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목서가 피던 날 생각나는 책 하나...
정채봉 작가의 멀리가는 향기
마당에 향기 가득한 은목서를
보고 있으니 책 한 권이 떠오른다.
< 10월 마당에 은목서 향이 가득하다>
정채봉 작가의 멀리 가는 향기라는 책이다.
아주 오래전에 이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책이 부제목이었다.
구례에 가까운 순천에서 태어난 정채봉님의 책이다.
그는 1998년 간암 선고를 받고 2001년에 세상을 떠났다,
정채봉님의 마지막 소원이라는 시를 보면
기억에 없는 어머니를 만나보는 것이라고 했다.
- 정채봉,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하늘나라에 가 계시는
엄마가
하루 휴가를 얻어 오신다면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반나절 반 시간도 안 된다면
단 5분
그래, 5분만 온대도 나는
원이 없겠다
얼른 엄마 품속에 들어가
엄마와 눈맞춤을 하고
젖가슴을 만지고
그리고 한 번만 이라도
엄마! 하고 소리내어 불러보고
숨겨 놓은 세상사 중
딱 한 가지 억울했던 그 일을 일러바치고
엉엉 울겠다.
다음은 멀리가는 향기 책 중 일부다.
어느날 갑자기 암 선고를 받고 괴로워하던 이씨.
"한번 멋지게 살아보지도 못하고 이렇게 죽게 되다니…."
그는 이불섶이 흥건히 젖도록 울었다. 지나온 날들이 후회와 원망뿐이었다. 며칠 후,
병원으로부터 오진이라는 전화를 받았다. 그러나 갑자기 돌 틈에 피어 있는
꽃 한송이, 공기 한 모금, 주변의 사소한 것들까지 소중하게 느껴졌다.
그는 그제서야 행복을 제대로 본 것 같았다. 의사가 다가와 조용히 말했다.
"위기의 고비를 넘긴 사람은 대개 당신과 같이 이 순간이 인생의 첫걸음인 것처럼 감격하고 다짐을 새로이 하지요.
허나 그것도 잠시입니다. 며칠 지나면 다시 자기가 무한하게 살 것처럼 욕심을 부리고 몰염치해집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죽음은 어느날 갑자기 꼭 온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니 하루하루를 당신의 최고의 날인 동시에 최후의 날인 것처럼 생각하고 사십시오."
일상에 지친 분들이 있다면
정채봉님의 어른들을 위한 동화 시리즈를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