸쳐 있다. 이 지역은 지역 경제와 관광 활성화라는 명분으로 케이블카, 산악열차, 골프장과 양수댐 건설 등으로 대규모 환경파괴 공사가 현재 계획 중이거나 진행되고 있다.

 

경남 산청군은 지리산케이블카 설치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공원계획 변경안을 지난 6월 말에 환경부에 제출했다. 산청군 시천면 중산리에서 장터목 부근까지 3.15구간에 총 1179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2029년까지 케이블카 설치 공사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지리산 권역의 지자체들은 과거에도 지리산 케이블카 사업을 신청하였고 환경부에서는 공익성이 부적합하다며 반려한 사례가 있다. 그래서 산청군의 지리산케이블카 설치 사업 재추진을 지리산 권역의 다른 시군에서는 주시하고 있다.

 

이 지역 환경단체들은 산청군의 케이블카 설치 추진에 반대하며, 지리산케이블카반대 산청·함양 주민대책위원회를 결성하여 공동 대응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전북 남원시는 지리산 국립공원 구룡폭포의 육모정 인근부터 지리산 자락인 내기마을을 거쳐 지리산 백두대간 주능선인 정령치(1,172m)까지 약 13km(60번 지방도와 737번 지방도) 도로 구간에 지리산 친환경 전기 열차를 개설할 계획이다.

 

남원시와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고기삼거리에서 고기댐 사이 1km 구간에 시범 노선을 설정하여 설계 중이며, 이 시범 노선을 우선 시행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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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악열차 백지화 ⓒ 최상두

 

전남 구례군은 지난 5월 말에 한국중부발전과 500급의 문척면 양수력발전소 계획 업무협약을 체결하였다. 이 공사는 15천억 원의 대규모 사업비가 들어가며 건설 기간은 7~10년 정도로 예상되는 대규모 공사이다. 구례군은 지역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오는 11월 무렵에 유치 신청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양수력발전소는 상부댐, 수로터널과 하부댐이 필요한 거대한 구조이다. 상부댐은 구례군 문척면 계족산(702.8M) 아래의 높은 위치에 조성하고, 하부댐은 중산천 계곡에 건설할 계획이다. 이 상부댐과 하부댐을 연결하는 수로터널을 산기슭 지하에 설치하고 발전소 시설을 갖추는 것이다.

 

구례군은 지난 3월 시행사 및 시공사와 산동면 관산리 사포마을 가까운 지리산 산기슭에 골프장을 개발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마을은 지리산 성삼재에서 가깝게 보이는 마을로 농업유산인 다랑이논의 아름다운 자연 풍광으로 유명하다.

 

이곳 사포마을 지리산골프장 예정지는 멸종위기 야생동물인 수달, 삵과 담비 등이 서식하는 청정한 자연 생태계 지역이다. 이 지역에선 과거에도 골프장 건설을 추진하다가 지역 주민의 반대로 개발사업이 철회되었다. 구례군은 지리산 온천랜드 지역 관광활성화와 연계하여 골프장 건설을 재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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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리산 골프장 백지화 ⓒ 최상두

 

성삼재에서 노고단까지 이어진 기후정의행진

 

성삼재는 고리봉에서 종석대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마루금의 고개이다. 노고단은 신라 시대에 화랑들이 심신을 연마한 장소이며, 지리산 산신인 노고 여신을 제사 지내던 단이 있던 신령한 산봉우리이다.

 

노고단의 초가을은 지리산의 산봉우리들이 맑은 하늘과 맞닿은 아련한 마루금이 선명하게 보이는 풍경에서 시작한다. 노고단으로 향하는 지리산 트레킹 산길에는 억새밭이 하얀 물결의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923지리산기후정의행진'참가자들은 기후정의를 주장하는 다양한 문구의 손팻말을 들고 초가을 산길을 걸으며 지리산 방문객들을 만났다.

 

이산화탄소를 없애주는 숲과 나무를 베지 말아주세요!

지구가 아파요, 우리도 아파요!

미래를 지키려면 지금 당장 지리산을 그대로!

우리 스스로를 구원하고, 우리 서식지를 지키자!

국립공원 개발사업? 정신 차려! 이젠 기후정의 실현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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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리산케이블카 백지화 ⓒ 지리산사람들

 

노고단으로 가는 길은 늦은 여름꽃과 이른 가을꽃이 함께 어울렸다. 쑥부쟁이, 수리취, 오이풀, 동자꽃, 벌개미취, 물매화, 산비장이, 꽃향유수많은 꽃이 삽상한 자태로 더없이 맑고 푸른 계절에 지리산의 평화로움을 노래하고 있었다.

 

이날 행사를 기획하고 추진한 '지리산사람들'의 윤주옥 대표가 말했다.

 

"이곳 지리산 천왕봉과 반야봉 산록에 구상나무가 말라가고 있어요. 하얗게 변한 구상나무 줄기가 지리산과 지구에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지요. 지리산과 지리산 마을에 닥치는 대규모 개발사업들이 이젠 멈추길 염원해요. 지금 이대로의 지리산을 꿈꾸며 바라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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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대로 자연 ⓒ 최상두


노고단 정상에서 참가자들은 웃으면서 저기 보이는 아랫마을은 어디인지 저 산줄기의 끝은 어디로 이어지는지 헤아려 보았다. 노고단 돌탑 앞에 펼쳐진 현수막들이 하늘을 향해 외치고 있었다.


"지리산 산악열차 백지화!"

"지리산 케이블카 백지화!"

"지리산 골프장 중단하라!"

"구례 양수댐 중단하라! 제발 그만하라!"

 

지리산 노고단의 높은 언덕에서 참가자들은 마음이 든든했다. 섬진강도 반야봉도 천왕봉도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맑고 푸른 가을날이다. '923지리산기후정의행진'을 마무리하는 참가자들의 외침은 길게 여운으로 남았다.

 

"지리산을 그대로! (그대로!)"

"지리산아, 고마워! (고마워!)"

 

지리산의 수많은 봉우리와 수많은 골짜기가 참가자들의 외침에 메아리로 호응하는 듯했다. 영원히 그립고 가슴 울컥할 외침이고 메아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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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을 그대로 ⓒ 최상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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