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8(수)
 

하동의 섬진강 하류는 짜다

섬진강 하류는 목이 탄다. 흐르는 강물이 적다 보니 바닷물이 섬진강 물을 밀어 올리며 강을 덮쳤다. 강물이 짜졌다. 강이 짜지면서 재첩은 살 수 없고, 주변 농경지 지하수에선 짠물이 솟아 하우스 재배가 힘들어졌다. 물이 흐르지 않는 하동읍 흥룡마을 앞 섬진강 모래사장에는 잡초와 잡목이 빽빽하다. 섬진강 생태계가 크게 바뀌었다.

섬진강 재첩 서식지가 줄어들고 있다.

섬진강 하류의 염분농도 관측소는 섬진강 끝에서 약 3.5km 위쪽인 섬진강대교 아래다. 이곳 관측자료는 하동군청 해양수산과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주마다 평균 염도를 내고 있는데, 2022년 1월 16일~22일 평균 염분농도는 약 20.73‰이다. ‰(퍼밀)은 천분율로 1000개 중에 몇 개가 있는지 표현하는 단위이고, 바닷물은 평균 염도가 35‰이다. 섬진강 하류는 강물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짜다. 2021년 2월엔 30‰까지 올라갔다. 재첩은 염도 5~15‰에서 살고 18‰ 이상이면 폐사하기 시작한다. 그러니 섬진강 하류에서 재첩은 살 수가 없다. 재첩이 위쪽으로 이동하여 서식하게 된다.

섬진강댐이 생기기 전인 1960년대 초까지 재첩의 주요서식지는 섬진강의 끝 지점인 태인도 부근이었다. 강물이 짜진 1990년대 이후 주요서식지는 15㎞쯤 상류로 바뀌었다. 강폭이 넓은 하구에서 폭이 좁은 위쪽으로 바뀌다보니 재첩 서식지가 크게 줄었고 생산량도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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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은 언제부터 왜 줄어들었는가?

섬진강댐과 주암댐이 섬진강 물을 막았고, 광양 다압취수장에서 섬진강물을 빼갔다.

섬진강은 전북 팔공산을 발원지로 삼고 호남정맥의 큰 산들이 내어준 물로 호남을 거쳐, 지리산에서 흘러내린 물과 합수하여 흐르는 강이다. 길이는 무려 223km이다. 그렇다면 섬진강의 끝자락 하동에는 큰 산들이 내어준 물이 엄청나게 흘러야 하는데, 바닷물이 15km 이상 역류할 정도로 물이 흐르지 않는다.

1965년. 임실의 섬진강댐이 준공되면서 위쪽의 강 물을 막아버렸다. 강물이 크게 줄었다.

1991년. 순천의 주암댐과 주암댐 조절지댐이 건설되자 보성강에서 섬진강으로 흘러들던 물이 막혀버렸다. 구례와 하동 경계인 송정관측소에서 잰 강물의 양은 주암댐/주암조절지댐 준공 이전엔 초당 98.09톤이었는데 건설 후엔 초당 49.33톤으로 크게 감소하였다.(자료출처, 건설교통부 <섬진강수계 하천정비기본계획> 2003)

2005년 다압취수장이 하구에서 25㎞ 떨어진 악양면 평사리공원 강 건너편으로 위치를 옮기면서 강물은 더 줄었다. 다압취수장은 광양시와 광양제철소에서 쓰는 물을 하루 최대 40만 톤까지 뽑아간다. 다압취수장은 지금보다 7.2km 아래쪽에 있었는데, 주암댐 건설 이후 섬진강 물이 줄어들어 취수가 어려워지고 바닷물이 올라오자 현재 위치로 옮겼다.

하동의 섬진강 물은 얼마나 흐르고 있는 걸까?

그에 따른 염도는 어느정도일까?

섬진강의 수량을 재는 기준점은 여러 군데인데, 하류의 수량을 재는 주요 관측소는 하동과 구례 경계지점인 구례 송정에 있다. 송정은 섬진강 하구에서 40km 위쪽이다. 여기서 흐르는 물의 양은 실시간으로 측정하여 영산강홍수통제소에서 공개하고 있다.

