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15(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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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두산과 지리산의 흙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이곳
    [백두대간 마루금인 도로 : 사진 이완우] 남원시의 운봉읍과 주천면이 만나는 지역은 백두대간이 형성한 개성적인 지형이다. 운봉읍과 주천면이 맞닿아 있는 2km는 거의 평지 도로인데, 이 평지 도로가 지리산 자락 운봉고원의 외륜(外輪)으로 엄연한 백두대간 산맥의 마루금이다. 이 도로에서 정령치 방향을 바라보고 설 때, 이 도로의 왼쪽은 낙동강 수계이고 오른쪽은 섬진강 수계로서 이 지역은 곡중분수계(谷中分水界)를 이룬다. 백두대간 봉우리인 이곳의 수정봉 아래에 노치마을이 있는데, 이 마을을 백두대간 마루금이 관통하고 있다. 이 마을 앞의 운봉고원 곡중분수계 지역을 일제 강점기에 조선총독부는 풍수적 관점에서 백두대간의 목 부분에 해당한다고 인식한 듯하다. 일제는 무게가 100kg 정도 되는 목돌을 6개 만들어 노치마을 앞의 평지에 깊숙이 묻었다. 일제가 이렇게하여 한반도의 백두대간에 흐르는 기맥을 누르려 했다는 이야기가 이 마을에 전해온다. 이곳 노치마을 회관 옆에는 이때 묻었던 목돌 중 5개를 파내어 보관하고 있다. 곡중분수계이며 백두대간 마루금인 2km 도로 구간의 중간 지점 가까이 낙동강 수계인 곳에 남원 백두대간 생태교육장이 있다. 이곳은 백두대간의 생태와 자연을 다양하게 체험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공간이다. 이곳 전시관은 한반도 지도 형상을 본떠서 지붕을 만들었다. [백두대간 노치마을 : 사진 이완우] 백두대간은 한반도에서 생명의 나무처럼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 어느 마을의 산줄기라도 백두대간의 13정맥에서 다시 뻗어 나온 작은 가지로 볼 수 있다. 백두대간으로 이해하는 한반도는 하나의 유기체로서 우리에게 다가온다. 한반도의 등줄기인 백두대간은 자연환경과 동식물이 어우러진 생태계의 보고이다. 백두대간은 동물들의 이동통로이자 서식처이며, 여러 강의 발원지로 생명이 시작되고 이어지는 중심지이다. [백두대간 생태교육장 : 사진 이완우] 구절초가 찬 이슬을 머금은 한로(10월 8일) 절기에 백두대간 생태교육장을 방문하였다. 전시관에 입장하면, 백두대간에 우뚝 솟은 산봉우리에서 담아온 흙을 넣은 130개의 진공관으로 한반도의 조형물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위쪽의 40개 진공관은 비어 있는데, 북한 지역의 산봉우리들이다. 남한 지역 산맥의 사이에는 그 지역의 강물을 담은 진공관이 있다. 이 130개 진공관의 한반도 조형물은 한반도의 산봉우리 모든 흙과 강의 물이 한군데에 모이기를 염원하고 있다. 이 한반도 조형물에서 북한 지역은 백두산의 흙만 진공관에 소중하게 담겨 있다. 2018년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당시 남북의 두 정상이 함께 한 기념식수 행사에 사용된 백두산 흙이라고 한다. 남원 백두대간 생태교육장은 백두대간의 시작과 끝, 백두산과 지리산의 흙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전국 최초의 곳이다. [ 한반도의 산흙과 강물 진공관 지도 조형물 : 사진 이완우] 숲은 이산화탄소의 흡수와 산소의 배출로 지구의 허파 역할을 한다. 세상의 균형을 유지하는 숲이 사라지고 있어 기후위기가 심화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숲과 공존하는 어울림은 절실하다. 우리가 행성 지구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 자연은 더 잘 알고 있다. 우리가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면 그 자연이 전하고 있는 신호와 메시지를 인식할 수 있다. 이곳 생태교육장 전시관에는 지리산 생태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동식물을 모형으로 실감 나게 연출하였다. 용모도 귀엽고 털도 아름다운 족제빗과의 담비는 자기보다 몸집이 큰 동물을 사냥할 정도로 용맹한데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이다. 지리산 왕등재 습지는 참갈겨니, 돌고기와 쉬리가 물속을 헤엄치고 수달과 여우가 어슬렁거리며 생명력 넘치는 자연 생태계이다. 둥치 큰 은사시나무 아래 백두산 호랑이가 포효하려는 기상이다. 참매가 낮의 숲을 지배한다면 올빼미는 밤의 숲을 지배한다. 은사시나무 가지에는 올빼미과 여름 철새인 소쩍새가 앉아 있는데 개성 있는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 숲의 나무 모형 : 사진 이완우] 이곳 전시관은 백두대간의 생태 자연을 소개하면서 자연스럽게 백두대간의 환경 훼손과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대한 경보로 주제를 확대한다. 백두대간은 과도한 개발과 관광이나 등산으로 멍들고 식생이 훼손되어 동식물들이 생명의 터전을 잃어가고 있다. 대규모로 지형이 변형되면서 백두대간의 단절까지 초래하기도 하며, 등산로 따라 주변 식물이 말라 죽고 등산로의 노면 침식과 토사 유출이 발생하여 동식물의 서식지가 파괴되어 종 다양성이 감소하고 있다. 일상화된 전 세계적인 폭염과 산불, 최악의 가뭄, 대규모 홍수는 기후위기를 드러내는 현상들이다. 이제는 우리가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해야 할 때이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효과적인 해결책은 숲 복원이다. 숲은 인간의 활동으로 배출되는 탄소의 3분의 2를 포획할 수 있다. 기후위기와 숲을 중심으로 하는 생태계의 파괴는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계속 되풀이하고 있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기온이 상승하면서 숲의 나무가 폭염과 가뭄의 공격에 시달리며 내성을 잃어가고 있다. 멸종 위기에 직면한 수많은 동식물을 살려내는 것이 결국 우리 자신을 구하는 일이다. [지리산 왕등재 습지의 물고기 모형 : 사진 이완우] 이곳 전시관에서는 전 지구적인 기후위기의 경보를 게시물로써 잘 알려주고 있다. 여우가 새의 알을 물고 가서 겨울을 위해 저장하는 모습을 보면 동물의 생존을 위한 적응 변화가 처절하기까지 하다. 빙하가 녹아내리고, 동식물의 서식지가 변화하고 있다. 꼬리표가 달린 동물과 조류가 야생에서 발견되니 생물종이 감소하고 있는 반증이다. 고온 건조한 바람 등 기상 여건이 심상치 않아 재앙적인 폭염이 반복되며 심지어 겨우내 꺼지지 않는 산불이 발생하고 있다. 이곳 전시관의 포토 아크(photo ark)에는 생명의 방주를 타고 있는 동식물의 사진을 게시하고 있다. 창세기의 신화에서는 지구를 휩쓴 대홍수에 노아의 방주에 의지해 많은 생명이 멸종의 위기를 모면하였다. 현재 전 지구적인 기후위기에서 생명의 대멸종이 발생하고 있다. 그러한 지구 자체가 또한 생명의 멸종 위기를 모면하고 보호받을 수밖에 없는 생명의 방주가 되어 있는 역설적 상황이다. [숲속의 소쩍새와 올빼미 모형 : 사진 이완우] 인간의 역사 1만 년 동안에 지구상에 있는 산림의 3분의 1일이 사라졌는데, 지난 백 년 동안에 사라진 면적이 그중 절반에 달한다고 한다. 숲이 주는 혜택은 식량과 목재의 획득, 탄소 저장 등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숲을 찾으면 산림욕으로 정신적 신체적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으며, 숲과 나무뿐 아니라 우리의 삶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얻을 수도 있다. 이곳 생태교육장에서 산림청에서 제작한 25쪽 분량의 백두대간 생태지도를 홍보물로 받았다. 이 생태지도는 지리산 천왕봉에서 설악산 향로봉까지 10개 구간별로 동물, 식물, 식생, 대표 수종, 대표 동물과 대표 식물 등의 서식 위치를 지도에 표기하고 사진을 첨부한 책자였다. 백두대간 생태교육장과 전시관에서 우리가 지구와 공존하는 노둣돌은 숲과 나무임을 확인하였다. [백두대간 은사시나무와 호랑이 모형 : 사진 이완우]
    • 이야기
    • 류오선의 지리산이야기
    2023-10-09
  • 8초 인류
    나 같은 나이에도 나 스스로 스마트폰 중독이라 여기고 있으니 이삼십대 젊은 친구들과 스마트폰의 친밀 관계는 말 할 필요도 없다. 스마트폰 안에는 나의 모든 것이 들어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 같이 애들이 멀리 사는 경우에는 더 그렇다. 폰을 들여다 봐야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고 얼굴을 볼 수 있고 손주의 움직이며 노는 모습을 옆에서 보는 듯 볼 수 있다. 누구에게 돈을 보낼 때도 돈이 들어왔나 확인 할 때도 그것을 봐야한다. 잊어 먹을까 메모도 거기에 녹음도 거기에 뭘 몰라 물어 볼 때도 거기에 한다. 노래를 들을 때도 영상을 볼 때도 그것을 찾는다. 그것이 손에서 떨어지면 금단 증상이 온다. 어딨지? 바로 옆에 놓고 가슴이 철렁! 큰일 난 듯 두리번댄다. 사진을 찍고 올리는 일이 이것을 통해야 쉬우니 일단 이것으로 사진을 올리고 컴터에서 글을 쓰던 뭘하던 한다. 내가 아는 모든 사람이 그 안에 있고 내가 모르는 모든 것을 그것은 알고 있다. 외울 필요가 없으니 그것을 보고 있다 머리를 들면 바로 까먹는다. 지금 찾고 조금있다 찾고 내일 또 찾는다. 한 집에 살면서도 때론 문자가 더 편하다. 사진까지 같이 보내며 요런거라고 똑 부러지게 부탁한다. 내가 아는 사람은 물론 모르는 사람의 일상까지 읽으며 나 지금 뭐하지? 하며 스스로 끔찍스러워한다. 그리고 결심한다. 다시는 너와 가까이 하지 않겠다고! 그러나 마치 고기가 어항 밖으로 튀어나와 발버둥치듯 손을 덜덜 떨며 그것을 찾는다. 증상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다 비슷한 병을 앓고 있을 것이라 짐작한다. 300쪽 가까이 전문가의 이야기를 듣고 실험을 통하지 않아도 이미 다 알고 있다. 