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15(수)

이야기
Home >  이야기

실시간뉴스
  • 백두산과 지리산의 흙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이곳
    [백두대간 마루금인 도로 : 사진 이완우] 남원시의 운봉읍과 주천면이 만나는 지역은 백두대간이 형성한 개성적인 지형이다. 운봉읍과 주천면이 맞닿아 있는 2km는 거의 평지 도로인데, 이 평지 도로가 지리산 자락 운봉고원의 외륜(外輪)으로 엄연한 백두대간 산맥의 마루금이다. 이 도로에서 정령치 방향을 바라보고 설 때, 이 도로의 왼쪽은 낙동강 수계이고 오른쪽은 섬진강 수계로서 이 지역은 곡중분수계(谷中分水界)를 이룬다. 백두대간 봉우리인 이곳의 수정봉 아래에 노치마을이 있는데, 이 마을을 백두대간 마루금이 관통하고 있다. 이 마을 앞의 운봉고원 곡중분수계 지역을 일제 강점기에 조선총독부는 풍수적 관점에서 백두대간의 목 부분에 해당한다고 인식한 듯하다. 일제는 무게가 100kg 정도 되는 목돌을 6개 만들어 노치마을 앞의 평지에 깊숙이 묻었다. 일제가 이렇게하여 한반도의 백두대간에 흐르는 기맥을 누르려 했다는 이야기가 이 마을에 전해온다. 이곳 노치마을 회관 옆에는 이때 묻었던 목돌 중 5개를 파내어 보관하고 있다. 곡중분수계이며 백두대간 마루금인 2km 도로 구간의 중간 지점 가까이 낙동강 수계인 곳에 남원 백두대간 생태교육장이 있다. 이곳은 백두대간의 생태와 자연을 다양하게 체험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공간이다. 이곳 전시관은 한반도 지도 형상을 본떠서 지붕을 만들었다. [백두대간 노치마을 : 사진 이완우] 백두대간은 한반도에서 생명의 나무처럼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 어느 마을의 산줄기라도 백두대간의 13정맥에서 다시 뻗어 나온 작은 가지로 볼 수 있다. 백두대간으로 이해하는 한반도는 하나의 유기체로서 우리에게 다가온다. 한반도의 등줄기인 백두대간은 자연환경과 동식물이 어우러진 생태계의 보고이다. 백두대간은 동물들의 이동통로이자 서식처이며, 여러 강의 발원지로 생명이 시작되고 이어지는 중심지이다. [백두대간 생태교육장 : 사진 이완우] 구절초가 찬 이슬을 머금은 한로(10월 8일) 절기에 백두대간 생태교육장을 방문하였다. 전시관에 입장하면, 백두대간에 우뚝 솟은 산봉우리에서 담아온 흙을 넣은 130개의 진공관으로 한반도의 조형물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위쪽의 40개 진공관은 비어 있는데, 북한 지역의 산봉우리들이다. 남한 지역 산맥의 사이에는 그 지역의 강물을 담은 진공관이 있다. 이 130개 진공관의 한반도 조형물은 한반도의 산봉우리 모든 흙과 강의 물이 한군데에 모이기를 염원하고 있다. 이 한반도 조형물에서 북한 지역은 백두산의 흙만 진공관에 소중하게 담겨 있다. 2018년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당시 남북의 두 정상이 함께 한 기념식수 행사에 사용된 백두산 흙이라고 한다. 남원 백두대간 생태교육장은 백두대간의 시작과 끝, 백두산과 지리산의 흙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전국 최초의 곳이다. [ 한반도의 산흙과 강물 진공관 지도 조형물 : 사진 이완우] 숲은 이산화탄소의 흡수와 산소의 배출로 지구의 허파 역할을 한다. 세상의 균형을 유지하는 숲이 사라지고 있어 기후위기가 심화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숲과 공존하는 어울림은 절실하다. 우리가 행성 지구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 자연은 더 잘 알고 있다. 우리가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면 그 자연이 전하고 있는 신호와 메시지를 인식할 수 있다. 이곳 생태교육장 전시관에는 지리산 생태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동식물을 모형으로 실감 나게 연출하였다. 