구례 송정 관측소에서 흐르는 양은 2022년 1월 16일~22일 평균 초당 약 16.8톤이다. 이 기간 동안 섬진강대교 아래 평균 염분농도는 20.73‰이므로 현재 흐르는 물의 양으로는 염도를 15‰ 이하로 낮출 수 없고 재첩 서식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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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첩들이 줄어들자 어민들도 죽을 맛이다.

2003년부터 어민들은 재첩을 살리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해 왔다. 어민들의 요구는 간단하다. 염해피해대책위 어민측 대표 이명환씨(남, 58세)는 “섬진강 하류에 재첩이 살 수 있도록 해달라. 섬진강댐 방류를 늘리고, 다압취수장의 취수량을 최소화하라는 것”이라고 말한다. 상류 곳곳에서 물을 빼 가 버리니 하류에 사는 어민들의 생존이 위협받는 것이다. 어민들은 댐 방류량 확대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

2017년에 6월에 어민 975명이 ‘섬진강 염해피해 관련 탄원서’를 국민권익위원회에 제출하였고, 이듬해인 2018년 9월에 국민권익위원회의 ‘섬진강하류 염해피해 대책 수립을 위한 집단 고충 민원 조정회의’에서 조정서에 합의하였다. 그 결과 2019년 5월에 섬진강 하류 염해피해 원인조사 및 대책마련 연구용역’을 실시하여 2021년 12월 30일 용역을 완료하였다. 이 용역보고서는 아직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았으나 어민대표, 하동군, 광양시, 환경부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에서 그 내용에 대해 심각한 문제제기를 하였고, 2단계 연구용역을 하기로 하였다. 이명환씨는 “재첩이 살 수 있는 환경과 그 대책에 대한 연구용역이었는데, 재첩을 살리는 실질적인 대책이 빠져 있다. 그래서 2단계 용역을 한다”고 했다.

어민들의 요구로 진행된 ‘섬진강하류 염해피해 원인조사 및 대책마련 연구용역’에서는 송정관측소 유지수량을 초당 10.4톤으로 제안하고 있다. 유지수량은 가뭄 때 흘러야 할 물의 양이다. 그런데 현재 16.8톤이 흘러도 염도가 20‰ 이상인데 현재보다 훨씬 낮은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섬진강 하구의 생태계를 살리는 데는 어림없는 수치다. 어민들로서는 보고서를 거부할 수밖에 없다. 어민들은 재첩 서식환경을 기준으로 유지수량이 책정될 수 있도록 2단계 연구용역을 요청하였고, 2022년부터 5년간 ‘장기적인 재첩생태연구를 통한 실질적인 대책강구’라는 과제로 연구용역을 다시 실시하기로 하였다.

그동안 국가는 강을 관리하는 관점을 ‘가뭄과 홍수 방제, 즉 치수(治水)’를 기준으로 삼았. 그러나 이제 강에 살고 있는 ‘동식물과 주변 환경을 유지 보존하는 생태 환경’으로 서서히 기준이 바뀌고 있다. 이런 점에서 섬진강하구의 재첩 서식환경 개선을 위한 유지수량 확대요구는 당연하다.

섬진강하류의 염분농도를 15‰이하로

낮추면 재첩도 살고, 어민도 살고, 주변 농경지도 살아난다.

하류의 염분농도를 15‰로 낮추려면 물이 얼마나 흘러야 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이것이 국가의 하천관리기본계획의 방류량 기준으로 포함되면 되는 것이다. “섬진강 상류에서 이곳저곳 물 다 빼가고, 하류에선 먹다 남은 찌꺼기를 먹는 것 아니냐? 하류가 살면 모두가 다 사는 거다. 하류가 살아나게 하천기본계획을 세워달라”는 어민들 요구에 섬진강 관리부처와 섬진강 물을 이용하는 지자체들, 기업들이 응답해야 한다.

 

왕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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