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6-12(수)
 

지리산 지역 에너지 전환-에너지 자립공동체, 어떻게 가능할까

 

박승옥(햇빛학교 이사장)

 

나뭇잎보다 더 효율이 좋은 태양광 집광장치는 없다

 

2023년 겨울 날씨가 예사롭지 않다는 사실을 다들 느끼시고 계실 것입니다. 기괴하게 변하고 있는 이상 기후는 전세계 거의 모든 지역에서 사람들을 두려움에 휩싸이게 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알고 있듯 기후변화는 화석연료를 불태워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를 급격하게 상승시켰기 때문입니다. 산업화 이전 평균 이산화탄소 농도는 약 280ppm이었습니다. 202311월 평균 이산화탄소 농도는 420.46ppm입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 지구시스템연구소(ESRL)의 해발 3,396미터 청정지역에 있는 하와이 마우나로아 관측소 측정값이 그렇습니다. 1년 전인 202211월은 417.47ppm이었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온실가스는 여전히 하루 1억톤 이상 무지막지하게 대기 중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줄기는커녕 계속 가파르게 증가하기만 합니다.

 

창백하고 푸른 지구별에서 이산화탄소를 대규모로 흡수 저장하던 생태계 보물 창고가 두 군데 있었습니다. 바다와 숲입니다. 그런데 그 보물 바다와 숲이 파괴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골프장에 석산에, 심지어 태양광 발전소까지 앞다투어 숲 살육 속도전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거대한 태양광 집광장치인 나무를 모조리 잘라내고 효율이 20%도 채 되지 않는 태양광을 설치하겠다는 한국인의 그 용맹함이 그저 감탄스러울 따름입니다.

 

전기, 절약이 최고의 생산이다

 

우리는 매일매일 물처럼 전기를 씁니다. 전기요금이 너무나 싸기 때문에 얼마나 사용하는지 확인도 하지 않고 마구마구 소비합니다. 우리나라 전기는 석탄과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전기가 60%, 핵발전 전기가 30% 정도입니다.(2022) 둘을 합하면 90%입니다. 해바람물로 만든 재생에너지 전기는 7%도 채 되지 않습니다. 전세계를 통틀어 화석연료 발전 전기가 80% 이상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알아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1kWh 전기의 힘은 파리 에펠탑 꼭대기에서 맨손으로 땅에 있는 소형 승용차를 꼭대기까지 끌어올리는 힘과 같습니다. 4인 가족이 젖먹던 힘까지 다 끌어모아 용을 써도 못 끌어올립니다. 오직 수퍼맨이나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한 달에 단돈 몇 만원으로 수백 명의 수퍼맨을 머슴으로 고용해서 사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물론 지속불가능한 삶입니다.

 

석유와 가스, 석탄은 지구별이 21세기 인류에게만 사용허가를 내 준 자원이 아닙니다. 우리는 우리의 손녀손자들 저금통장을 미리 꺼내 훔쳐쓰면서 마음껏 풍요를 즐기고 있는 중입니다.

우리의 딸아들 손녀손자, 아니 내 자신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서도 전기는 거의 혁명 수준으로까지 절약해야 합니다. 그게 재생에너지 지역자립 체제로 나아가는 첫 번째 실천입니다.

 

우리는 20세기 내내 오직 개발과 성장 이데올로기만을 최고의 우상으로 섬기며 좌고우면하지 않고 일로매진해 왔습니다. 그 결과 한국은 이제 전세계가 부러워 하는 풍요로운 선진국이 되었습니다. 도처에 상품이 홍수처럼 넘쳐나고 도처에 일회용품으로 가득찬 쓰레기 봉투가 거대한 산더미처럼 쌓여만 갑니다.

물론 이 또한 지속불가능합니다.

 

코비드19 사태 초기에 사람들의 이동 자체가 제한되면서 온실가스 배출이 처음으로 줄어든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때 뿐이었습니다.

지금 세계는 다시 성장성장성장 하는 주문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사람들은 바이러스에게 분풀이라고 하듯이 봇물처럼 자동차와 비행기를 타고 여행여행여행을 외칩니다.

 

에너지 전환, 어떻게 가능할까

 

기후지옥으로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 지금 우리는 당장이라도 급속하게 화석연료 발전소를 폐쇄하고 햇빛발전과 바람발전을 늘려야 합니다. 해바람물 전기 등 100% 재생에너지 체제로 전환(RE100)할 수 있는 기술과 방법은 이미 다 제시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왜 에너지전환이 안되는지는 다 아시고 계실 것입니다. 한국의 여의도 정치와 미디어, 화석연료 기업들의 기득권 카르텔 때문에 그렇습니다.

이른바 선진국에 속한 20여개 국가가 전체 온실가스의 80% 이상을 배출합니다. 한국의 온실가스도 한수원 등 공기업과 포스코 등 민간 기업 100여개가 90% 이상을 배출합니다. 포스코 1개 기업이 약 13%를 배출합니다.

 

당연히 이런 기득권 정치경제 카르텔 구조를 바꿔야 합니다. 잘 바뀌지 않는다고 손놓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기득권 체제를 바꾸고자 하는 주권자의 정치행동 이전에 지역에서부터 주민들이 직접 에너지전환을 실천하는 것이 에너지체제 전환의 핵심입니다.