용모도 귀엽고 털도 아름다운 족제빗과의 담비는 자기보다 몸집이 큰 동물을 사냥할 정도로 용맹한데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이다. 지리산 왕등재 습지는 참갈겨니, 돌고기와 쉬리가 물속을 헤엄치고 수달과 여우가 어슬렁거리며 생명력 넘치는 자연 생태계이다. 둥치 큰 은사시나무 아래 백두산 호랑이가 포효하려는 기상이다. 참매가 낮의 숲을 지배한다면 올빼미는 밤의 숲을 지배한다. 은사시나무 가지에는 올빼미과 여름 철새인 소쩍새가 앉아 있는데 개성 있는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 숲의 나무 모형 : 사진 이완우] 이곳 전시관은 백두대간의 생태 자연을 소개하면서 자연스럽게 백두대간의 환경 훼손과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대한 경보로 주제를 확대한다. 백두대간은 과도한 개발과 관광이나 등산으로 멍들고 식생이 훼손되어 동식물들이 생명의 터전을 잃어가고 있다. 대규모로 지형이 변형되면서 백두대간의 단절까지 초래하기도 하며, 등산로 따라 주변 식물이 말라 죽고 등산로의 노면 침식과 토사 유출이 발생하여 동식물의 서식지가 파괴되어 종 다양성이 감소하고 있다. 일상화된 전 세계적인 폭염과 산불, 최악의 가뭄, 대규모 홍수는 기후위기를 드러내는 현상들이다. 이제는 우리가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해야 할 때이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효과적인 해결책은 숲 복원이다. 숲은 인간의 활동으로 배출되는 탄소의 3분의 2를 포획할 수 있다. 기후위기와 숲을 중심으로 하는 생태계의 파괴는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계속 되풀이하고 있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기온이 상승하면서 숲의 나무가 폭염과 가뭄의 공격에 시달리며 내성을 잃어가고 있다. 멸종 위기에 직면한 수많은 동식물을 살려내는 것이 결국 우리 자신을 구하는 일이다. [지리산 왕등재 습지의 물고기 모형 : 사진 이완우] 이곳 전시관에서는 전 지구적인 기후위기의 경보를 게시물로써 잘 알려주고 있다. 여우가 새의 알을 물고 가서 겨울을 위해 저장하는 모습을 보면 동물의 생존을 위한 적응 변화가 처절하기까지 하다. 빙하가 녹아내리고, 동식물의 서식지가 변화하고 있다. 꼬리표가 달린 동물과 조류가 야생에서 발견되니 생물종이 감소하고 있는 반증이다. 고온 건조한 바람 등 기상 여건이 심상치 않아 재앙적인 폭염이 반복되며 심지어 겨우내 꺼지지 않는 산불이 발생하고 있다. 이곳 전시관의 포토 아크(photo ark)에는 생명의 방주를 타고 있는 동식물의 사진을 게시하고 있다. 창세기의 신화에서는 지구를 휩쓴 대홍수에 노아의 방주에 의지해 많은 생명이 멸종의 위기를 모면하였다. 현재 전 지구적인 기후위기에서 생명의 대멸종이 발생하고 있다. 그러한 지구 자체가 또한 생명의 멸종 위기를 모면하고 보호받을 수밖에 없는 생명의 방주가 되어 있는 역설적 상황이다. [숲속의 소쩍새와 올빼미 모형 : 사진 이완우] 인간의 역사 1만 년 동안에 지구상에 있는 산림의 3분의 1일이 사라졌는데, 지난 백 년 동안에 사라진 면적이 그중 절반에 달한다고 한다. 숲이 주는 혜택은 식량과 목재의 획득, 탄소 저장 등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숲을 찾으면 산림욕으로 정신적 신체적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으며, 숲과 나무뿐 아니라 우리의 삶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얻을 수도 있다. 이곳 생태교육장에서 산림청에서 제작한 25쪽 분량의 백두대간 생태지도를 홍보물로 받았다. 이 생태지도는 지리산 천왕봉에서 설악산 향로봉까지 10개 구간별로 동물, 식물, 식생, 대표 수종, 대표 동물과 대표 식물 등의 서식 위치를 지도에 표기하고 사진을 첨부한 책자였다. 백두대간 생태교육장과 전시관에서 우리가 지구와 공존하는 노둣돌은 숲과 나무임을 확인하였다. [백두대간 은사시나무와 호랑이 모형 : 사진 이완우]