근데 왜 뭐하러 읽고 난리야. 뭐 좋은 소리라도 있을까해서? 그 병이 확실한가 오진은 아닐까 확인해 보려고? 암튼 나는 뭘 몰라서 못하기 보다 삼일을 넘기지 못해서 못한다. 이 중독 증상이 병이라면 고쳐야겠지만 미리 단언한다. 고치지 못할 거라고 아니 안 고칠거라고! 그러나 정말 꼭 필요할 때만 쓰고 싶다고! 꼭 필요할 때만 쓰는거 아니였나? 그럴때가 많을 뿐이쥥 헤헤. 20분이 지나면 이미 우리는 공부한 것의 60퍼센트만을 기억할 수 있고, 1시간이 지나면 절반이 채 안 되며, 하루가 지나면 단지 3분의 1만 기억할 수 있다. 한달이 지나면 뇌 속에는 정보의 15페센트 밖에 남지 않는다. (헤르만 에빙하우스) p15 오늘날 지구상의 이동 전화 가입자 수는 79억명이다.(2019). 전 셰계 인구는 76억 명이니 사람보다 사용중인 심카드가 더 많은 셈이다. 매년 아이들보다 더 많은 심 카드가 탄생한다는 주장은 내게 적지 않은 우려를 불러일으킨다.((생략) 자랑할 만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탈리아는 한국(삼성의 본국)과 홍콩에 이어 인구 대비 모바일 기기 수가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나라다. (생략) 지금 이 순간, 지구상에 집에 화장실이 있는 사람보다 주머니에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놀랍기 그지없다. 유엔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약 24억 명의 사람들만 화장실을 소유하고 있으며, 약 10억 명의 사람들은 야외에서 용변을 해결한다. p41 오늘날 평균적인 사용자가 아이푠을 잠금 해제하고 사용하는 횟수가 하루에 약 80회, 1년에 거의 3만회(지금은 이미 그 이상일 것이다)에 이른다는 애플의 데이터나 하루에 스마트폰을 만지는 횟수만 해도 2,617회에 이른다는 또 다른 연구의 결과는 더 이상 놀랍지 않다. 웹 전문가 니르 이얄은 <훅>에서 스마트폰 소유자의 79퍼센트가 매일 아침, 잠에서 깬 후 15분 이내에 기기를 확인한다는 자료를 내놓았는데, 내가 보기에 이는 사실과 다른 것 같다. 실제로는 그보다 더 짧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내 경우에 는 잠이 완전히 깨기도 전에 숨 쉬는 것처럼 자동적으로 침대 옆 협탁에 놓아둔 스마트폰을 집어들 뿐만 아니라 어둠 속에서도 문자를 찍고, 눈을 제대로 뜨지 않고도 페이스북 앱을 열 수 있다. 게다가 전화나 메시지가 온 것이 없는데도 스마트폰이 주머니 속에서 진동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것은 환각의 한 형태로 10명 중 9명에게 일어나며 심지어 '팬텀진동증후군'이라는 학술명까지 가지고 있다. 팔다리를 잃은 사람이 뇌의 잘못된 재조정으로 인해 여전히 팔다리가 있다고 느끼는 현상,마치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사지의 말단 신경으로부터 계속해서 자극과 신호를 받는 것처럼 느끼는 현상인 '환각지phantom limb'에서 이름을 따왔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놀랍다. 이것은 스마트폰이 어느 정도로 우리의 일부가 되어버렸는지를 보여준다. (생략) "스마트폰 진동처럼 작고 빈번한 세포의 경련인 진동들은 감지되고 서로 교루합니다. 이를 설명하는 데는 두가지 이론이 있습니다. 하나는 기술이 우리의 두뇌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주장이고 다른 하나는 단순히 우리가 불안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메일과 메시지에 답장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우리를 초조하고 과민한 상태로 만든다는 것이죠."p46 8초는 오늘날 우리가 평소에 관심을 기울이는 평균 시간이다. 기사를 읽을 때, 음악을 들을 때, 영화를 볼 때,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때, 이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집중력을 잃는다. 8초! 금붕어보다 짧은 시간이다. 단 8초의 집중력으로 인해 우리는 오해와 소통 불가능, 고독 그리고 침묵의 형을 선고받았다.p66 역사상 어느 시점에서 우리는 산만함을 '산만함'이라 부르기를 그만두었다. 이 말의 근저에 깔려 있던 모든 부정적 의미와 함께 말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멀티태스킹'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컴푸터의 기능에서 차용한 용어다. (생략) 안타깝게도 실제로 컴퓨터는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할 수 없다. (생략) " 완전히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몸짓이 아닌 이상, 인간은 동시에 두 가지 일을 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우리가 하는 것은 전환입니다. 굉장히 빠르게 앞뒤로 왔다갔다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말은 매 순간 우리가 주의를 다시 집중시킨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하루 종일 이 업무 전환이 쌓이면 스트레스가 됩니다. 그리고 스트레스는 집중력과 두뇌에 막대한 대가를 치르게 합니다. 집중력이 낮아지는 것을 디대로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스마트폰은 그 물리적 존재만으로도 인지 능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 사용하지 않고 주변에 두기만 해도 우리의 주의력은 분산된다.p91 인간의 기능을 기계가 대신할 때마다 우리의 삶에서 그리고 뇌에서 어떤 능력이 제거되는 것이다.p132 화면의 LED가 청색광을 방출하기 때문입니다. 뇌는 이것을 날이 밝은 하늘의 푸른빛으로 알고 잠이 깰 때를 알리는 신호라고 해석하는 겁니다. 바로 이것이 디지털 기기가 뇌의 기억 능력에 미치는 첫 번째 직접적인 영향입니다."p154 2017년에 노벨 의학상은 일주기 리듬(대략 하루 24시간을 기준으로 하는)을 제어하는 분자 매커니즘을 발견한 공로로 세 명의 연구자에게 수여되었다. 태양광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에서 방출되는 청색광과 같은 단파장에 노출되면 우리의 신체는 모든 관점에서 '활성화'되어 반응한다. 반대로 양초의 빛과 같은 붉은 빛의 긴 파장에 노출되면 긴장을 풀고 휴식을 취하기 위해 잠이 들려는 성향이 있다. 24시간 주기의 리듬이 깨지면 당뇨병이나 비만, 우울증, 심부전, 천식과 같은 심각한 질병의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특히 어두운 방에서 잠들기 전에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은 정말 잘못된 행동이다. p155 죽었다 다시 태어나는 것 정도의 획기적인 전환이 일어나지 않는 한, '좋아요'와 '엄지 척' 사회는 계속될 것이다. 웹의 거인들에게 스스로를 개혁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빙산에서 타이타닉 호를 구하라고 요구하느느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p193 가끔은 무언가를 모른다는 것, 의심에 빠진다는 것이 참으로 위안이 되었는데, 이제 우리는 더 이상 그럴 수 없게 되었다. 단어들의 올바른 문자열을 입력하기만 하면 엄청난 양의 온라인 정보들 사이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p217 "독서는 정신의 학교입니다. 읽기 회로를 개발하면 점점 회로가 성장합니다. 깊이 읽을수록 생리학적으로 더 정교해집니다. 깊이 있는 독서는 수신하는 정보를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일고 있는 것과 생각하고 있는 것을 연결하기 위한 네트워크를 지속적으로 구축하기 때문이죠. 두뇌는 이러한 네트워크에 의해 말 그대로 장악되며, 신경학적 관점에서 이 모든 네트워크들이 모여 분석 능력을 구축합니다." 즉 깊이 있는 방식으로 더 많이 읽을스록 '정교한' 과정을 더 많이 강화하고, 읽은 내용이 기억 속에 더 많이 굳게 자리 잡을수록 더 깊이 생각하게 된다. 매이렁 울푸가 이야기하고 있었던 것은 바로, '골똘히 생각하기think hard'였다.p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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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05-24
