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15(수)
 

줬으면 그만이지.jpg

 

이 책의 제목을 보고 생각나는 사람이 둘 있다.

프라도 신부님과 한의사 허준이다.

 

오래전 종교 관련 글에서 본 것 같다.

프라도 수도회 신부님의 체험기다.

서울부터 부산까지 주머니에 돈 한푼 없이 가는 체험이다.

밥도 얻어 먹어야 하고 먼 거리니 기차를 몰래 타거나 얻어 타야한다.

처음에는 체면 때문에 배고픔도 참고 걸으며 오기도 부렸지만

먼거리니 오기 만으로 해결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길가는 사람에게 부탁도 하고 밥도 얻어 먹으려 하지만 체면이 말이 아니다.

좀체로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어쩔수 없이 구걸하게 되는데 이 구걸이란게 인간이 할 짓이 아니란 걸 깨닫는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최소의 '인간 존엄성' 즉 자존심을 내려 놓아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 신부님은 이 인간의 존엄성, 소위 체면이나 자존심이란걸 내려 놓고 부산까지 겨우 도착했다.

이후 신부님은 구걸하는 사람에게 어떤 의문도 어떤 의심도 하지 않고 도와주었다는 야그.

 

길거리에 깡통하나 놓고 쭈구리고 앉은 거지에게 돈 한푼 던져 주지도 않으면서

일을 할 수 있는데 안한다느니, 뒤에서 누가 조정한다느니, 불구자가 아닐 수도 있다느니...

그러나 그 거지는 인간이 가져야 하는 최소한의 존엄성도 내려놓고 엎드려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가장 불쌍한 인간인 것이다.

인간에게는 누구나 '인간 존엄성'을 가지고 있다.

그것을 내려 놓았을 때 인간은 추락한다.

추락의 원인은 많을 것이다.

없어서, 혹은 너무 많아서.

없거나 많은 것이 돈일 경우가 많겠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감정이거나 건강이거나 사람(가족)이거나....

추락의 순간도 길지는 않을 것 같다.

찰라일 수도 있다.

그 순간 누군가의 손길이 있다면 구원 받을 수 있다.

살면서 그 구원의 손길을 누군가에게 내어준 경험이 있다면

그의 삶은 누가 알아주던 알아주지 않던 위대하다.

 

[아름다운 부자, 김장하 취재기]를 읽으면 그는 서랍에 돈을 넣어놓고

와서 도움을 청하는 이에게 무조건 내어 주었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개인의 즐거움이나 정치적인 일에는 도움을 주지 않았다.

학업이나 문화, 예술 사업같은 일에는 사람을 가리지 않고 도와주었던 것 같다.

마치 돈은 가지고 있으면 안되는 물건이라도 되는 양 퍼 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리고 또 한사람!

때로 내가 책을 읽고 남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 있다.

너무 재밌거나 내용이 훌륭해 가족이나 친구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 있어 많은 이 나눈 책이 있다.

그중의 하나가 '허준'인데 너무 오래되 책 제목이 허준인지 동의보감인지는 잘 생각이 안난다.

좌우간 인간 허준에 관한 책이었다.

그러니까 한의사 김장하의 취재기를 읽으며 다시 오래 전에 읽은 한의사 허준이 생각 난 것이다.

아픈 사람을 고쳐주는 것도 훌륭한데 그들에게서 받은 돈은 아픈 사람을 고쳐준 돈이기에 내자신을 위해서 쓰이면 안된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이 참으로 남 다르다. "내가 배우지 못했던 원인이 오직 가난이었다면, 그 억울함을 다른 나의 후배들이 가져서는 안 되겠다 하는 것이고, 한약업에 종사하면서, 내가 돈을 번다면 그것은 세상의 병든 이들, 곧 누구보다도 불행한 사람들에게서 거둔 이윤이겠기에 그것은 내 자신을 위해 쓰여져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또한 이미 준 것에 대해서는 생색내기를 제일 싫어했는데 "한번 줬으면 그만이지" 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거지에게 한푼 던져주면서도 쓰임새를 생각하는 사람들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그는 학문이 짧았지만 스스로 책을 읽고 정진하며 진보적인 삶을 살아왔다.

모두가 그렇게 살기를 바라지만 그런 사람 찾아보기 힘든 이유는 그렇게 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스스로 정진하기를 게을리 말아야 할 것은 바른 '인간의 길'이다.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줬으면 그만이지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