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1(수)
 

귓볼에 살랑살랑 바람은 스치고 하늘은 드높이 파랗다. 길 옆엔 코스모스가 하늘과 서로 키재기를 하고 있다. “어디론가 슬며시 떠나볼까?” 하는 생각이 한번쯤은 머리 속을 스치는 가을이 어느새 성큼하더니 벌써 꼬리를 드러내고 있다. 큰 길에 나서보니 “행복버스”라 쓰인 버스가 눈 앞을 횡 스쳐간다. 행복? 저 버스를 타면 행복해질까? 저 버스를 타 고 가을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하는 상념이 머리를 스친다. “좋아, 오늘 행복을 한번 잡아보자!”

하동의 농어촌버스인 ‘행복버스’에 다가서면 상냥한 목소리가 먼저 귀를 훔치고 눈가에 새겨진 미소가 마스크 아래 크게 웃고 있는 이모를 만난다. 그녀는‘행복버스도우미’박덕미(54)씨다. 그녀는‘행복버스도우미’로 행복을 실어다 주는 일에 편승한지 9년차되는 ‘행복버스’ 원년멤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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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버스 도우미 박덕미씨>

 

‘행복버스도우미’ 박덕미씨가 하는 일은 ‘어르신유모차’를 소유한 분들이 버스에 오르내릴 때 일일이 잡아주고 앉으신 후 안전벨트를 매도록 도와드리는 것이다.손님이 제일 많은 장날 큰 짐을 가진 분들을 도와드리고 버스운행 중에는 승객의 안전에 최선을 다한다. 하동소식에 밝지 못한 분들을 위해 최신 뉴스도 전해드린다. 요즘은 급히 병원을 찾아야 할 경우 새로 응급실을 갖춘‘중앙병원’위치를 알려드리며‘회남재걷기’나앞으로다가올‘하동세계차엑스포’ 같은 축제 일정도 알려드린다. 관광객이 내려야 할 목적지와 질문에 답해 주고 최참판댁, 서산대사길, 동정호 같은 주요 관광지 안내는 그녀가 즐겨 하는 일이다. 최근 팬데믹 시간을 지내며 터미널 소독에서 화장실 청소까지 그야말로 일당백 팔방미인의 역할이 그녀가 하는 주요 업무다.

무엇보다 오랜만의 나들이에 깊은 잠에 빠진 어르신이 계시면 깨워서 살고 계신 곳에 내려드리는 일도 빼 놓을 수 없다. 이 일을 오래하다 보니 어느 분이 어디서 내려야 하는지도 대충 알게 된 것이다.

“이전에는 어르신들과 대화하는 것이 즐거움 중 하나였는데 지금은 코로나 땜에 못해요.”라고 아쉬움을 전한다. “예전에 아흔 넘으신 진교의 어르신 몇 몇 분이 나들이 삼아 매일 타셨는데 지금은 안 타신지 오래되고 자주 보이시던 어르신이 안 보이는 일이 제일 안타깝죠. 더운 여름엔 버스가 시원하니까 왕복2500원에 하동 한 바퀴 여행하는 분도 꽤 계셔요. 요즘 같은 계절에 버스 타고 하동 일주하면 가을여행 딱 이죠. 또 초등학생 때부터 버스 타고 다니던 아이가 이쁜 청년이 되어 알바 한다며 만날 땐 정말 반갑지요.”라며 마치 손님 한분 한분이 가족인 것 처럼 말한다.

일녀일남을 키우며 남편과 단란한 가정을 꾸리던 주부였던 그녀가 이 일을 시작한 지는 어느새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을 내다보고 있다. “아들이 장애가 좀 있는데 어렸을 땐 남들과 다르니 학교에서 체벌이 심했고 당시엔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도 많아 힘들었어요. 지금은 독립해서 경제 활동도 합니다.” 두 아이가 성인이 되어 독립할 즈음 그녀 는 우연히 군청홈피에서 모집 광고를 보고 응모 하여 이제 하루 8시간 주 5일 근무 9년 경력의 전문가가 되었다. 그러나 계약직인 것은 처음과 마찬가지다.

 

하동에서 나고 자란 그녀의 하동 사랑은 누구보다 특별하다. “관광 안내를 위해 하동에 대해 공부도 많이 했어요. 내 고향이지만 하동에 대해 저도 몰랐던 것을 많이 알게 됐어요.”라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 제 성격에 꼭 맞습니다. 힘들다기보다는 즐겁고 행복합니다. 가끔 타는 외국인도 도와주고 내년에 있을 ‘ 하동세계 차엑스포’에 대비해 영어도 배 워요. 이 일은 어느새 저의 마음과 생각을 나누는 일이 되었어요. 아침에 일하러 나설 때면 콧노래가 절로나옵니다.”라며행복버스도우미박덕미씨는오늘도 행복 버스에 오른다.

오하동 홍마리 기자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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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 ‘행복버스’에서 행복을 나르는 박덕미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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