  •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 제목이 코믹하다. 부제는 '정치적 동물의 길'이다. ”사실 정치에 관심없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말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일단 뉴스보면 기분 나빠지고 욕 나오니 싫다. 모든 정치적인 것에서 멀어지고 싶다. 사실 별 관심도 없다. 그러나 가만 생각해보면 모든게 정치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사는게 정친데 정치가 싫다? 이 무슨 모순이고 비극인가? 그렇다면 정치가 재밌고 좋아지려면 어찌해야 하나? 뭐 내가 결론내는 건 언어도단이긴 하지만 최소한 내가 불행하지 않으려면 정치가 재밌어야 하겠지? 그런 일이 있을랑가는 몰겄지만 이런 재미있는 정치에세이는 어떤가! 이 책은 전문 정치학 책은 아니고 에세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1부 정치란 무엇인가? 로 부터 시작해 여러가지 정치 얘기를 한다. 쉽고도 재밌다. 또 영화 얘기도 많고 그림 얘기도 많다. 알고보면 이 모두가 정치라는 얘기다. 결국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고 정치 없이 인간은 없다. 뭐 그런 이야기? 당신을 위로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그 위로하는 좋은 말들처럼 평탄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그의 인생 역시 어려움과 슬픔으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당신의 인생보다 훨씬 더 뒤처져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 좋은 말들을 찾아낼 수조차 없었을 것이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중 P9 정치가 어디 있냐고? 어느 날 눈을 떠보니 이 세상에 태어나 있고, 태어난 바에야 올바르게 살고 싶고, 이것저것 따져보고 노력해보지만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없고, 다른 사람과 함께하려니 합의가 필요하고, 합의하려니 서로에 대해서 알아야 하고,합의했는데도 합의는 지켜지지 않고, 합의 이행을 위해 규제가 필요하고, 규제를 실천하려니 권력이 필요하고, 권력 남용을 막으려니 자유가 필요하고, 자유를 보장하려니 재산이 필요하고, 재산을 마련하니 빈부격차가 생기고, 빈부격차를 없애자니 자원이 필요하고, 개혁을 감행하자니 설득이 필요하고, 설득하자니 토론이 필요하고, 토론하자니 논리가 필요하고, 납득시키려니 수사학이 필요하고, 논리와 수사학을 익히려니 학교가 필요하고, 학교를 유지하려니 사람을 고용해야 하고, 일터의 사람은 노동을 해야 하고, 노동하다 죽지 않으려면 인간다운 환경이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느닷없이 자연재해가 일어나거나 전염병이 돌거나 외국이 침략할 수도 있다. 공동의 삶을 위해 필요한 것은 많고 쉬운 일은 없다. 이 모든 것을 다 말하기가 너무 기니까, 싸잡아 간단히 정치라고 부른다. 정치는 서울에도 지방에도 국내에도 국외에도 거리에도 집 안에도 당신의 가느다란 모세혈관에도 있다. 체지방처럼 어디에나 있다, 정치라는 것은. P23-24 정치 공동체는 자연의 산물이다. 그리고 인간은 본성상 정치적 동물이다. 우연이 아니라 본성상 정치 공동체가 없어도 되는 존재는 인간 이상이거나 인간 이하다. -아리슽텔레스 "정치학" 중 p25 폴리스 시민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졌던 정치가 페리클레스는 다음과 같이 단호하게 말한다. "우리 아테네 사람들은 공적인 일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을 초탈한 사람이라고 존경하지 않고, 쓸모없는 인간으로 간주한다." p29 모든 권력을 싫어한다는 말은 모든 욕망을 무시한다는 말이며, 모든 욕망을 무시한다는 것은 삶을 혐오한다는 것이다. 권력은 권력만 없었으면 가능하지 않았을 여러 일을 가능하게 한다. 사람은 종종 목표를 지향하고, 그 목표는 권력의 향사를 통해 달성된다. 아무 것도 도모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까. 체속을 초월하겨고 드는 선사도 해털을 도모한다. 마음의 고요를 얻기 위해서도 마음의 파도를 잠재우는 어떤 나직한 힘이 필요하다. 정말 아무것도 도모하지 않겠다면 어딘가 조용히 숨어서 자신의 멸종 소식을 기다려라.p53 근대 정치 이론의 초석을 놓은 토머스 홉스는 저서 "리바이어던"에서 그처럼 한갓 사적 인간이 정치적 존재로 변신하는 과정에 주목했다. 낱낱이 흩어져 있던 인간들이 어떻게 단일한 의지를 가진 권력체를 창출할 수 있는 것일까. 어떻게 정치적 존재로 변신하는 것일까? 그냥? 심심해서? 그렇지 않다. 그들은 죽지 못해서 변신하는 것이다. 변신하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으므로. "지속되는 두려움과 난폭한 죽음의 위협"으로 인해 인생이 고독하고, 열악하고, 고약하고ㅡ 잔인하고, 짧아질까 봐" 변신하는 것이다. 어찌해볼 도리가 없을 정더로 괴롭기 때문에 정치적 존재로 변신하는 것이다. 그 변신 덕분에 인간은 비로소 삶을 견딜 수 있게 된다. 투표는 인간이 정치적 인간으로 변신했던 그 위대한 상상을 되살리는 축제다.p109 다민족 국가를 다스리는 일의 어려움은 피터 반 더 보트의 1578년 작품에 잘 드러나 있다. 온갖 짐승들의 머리가 달려 있는 거대 괴물을 정치 및 종교 지도자들이 당혹스럽게 바라보고 잇다. 이 괴물은 다민족 제국의 여정을 시작하던 16세기 후반의 (오늘날)네덜란드를 상징한다. 그러나 다민족 국가가 반드시 통치의 어려움만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잘만 소화하면 그것은 활력의 근원이 될 수 있다. 유럽 각국이 가톨릭이냐 프로테스탄트냐의 갈림길에서 탄압과 전쟁을 일삼고 있을 때, 네덜란드는 적극적으로 관용 정책을 택했다. 그에 따라 칼빈주의자뿐 아니라 가톨릭 루터교, 유대교, 재세레파 신자 등 타국에서라면 이교도로 낙인찍혀 핍박을 받았을 인재들이 네델란드에 몰려와 살게 되었다. 17세기 초 암스테르담 인구의 40퍼센트를 이민자가 차지할 정도였다. 다양해진 인구 구성을 장애물이 아니라 활력으로 승화시켰을 때, 네덜라드는 본격적인 번영을 구가하게 된다. 오늘날 많은 네덜란드 사람들은 자기 나라가 향유하고 표방해온 다양성과 자유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다. p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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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05-18
  • 지리산 봄(春/見), 루이네
    지리산 봄(春/見), 루이네 강회진(시인, 독립연구자) 마음이 아픈 줄도 모르고 어른이 되어 앞으로 운이 좋아 80살 까지 산다고 쳤을 때 내게 남은 생은 살아온 날 보다 적다. 마음이 아픈 줄도 모르고 어른이 되었다. 무엇을 견디는지도 모른 채 인생이 지나고 있다. 나의 욕심으로 때론 너무 왔거나 지나갔거나 눈치 채지 못한 관계에 지치고 하지 않아도 될 일들까지 하느라 몸과 마음이 늘 고단했다.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살 수는 없을까? 아무것도 하지 않으나 진짜 나만을 위한 시간, 나를 위한 시간을 갖고 싶었다. 더 늦기 전에. 더 늦기 전에. 드디어 나는 짐을 싸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디로 가야하나. 오랫동안 지리산과 섬진강을 그리워했기에 구례, 하동을 꿈꾸었다. 언젠가 초여름 지리산 둘레길을 걸으며 보았던 산내의 다랭이논 일렁이는 초록 물결과 손에 잡힐 것 같던 흰 구름, 고즈넉한 실상사의 저녁 예불 모시는 풍경들이 자꾸만 나를 불렀다. 마음을 정하고 나니 모든 것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집을 구하기 어렵다는 산내에 빈 집이 나왔고 내놓은 아파트는 금방 입주자가 나타났다. 마치 오래 전부터 계획되어 있었던 일처럼. 2. 세 가지면 충분하다 사람들은 내게 왜 그 먼 곳으로 가느냐 물었다. 대체 어디에서부터 먼 곳이라는 말일까? 나에게는 가장 가까운 곳이 바로 이곳이라 말하지 못했다. 마당에서 듣는 하루 두 번 실상사 범종 소리와 수달이 살고 있다는 람천의 우렁찬 물소리,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천왕봉. 이곳으로 이사를 위한 이유로 이 세 가지면 충분했다. 게다가 이곳은 내게 완벽하게 낯선 곳. 이사를 하는 날 고속도로에 눈발이 날려 앞이 보이지 않았다. 운전기사는 “이사하는 날 눈이 오면 부자된다 안하요.”라며 애써 웃음을 보였다. 지리산 IC에 들어서는 순간 가슴이 쿵쿵 뛰었다. 저 멀리 펼쳐진 지리산 자락이, 마을이 온통 눈으로 환하게 빛났다. 지리산에 곁들어 사는 일은 지리산이 허락해야 한다던데 드디어 나도 지리산의 선택을 받았구나. 다정한 지인들은 문패를 만들어 보내주었고 마당에 심을 꽃나무와 다양한 꽃씨를 보내주거나 어여쁜 커튼을 보내 새로운 출발을 기꺼이 응원해 주었다. 이사 후 두 번의 큰 눈이 내렸다. 저 멀리 눈에 덮인 천왕봉은 감탄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실상사 저녁 범종 소리를 들으며 구들방 아궁이에 불을 넣었다. 가끔 불씨가 아까워 고구마를 구워 강아지와 나눠먹었다. 그렇게 산내의 첫 겨울이 고요히 흘러갔다. 3. 산내는 산내말로 살래 맘씨 좋은 이웃이 밭 귀퉁이를 무상으로 빌려주셨다. 또 다른 이웃은 슬며시 거름을 부려놓고 가셨다. 감자를 심고 두둑 가에는 옥수수도 심어야지. 밭을 일궈 고랑 네 개를 만들고 거름을 뿌렸다. 다음날 맞춤비가 내렸다. 나른한 햇살을 받으며 꽃씨를 담구고 씨감자 눈을 쪼개다보니 어느새 담장에 노란 개나리가 막 피어나는 춘분이 되었다. 밤마다 멀리 무논에서 개구리들이 정겹게 울어댔다. 어느 밤, 마당에 나가 올려다본 하늘, 선명하게 반짝이던 북두칠성이 말했다. 그래, 잘 찾아왔어. 너의 길. 이른 아침 단풍나무에 새가 날아와 한참을 앉았다 날아가는 흔하디흔한 그 풍경이 좋았다. 새들을 위한 모이를 뿌리고 수돗가 물을 갈아준다. 햇살이 길게 들어오는 이른 아침, 멀리 천왕봉을 게으르게 앉아 바라보는 그 시간을 놓칠까봐 아침 일찍 일어난다. 지리산에 와 매일 매일이 행복한 검은 개 루이를 데리고 산책을 나가면 이웃 어르신들이 묻는다. 어디사요? 놀러왔는가베? 아니요, 저 살래 살아요. 저 멀리 앞 산 노란 산수유 지면 대문 옆 감나무에도 반짝이는 새 잎 무성할 것이다. 마당에 정성껏 심은 모란이 피고 지는 깊은 봄이 흘러 옥수수를 따고 감자를 캐면 좋은 사람들 모아 잔치를 해야지. 지리산의 첫 봄, 살래의 첫 봄, 나의 첫 봄이 설렌다. -달궁수달래 / 김인호
    • 이야기
    • 여기저기 민들레
    2023-04-09
  • 다섯번째 산
