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7(토)
 

 

[산청의 젊은이를 만나다-15] 인디가수 마승우(산청군 시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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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에서 유년기를, 진주에서 청년기를 보내다 산청으로 삶터를 옮긴 지 3년이 지났는데 산청에 둥지를 틀게 된 사연과 함께 아내와 네 살배기 아들과 산청에서의 3년이 어땠는지?

 

아이가 태어나고 1년이 지나 아이 엄마가 복직을 하게 되어 육아에 큰 구멍이 생기게 되었다. 당시 진주시에 거주하고 있었는데 여러 가지 상황을 놓고 보았을 때 산청에서 사는 것이 더 합리적일 것이라는 판단을 내리게 되었다. 이곳에선 가볍게 만나 차 한잔 마시며 이야기를 나눌 친구도 없다. 이곳에 살게 됨으로써 경제적으로 성공적이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20대의 내가 업으로 삼았던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장인, 장모님께서 육아의 상당 부분을 맡아 주신 덕분에 모든 것이 낯 설고 두려웠던 나의 산청살이가 이제는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은 것 같다.

 

-시골에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젊은 아빠로서 육아와 관련,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아이가 갑자기 아플 때 가장 걱정이다. 큰 병원까지 가는 데에는 최소 1시간이 걸린다. 혹여 입원이라도 하게 되는 날이면 아픈 아이도 아이 나름대로 힘들겠지만 돌보는 가족들도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또 다른 것은 문화적인 혜택을 쉽게 누리지 못한다는 불편함이 있다는 것이다. 도서관, 영화관, 키즈카페 등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공공시설들이 산청에는 적은 편이다. 하지만 마냥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도시와 떨어져 있다는 것은 그만큼 자연이 주는 혜택을 많이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통영에서 태어났지만 나의 유년기는 어머니의 고향인 거제시 둔덕면에서 살다시피 했었다. 그 당시 외할머니댁에서 바다낚시, 물놀이, 산떼타기(비료포대썰매), 유자 따기, 산나물채취, 불장난 등 자연 속에 파묻혀 놀았던 어린 시절이 나의 감성을 풍부하게 만들어 준 것 같다. 아들이 커서 무엇을 하는 사람이 될지는 모르겠으나 어떠한 사람이 되는 것에 있어서는 시골, 즉 산청이 참 좋은 환경이라 생각한다.

 

-젊은 가장으로 음악 활동과 함께 아르바이트도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농촌의 청년으로서 이번 대선 후보들에게 꼭 요구하고픈 청년 정책이 있다면?

고용 문제, 부동산 문제, 저출산 문제 등 우리의 삶을 길게 보았을 때 나누어야 할 이야기가 너무나도 많지만 우리 인생은 순간순간을 이어가는 것이므로 무엇보다도 안전의 문제가 가장 우선시되는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한다. 국가적인 입장에서 개발과 성장도 물론 중요하지만 복지와 안전이 우선시되었으면 한다. 컨트롤 타워 부재에 의한 대규모 참사나 위험의 외주화에 의한 사망사고와 같은 비극이 더이상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부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우선시되는 정책들이 펼쳐지길 희망한다.

 

-지역에서 인디가수로 노래를 만들고 공연을 이어가고 있는데 어떤 음악을 추구하고 있는지?

예전 같았으면 "위로를 해주는 음악을 추구한다" 또는 "치유를 해주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등의 대답을 했을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나의 이러한 생각들이 너무 건방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내가 위로를 강요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나는 영화를 보면서 영감을 많이 받는 편인데 로맨스 영화라고 해서 꼭 사랑의 감정이 느껴지는 것도 아닐뿐더러 코미디 영화라고 해서 늘 재밌고 웃기리라는 법은 없다. 액션 영화에서도 로맨스를 느끼는 사람이 있고 호러 영화에서도 웃음을 얻어가는 사람이 있다. 이처럼 예술작품은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매 순간 새로운 작품으로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나의 노래를 들어주는 이들에게 특정한 감정을 강요하고 싶지는 않다. 나는 그저 내 감정에 충실하여 최선을 다해 좋은 음악을 만드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티스트로서 내가 해야될 일이라 생각한다. 곡에 대한 해석이나 감정까지 개입하는 것은 무례하다고 생각한다. 음악의 장르를 구분 짓는 행위를 좋아하진 않지만 굳이 나누어 보자면 내 음악은 포크에 가까운 것 같다. 내가 살면서 경험한 것들을 토대로 나의 이야기, 이웃들의 이야기를 노래로 만든다. 듣기 편안한 노래, 이해하기 쉬운 노래, 따라 부르기 쉬운 노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사회적인 이슈를 다루거나 세상의 온갖 부정을 노래로써 따끔하게 꼬집고 싶지만 아직까지는 내공이 부족한 탓인지 생각대로 잘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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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살고 있는 산청이나 지리산이 음악적 영감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산청은 문자 그대로 산과 푸르름이 가득한 자연 그 자체이다. 그 자연은 산청을 찾는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준다. 각각의 봉우리들은 오르는 사람들로 하여금 성취감을 느끼게끔 하고, 새로운 시작을 위한 다짐을 준다. 또한 그 봉우리들이 만들어낸 골짜기를 타고 흐르는 맑은 물줄기들은 생명수가 되고 피서지가 된다. 산과 들의 약초와 열매는 농부들의 생계 수단이 되어주고 우리에게 귀중한 식량을 제공한다. 나 역시 산청이라는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 속에 파묻혀 사는 수많은 수혜자들 중 한 명이다. 하지만 문화적인 측면에서 산청을 바라본다면 그 자연이 주는 위대함에 현저히 못 미치는 수준인 것 같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 매월 열렸던 지리산 목화장터와 같은 문화의 장이 더욱 많이 생겨나고 예술인들에 대한 지원이 늘어난다면 더 많은 젋은이들이 산청으로 모여들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다.

