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15(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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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류요선 : 운봉목장 초원 산철쭉]

 

1990년대 후반 어느 봄날에 운봉읍 용산 마을에서 운봉목장 초원을 거쳐서 바래봉으로 올라가는 길이었다. 

당시에 운봉목장 초원은 그 가운데 길이 있어  관광객들 오고 갔다. 산철쭉이 활짝 피어 있고, 그 옆 습지 풀밭에 이름 모를 하얀 꽃이 피었다. 비가 내린 직후여서 산철쭉잎에 빗방울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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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류요선 : 달궁 쟁반소 부근 밤하늘 별 사진]

 

하동군 화개면에서 버스를 내려 쌍계사 방향으로 걸었다. 화개 장터는 김동리의 소설 역마의 무대이다. 화개 장터는 남해안, 호남평야와 지리산 기슭의 물산이 모이는 곳이다. 지리산의 고사리 꺽느라고 1년 중에 봄이 가장 바쁘다는 칠불사 아래의 범왕 마을에서 하룻밤 자고, 토끼봉으로 올랐다. 반야봉에서 4월의 하룻밤을 지냈다. 반야봉에서 계곡을 타고 심원 마을로 내려왔다. 

 

달궁 쟁반소 위에 즐겨 찾는 숙영 장소에 머물렀다.  지리산 높은 계곡의 4월은 진달래는 피었고, 나뭇가지는 잎이 아직 나오지 않은 때였다. 30분 정도 노출을 주고 밤하늘의 별을 사진에 담았다. 북쪽 하늘을 보고 별을 찍으면 회전을 하고, 남쪽 하늘을 보며 별을 찍으면 직선으로 떨어진다. 이 사진 아래의 별은 아마 오리온자리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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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류요선 : 치밭목 산장 일출]

 

겨울이었다. 뱀사골로 지리산에 올라가서 치밭목산장까지 이동하여 갔다. 당시 치밭목 산장에는 수십 년을 지리산과 산장을 지킨 유명한 산지기가 있었다. 치밭목산장에서 잠을 자고 앞마당에서 아침 일찍 일출 사진을 찍었다. 사진의 가운데에 피사체를 넣으면 사진에 힘이 없다. 사진을 크게 찍을 때는 가운데에 피사체를 넣기도 하지만, 대개 3분의 1 지점에 넣는다. 역광이니까 사진이 다 까맣게 나온다. 


겨울 산은 산장에서 잠을 자도 정말 춥다. 납작한 물통이 있었다. 뜨거운 물을 물통에 넣어서 침낭 마닥에 넣고 잔다. 그 당시에 저녁 9시나 10시쯤에 지리산 종주팀이 산장에 들어왔다. 새벽에 들어온 팀도 있었다. 그 사람들에게 제법 뜨거운 납작한 물통을 건네주면 환상적이라고 했다. 추운 겨울 지리산에서 밤에 산길을 얼어붙은 몸으로 헤치고 왔는데 따뜻한 물통의 온기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마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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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류요선 : 달궁 쟁기소 부근 계곡 느티나무]

 

뱀사골에서 성삼재 올라가는 지방도로에서 달궁계곡 쟁기소 부근을 내려다보고 사진에 담았다. 느티나무잎이 푸르다. 계곡에는 짙은 나무 그늘이 자리를 잡았다. 비가 와서 싱그럽게 깨끗한 나뭇잎의 색채가 드러났다. 달궁까지 첫 버스를 타고 왔다. 한참을 걷다 보면 아침 햇빛이 계곡을 비춘다. 


황금빛의 화가라는 수식어가 따르는 오스트리아의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1862~1918)가 있다. 여인들의 초상화도 많이 남겼지만, 찬란한 색감의 전원적 서정성이 풍부한 풍경화는 참 좋았다. 사진을 찍는데 많은 시사점을 주었다. 


달궁에서 버스를 놓치면 뱀사골까지 걸어야 했다. 달궁에서 뱀사골까지 하루에 버스가 두세 차례뿐이었다. 일부러 사진 찍기 위해서 걸어다니기도 했지만, 버스를 놓치게 되면 이제 풍경을 찾아 천천히 걷는게 다반사였다.


자작나무 숲이다.  우리나라의 자생이 아니고 산림청에서 조림하였다. 달궁 자동차야영장 건너편 화전 자리에 자작나무가 수백 그루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었다. 이 사진에 찍은 자작나무는 작은 편이다. 


일반적으로 좋은 풍경이 있다고 하면 우르르 몰려가서 유명한 장면을 찍는다. 일본 풍경 사진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마에다 신조(1922~1998)가 있다. 류요선 작가는 마에다 신조의 서정적인 풍경 사진에 영향을 받아 그냥 걸으면 사진 찍을 장소를 우연히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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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류요선 : 달궁 자동차 야영장 부근 자작나무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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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요선 작가의 지리산 사진 이야기 [둘째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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