    • 이야기
    • 류오선의 지리산이야기
    2023-10-09
  • 8초 인류
    나 같은 나이에도 나 스스로 스마트폰 중독이라 여기고 있으니 이삼십대 젊은 친구들과 스마트폰의 친밀 관계는 말 할 필요도 없다. 스마트폰 안에는 나의 모든 것이 들어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 같이 애들이 멀리 사는 경우에는 더 그렇다. 폰을 들여다 봐야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고 얼굴을 볼 수 있고 손주의 움직이며 노는 모습을 옆에서 보는 듯 볼 수 있다. 누구에게 돈을 보낼 때도 돈이 들어왔나 확인 할 때도 그것을 봐야한다. 잊어 먹을까 메모도 거기에 녹음도 거기에 뭘 몰라 물어 볼 때도 거기에 한다. 노래를 들을 때도 영상을 볼 때도 그것을 찾는다. 그것이 손에서 떨어지면 금단 증상이 온다. 어딨지? 바로 옆에 놓고 가슴이 철렁! 큰일 난 듯 두리번댄다. 사진을 찍고 올리는 일이 이것을 통해야 쉬우니 일단 이것으로 사진을 올리고 컴터에서 글을 쓰던 뭘하던 한다. 내가 아는 모든 사람이 그 안에 있고 내가 모르는 모든 것을 그것은 알고 있다. 외울 필요가 없으니 그것을 보고 있다 머리를 들면 바로 까먹는다. 지금 찾고 조금있다 찾고 내일 또 찾는다. 한 집에 살면서도 때론 문자가 더 편하다. 사진까지 같이 보내며 요런거라고 똑 부러지게 부탁한다. 내가 아는 사람은 물론 모르는 사람의 일상까지 읽으며 나 지금 뭐하지? 하며 스스로 끔찍스러워한다. 그리고 결심한다. 다시는 너와 가까이 하지 않겠다고! 그러나 마치 고기가 어항 밖으로 튀어나와 발버둥치듯 손을 덜덜 떨며 그것을 찾는다. 증상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다 비슷한 병을 앓고 있을 것이라 짐작한다. 300쪽 가까이 전문가의 이야기를 듣고 실험을 통하지 않아도 이미 다 알고 있다. 근데 왜 뭐하러 읽고 난리야. 뭐 좋은 소리라도 있을까해서? 그 병이 확실한가 오진은 아닐까 확인해 보려고? 암튼 나는 뭘 몰라서 못하기 보다 삼일을 넘기지 못해서 못한다. 이 중독 증상이 병이라면 고쳐야겠지만 미리 단언한다. 고치지 못할 거라고 아니 안 고칠거라고! 그러나 정말 꼭 필요할 때만 쓰고 싶다고! 꼭 필요할 때만 쓰는거 아니였나? 그럴때가 많을 뿐이쥥 헤헤. 20분이 지나면 이미 우리는 공부한 것의 60퍼센트만을 기억할 수 있고, 1시간이 지나면 절반이 채 안 되며, 하루가 지나면 단지 3분의 1만 기억할 수 있다. 한달이 지나면 뇌 속에는 정보의 15페센트 밖에 남지 않는다. (헤르만 에빙하우스) p15 오늘날 지구상의 이동 전화 가입자 수는 79억명이다.(2019). 전 셰계 인구는 76억 명이니 사람보다 사용중인 심카드가 더 많은 셈이다. 매년 아이들보다 더 많은 심 카드가 탄생한다는 주장은 내게 적지 않은 우려를 불러일으킨다.((생략) 자랑할 만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탈리아는 한국(삼성의 본국)과 홍콩에 이어 인구 대비 모바일 기기 수가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나라다. (생략) 지금 이 순간, 지구상에 집에 화장실이 있는 사람보다 주머니에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놀랍기 그지없다. 유엔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약 24억 명의 사람들만 화장실을 소유하고 있으며, 약 10억 명의 사람들은 야외에서 용변을 해결한다. p41 오늘날 평균적인 사용자가 아이푠을 잠금 해제하고 사용하는 횟수가 하루에 약 80회, 1년에 거의 3만회(지금은 이미 그 이상일 것이다)에 이른다는 애플의 데이터나 하루에 스마트폰을 만지는 횟수만 해도 2,617회에 이른다는 또 다른 연구의 결과는 더 이상 놀랍지 않다. 