    작가 파울로 코엘료는 전 세계 170개국 이상 83개 언어로 번역되어 3억 2천만 부가 넘는 판매고를 기록한 우리 시대 가장 사랑받는 작가. 1947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태어났다. 저널리스트, 록스타, 극작가, 세계적인 음반회사의 중역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하다, 1986년 돌연 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로 순례를 떠난다. 이때의 경험은 코엘료의 삶에 커다란 전환점이 된다. 그는 이 순례에 감화되어 첫 작품 『순례자』를 썼고, 이듬해 자아의 연금술을 신비롭게 그려낸 『연금술사』로 세계적 작가의 반열에 오른다.(출판사) 세상 모든 사람은 피하라 수 없는 일의 영향을 받는다. 어떤 이들은 극복했고 어떤 이들은 포기했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비극의 날개가 우리 인생을 스쳐지나가는 경험을 한 적 있다. 이유가 뭘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나는 엘리야를 따라 아크바르의 시간 속으로 떠났다. 파울로 코엘료p12 "인간은 선택을 내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지." 천사가 대답했다. "결정을 내리는 힘이 바로 너의 능력이다."p192 "그보다 더 어려운 건 자신의 길을 분명히 정하는 것이다. 선택을 하지 않는 자는 아직 숨을 쉬고 길을 걷고 있다 하더라도 신의 눈에는 죽은 것과 같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다. 누구도 죽지 않는다. 영원함은 모든 영혼에게 열려 있고 저마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해나갈 것이다. 태양 아래 있는 모든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p193 하느님은 인간으로 하여금 당신과 정면으로 맞서고 당신의 질문에 대답하게 하신다. "왜 너는 그토록 짧고 고통으로 가득한 존재에 그토록 매달리느나? 너의 싸움의 의미는 무엇이냐?"p279 아이들은 항상 어른에게 세 가지를 가르쳐주죠. 별 이유 없이도 행복해하기, 무언가에 항상 몰두하기, 그리고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온 힘으로 매달리기. 제가 아크바르로 돌아온 것도 저 아이 때문입니다. p276 "주님의 말씀은 네 주변의 온 세상에 쓰여 있단다. 네 삶에 일어나는 일에 주의를 기울여보면 너는 하루의 순간순간 주님께서 당신의 말씀과 뜻을 숨겨놓으신 곳을 찾을 수 있을 거야. 주님이 시키시는 일을 해내도록 노력하렴. 그것이 네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유일한 이유란다."p318
    • 이야기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03-08
  • 가여워 하는 마음
    가여워하는 마음 박두규/시인 어김없이 새날이 오듯 새해도 온다. 그리고 사람들은 바쁜 연말이나 연시의 와중에도 한 번쯤은 가는 세월이나 오는 세월을 머릿속에서 정리하거나 다짐하게 된다. 나는 인생 간판에 시인 딱지를 붙이고 살다 보니 연말연시가 되면 문학이니 예술이니 하는 것에 대한 생각을 가끔 되짚어보곤 하는 것인데 그때마다 박수근(화가)이 했다는 말이 떠오르곤 한다. “나는 인간의 선함과 진실함을 그려야 한다는 예술에 대한 대단히 평범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 이 말은 어디서 어떻게 알게 된 것인지 기억에도 없는데 느닷없이 날아온 돌멩이처럼 나의 뇌리에 강하게 박혀 수시로 울림을 준다. 예술이 아름다움의 영역이라면 그 아름다움은 선함과 진실함의 바탕에서 이루어진다는 어떤 믿음이 있었던 건 아닐까? 그의 말처럼 정말 평범한 일상생활 속의 착함과 진정함이 가장 아름다운 삶이 아닐까? 그냥 스치고 지나갈 수도 있는 이 말이 나에게 강하게 올 수 있었던 건 아마 당시 이런저런 경전들을 읽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많은 경전의 바탕이 선함과 진실함이 아니던가. 그리고 그때 그것들을 읽어내며 스스로의 단어로 정리해낸 말은 ‘가여워하는 마음’이었다. 그 즈음에 나온 시집의 제목을 ‘가여운 나를 위로하다’라고 붙인 것도 이 때문이었을 것이다. 새 정부가 들어선 후 이런저런 부족한 짓, 말도 안 되는 짓, 터무니없는 짓들을 많이 한다고 하는데 내가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점은 윤가와 그의 사람들에게는 이 ‘가여워하는 마음’이 없다는 것이다. 이긴 자가 진 자에 대해 그리고 소외된 사회적 약자들, 또는 민초들에 대해 ‘가여워하는 마음’이 없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인간됨의 근본이 없는 것이다. 세상과 사람에 대한 연민도 없이 살아가는 것들이 무슨 정치며 예술이며를 할 수 있겠는가. 그러한 마음을 학문이나 사상에 앞서 삶 속에서 잘 보여준 옛사람으로 퇴계 이황 선생이 있다. 요즘 자본주의 기후 위기에 연계된 이런저런 책들을 보게 되었는데 21세기에 들어 사상적 출구를 모색하는 세계의 석학들에게 주목받는 사람 중에 퇴계 선생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퇴계를 생각하면 그의 사상이나 학문보다는 그가 살아낸 구체적인 일상 삶과 그를 통해 보여준 ‘가여워하는 마음’이 먼저 떠오른다. 그는 스물한 살에 결혼하고 아내 김해 허씨와 함께 슬하에 두 아들을 두었지만, 아내가 결혼 6년 만에 병사한다. 그리고 3년 상을 치른 후 재혼하는데 맞아들인 권씨 부인은 정신질환이 있는 병약한 사람이었다. 그녀는 퇴계가 마음속으로 존경했던 권주(연산군 때 갑자사화로 사약)의 아들 권질의 딸이었다. 권질은 조광조 숙청의 기묘사화 때 예안으로 귀양 와 있었는데 퇴계가 이따금 찾아가 문안 인사를 하며 지내는 사이였다. 그런데 권질은 병을 얻어 죽으며 여러모로 부족한 딸을 두고 가는 것이 마음에 걸려 퇴계에게 딸을 돌봐달라고 부탁한다. 퇴계는 마음속으로 존경하던 분의 집안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몰락하는데 자손들마저 불행해지는 것이 가슴 아파서 그 딸을 맞아들여 재혼하게 된다. 하지만 퇴계 선생의 진정 훌륭한 점은 결혼 후 그 정신적 질환이 있는 부인에게 ‘손님처럼 공경하는 법도’를 실천했다는 것이다. 그것은 퇴계 선생이 공부하고 펼친 지식과 사상이 현실 속에 살아있는 학문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또 그의 ‘가여워하는 마음’의 정도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알다시피 퇴계는 인간의 근본 마음 네 가지 중 앞세운 것이 측은지심(仁)이며 바로 ‘가여워하는 마음’에 다름 아니다. 그렇게 늘 4단四端의 마음을 중심에 두고 7정七情의 마음을 경계하는 것이 당시 선비들의 수행이고 공부였는데 선생은 삶 속에서 그것을 실천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런 결혼생활도 16년 만에 권씨 부인의 죽음으로 막을 내린다. 퇴계의 ‘손님처럼 공경하는 법도’ 또한 그렇게 끝났는데 퇴계는 훗날 그 시절을 ‘결혼생활 16년 동안 더러는 마음이 뒤틀리고 생각이 산란하여 고뇌를 견디기 어려운 적이 없지 않았다’라고 술회한다. 이러한 고백으로 짐작할 수 있듯이 비록 퇴계가 그 시절을 자신의 덕을 쌓는 수양의 화두로 삼아 모범을 보였다고는 하나 얼마나 괴롭고 힘들었나를 짐작하게 한다. 그리고 퇴계의 ‘가여워하는 마음’을 짐작하게 하는 또 하나의 일화는 그의 며느리 이야기다. 둘째 아들 채(寀)는 정혼한 상태였는데 그 아들이 결혼을 앞두고 급사하게 된다. 그래서 아들이 죽었기 때문에 예식도 못 올린 며느리를 맞이해야만 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퇴계는 당시 삼종지의三從之義의 엄격한 규율을 깨뜨리고 처녀의 몸으로 며느리가 된 여인을 친정으로 돌려보내 재가하게 한다. 퇴계 선생의 삶의 바탕에 있던 ‘가여워하는 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퇴계는 엄격한 유가의 선비였으나 깊은 인간애에 바탕을 둔 스스로의 삶을 꾸려내었으며 세상의 법도 이전의 ‘불법不法의 예’를 보인 진정한 유가의 스승이었다. 그리고 퇴계는 첫째 부인이 죽은 후 두 아들을 양육하기 위해 관례에 따라 첩을 들였는데 그 첩도 선생보다 먼저 죽게 된다. 첩에게서 낳은 아들이 있었는데 그 아들 또한 자신의 호적에 올렸고 차후에 그 아들의 후손들이 적서의 차별을 받지 않도록 족보에 적서의 구별을 두지 않게 하였다. 또 퇴계 선생은 이런저런 굴곡의 가정사를 다 넘기고 홀아비 생활을 하는 중에 단양군수로 있을 때는 단종 복위에 참여했던 사대부의 후손으로 어린 나이에 관기가 된 기생 두향을 소실로 맞아 외로움을 달래고 남녀의 사랑이라는 것을 하게 된다. 서자와 관기라는 당시 천한 신분의 사람에게도 시대의 법도를 넘어 사람의 근본에 있는 ‘가여워하는 마음’으로 차별 없이 대하였다. 나는 퇴계 선생의 아픈 가정사를 보면서 평범한 일상생활 속의 착함과 진정함이 가장 아름다운 삶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박수근이 말한 ‘인간의 선함과 진실함을 그려야 한다는 예술에 대한 대단히 평범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는’ 그 말의 깊이를 절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황이라는 사람은 위대한 학자요 사상가이기 전에 ‘가여워하는 마음’이라는 존재의 근본을 깨달은 사람이고 그렇게 자신을 살아낸 참으로 아름다운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작금의 우리 사회는 이로부터 얼마나 멀리 왔는가. 국정을 운영한 새 정부의 2022년을 보면서, 제 이익과 안위만을 생각하는 권력을 보면서, 그들의 치졸한 양아치 정치를 보면서, 윤가와 그 권력의 발뒤꿈치를 쪼아 먹고 사는 닥터피쉬들을 보면서, 그 언론과 정치권과 검찰과 윤의 사람들을 보면서, 언감생심焉敢生心 ‘가여워하는 마음’을 꿈꿀 수는 있을 것인가 하는 절망감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에게 나라를 맡긴 것은 국민이니 한편으론 할 말도 없다. 이는 모두 자본주의, 자유주의라는 왜곡된 이데올로기 안에서 돈만 있으면 되고 나만 살면 된다는 그릇된 가치관의 정서가 우리 사회 안에서 당위적 정당성을 얻고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이런 가치관의 변화 없이는 우리 사회의 ‘가여워하는 마음’은 회복할 수 없을 것이다. 퇴계 선생처럼 개개인의 진정성으로 실천하는 정도를 넘어 지난날 촛불처럼 온 국민이 지극정성으로 ‘가여워하는 마음’을 기원하는 계묘년이 되기를 바란다. <끝>
