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1(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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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저마다 인생의 깨달음의 순간이 있다.

어떤 사람은 아주 일찍 어떤 사람은 아주 늦게 또 어떤 사람은 죽는 순간에....다양하다.

일찍 자기의 길을 발견하고 소신껏 사는 사람을 나는 성인(聖人)이라 부르고 싶다.

나와 같은 사람이지만 나와 같지 않은 훌륭한 사람을 나는 가끔 만난다.

실제 삶에서 만나고 역사에서 만나고 책에서도 만난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이 단어 '聖人'을 떠 올렸다.

 

나는 병원에 거의 가지 않는다.

앞으로도 그럴 작정이다.

그렇다고 내가 건강체질이거나 지금 건강해서가 아니다.

나는 이미 큰 병을 많이 앓았고 지금도 소소하게 아프다.

알아서 나를 살핀다.

뭔가 조짐이 있을 때 더 심해지지 않도록.

가끔 산에 가는데 그럴 때마다 나의 한계를 넘는 일에 모험을 거는 각오가 필요하다.

이제 한계를 넘을 때마다 후유증이 심해 한계를 넘는 일은 줄일까한다.

사실 건강하냐고 물으면 그렇다고 대답하는 사람은 없다.

내가 보기에 엄청 건강한 사람도 늘 자기는 아프고 그래서 이 일을 맡을 수 없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국민은 모두 '건강 염려증'이라는 병을 앓고 있는 것 같다.

 

미국에 살 때 한번도 병원에 가지 않았다.

죽을 만큼 아파도 견뎠다.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약으로 버텼고 아직 죽지 않았다.

한국에 오니 건강검진을 꼭 받아야 한다고 센타에서 전화와 문자가 쉴새없이 온다.

건진 받으러 병원가면 멀쩡히 환자가 된 기분이다.

 

네델란드에서 살때 둘째인 딸이 오른쪽이 마비돼 병원에 오래 입원했었다.

아이가 어려 곁에서 자고 싶었지만 허락되지 않았다.

간호사가 아이 잘 때까지 책도 읽어주고 하나에서 열까지 보살폈다.

보호자가 정말 자고 싶으면 다른 방에서 자야했다.

방은 맑은 공기로 늘 청결했고 외부인은 없었다.

의사는 약을 주거나 진료가 끝난후 이약은 어떤 약이고 무엇에 도움이 되고 

왜 먹어야 하는지 묻지도 않는데 자세히 설명했다.

진료가 끝난 후 상태가 어떤지 상세히 설명하고 안심시켜 주었다.

4살. 유치원에 결석이 길어져도 상관없는 나이라고 부모인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데

유치원에서 선생이 병원에 방문해 아이와 함께 수업을 해주고 가곤했다.

이 아이는 지금 40살이 되었고 일찍 독립했다.

 

내가 한국에 와 병원에 갔을 때 만난 의사는 모두, 하나도 빠짐없이 나를 상품 취급했다.

뭘 물어볼 새도 없이 기계적으로 환자를 대하고 오분 안에 진료를 마친 경우가 대부분이다.

무조건 주사와 엄청난 양의 약을 처방해 주었다.

주사를 거부했고 처방전은 버렸다.

신뢰감이나 안도감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앞으로도 병원엔 가능한 가지 않을 작정이다.

 

사실 이루고 싶은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다.

지금 죽어도 여한은 없다.

네델란드총리 부부의 안락사!

 

나의 소신과 딱 맞는 의사를 만나 기쁘다.

병원에 가고 싶지 않지만 이 의사가 내 주치의라면 거부하지 않겠다.^^

 

"상품으로서의 삶을 거부하는것.

때로 아무것도 되지 않아 보는 것.

눈에 뜨지 않고 사회의 관심에서

동 떨어져 있는 이들을 찾아 친구가 되는것.

거래되지 않는 관계를 통해 자신의 외연을 넓혀가는 것." p211

  

의료산업을 통한 수익창출은 자본주의 착취의 '끝판왕'이다.

의료의 공적 역할이 부재한 상황에서 바이오헬스산업에 집중하겠다는 것은 사태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사람을 살리겠다'는 선의는 쉽게 의료기관의 수익 창출로 이어진다.

이런 방향성 속에서 검증되지 않은 신의료기술이 난립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그 일례로, 2019년 전국을 들 끓게 만들었단 '인보사 사태'를 들수 있다. p270

 

이런 상황에서는 환자 아닌 사람이 없다.

신체 투시가 가능한 현대의 의료기술은 모든 인간을 환자로 만들어내고 있다.

더 건강하게 만든다?

건강을 만들어낸다 무슨 말일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익이 되지 않는 것은 쓸모가 없다는 뜻이다.

더 건강해져야 한다고 외치는 '건강 강박'은 자본의 이익 창출에 대한 요구다.

이런 요구들이 신자유주의 시대에는 워낙 노골적이다.

이것이 잘못됐다고 문제를 제기하기조차 쉽지 않다. p271

 

 늘 이상했던 것이 있다.

왜 오래 살아야 하는지,

왜 암에 걸리지 않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p272

 

정책적 대안도 중요하지만 대항 품행을 만들어 나가는 운동이 필요하다. 대안적 삶이 있어야 한다. 엉뚱한 생각을 해 복 필요가 있다. 건강관리를 전혀 안 한다면 어떻게 될까? 암을 우리 머릿속에서 지워버린다면(암 환자인 할머니가 세계 여행 다니는 이야기는 너무 재미있다)? 사람들은 모두 죽는다. 그러니 두려워 할 필요 없다. 적절한 자기 배려와 용기로 죽음에 맞서는 것이 필요할 뿐이다. p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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