웹 전문가 니르 이얄은 <훅>에서 스마트폰 소유자의 79퍼센트가 매일 아침, 잠에서 깬 후 15분 이내에 기기를 확인한다는 자료를 내놓았는데, 내가 보기에 이는 사실과 다른 것 같다. 실제로는 그보다 더 짧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내 경우에 는 잠이 완전히 깨기도 전에 숨 쉬는 것처럼 자동적으로 침대 옆 협탁에 놓아둔 스마트폰을 집어들 뿐만 아니라 어둠 속에서도 문자를 찍고, 눈을 제대로 뜨지 않고도 페이스북 앱을 열 수 있다. 게다가 전화나 메시지가 온 것이 없는데도 스마트폰이 주머니 속에서 진동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것은 환각의 한 형태로 10명 중 9명에게 일어나며 심지어 '팬텀진동증후군'이라는 학술명까지 가지고 있다. 팔다리를 잃은 사람이 뇌의 잘못된 재조정으로 인해 여전히 팔다리가 있다고 느끼는 현상,마치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사지의 말단 신경으로부터 계속해서 자극과 신호를 받는 것처럼 느끼는 현상인 '환각지phantom limb'에서 이름을 따왔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놀랍다. 이것은 스마트폰이 어느 정도로 우리의 일부가 되어버렸는지를 보여준다. (생략) "스마트폰 진동처럼 작고 빈번한 세포의 경련인 진동들은 감지되고 서로 교루합니다. 이를 설명하는 데는 두가지 이론이 있습니다. 하나는 기술이 우리의 두뇌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주장이고 다른 하나는 단순히 우리가 불안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메일과 메시지에 답장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우리를 초조하고 과민한 상태로 만든다는 것이죠."p46 8초는 오늘날 우리가 평소에 관심을 기울이는 평균 시간이다. 기사를 읽을 때, 음악을 들을 때, 영화를 볼 때,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때, 이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집중력을 잃는다. 8초! 금붕어보다 짧은 시간이다. 단 8초의 집중력으로 인해 우리는 오해와 소통 불가능, 고독 그리고 침묵의 형을 선고받았다.p66 역사상 어느 시점에서 우리는 산만함을 '산만함'이라 부르기를 그만두었다. 이 말의 근저에 깔려 있던 모든 부정적 의미와 함께 말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멀티태스킹'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컴푸터의 기능에서 차용한 용어다. (생략) 안타깝게도 실제로 컴퓨터는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할 수 없다. (생략) " 완전히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몸짓이 아닌 이상, 인간은 동시에 두 가지 일을 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우리가 하는 것은 전환입니다. 굉장히 빠르게 앞뒤로 왔다갔다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말은 매 순간 우리가 주의를 다시 집중시킨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하루 종일 이 업무 전환이 쌓이면 스트레스가 됩니다. 그리고 스트레스는 집중력과 두뇌에 막대한 대가를 치르게 합니다. 집중력이 낮아지는 것을 디대로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스마트폰은 그 물리적 존재만으로도 인지 능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 사용하지 않고 주변에 두기만 해도 우리의 주의력은 분산된다.p91 인간의 기능을 기계가 대신할 때마다 우리의 삶에서 그리고 뇌에서 어떤 능력이 제거되는 것이다.p132 화면의 LED가 청색광을 방출하기 때문입니다. 