    • 이야기
    • 여기저기 민들레
    2023-01-26

실시간 이야기 기사

  • 숲으로 간 여성들
    이 책은 세계 곳곳에서 지구 환경을 지키기 위해 그 분야에 최초가 아니면 최전선에서 목숨까지 다 바쳐 힘써온 여성 환경운동가들의 이야기다. 그녀들의 행동은 위대하지만 아마도 그녀들은 천재가 아닌가 생각된다. 천재가 위대한 행동을 만들어 내는지 위대한 행동이 천재를 만드는 건지 아니면 환경이 천재를 만드는 건지... 목차만 봐도 그녀들의 위대함을 짐작 할 수 있다. 01 구두공의 딸, 수족관을 세우다: 잔 빌프뢰-파워, 힐데가르트 폰 빙엔,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 02 집은 개인의 것이지만, 공원은 모두의 것: 옥타비아 힐 03 더 이상 침묵할 수 없습니다: 레이첼 카슨 04 바다 없이는 생명도 없다: 실비아 얼, 티어니 타이스, 아샤 데 보스 05 착취와 차별 속에서 내 의식은 탄생했다: 리고베르타 멘추와 라틴아메리카의 여성들 06 아프리카에 심은 일억 그루의 나무: 왕가리 마타이 07 고릴라들의 벗, 이곳에 잠들다: 다이앤 포시 08 환경운동가들의 무덤이 된 아마존: 도로시 스탱 수녀와 숲 지킴이들 09 우리의 땅을 돌려달라: 위노나 라듀크와 마돈나 선더 호크 10 차라리 내 등에 도끼질하라: 메다 팟카르와 인도의 여성 환경운동가들 11 우리가 가장 잘하는 일로 맞선다: 마마 알레타와 에린 브로코비치, 기업과 싸운 투사들 12 ‘배들의 무덤’에서 사람들을 구하라: 리즈와나 하산 13 호수를 지키는 여성들: 마리나 리흐바노바, 베라 미셴코, 갈리나 체르노바 14 정치를 녹색으로 물들이다: 페트라 켈리와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15 도대체 무엇을 위한 발전입니까: 일본의 히라타 키미코 16 재난 자본주의에 맞서다: 달마 카르타 헤나 17 작은 노력이 기회를 만들어낸다: 이사투 시세이, 이칼 앙겔레이, 파티마 지브렐 18 우리의 목소리는 막을 수 없다: 우홍이와 중국의 청년 세대 19 지속 가능한 미래의 틀을 만들다: 그로 할렘 브룬틀란 20 세계의 툰베리들이 말한다: 미래를 앞당기는 젊은 활동가들 세계의 시선은 글래스고 회의에 앞서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정상회의에 쏠렸지만, G20보다 덜 알려진 V20이라는 그룹이 있다. 기후 변화에 취약한 20개국을 가리키는 말이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50년까지 기후 위기로 이억 명이 국내를 떠도는 유민이나 나라 밖으로 탈출한 난민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빈곤국 농촌 인구의 3분의 2는 강후 패턴이 바뀌고 기온이 올라가 고통받을 것이다. 이미 사막화와 기상재해로 먹을 것조차 부족하게 된 사람들이 사천백만 명에 이른다. 이를테면 미군이 철군하며 재난상이 부각된 아프가니스탄의 경우 정치적 혼란에 가뭄이 더해져 주민들이 굶주리고 있다. 인구 95퍼센트가 끼니를 챙겨 먹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된다.p180
    • 이야기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02-22
  • 너도바람꽃
    「섬진강 편지」 - 학수너도바람꽃! 약속하지 않아도 꽃 피는 숲에서 만나던 들꽃길 친구의 황망한 부음이 들려왔습니다. 그 친구와 만났던 숲 꽃자리에 핀 너도바람꽃, 오늘 먼 길 떠난 친구에게 너도바람꽃을 바칩니다. 이제 봄마다 피는 이 너도바람꽃은 학수너도바람꽃입니다. 학수너도바람꽃! ............................................................. 친구 떠나고 한 해 지난 오늘 첫 너도바람꽃을 만났습니다. 우리는 떠나도 저 꽃들은 봄이면 어김없이 이리 환히 피어나겠지요. -섬진강 / 김인호
    • 이야기
    • 지리산 생태 이야기
    2023-02-21
  • [지리산사람들 제9기 임원진 인사] 회원 여러분과 함께 꿈꾸고 싶습니다
    회원 여러분, 안녕하세요.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지리산사람들’(약칭 지리산사람들) 제9기 임원진입니다. '어쩌다보니' 역할을 맡게 되었습니다. 추운 겨울이 지나 봄이 다가오고 있는데요. 이 역시도 '어쩌다보니' 봄을 맞는 건 아닌가 싶어요. 아무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음에도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들을 '어쩌다보니'라고 말하기도 하죠. 그냥 다가오는 것이지만 '어쩌다보니'라는 말은 다가오는 것들에 대한 긍정, 즉 가능성의 계기로 받아들이려는 수줍은 고백이 담겨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리산사람들 9기 임원들은 '어쩌다보니' 대표를, 운영위원장을, 운영위원을 그리고 감사를 맡게 된 것 같습니다. 매순간 우리 문명, 제도, 공동체의 모순을 대해야 하는 요즘입니다. 역사적 존재로서 그 모순에 동참하고 있는 구성원이라는 '필연' 속에서 절망할 수 있지만, 다른 가능성의 계기로서의 '우연'들을 꿈꾸는 지리산사람들이 되었으면 합니다. 함께 그 꿈을 꾸었으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지리산사람들 제9기 임원진 두손모음 ● 대표 : 최지한. 윤주옥 ● 운영위원 : 이창수 (위원장). 김인호. 노정우. 문현경. 박두규. 박은주. 소은숙. 신 강. 윤주옥. 정태준. 최상두. 최지한. 칩코. 하정옥 ● 감사 : 박석곤. 우범
    • 이야기
    • 지리산자락 사람들
    2023-02-20
  • 알맹이만 팔아요, 알맹상점
    옛날에 '한남자'가 자기가 고딩때 하던 문예부 이름이 '알맹이만 모여라, 껍데기는 가라'? (오래되 정확히 기억은 안난다)뭐 그런거라고 얘기한 것을 기억한다. '알맹이'란 단어를 들으면 왜 그 기억이 나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그런 비슷한 것을 상상하며 집어들은 책은 '제로웨이스트'에 관한 것이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놀라운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누구나 하려고 하고 필요성을 느끼지만 1부터 10까지, 아니 5까지라도 실천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이 사람들은 제도상 어쩔수 없는 것은 빼더라도, 10까지 실천하는 사람들이다. 그저 입이 딱 벌어지고 존경심이 마구 솟구친다. 지구에 지분이 있다면 나같은 이는 1, 이들은 9를 가져야 할 것이다. 하나도 없는이는 더 많을 것 같다! 목차만 읽어도 도움이 된다. 목차 프롤로그 Chapter 1. 국내 최초 리필스테이션, 알맹상점 알맹이만 있는 플라스틱 프리의 꿈 … 알맹이만 찾는 자들, 망원시장에서 만나요 … 알맹@망원시장 시즌 2 … 플라스틱 프리 동네 망원, 내 마음대로 되지가 않네 국내 최초 리필스테이션, 세상만사 다 리필할래 … 망원시장 세제 리필 가게 … 화장품도 리필 가능? 콜! … 동네 구석구석에서 샴푸 리필이 가능하기를 … 플라스틱 없는 우리 마을 만들기 : 세제 소분 숍 알맹을 꿈꾸는 분들께 한국형 제로웨이스트 가게를 만들어요, 알맹상점 본격 창업기 … 사장 해보실 분? 어쩌다 사장 … 우리의, 우리에 의한, 우리를 위한 가게 … 작은 가게들의 응원으로 문을 열다 … 이상하고도 자유로운 상점의 경영법 … 알맹상점의 물건 간택 기준 … 서로가 서로를 먹여 살리는 제로웨이스트 생태계의 탄생 … 동네별 작은 제로웨이스트 가게들의 슬로우 비즈니스 … 이것은 바로 동네의 셀프 그린뉴딜 … 제로웨이스트 가게 & 리필스테이션을 꿈꾸는 분들을 위한 안내서 Chapter 2. 1호점 커뮤니티 자원회수센터, 2호점 일회용품 없는 비건 카페 우리 동네 물건공유 센터, 필요한 사람에게 다시 생명을 우리가 해결해야 할 쓰레기 : 재활용은 답이 아니다 … 한국형 제로웨이스트, 자발적으로 쓰레기를 걷는 가게들 … 종이팩은 종이가 아니다 … 새로운 자원이 될 수 있는 커피 원두 찌꺼기 … 버려지는 작은 플라스틱의 혁명! 병뚜껑으로 치약 짜개를? … 운동화 구매 시 받는 쓰레기가 된 운동화 끈 … 실리콘은 재활용이 될까? … 버려진 크레용은 녹여 재사용이 가능하다 … 양파망도 재활용할 수 있다면 … 집에서 잠자고 있는 에코백과 종이백을 받습니다 … 휴대용 정수 필터 ‘브리타 정수 필터’ … 깨끗하게 세척?소독된 유리병, 페트병 … 사실 일회용이 아니었다, 폐카트리지, 토너 … 잠시 동안 모은 쓰레기, 바뀔 것을 요구합니다 … 알맹상점의 자원순환 통계 알맹상점 2호점, 서울역 리스테이션 … 일회용 컵이 없는 카페 … 예쁜 유리컵을 포기한 이유? … 미닝아웃 : 지속가능한 먹거리를 위하여 … 플라스틱 쓰레기보다 음식물 쓰레기가 더 문제? … 쓰레기를 해결하는 순환 경제(5R) … 쓰레기 분리배출 팁 Chapter 3. 목소리를 모으면 바뀝니다, 같이해요 캠페인! 알맹@망원시장 커뮤니티의 형성 : 비닐 아웃 카페에서 빨대를 없앨 수 있을까? 당근몹 : 용기 내 무포장 네트워크 조사단 브리타 어택 1차 화장품 포장재 어택 : 화장품 용기는 재활용이 안 된다 2차 화장품 포장재 어택 리필스테이션 활성화를 위한 규제완화 ‘멸.종.위기’ 캠페인 쓰레기, 플라스틱 문제 : 시민참여형 해결이 정답 Chapter 4. 이제는 가성비 소비가 아니라 가치 소비 알맹상점의 제품 고르는 기준(가치를 담을 수 있는 물건) 왓츠 인 마이 백 : 내 가방 속의 제로웨이스트 우리집 홈카페 주방 욕실 다용도실 거실과 사무실 가치 소비로 선물하세요 에필로그 … 금자 … 은 … 래교 나무젓가락은 진짜 순수하게 나무로만 만들어진 것일까? 정답은 아니오. 일회용 나무젓가락은 상온에서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도록 약품으로 표백하고 곰팡이가 생기지 않도록 방부 처리도 한다. 물고기가 사는 어항에 일회용 젓가락을 넣자 독성으로 인해 금붕어가 죽었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나무젓가락에 흔히 사용되는 약품들은 간세포에 영향을 주고 위벽 괴사와 염증발생, 장내선증과 암 발생, 성장 너해, 불임, 식도 통증 및 구토, 설사, 혈변, 피부염, 두통 등을 일으키는 독성이 확이되기도 했다. 그리고 나무젓가락은 자연에서 분해되는 데 20년 이상 걸린다.p128 공감을 얻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운 캠페인을 주최하고 이끌어나가고 홍보하고 결과에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붓는 캠페이너들이 있다. 대가없이 세상을 구하는 영웅은 여화 속 마블 주인공 뿐만이 아니다. 세상에 한 줄기 희망이, 빛이 된다면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존재들이 어디에나 존재한다. 그래서 세상이 아직 살 만하지 않을까.p162 등 따시고 배부르게 있을 때 다른 곳에서 누군가는 살기 좋은 세상을 위해 노력했다는 자체가 진심으로 고마웠고, 지금이라도 그 변화에 힘이 되고 샢다는 생각이 매번 들었다.p197 링크는 저자와의 인터뷰 http://ch.yes24.com/Article/View/50848 알맹상점 공동대표 3인 “처음부터 돈 벌 생각이 없었어요” | YES24 채널예스 저희는 애초부터 돈 벌 생각이 없었어요. 그냥 ‘우리가 하고 싶은 걸 해보자, 재밌게 해보다가 망하면 문 닫자’라는 마음으로 시작했거든요. 그래서 이런 독특한 모습의 동업 형태가 나오지 않았나 생각돼요. (2022.05.30) ch.yes24.com