 

햇빛발전과 바람발전 등 자연에너지 발전소는 무언가를 불태워 시꺼먼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를 마구 내뿜으며 전기를 만들지 않습니다. 그냥 가정집과 건물, 축사, 창고 등의 지붕 위에 햇빛발전소를 올려놓거나 바람 잘 부는 골짜기 입구에 바람발전기를 세우기만 하면 됩니다. 전기 생산 자체가 간단합니다. 동네 앞 시내물 여기저기에 소수력 발전소를 세워 동네에서 전기를 사용하면 됩니다.

해변가나 해상에 메가와트 단위의 대형 바람발전이 들어설 수도 있습니다. 큰 공장의 지붕과 농수산물 시장과 같은 대형 건물의 지붕에도 메가와트 단위의 햇빛발전소가 들어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는 소형 중심으로 방방골골 구석구석이 발전소인 분산형 에너지입니다. 집중이 아니라 분산이 재생에너지의 핵심입니다. 지역 에너지 자립과 자치가 우선입니다. 핵과 화석연료와 달리 해 바람 물은 청구서도 보내지 않습니다.

 

왜 에너지 전환이 잘 안될까

 

에너지 주권자인 지역 주민 모두가 전력 생산자이자 소비자가 되어야 비로소 에너지전환이 가능해집니다. 재생에너지 용량이 늘어난다고 에너지전환이 이루어지는 게 아닙니다.

국민 한사람 한사람이 모두 에너지 생산자가 되어야 에너지전환이 가능해집니다. 왜냐하면 내가 직접 전기를 생산할 때 전기가 얼마나 귀중한 에너지인지 비로소 깨닫게 되고 혁명에 가까운 전기 절약을 실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은 늘어났는데 소비도 그만큼 늘어난다면 말짱 도루묵업니다.

 

주민들이 지붕에 햇빛발전소를 설치만 하면 되는데, 왜 이렇게 쉬운 에너지전환이 잘 안되고 있을까요. 두 가지 요인이 있습니다.

하나는 돈 문제입니다. 재생에너지는 처음 설치할 때 목돈이 들어갑니다. 대신 유지보수비는 거의 공짜나 마찬가지입니다.

화석연료 발전소는 재생에너지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거액의 설치비가 들어갑니다. 그리고 발전을 하기 위해서도 계속 석탄이나 석유, 가스를 집어넣어야 하기 때문에 유지 비용도 엄청 많이 들어갑니다. 그래서 화석연료 발전소는 한전 자회사나 포스코같은 대재벌 회사 등 극소수 거대 기업들만이 건설하고 운영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두 번째로 정부의 재생에너지 금융 지원 제도가 촘촘하게 잘 운영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고 전정부 태양광 비리 수사를 떠들썩하게 벌이면서 금융권의 태양광 융자는 전면 중단된 상태입니다.

 

한 가지 지적할 점이 있습니다. 지역 주민들은 자기 집 지붕 위에 세우는 태양광 발전소는 공짜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역시 정부의 <태양광 주택지원사업> 제도 자체의 결함 때문에 그렇습니다.

주택지원사업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함께 3kW 이하 태양광 발전소 설치비 일부를 지원해주는 제도입니다. 그런데 설치비를 태양광 설치업자들한테 줍니다. 이게 말썽입니다.

이른바 떳다방 태양광 중소 설치업체가 전화영업 사원을 고용해 설치희망 주택 소유주를 모집하고 공짜로 설치해줍니다. 고액의 영업비를 주고 주택 소유주의 자부담도 받지 않고 공짜로 설치해주려면 부실공사는 필연입니다. 부지기수의 공짜 태양광 발전소가 고장난 상태로 애물단지가 되는 까닭입니다..

 

에너지전환의 나비

 

재생에너지 100% 체제는 이제 먼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닙니다. 바로 우리 가족, 내 새끼와 손녀손자의 생존의 문제입니다.

 

지금까지 국가도 기업도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는 그저 돈벌이 사업이었습니다. 한국의 역대 정부는 딱 그런 시각과 정책을 유지해 왔습니다. 한전과 대기업의 배만 불려왔습니다. 심지어 일부 국민들도 그렇게 생각한 측면이 많습니다. 마구잡이로 산을 파헤치고 간척지에 대규모 태양광을 지어 흉물을 만들어 왔습니다.

 

나비효과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리산 자락의 한 마리 나비가 날개짓을 하면 서울에 폭풍이 불 수 있습니다.

 

결국 에너지전환은 지역 주민이 나서야 합니다. 자신의 집 지붕에 태양광 모듈 한 개라도 설치해 에너지를 절약하고, 햇빛발전협동조합을 만들어 지역 학교와 공공기관 지붕, 지방도로 등에 공익 햇빛발전소를 설치할 수 있습니다.

 

풀뿌리 지역 주민들이 뜻과 힘을 모아 작은 실천의 날개짓을 하는 것, 그것이 거대한 에너지전환의 태풍을 몰아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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