뇌는 이것을 날이 밝은 하늘의 푸른빛으로 알고 잠이 깰 때를 알리는 신호라고 해석하는 겁니다. 바로 이것이 디지털 기기가 뇌의 기억 능력에 미치는 첫 번째 직접적인 영향입니다."p154 2017년에 노벨 의학상은 일주기 리듬(대략 하루 24시간을 기준으로 하는)을 제어하는 분자 매커니즘을 발견한 공로로 세 명의 연구자에게 수여되었다. 태양광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에서 방출되는 청색광과 같은 단파장에 노출되면 우리의 신체는 모든 관점에서 '활성화'되어 반응한다. 반대로 양초의 빛과 같은 붉은 빛의 긴 파장에 노출되면 긴장을 풀고 휴식을 취하기 위해 잠이 들려는 성향이 있다. 24시간 주기의 리듬이 깨지면 당뇨병이나 비만, 우울증, 심부전, 천식과 같은 심각한 질병의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특히 어두운 방에서 잠들기 전에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은 정말 잘못된 행동이다. p155 죽었다 다시 태어나는 것 정도의 획기적인 전환이 일어나지 않는 한, '좋아요'와 '엄지 척' 사회는 계속될 것이다. 웹의 거인들에게 스스로를 개혁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빙산에서 타이타닉 호를 구하라고 요구하느느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p193 가끔은 무언가를 모른다는 것, 의심에 빠진다는 것이 참으로 위안이 되었는데, 이제 우리는 더 이상 그럴 수 없게 되었다. 단어들의 올바른 문자열을 입력하기만 하면 엄청난 양의 온라인 정보들 사이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p217 "독서는 정신의 학교입니다. 읽기 회로를 개발하면 점점 회로가 성장합니다. 깊이 읽을수록 생리학적으로 더 정교해집니다. 깊이 있는 독서는 수신하는 정보를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일고 있는 것과 생각하고 있는 것을 연결하기 위한 네트워크를 지속적으로 구축하기 때문이죠. 두뇌는 이러한 네트워크에 의해 말 그대로 장악되며, 신경학적 관점에서 이 모든 네트워크들이 모여 분석 능력을 구축합니다." 즉 깊이 있는 방식으로 더 많이 읽을스록 '정교한' 과정을 더 많이 강화하고, 읽은 내용이 기억 속에 더 많이 굳게 자리 잡을수록 더 깊이 생각하게 된다. 매이렁 울푸가 이야기하고 있었던 것은 바로, '골똘히 생각하기think hard'였다.p241
    • 이야기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05-24
  •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 제목이 코믹하다. 부제는 '정치적 동물의 길'이다. ”사실 정치에 관심없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말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일단 뉴스보면 기분 나빠지고 욕 나오니 싫다. 모든 정치적인 것에서 멀어지고 싶다. 사실 별 관심도 없다. 그러나 가만 생각해보면 모든게 정치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사는게 정친데 정치가 싫다? 이 무슨 모순이고 비극인가? 그렇다면 정치가 재밌고 좋아지려면 어찌해야 하나? 뭐 내가 결론내는 건 언어도단이긴 하지만 최소한 내가 불행하지 않으려면 정치가 재밌어야 하겠지? 그런 일이 있을랑가는 몰겄지만 이런 재미있는 정치에세이는 어떤가! 이 책은 전문 정치학 책은 아니고 에세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1부 정치란 무엇인가? 로 부터 시작해 여러가지 정치 얘기를 한다. 쉽고도 재밌다. 또 영화 얘기도 많고 그림 얘기도 많다. 알고보면 이 모두가 정치라는 얘기다. 결국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고 정치 없이 인간은 없다. 