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1(수)
 

임봉재 자문위원

 

황금돼지의 기운으로 2019년은 하늘 땅 사이의 모든 생명들을 포함하여 모두가 건강하고 웃으며 살 수 있는 행복한 일들이 많이많이 있으면 좋겠다. 지난해 4월 남북정상회담은 오랜 분단과 대립으로 얼어붙었던 한반도에 평화의 싹을 보여주었다. 이제 남북이 반목과 대립이 아니라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들이 모여 한반도에 평화가 이루어지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또한 오랫동안 몸살을 앓게 하던 지리산댐 건설문제가 다행히도 지난해 9월 백지화 되면서 지리산에 평화가 찾아왔다. 지리산 평화는 곧 지리산 주변에 사는 사람뿐 아니라 이 땅에 사는 우리 모두의 평화이기 때문이다. 이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평화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아니, 생명평화결사의 가르침이다. 나는 이 말을 내 남은 생의 화두로 삼고 산다.

 

2018, 개인적으로 나에게 참 힘든 한 해였다. 40년 가까이 병원과 약물을 외면하고 살아오며 감기약 한 번 안 먹고 견뎌 왔다. 그런데, 몇 년 전에 감기 기운이 들더니 호흡곤란이 왔다.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으니 이제 갈 때가 되었나보다 생각하며 죽는 순간까지 편안한 맘으로 기쁘게 살리라 바라고 기도했다. 그런데 밤에 잠을 자다 숨이 막혀 밤새도록 버둥대다 아침을 맞았다. 밤이 두려웠다. 증세가 심해지면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그러기를 한 달 넘게 하다가 결국엔 한의원을 찾았고 차츰 차츰 나아진 적이 있다. 아직은 내가 이 세상에서 할 일과 보속이 남아있어 하느님이 데려가지 않으시나 보다 생각하며 매일매일 주어지는 시간을 감사하며 살자고 다짐했다. 크게 드러나지 않는 속이 안 좋은 것은 견딜 만한데, 목 위의 기관에 이상이 생기니 견딘다고 되는 것이 아니었다.

 

지난해 초부터 나의 일상에 변화가 생겼다. 말이 잘 들리지 않아 이비인후과를 찾았고, 눈에 이상이 생겨 안과를 드나들며 약물치료 중이다, 치아가 저절로 부러지거나 아파 치과를 드나들고... 결국은 쓸 수 없는 치아를 뽑고 씌우고 하다가 의치를 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70년 넘게 썼으니 탈이 나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이 들면 대충 보고, 대충 듣고, 대충 먹고 이 세상 사는 날까지 그렇게 살면 된다는 것이 평소 생각이었건만 대충 보고, 듣고... 하는 것과는 또 다른 문제였다. 산다는 것 자체가 혼자 사는 게 아니어서 잠자는 시간 외에는 만나는 상대방에게 폐가 되고 불편을 주게 마련이다. 일주일에 한 번씩 치과 진료실에서 짧아야 한 시간씩 입 벌리고 고문 아닌 고문을 당하는 기분으로 반년을 넘겼다. 죽기보다 싫은 게 이를 뽑거나 신경치료 할 때 하는 마취였다. 그래서일까! 삶에 의욕이 없어지며 게을러지고 있는 나 자신을 보게 되었다. 특히 머리를 써야 하는 것은 더더욱 싫어졌다. 책에서 글 한 줄 읽는 것조차 쉽지 않다. 컴퓨터 작업도 쉽지 않고... 이전부터 글을 쓰기가 쉽지 않았다.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 한없이 부러웠다.

 

고백하건대 이번 지리산에 실을 원고가 늦어진 것도 온전히 나의 게으름에서 비롯되었다. 해야지 하고 자리 잡고 앉으면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다. 뭘 써야 할지... 머리가 멍한 상태로... 뭔가는 써서 보내드려야 하는데... 제 때에 보내드리지 못한 미안한 마음에 결국은 하찮은 내 자신의 이야기를 올리게 되어 담당 선생님께도 한없이 미안하고 부끄럽고 죄송하다. 나 하나 때문에 계간지로 나가는 지리산이 제 때에 인쇄도 배포도 못하고 얼마나 애를 태우고 계실지 그 마음을 헤아릴 수 없기에 더더욱 면목없고 부끄럽고 죄스러울 뿐이다.

 

지리산모든 분들께 건강과 평화가 넘치는 행복한 한 해가 되시길 두 손 모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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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할 수 없는 몸의 고통에도 평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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