    • 이야기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02-17
  • 지구는 괜찮아, 우리가 문제지
    기후위기 관련 여러가지 책이 있지만, 여러가지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 책이다. 한가지 사실에 대해 원인과 결과를 알려주고 원인에 대한 이유와 초래한 결과에 대한 자세한 설명, 그리고 결과 이후의 상황까지 자세하면서도 이해하기 쉽게 알려준다. 기후위기는 알면 알수록 흥미롭다. 단순히 인간의 위기는 기후에 달려 있지 않다는 걸 알지만 인간이 자초한 모든 결과가 결국 '기후'라는 삶의 조건에 이르게 된다. 어떤 해결책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저절로 고민하게 되고, 의례적인 '나부터'의 공식을 무시 할 수는 없지만 보다 넓은 시야로 지구를 바라보게 된다. 아! 내가 과학자라면...라면 이산화탄소를 인간에게 유익한 물질로 변화시킬 수 있는 물질을 발명하고 싶다는 생각에 까지... 지구는 무심하게 돌아간다 빙하기가 끝나며 찾아온 이런 변화에 담긴 교훈은 크게 두가지다. 첫 번째 교훈은 쉽게 알 수 있고 그만큼 자주 언급되는 것이다. 기후 변화, 특히 지구가 따뜻해지는 변화가 생기면 세상이 크게 변하고 그 충격으로 많은 생물이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이다. 두 번째 교훈은 자연의 본모습은 사람의 삶을 신경 쓰지 않기에 사람들 스스로 사람의 삶을 신경 써야 한다는 사실이다. 먼 옛날 서해에 펼처저 있던 넒은 숲의 나무들과 그 나무에 깃들어 살던 수많은 생물이 다 물에 잠겨 멸망한 것은 그냥 빙하기가 끝났기 때문이다. 빙하기는 그저 때에 따라 왔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여기에는 선과 악이 없다. p71 요즘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노력이란, 무슨 고상한 취향을 드러내기 위한 선행 같은 것이 아니다. 기후변화는 미래에 우리와 우리 이웃이 어떻게 버틸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한 더 긴박하고 현실적인 문제다. 기후변화에 대해 고민한답시고 사람의 손길에서 벗어난 자연의 섭리 같은 평온하고 흐릿한 관념에 빠져 있던 세상은 이미 갔고, 이제는 사람을 살리기 위하 치밀한 계산이 필요할 수 밖에 없는 세상이 찾아왔다. 그동안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서는 나부터 적은 실천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나는 과연 어떤 실천을 하는 것이 당장 중요한지 알아내기 위해 더 애쓰고, 더 잘 알려주기 위해 노력하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을 생각할 때 귀여운 북극곰들이 당황하는 모습만을 떠올리기보다는 급작스러운 집중호우에 배수가 역류하는 도시의 반지하 방에 사는 사람들을 어떻게 보호할 수 있을 것인지 먼저 따져보아야 한다는 뜻이라고 말해볼 수도 있겠다. p439
    • 이야기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02-17
  • 엄천강 물에 사는 야생동물들 무관심한 지자체
    하천의 모습은 흡착포와 오일휀스에 의존 더이상 아무련 진척이 없다.
    • 이야기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02-16
  • 지구를 지키는 것이 나의 일이라면
    280페이지로 된 이 책은 절반이 사진이다. 그것도 잘 생긴 '케이트 블란쳇', '맷 데이먼'같은 헐리우드 배우나 가수 그리고 '일론 머스크'나 버락&미셀 오바나'같이 왠만하면 알만한 유명인사들이다. 보통 사람들은 생각도 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돈을 번 유명 가수나 배우같은 부자는 돈을 어디다 쓸까 가끔 궁금하다. 아무렴 돈이 없어서 못쓰지 쓸데는 쌔구 쌨을테지만 그들의 수입이 엄청난 것을 들을 때는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 많은 돈을 개인의 사치나 허영 그리고 방탕한 생활로 탕진하는 이들의 소식도 가끔 듣지만, 이 책에 나온 이들은 참으로 가치있는 일, 지구를 지키는 것에 투자한다. 이들이 어떻게 지구를 지키는지 모두 방법은 다르지만 규모도 크고 많은 사람과 협력한다. 모두가 대단한 일을 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나에게 감명을 준 두사람을 기억하고 싶다. 한사람은 '하비에를 고예네체'이고 또 한사람은 '보이안 슬랏'이다. 이 시대 진정한 '영웅'은 바로 이런 사람들이 아닐까 나는 생각한다. 미래를 위한 친환경 패션으로 바다를 청소하다 '하비에르 고예네체'는 에코알프ECOALF는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를 고품질 의류로 탈바꿈하는 스페인 패션기업이다. 에코알프는 지중해 해저에서 건져올린 페트병을 100퍼센트 재활용한 신섬유를 만들었다. '해양 쓰레기'섬유로 고품질 직물을 짜고, 그 직물로 지속가능한 의류품의 새로운 세대를 연 것이다. "이해하기 쉽게 예를 들면, 이런 과정으로 스웨츠셔츠 한벌 제작하는데 6,200리터의 물을 아낄 수 있습니다." 하비에르는 설명한다. "2020년 11월부터 재활용 원료로 디자이너 가구도 제작할 예정입니다. 새로운 큰 도전이죠. 아이빙을 하면서 해양오염을 직접 경험했습니다. 바다는 오랫동안 아무거나 막 버리는 쓰레기 배립지 취급을 당했어요. 해수면 위에 떠다니는 쓰레기는 해저 밑바닥에 가라앉은 쓰레기에 비하면 빙산일각일 뿐입니다. p166 매년1,400억 벌의 의복이 생산되고, 그중 70퍼센트는 팔리지도 않고 그대로 매립장으로 향합니다. 그중 95퍼센트는 재사용하거나 재활용할 수 있는데도 말이죠. 최근에 제가 읽은 자료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큰 면화회사가 에티오피아에서 대규모 면화농장을 만들기 위해 55제곱킬로미터(축구장 약 7,700개에 해당하는 면적)의 숲을 태웠다고 합니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요? 단돈 5유로짜리 티셔츠를 찍어내려고요? 그중 70퍼센트는 3년 안에 쓰레기 매립장에 버려질 텐데요? p169 세상에는 마실 물이 없어 고통 받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면화밭에서 최종 소비자까지 새 티셔츠 한 장을 만드는 데 약 2, 700리터의 물이 들어간답니다. -생략- 2010년부터 우리는 400가지 넘는 새로운 섬유를 개발했습니다. 해양 바닥에서 수집한 페트병과 일회용 커피 캡슐 나일론, 고기잡이용 그물, 페타이어, 폐기된 면화 및 양모 등을 이용해서요. 2020년 에코알프는 새로운 제품군으로 요가 라인을 선보였습니다. 2년의 연구 끝에 요가 의류를 100퍼센트 지속가능한 원료로 만드는 데 성공했거든요. 홍보 문구는 '당신에게 좋고 지구에도 좋습니다.'입니다. p171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혁신 보이안 슬랏은 1994년 7월 27일 네델란드에서 태어난 기업가이다. 그는 2013년 만 18세의 나이로 비영리단체 오션클린업The Ocean Cleanup를 설립했다. 보이안의 팀은 오션클린업을 시작하면서 대양환류 그중에서도 특히 태평양 쓰레기섬이라고 알려진 거대 태평양 쓰레기 지대에 관심을 집중했다. 그들은 대양에 관한 연구 조사를 진행하는 한편 오염원의 '수도꼭지를 잡그기 위해'강을 탐사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렇게 설명한다. "바다를 청소하기 위해 우리는 저절로 없어지지 않을 , 그러니까 과거로부터 '물려받은'오염물질도 처리해야 하지만, 새로 유입되는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도 해결해야 합니다. 우리 조사에 따르면 약 1, 000개의 강, 그러니까 전 세계 강의 약 1퍼센트에 해당하는 강이 바다로 흘러드는 총 프라스틱 쓰레기의 80퍼센트에 대한 책임이 있었습니다. 다시 말해 비교적 적은 노력으로도 유입 원천을 차단함으로써 큰 효과를 노릴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우리는 강에서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거하는 인터셉터Interceptor를 개발했습니다. 실제 수거량 측정이 가능한 최초의 해결법이었죠. 인터셉터는 태양열 발전으로 자동으로 작동하면서 프라스틱 쓰레기가 바다로 흘러드는 것을 방지합니다. 물론 플라스틱 쓰레기를 궁극적인 '근원'부터 막으려면 더 나은 기반 시설과 재활용 시설, 신소재 개발 등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바라는 것은 강에서 플라스틱을 '가로챔'으로써 더 빠르고 저렴한 방식으로 바다에 유입되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양을 급감시키는 것입니다. p237-238 2020 년 보이안은 또다른 이정표를 세웠다. "바다에서 수거한 플라스틱을 원료로 제작한 첫 상품이 나왔어요. 2019년 한 해 동안 태평양 쓰레기섬에서 수거한 플라스틱을 재활용해 만든 선그라스 입니다. 수익금 전액은 바다 청소 작업에 재투입됩니다. 선그라스 한 개의 수익금으로 태평양쓰레기섬에서 무려 축구장 24개 넓이에 해당하는 쓰레기를 치울 수 있습니다. p239 "인간의 영혼이 다른 동물과 다르다는 생각은 오직 인간의 터무니없는 허영심일 뿐이다."- 볼테르