뭐 그런 이야기? 당신을 위로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그 위로하는 좋은 말들처럼 평탄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그의 인생 역시 어려움과 슬픔으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당신의 인생보다 훨씬 더 뒤처져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 좋은 말들을 찾아낼 수조차 없었을 것이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중 P9 정치가 어디 있냐고? 어느 날 눈을 떠보니 이 세상에 태어나 있고, 태어난 바에야 올바르게 살고 싶고, 이것저것 따져보고 노력해보지만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없고, 다른 사람과 함께하려니 합의가 필요하고, 합의하려니 서로에 대해서 알아야 하고,합의했는데도 합의는 지켜지지 않고, 합의 이행을 위해 규제가 필요하고, 규제를 실천하려니 권력이 필요하고, 권력 남용을 막으려니 자유가 필요하고, 자유를 보장하려니 재산이 필요하고, 재산을 마련하니 빈부격차가 생기고, 빈부격차를 없애자니 자원이 필요하고, 개혁을 감행하자니 설득이 필요하고, 설득하자니 토론이 필요하고, 토론하자니 논리가 필요하고, 납득시키려니 수사학이 필요하고, 논리와 수사학을 익히려니 학교가 필요하고, 학교를 유지하려니 사람을 고용해야 하고, 일터의 사람은 노동을 해야 하고, 노동하다 죽지 않으려면 인간다운 환경이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느닷없이 자연재해가 일어나거나 전염병이 돌거나 외국이 침략할 수도 있다. 공동의 삶을 위해 필요한 것은 많고 쉬운 일은 없다. 이 모든 것을 다 말하기가 너무 기니까, 싸잡아 간단히 정치라고 부른다. 정치는 서울에도 지방에도 국내에도 국외에도 거리에도 집 안에도 당신의 가느다란 모세혈관에도 있다. 체지방처럼 어디에나 있다, 정치라는 것은. P23-24 정치 공동체는 자연의 산물이다. 그리고 인간은 본성상 정치적 동물이다. 우연이 아니라 본성상 정치 공동체가 없어도 되는 존재는 인간 이상이거나 인간 이하다. -아리슽텔레스 "정치학" 중 p25 폴리스 시민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졌던 정치가 페리클레스는 다음과 같이 단호하게 말한다. "우리 아테네 사람들은 공적인 일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을 초탈한 사람이라고 존경하지 않고, 쓸모없는 인간으로 간주한다." p29 모든 권력을 싫어한다는 말은 모든 욕망을 무시한다는 말이며, 모든 욕망을 무시한다는 것은 삶을 혐오한다는 것이다. 권력은 권력만 없었으면 가능하지 않았을 여러 일을 가능하게 한다. 사람은 종종 목표를 지향하고, 그 목표는 권력의 향사를 통해 달성된다. 아무 것도 도모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까. 체속을 초월하겨고 드는 선사도 해털을 도모한다. 마음의 고요를 얻기 위해서도 마음의 파도를 잠재우는 어떤 나직한 힘이 필요하다. 정말 아무것도 도모하지 않겠다면 어딘가 조용히 숨어서 자신의 멸종 소식을 기다려라.p53 근대 정치 이론의 초석을 놓은 토머스 홉스는 저서 "리바이어던"에서 그처럼 한갓 사적 인간이 정치적 존재로 변신하는 과정에 주목했다. 낱낱이 흩어져 있던 인간들이 어떻게 단일한 의지를 가진 권력체를 창출할 수 있는 것일까. 어떻게 정치적 존재로 변신하는 것일까? 그냥? 심심해서? 그렇지 않다. 그들은 죽지 못해서 변신하는 것이다. 변신하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으므로. "지속되는 두려움과 난폭한 죽음의 위협"으로 인해 인생이 고독하고, 열악하고, 고약하고ㅡ 잔인하고, 짧아질까 봐" 변신하는 것이다. 어찌해볼 도리가 없을 정더로 괴롭기 때문에 정치적 존재로 변신하는 것이다. 