 

-유튜브 채널 만쓸리를 운영하고 있는데 만쓸리가 무슨 뜻인지, 그리고 어떤 내용으로 만들어지고 있는지?

만쓸리(Manthly)는 마승우의 "Ma"와 월간을 뜻하는 영어단어 "monthly"의 합성어이다. "월간 윤종신"을 모방한 "월간 마승우" 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한 달에 한 곡씩 곡을 쓰는, 꾸준히 음악을 하는 아티스타가 되겠다는 의지가 담긴 예명이자 채널명이자 프로젝트명이다. 내가 느끼고 경험한 것들을 토대로 매월 한 곡씩 직접 작사, 작곡한 노래들에 그 곡 분위기에 어울리는 앨범 커버를 씌워 업로드를 하고 있다. 사실 한 달에 두 곡 이상 써질 때도 있고 두 달이 넘어가도 한 곡이 안 써질 때도 있지만 이름을 이렇게 거창하게 지어 놓으니 무슨 수를 쓰든 자체적으로 정한 마감 기일을 맞추기 위해 더욱 노력하게 되고 20207월부터 시작한 프로젝트가 어느덧 1년 반 째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유튜브라는 플랫폼에 나의 창작물을 업로드 하는 것 또한 어느 관점에서 본다면 앨범을 내는 행위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유튜브 채널 만쓸리는 거창하게 본다면 "디지털 싱글 앨범이 매월 업로드 되는 채널"이지만 사실상 음원이라고 하기엔 음질, 악기구성, 편곡 등 완성도가 너무 낮아 "마승우 자작곡 데모 앨범 채널"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아내와도 가끔씩 공연을 함께 하기도 하는데 아내와 공연할 때의 느낌은 어떤지?

음악을 통해 서로를 만나게 되었고 같이 음악을 하며 서로를 더 알게 되었다. 음악을 좋아하는 것은 우리 둘의 공통점이지만 음악적 취향은 다르고 공연 준비를 할 때에는 의견충돌이 심한 편이다. 하지만 서로가 서로의 다름을 존중해 주었기에 더욱 좋은 무대를 만들어왔던 것 같다. 소심한 성격의 내가 쾌활한 성격의 아내를 만났기에 크고 넓은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도 가져보았고 창작가요제에서 입상도 해 볼 수 있었다. 결혼을 하고 아이가 태어나게 되면서 자유롭게 음악을 하던 두 영혼은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가정과 생계가 우선이 되면서 함께 음악을 한다는 것은 이제 먼 나라의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공연을 기획하기에는 시간적인 여유가 터무니없이 부족하지만 시간이 날 때면 함께 공연했던 노래들을 이따금씩 같이 연습해보기도 하고 보컬이 전공인 아내에게 보컬트레이닝을 받기도 한다. 언젠가 삶의 여유를 찾게 된다면 풋풋했던 시절처럼 함께 무대를 꾸며 보고 싶다.

 

-앞으로의 산청살이에 대한 계획이나 포부가 있다면?

 무언가를 스스로의 힘으로 만든다는 것, 창조해낸다는 것은 참 매력적인 일이다. 그리고 그 무언가를 누군가가 좋아해 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일이라 생각한다. 음악을 만드는 것, 노래하는 것이 나에게 그렇다. 비록 현재의 내가 음악으로 먹고사는 프로 뮤지션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영원히 그렇게 되지 못하리라는 법은 없다. 작은 방구석에서 혼자 곡을 만들고 노래를 부르는 행위가 냉정하게 보았을 때 취미생활 수준에 그치지 못하고 있지만 언젠가 반드시 취미로 음악을 하는 바리스타가 아닌, 취미로 커피를 내리는 싱어송라이터가 되어 있는 나의 모습을 산청에서 찾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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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 담백한 답변에 감사드리면서 인터뷰를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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