    • 이야기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02-14
  • 2023 변산바람꽃 일지
    -2023년 1월 10일 싹 돋음 - 2023년 0205일 2송이 핌(한파로 거의 한달을 멈춤) -2023년 02월 08일 개화
    • 이야기
    • 지리산 생태 이야기
    2023-02-09
  • 에콜로지카
    1.자본주의로부터의 이탈은 이미 시작되었다. 탈성장은 살아남기 위해 꼭 해야만 하는 일이다. 여기에는 다른 경제, 다른 생활방식 다른 문명, 다른 사회적 관계가 전제되어야 한다. 자본주의로부터의 이탈은 문명적 방식으로든 야만적 방식으로든 일어나고야 말 것이다. 이러한 뛰어넘기는 이미 시작되었다.p27 2, 정치생태학: 전문가정치와 자율규제 사이 생태사회적 정치의 핵심은 노동시간과 상관없는, 경우에 따라서는 노동 자체와도 아무 상관없는 최소한의 수입을 보장하는 데 있다. 생태학적 의미에서 생활환경의 보존, 생활세계의 재구성이 요구하는 바는, 생활이나 환경이 돈벌이 경제의 지배에서 벗어나는 것, 경제적 합리성이 적용되지 않는 활동영욕이 온 사회에 늘어나는 것이다. 3. 자동차의 사회적 이데올로기 사람들은 자동차라면 좋아라 하며 몰려들었다. 그러다가 자동차 운전자들은 죄절하며 속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들에게 약속되었던 것은 부르주아의 특권이었다. 그들은 거기 한몫 끼려고 빛까지 졌는데, 이제 보니 누구나 동시에 그것을 얻을 수 있는 것이었다.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거라면 특권이라는 게 도대체 뭐란 말인가? 멍청히 낚인 사람들의 시장인 것이다. 4. 파괴적 성장과 생산적 탈성장 경제예측은 중립적이지 않다. 거기에는 현행 시스템을 지속시키려는 암묵적인 정치적 선택이 반영된다. 공인된 방식을 채택하면 일회용 포장, 폐기처분된 기계와 금속, 노동재해를 입은 사람들과 교통사고 피해자들이 필요로 하는 보철구나 의료 서비스등으로 인한 생산증가 등, 그 모든 생산과 구매의 증가가 국가적 부의 증거로 잡힌다. 그리하여 파괴는 부의 원천으로 나타난다. 5. 세계적 위기, 탈성장, 그리고 자본주의에서 벗어나기 자본의 지배가 생산과 소비를 제한하려는 시도에 장애가 되고 있다. 그 때문에 우리는 우리가 전혀 소비하지 않는 것을 생산하고, 우리가 생산하는 것을 전혀 소비하지 않게 되었다. 우리의 모든 욕구와 욕망은 상품에 대한 욕구와 욕망, 즉 돈에 대한 욕구다. 충분하다는 생각은 이 경제와 이 경제의 상상력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우리는 살면서 무엇을 하기를 바라고, 우리의 인생으로 무엇을 하기를 욕망하는가? 이제 이 중요한 질문을 제기해야 한다. 6. 가치 없는 부, 부 없는 가치 근본적으로 환전히 상이한 요인들을 기준으로 무엇이 성장해야 하는가를 규정하지 않는 한, 그러니까 이전의 경제와는 완전히 상이한 경제를 규정하지 않는 한, '성장'을 통해 신자유주의적 근대화라는 덫에서 탈출할 수는 없습니다. 성장은 자본의 필요에 따른 것입니다. 성장은 모순적 발전으로 이끌어, 국내총생산이 높은 나라들에서 점점 더 많은 상품을 소비하면서도 좀좀 더 힘들게 살게 되는 것입니다. 경제학자, 정부, 실업가는 성장 자체를 요구하지 결코 그 궁극적 목적을 정하는 법이 없습니다. 정책결정자들은 성장의 내용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습니다. 그들이 관심을 갖는 것, 그것은 국내총생산의 증가, 즉 상품이 어떤 것이든지 간에 1년 동안 교환되고 판매된 상품의 양, 교환된 화폐의 양이 증가하는 것이죠, 국내 총생산의 증가가 국민이 자신에게 필요한 생산물을 누릴 수 있게 해준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실제로 이러한 성장은 우선 자본의 필요에만 부응할 뿐 주민의 필요에는 부응하지 않습니다. 종종 이런 식의 성장이 가난한 사람들을 더 많이 만들어내고 빈곤을 양산합니다. 또한 종종, 다수를 희생시켜 소수에게 이익을 안겨주며, 환경과 삶의 질을 개선하기는커녕 오히려 망가뜨리고 있습니다.p142 생태사회정치의 근본적 의미는, 모든 이에게 한편으로 덜 일하고 덜 소비하는 것, 다른 한편으로 존재의 더 많은 자율성과 안전을 확보하는 것 사이의 관계를 정치적으로 확립하는 것이다. p200 
    • 이야기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02-08
  • 침묵의 범죄 에코사이드-환경위기는 곧 인권위기다!
    1장: 야누스의 비극은 어떻게 벌어지는가? 인간이 얼마나 잔인한 동물인지 몰랐던 건 아니지만 이 책을 보면 더 자세히 알 수 있다. 그 예로 우리세대에 경험했던 '걸프전'은 매일 뉴스에서 보도되어 그 참혹함을 알 수 있었지만 이 책에 적힌 숫자를 보면 가히 끔찍함의 극치다.  "1991년 걸프전쟁 때 쿠웨이트에서 철수하던 이라크군이 방화를 하여 유전 736개가 화염에 뒤덮였다. 인공위성에서 불길이 보일 정도였다. 1월에 시작된 화제가 거의 1년이 지나서야 불길이 잡혔던 전대미문의 전쟁-환경 사건이었다. 칼 세이건과 같은 과학자는 쿠웨이트 유전 화제로 지구상에 핵겨울 비슷한 재난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을 정도다. 이때 원유 약 10억 배럴이 연기로 사라졌다고 추산된다. 유전 방화는 중동지역의 환경에 궤멸적인 피해를 끼쳤다. 페르시아만 인근의 기상조건이 변했고, 사우디아라비아와 바레인에는 연기와 그을음이 뒤섞인 검은 산성비가 내렸다. 그해 전세계 이산화탄소의 2퍼센트가 이곳에서 배출되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불길에 싸인 유전에서 훌러나온 원유로 기름 '호수'가 300개 이상이나 생겼고, 주변의 모래와 토양이 4000만 톤 이상 오염되었다. 쿠웨이트 국토의 퍼센트 이상이 원유 찌꺼기로 뒤덮였다. 인군의 식물계도 타격을 받았고, 땅속으로 스며든 원유는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800만 배럴 이상의 원유가 페르시아만으로 유입되어 해양 생물계를 파괴시켰다. 이 사건으로 '걸프전증후군'이라는 용어가 생겼다. 불길을 잡기 위해 동원되었던 병사들이 만성피로, 근육통, 인지능력 저하, 연기 흡입으로 인한 폐질환 등을 앓았던 것이다. 담배를 하루 세갑씩 3년 연속 피운 것보다 더 나쁜 상태였다고 한다. 2021년 현재까지 올림픽급 수영장 7600개를 채울 수 있을 만한 분량의 원유가 여전히 처리되지 않은 채 방치되어 있다. 식물에 의존하는 동물들도 거의 사라졌다. 현지 환경단체들은 쿠웨이트의 자연이 사고 이전으로 영원히 돌아갈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고 개탄한다. P61-62 2장 :: 지구, 인류를 법정에 세우다 -에코사이드와 제노사이드 "마지막 한그루까지 나무를 다 베어내고서야, 마지막 강줄기까지 오염시키고 나서야, 마지막 한마리 물고기까지 씨를 말리고 나서야 당신은 돈을 먹을 수는 없다는 사실을 깨달을 것이다." -크리 인디언 부족의 격언 그럴까? 아마 그래도 돈에 중독돼 굶으면서도 죽어가면서도 돈을 움켜쥐고 있지 않을까? 고엽제를 생산하여 베트남의 미군에 납품했던 몬산토와 다우케미칼 등 9개 화공약품 회사들은 지금까지도 자기들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기후위기, 플라스틱, 대기오염, 물오염, 다이옥신, 살충제, 제초제 등 거의 모든 공해가 주로 기업활동을 통해 배출된다. 전세계 737개 기업이 전세계 부의 80퍼센트를 소유하고 있는 현실도 기억해야 한다. 그런데도 기후, 환경, 생태 문제를 공식적으로 다룰 때 기업의 활동을 부각시키는 경우가 드물다. p140 3장 :: 자연에게 권리를 주자 -인류세의 새로운 권리 "모든 위대한 운동은 조롱, 논의, 채택의 세 단계를 거치게 마련이다." -존 스튜어트 밀 응급병동의 긴박한 시선으로 이장을 읽어주시 바란다. p162 지구 전체에 사는 '동물'의 무게가 약 4기가톤인데, 생산된 모든 플라스틱의 무게가 8기가톤이다. 지구상의 포유류 무게를 따져보면 인간이 30퍼센트, 가축이 67퍼센트이며, 야생동물은 3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p167 스톡홀름 환경선언은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주장이었다. 선언 이전만 해도 인간의 법체계에서 자연은 그저 '대상물'에 지나지 않았는데, 이 선언을 기점으로 인간과 자연 사이에 상호의존적 관계가 확실히 인정되기 시작했다.p177 스톡홀름 환경선언과 리우선언의 바탕에 공통적으로 깔려 있는 철학은 다음과 같다. 인간이 기본적 욕구와 의식주를 충족시키려면 자연환경이 주는 각종 혜택이 반드시 필요하다. 인간의 건강, 적절한 생활수준, 생계, 심미적 충족감 등을 위해 사람은 환경에 대한 평등한 접근성과 이용능력을 가져야 한다. 이것이 곧 '환경에 대한 권리'즉 환경권이다.p178 3세대 인권이라고 불리는 '연대권'에는 환경권, 문화권, 발전권이 포함된다. p179 자유권위원회는 2018년에 환경파괴, 기후변화 그리고 지속불가능한 발전이 현세대와 미래세대가 '생명권'을 누릴 수 있는 능력을 가장 시급하고 심각하게 위협하는 요인이라고 발표했다.p183 2021년 10월 8일 유엔인건이사회는 '건강한 환경권'을 정식 인권으로 인정하는 '결의안 48/13'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이와함께 기후비상사태를 인권문제로 다룰 인권 특별보고관을 임명하자는 '결의안 48/14'도 통과시켰다. 2021년 영국정부는 척추동물에 적용하기로 했던 동물복지법안의 범위를 문어와 같은 두족류, 바닷가재와 같은 십각류에까지 넓히기로 했다. 