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15(수)
 

이 상 헌 (건강평론가)

 

노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우리나라이기에 고령사회에 대한 대책은 시급한 과제다. 그 가운데 노인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 경종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자살로 숨진 사람은 매년 13천여명이나 되고, 자살자 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65살 이상 노인 자살률은 OECD 평균치보다 3배 가량 높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왜 노인 자살률이 이렇게 높을까. 지금 우리나라 노인들은 시대 역사적으로 격동기를 겪어오면서 급격한 사회변동으로 정신, 정서적으로 힘들게 살고 있다. 도시화, 산업화, 핵가족화로 인하여 독거노인이 증가되면서 관계의 단절에서 오는 건강 피해가 심각한 수준이다. 흔히 노인들의 3대 불안으로 경제력, 건강, 고독을 꼽고 있는데, 이는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 상관관계가 높고 연쇄적으로 엮여 있다. 병든 것도 서러운데 경제력은 없고 가정에서나 사회에서 관계망마저 허술해져서 3중고로 나타나면서 우울증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자살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우울증이다.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정도로 가볍게 여기는 경우가 많은데 방치하게 되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의 선택을 하게 된다. 평소 잘못된 생활습관이 신체건강을 해치는 나쁜 정신습관이 정신건강을 해친다. 절망이나 자기비하, 도피 등 나쁜 생각이 든다고 해서 곧바로 정신습관으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이러한 생각이 누적되면 습관이 되고 질환의 위험이 커진다. 한마디로 부정적인 생각이 정신습관이 되면 우울장애, 불안장애의 위험이 커지고 정신질환으로 발전한다. 경제적, 건강적, 사회적으로 어렵다고 해서 모두에게 우울증이 오는 것은 아니다. 우울한 기분이 있지만 우울증까지 가지 않고 위기를 넘기는 사람이 더 많다. 다만, 최소 2주 이상 우울한 기분이 떠나지 않고 매사에 의욕도 없고 불면증까지 있다면 반드시 검사를 받아야 한다. 우울증이 있는 경우는 주위상황을 실제 처한 현실보다 매우 부정적으로 보게 된다. 가만히 있으면 저절로 낫는 것이 아니다. 우울증은 의지가 약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뇌 속의 신경전달물질이 부족해서 생기는 일종의 호르몬 결핍증이다. 초기일 경우에는 약으로 보충하면 쉽게 치료가 된다. 꼭 정신건강의학과를 가지 않더라도 내과, 신경과, 가정의학과 등 동네 의원에서도 약을 처방받을 수 있다. 우울한 증상이 계속되면 가족에게 힘든 증상을 털어놓고 의논해야 한다. 이 때 가족이나 가까운 이들이 정신력이 약해서 생겼다거나 스스로 마음을 고쳐먹어라라고 충고하면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이 좋다. 규칙적인 생활과 산책 등으로 햇볕을 쬐는 것이 좋다. 그래도 불안, 초조, 의욕 저하, 불면증이 지속되면 정신과 전문의의 상담을 받는 것이 도움이 된다.

 

생명은 귀중한 것이다. 자살문제의 심각성을 널리 알리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 가운데서도 우울증 대책은 시급하다. 가정이나 사회에서의 관심이 필요하다. 아울러 정부가 올해부터 2년간 시범사업을 실시하는 커뮤니티 캐어(지역사회 통합 돌봄) 제도에 희망을 걸고 싶다. 커뮤니티(공동체)와 캐어(돌봄)가 사라져가고 있는 사회이기에 더욱 그렇다. 노인들이나 장애인, 정신질환자들이 요양병원이나 시설에 가지 않고 집이나 지역에서 주거, 의료, 요양,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여 지역사회에서 어울려 살아가도록 하는 이 제도가 정착하도록 국민들이 눈을 크게 뜨고 지켜봐야 한다. 정부가 2025년까지 마련하겠다고 하니 지켜볼 일이다. 잘 산다는 것은 결국 노인들이 존엄하게 죽을 수 있어야 한다. 지자체의 역할이 커지고, 지역주민의 참여가 극대화되는 커뮤니티 캐어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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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우울증, 가볍게 보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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