그 변신 덕분에 인간은 비로소 삶을 견딜 수 있게 된다. 투표는 인간이 정치적 인간으로 변신했던 그 위대한 상상을 되살리는 축제다.p109 다민족 국가를 다스리는 일의 어려움은 피터 반 더 보트의 1578년 작품에 잘 드러나 있다. 온갖 짐승들의 머리가 달려 있는 거대 괴물을 정치 및 종교 지도자들이 당혹스럽게 바라보고 잇다. 이 괴물은 다민족 제국의 여정을 시작하던 16세기 후반의 (오늘날)네덜란드를 상징한다. 그러나 다민족 국가가 반드시 통치의 어려움만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잘만 소화하면 그것은 활력의 근원이 될 수 있다. 유럽 각국이 가톨릭이냐 프로테스탄트냐의 갈림길에서 탄압과 전쟁을 일삼고 있을 때, 네덜란드는 적극적으로 관용 정책을 택했다. 그에 따라 칼빈주의자뿐 아니라 가톨릭 루터교, 유대교, 재세레파 신자 등 타국에서라면 이교도로 낙인찍혀 핍박을 받았을 인재들이 네델란드에 몰려와 살게 되었다. 17세기 초 암스테르담 인구의 40퍼센트를 이민자가 차지할 정도였다. 다양해진 인구 구성을 장애물이 아니라 활력으로 승화시켰을 때, 네덜라드는 본격적인 번영을 구가하게 된다. 오늘날 많은 네덜란드 사람들은 자기 나라가 향유하고 표방해온 다양성과 자유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다. p196
    • 이야기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05-18
  • 지리산 봄(春/見), 루이네
    지리산 봄(春/見), 루이네 강회진(시인, 독립연구자) 마음이 아픈 줄도 모르고 어른이 되어 앞으로 운이 좋아 80살 까지 산다고 쳤을 때 내게 남은 생은 살아온 날 보다 적다. 마음이 아픈 줄도 모르고 어른이 되었다. 무엇을 견디는지도 모른 채 인생이 지나고 있다. 나의 욕심으로 때론 너무 왔거나 지나갔거나 눈치 채지 못한 관계에 지치고 하지 않아도 될 일들까지 하느라 몸과 마음이 늘 고단했다.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살 수는 없을까? 아무것도 하지 않으나 진짜 나만을 위한 시간, 나를 위한 시간을 갖고 싶었다. 더 늦기 전에. 더 늦기 전에. 드디어 나는 짐을 싸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디로 가야하나. 오랫동안 지리산과 섬진강을 그리워했기에 구례, 하동을 꿈꾸었다. 언젠가 초여름 지리산 둘레길을 걸으며 보았던 산내의 다랭이논 일렁이는 초록 물결과 손에 잡힐 것 같던 흰 구름, 고즈넉한 실상사의 저녁 예불 모시는 풍경들이 자꾸만 나를 불렀다. 마음을 정하고 나니 모든 것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집을 구하기 어렵다는 산내에 빈 집이 나왔고 내놓은 아파트는 금방 입주자가 나타났다. 마치 오래 전부터 계획되어 있었던 일처럼. 2. 세 가지면 충분하다 사람들은 내게 왜 그 먼 곳으로 가느냐 물었다. 대체 어디에서부터 먼 곳이라는 말일까? 나에게는 가장 가까운 곳이 바로 이곳이라 말하지 못했다. 마당에서 듣는 하루 두 번 실상사 범종 소리와 수달이 살고 있다는 람천의 우렁찬 물소리,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천왕봉. 이곳으로 이사를 위한 이유로 이 세 가지면 충분했다. 게다가 이곳은 내게 완벽하게 낯선 곳. 이사를 하는 날 고속도로에 눈발이 날려 앞이 보이지 않았다. 운전기사는 “이사하는 날 눈이 오면 부자된다 안하요.”라며 애써 웃음을 보였다. 지리산 IC에 들어서는 순간 가슴이 쿵쿵 뛰었다. 저 멀리 펼쳐진 지리산 자락이, 마을이 온통 눈으로 환하게 빛났다. 지리산에 곁들어 사는 일은 지리산이 허락해야 한다던데 드디어 나도 지리산의 선택을 받았구나. 다정한 지인들은 문패를 만들어 보내주었고 마당에 심을 꽃나무와 다양한 꽃씨를 보내주거나 어여쁜 커튼을 보내 새로운 출발을 기꺼이 응원해 주었다. 이사 후 두 번의 큰 눈이 내렸다. 저 멀리 눈에 덮인 천왕봉은 감탄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실상사 저녁 범종 소리를 들으며 구들방 아궁이에 불을 넣었다. 