따라서 고통을 느끼는 지각력을 가진 것으로 밝혀진 문어, 오징어, 바닷가재를 산 채로 삶지 못하게 되었다. p192 2021년 국립생물자원관은 "국가생물적색자료집"의 개정판을 펴냈다. 이 땅에서 생물다양성이 얼마나 훼손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이 책자를 읽다보면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의 이야기를 만단다. 바다사자는 190년대 후반 이후 완전히 '절멸'되었고, 늑대, 대륙사슴, 스라소니, 표범, 호랑이는 '지역멸절'되엇다. 사향노루와 여우는 '위급'상태에 잇으며, 무산쇠족제비, 물범, 반달가슴곰, 산양, 작은관코박쥐는 '위기'상태에 놓여있다. 사향노루는 약용을 위한 무분별한 포획, 산림 개발과 도로개설로 인한 서식지 축소 때문에 위급한 상태에 빠졌고, 여우는 19770년대에 많이 살포했던 살서제(쥐약), 산지 개발, 불법 포획, 올무사냥 때문에 위급한 상태에 빠졌다. 올무에 걸린 동물은 뼈가 드러날 대까지 몸부림을 치다 죽는다고 한다. 만일 자연의 권리가 인정되었더라면 사향노루와 여우가 이렇게까지 비참한 지경에 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미국의 한 연방 생물학자는 상아부리딱따구리의 멸종을 최종적으로 확인하는 보고서를 쓰면서 말 그대로 "흐느껴 울었다"고 한다. 현재 지구 생태계의 주요 영역들이 거의 모두 급격히 훼손되고 있다. 농경지, 산림, 담수, 목초지, 관목지, 사바나, 산악지대, 해양, 연안지대, 토탄지대, 도시지역 등의 생태계가 중병을 앓고 있다. 기후변화, 자원추출, 경작방식, 공해, 질병 때문에 6차 대멸종의 징후를 보이고 있다는 발표도 나왔다. 현재 우리는 기후위기와 생태위기가 결합된 이중적 복합위기에다 경제사회적 격차와 박탈이 함께 진행되고 있는 사회-생태붕괴 상황에 놓여 있다. 흔히 '침묵의 위기'라고 표현되는 생태계 붕괴가 기후위기보다 사실은 더 근본적인 문제라고 경고하는 학자들도 있다.p198 현재의 위기를 기후-생태 복합위기로 간주한다면, 탄소감축은 기본이고 그것에 더하여 우리가 지구-자연을 대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 지구의 지탱역량을 훨씬 초과하여 돌아가고 있는 소비지상주의와 무한 경제성장의 문제점까지 직시해야 하고,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고 생태계를 살리면서 자연의 한계 내에서 살아가는 법을 실천해야 한다. 생태계에 자연의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 인류의 미래와 직졀되는 과제가 되었다. p202 애당초 자연의 권리가 왜 필요하게 되었는지, 전지구적으로 생태-환경이 왜 이렇게 나빠졌는지를 되짚어보자. 첫째, 인간이 세상을 지배하는 주인이라고 보는 관점, 즉 '인간중심주의'적 시각에 문제의 근원이 있다. 둘째, 그것과 연관하여 인간의 소유관념을 법적으로 최대한, 절대적으로 보장하는 재산권의 문제도 있다. 셋째, 경제규모가 계속 늘어나야 한다고 전제하는 경제성장 모델의 문제도 있다. p206 토착민의 지식, 생계, 인권을 무시하면서 자연만을 '순수하게'보전하자는 것은 네모난 동그라미를 그리겠다는 발상과 다를 바 없다.p219 4장 공존을 위한 지도 그리기 -사회-생태 전환의 길 미래세대의 재물을 탐내지 마라.-팀 플래너리 모든 것을 줄이지 않으면 우리는 망한다.-조지 몬비오 우리나라는 이제 덩치 큰 아이가 되엇습니다. 이 아이에게 성장이란, 더이상 기름진 음식으로 몸집을 키우는 일이 아닙니다. 지식과 용기와 덕성을 키우는 일이 성장입니다.-이원재 생물문화다양성의 쐐기돌을 그 자리에 고정시키는 접착제 역할을 하는 것이 '언어다양성'이다. 어떤 사회계가 환경에 적응, 진화할 때 그 사회의 구성원들은 언어로 그 과정을 표현, 소통, 기록한다. 지역민이 쓰는 고유한 방언은 전통생태지식이 보전되어 있는 거대한 아카이브 같은 것이다. p232 대다수 문명붕괴에 적용되는 공통요인은 환경 수용능력을 초과한 자원고갈 및 극심한 경제 계층화였다. 문명의 초기에는 소수 엘리트들과 자연자원의 적절한 활용 시스템이 공조했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엘리트들의 소비가 늘어났다. 그 결과 평민들은 기근에 빠지고 노동력이 부족해지면서 결국 사회가 붕괴했다. 자연자원이 완전히 고갈되지 않더라도 계층화가 심해지면 문명이 붕괴했다.p243 전세계 최빈곤층 10억명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보다 전세계 최부유층 20명이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8000배 이상된다. p244 "현재의 경제성장 방식, 즉 지역에서 전지구적 차원에 이르는 환경파괴 그리고 인류사회 내부의 갈등(빈부격차)을 심화시키는 방식이 과연 생태계 여건상 지속가능하고, 사회윤리상 바람직하며, 나아가 미래세대(혹은 여타 생물종)의 안정적인 생존을 보장할 수 있는가?"p246 "문명의 역사는 에너지 효율성 향상의 역사다.(...)에너지 기술의 효율이 높아질수록 비용이 떨어지지만 그와 동시에 소비가 더 늘어나고 그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용도도 늘어나기 마련이다."p248 환경주의의 역설 첫째, 환경이 나빠지면 삶의 질이 나빠지지만 그것을 잘 알아채지 못하다는 '불인지 가설'이다. 삶의 질을 측정하는 방식이 부정확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어쨌든 과거보다 요즘 세상이 살기 좋아졌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 것 또한 사실이다. 둘째, 생태계의 여러 역할 중 인간에게 직접 필요한 부분만 인식하는 '착시효과 가설' 이다. 생태계는 '자원제공 서비스'(식량생산, 식수, 목재, 원유), '조절 서비스' (산사태 방지, 연안지역 범람 억제), '문화 서비스'(심미적 경관, 영감 제공, 교육기능), '지원 서비스'(광합성, 물 순환)등 다 기능적 역할을 수행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식량생산과 같은 '자원제공 서비스'만 계속되면 생태계 전체에 문제가 없다고 느낀다. 셋째, 생태계 훼손을 기술혁신으로 막을 수 있다는 '상쇄 가설' 이다. 환경이 나빠져도 그보다 빠른 속도로 기술이 발전하면 문제에 대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앞에서 본 대로 사회계와 생태계를 완전히 분리하기는 어렵고, 생태계 서비스(환경자원)에 대한 수요가 계속 늘어나면 결국 사회계에 악영향이 온다. 넷째, 생태계 악화가 인간 삶에 끼칠 악영향을 해결하지 않고 계속 미루어왔다는 '문제해결 지연 가설'이다. 전세계의 자원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 환경붕괴로 이주-난민 현상과 자원쟁탈 갈등이 일어나면 인간의 삶이 크게 악화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이런 문제를 외부화하면서 버텼지만 이제는 더이상 시한폭탄을 돌려막기 어려워졌다.. . . 이런 논리의 바탕에는 지구해성의 생태용량이 초과되든 말든 계속 돈을 벌겠다는 자본축적의 맹목성이 깔려 잇는 경우가 많다. 소비자들의 수요가 있으니 화석연료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인데 왜 석유회사만 탓하느냐는 주장도 있다. 에너지 소비자들이 문제라고 하는 것은 주객이 바뀐 논리다. 화석연료 인프라를 구축하여 그 안에서 사람들이 생활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 놓은 다음, 끝없이 수요를 부추기고, 마케팅과 광고를 이용해 소비자의 기호를 무의식의 차원에서 조종하는 현실에 대해서 눈감는 논리이기 때문이다. p249-250 우선 선거제도의 개혁이 필요하다. 기성 정당이 관심을 두지 않는 사회-생태 전환과 같은 의제를 제기할 수 있는 소수파의 의회 진출이 필요하다. 비례대표 의석을 확대하거나, 권역별 비례대표제(지역 대표성 확보)를 실시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또한 '녹색헌법'으로 개정하고 청소년의 정치참여를 최대한 확대해야 한다. p255 세계 상위 10퍼센트 사람들의 소비만으로도 지구 온도가 1.5도보다 더 올라간다는 결론이 나왔다. 상위 10퍼센트에는 한국인의 평균 소비 수준도 포함된다. 세계 상위 1페센트 부자들 (약 7800만명)의 배출만 놓고 보면, 2015년 기준으로 이들이 소비의 97퍼센트를 줄여야 1.5도 억제 목표를 달성 할 수 있다. 특히 최상위 억만장자들은 호화 요트, 개인 제트기, 럭셔리 사치품 소비 등으로 천문학적인 탄소를 배출한다. 최근에는 개인 우주관광까지 시작되었다. 네 사람이 우주선을 타고 10분 비행하는 동안 배출하는 탄소가 수백 톤에 이른다. 부자들이 탄소를 배출하는 사업에 투자하는 패턴 때문에 발생하는 배출향도 어마어마하다. 옥스팜은 상위 1퍼센트의 탄소배출에 걸맞은 세금을 매기거나, 그런 식의 흥청망청 배출을 아예 금지시켜야 한다고 제안하다.p259 새로운 패러다임을 위해 세가지 '연대적 가치''에 주목해야 한다. 첫째, 돌봄 패러다임을 실현하는 현세대내연대가 필요하다. 둘째, 투자적 패러다임을 실현하는 세대간 연대가 필요하다. 셋째, 지속가능 패러다임을 위한 사람과 자연과의 연대가 필요하다.p261 '좋은삶'을 찾아야 한다. 그것은 누구에게나 꼭 필요한 기본욕구가 충족되면서도 사치와 과잉에 빠지지 않고 안분자족하는 가치 있는 삶을 뜻한다.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삶'을 취한 최소한의 조건인 최저 소비기준을 보장하면서, 타인이 '좋은 삶'을 추구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지 않도록 최대소비기준을 정할 수 있다. 이때 '타인'에는 미래세대도 포함된다. 현세대가 최대 소비기준을 지키면 미래세대에게 제일 좋은 유산을 물려주는 셈이 된다.p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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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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