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15(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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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개 부춘에 사는 공상균 농부를 만나기 위해서 가는 길이다.

2005년 만나 적이 있다.

내가 2004년에 지리산에 내려왔으니 1년쯤 지난 때였다.

나중에 듣고 나니 그가 화개에 정착한 것도 이맘때라고 했다.

물론 그는 그 전에도 농부였다. 사는 지역이 달랐을 뿐이다.

그는 내 기억속에 펜션을 하는 농부였다.

처음 봤을 때 그는 이런 저런 질문들을 하면서 새로운 것을 하고자 했지만 잘 되지는 않았다.

 

그리고 15년이 훌쩍 가버렸다.

그동안 간간히 소식을 들었다.

 

그는 대학을 졸업했다. 문예창작학과라고 했다. 

그리고 최근에 그이 딸이 대학을 졸업했고 딸과 함께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또 “바람에 수를 놓은 마당에 시를 걸었다”는 책을 냈다.

 

대학을 졸업한 딸이 시골에 내려와서 일을 한다는 것과 책을 출판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와 인터뷰를 해보고 싶었다.

 

며칠 전 인터뷰를 하기로 연락을 넣어 두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만나기로 한 시간에 비가 내렸다.

그는 매실 농장에 예초기 작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해가 질 무렵 그의 집을 찾았다.

하동과 화개 도로 확장 공사를 하는 구간이라 부춘으로 올라가는 길은 여기저기 공사중이었다. 입구를 찾기도 어려웠다. 다행이 길을 찾아 올라 갔다.

오래전 기억만 믿고 올라가다 보니 이 길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만큼 시간이 흘렀다. 내 생각보다 높이 올라왔다.  

갈까 말까 고민고민 하는데 토담농가라는 간판을 보였다.

 

비가 와서 그런지 마당 가득히 피어 있는 꽃들이 더욱 예뻐 보였다.

마침 일을 하고 있던 딸 다영씨에게 부모와 함께 일하게 되었냐고 물었더니

아빠의 구애에 집에 취직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관광 관련 과를 졸업해서 사실 집에 취직을 하지 않았다면 요즘 같은 시기에 취직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라면서 집에 취직하기를 잘했다고 웃는다.

 

“민박은 어떤 가요?

공상균 농부에게 물었다.

민박은 모두 단골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결혼하고 처음 산골에서 우리 식구가 살았어요. 그래서 그런지 사람 만나는 것이 좋더라구요. 민박을 하게 되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대화를 하다 보면 배우는 것도 많고 기억이 남는 분들도 많아요.  그가 이번에 쓴 책을 읽어 보니 민박 손님에 대한 이야기도 꽤 있었다. 골수염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엄마와 아들이 며칠을 묵어 간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주 수입은 농사라고 한다.

그는 매실 농사를 하고 있다.

“요즘 매실 판로가 좋지 않는 편인데 어떤 가요”

 

" 화개 정량에 3000평의 남고 매실 농사를 짓고 있어요"

1년에 7-8톤 정도 수확을 하고 모두 직거래로 판매를 합니다.

다행히 모든 매실을 시장 출하를 하지 않을 정도가 되어서 특별하게 판매에 어려움이 없어요"

요즘 매실 농사는 하락 중이다.  10년전만 해도 매실은 가장 인기있는 품목 중에 하나였지만 최근 몇 년간은 매실 나무를 베어낼 정도로 인기가 없다.

 

" 매실이 2013 부터 인기가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토종 매실에서 남고 매실로 품종 갱신을 했습니다

남고는 색이 예쁘고 맛과 향이 좋아서 뭘 해도 좋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매실을 받으신 분들의 만족도가 좋았어요.

더구나 오래된 고객들이 많다 보니 판매에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함께 일하고 있는 다영씨는 신제품을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다영씨에서 일에 만족하냐고 하니 " 집에서 일하는 게 좋다고 한지만 도시가 그립 단다”

아직 은요. 도시에 친구들이 보고 싶어요. 하지만 친구들 중에는 여기 사는 저를 부러워하기도 하고 더라는 놀러 오기도 해요. 하지만 저는 도시가 그리워요. 주말에는 도시에 가서 친구들과 열심히 놀다 와요. 아직은 시골에서 보다 도시에서 친구들과 만나는 것이 좋아요.

 

 “바람에 수를 놓은 마당에 시를 걸었다” 라는 에세이집을 냈다

책은 살던 이야기를 시와 글로 쓰고 사진으로 남긴 것이다.

사진은 대부분 그의 동갑내기 아내의 작품이다. 시는 자신의 시와 기성 시들 중 그가 좋아하는 시들이다. 플라톤은 사랑하면 누구나 시인이 된다고 했다. 그래서 일 까?

그는 농사를 사랑해서 농부 시인이 된 것 같다.

자연과 더불어 함께 하는 농부의 삶은 자연스럽게 호미와 괭이 처럼 시와 가까워 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책을 읽다 보면 지리산과 섬진강을 벗 삼아 농사를 짓는 농부를 만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그는 또 페이스북에 “이야기를 파는 점빵.” 이라는 주제로 글을 올리고 있다.

그를 만나고 싶다면 책을 구입하거나 페이스북에서 검색을 하면 될 것 같다.

 

어둠이 가득하게 내려온 그의 지리산 부춘의 차실에서 늦은 밤까지 지나간 세월과 앞으로 찾아올 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환갑이 넘은 나이지만 그는 지금도 새로운 것들을 꿈꾸고 있었다.

“저는 농업이 아니 농촌이 분명 희망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딸에게 농촌에서 함께 일하자가 할 수 있었구요.

 

그리고 새롭게 도전하려는 젊은 친구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요.

 

희망이란

원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다.

원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게 곧 길이 되는 것이다.

젊어서 내가 좋아하던 루쉰의 단편 고향에서 읽었던 문구가 생각났다.

 

희망은 꿈꾸는 사람들의 것이다. 지금 만약 삶의 지치고 힘들다면 그의 책을 읽어 보기를 권한다. 17살에 고향을 떠나 도시로 떠나 다시 지리산에 정착한 산골 소년의 삶을 통해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가던 길에 내리던 비가 멈췄다.

인적 없는 19번 국도 섬진강엔 달빛만이 조용히 흘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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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찾는 농부들 시를 찾는 농부” 화개 공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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