가끔 불씨가 아까워 고구마를 구워 강아지와 나눠먹었다. 그렇게 산내의 첫 겨울이 고요히 흘러갔다. 3. 산내는 산내말로 살래 맘씨 좋은 이웃이 밭 귀퉁이를 무상으로 빌려주셨다. 또 다른 이웃은 슬며시 거름을 부려놓고 가셨다. 감자를 심고 두둑 가에는 옥수수도 심어야지. 밭을 일궈 고랑 네 개를 만들고 거름을 뿌렸다. 다음날 맞춤비가 내렸다. 나른한 햇살을 받으며 꽃씨를 담구고 씨감자 눈을 쪼개다보니 어느새 담장에 노란 개나리가 막 피어나는 춘분이 되었다. 밤마다 멀리 무논에서 개구리들이 정겹게 울어댔다. 어느 밤, 마당에 나가 올려다본 하늘, 선명하게 반짝이던 북두칠성이 말했다. 그래, 잘 찾아왔어. 너의 길. 이른 아침 단풍나무에 새가 날아와 한참을 앉았다 날아가는 흔하디흔한 그 풍경이 좋았다. 새들을 위한 모이를 뿌리고 수돗가 물을 갈아준다. 햇살이 길게 들어오는 이른 아침, 멀리 천왕봉을 게으르게 앉아 바라보는 그 시간을 놓칠까봐 아침 일찍 일어난다. 지리산에 와 매일 매일이 행복한 검은 개 루이를 데리고 산책을 나가면 이웃 어르신들이 묻는다. 어디사요? 놀러왔는가베? 아니요, 저 살래 살아요. 저 멀리 앞 산 노란 산수유 지면 대문 옆 감나무에도 반짝이는 새 잎 무성할 것이다. 마당에 정성껏 심은 모란이 피고 지는 깊은 봄이 흘러 옥수수를 따고 감자를 캐면 좋은 사람들 모아 잔치를 해야지. 지리산의 첫 봄, 살래의 첫 봄, 나의 첫 봄이 설렌다. -달궁수달래 / 김인호
    • 이야기
    • 여기저기 민들레
    2023-04-09
  • 다섯번째 산
    작가 파울로 코엘료는 전 세계 170개국 이상 83개 언어로 번역되어 3억 2천만 부가 넘는 판매고를 기록한 우리 시대 가장 사랑받는 작가. 1947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태어났다. 저널리스트, 록스타, 극작가, 세계적인 음반회사의 중역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하다, 1986년 돌연 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로 순례를 떠난다. 이때의 경험은 코엘료의 삶에 커다란 전환점이 된다. 그는 이 순례에 감화되어 첫 작품 『순례자』를 썼고, 이듬해 자아의 연금술을 신비롭게 그려낸 『연금술사』로 세계적 작가의 반열에 오른다.(출판사) 세상 모든 사람은 피하라 수 없는 일의 영향을 받는다. 어떤 이들은 극복했고 어떤 이들은 포기했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비극의 날개가 우리 인생을 스쳐지나가는 경험을 한 적 있다. 이유가 뭘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나는 엘리야를 따라 아크바르의 시간 속으로 떠났다. 파울로 코엘료p12 "인간은 선택을 내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지." 천사가 대답했다. "결정을 내리는 힘이 바로 너의 능력이다."p192 "그보다 더 어려운 건 자신의 길을 분명히 정하는 것이다. 선택을 하지 않는 자는 아직 숨을 쉬고 길을 걷고 있다 하더라도 신의 눈에는 죽은 것과 같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다. 누구도 죽지 않는다. 영원함은 모든 영혼에게 열려 있고 저마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해나갈 것이다. 태양 아래 있는 모든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p193 하느님은 인간으로 하여금 당신과 정면으로 맞서고 당신의 질문에 대답하게 하신다. "왜 너는 그토록 짧고 고통으로 가득한 존재에 그토록 매달리느나? 너의 싸움의 의미는 무엇이냐?"p279 아이들은 항상 어른에게 세 가지를 가르쳐주죠. 별 이유 없이도 행복해하기, 무언가에 항상 몰두하기, 그리고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온 힘으로 매달리기. 제가 아크바르로 돌아온 것도 저 아이 때문입니다. p276 "주님의 말씀은 네 주변의 온 세상에 쓰여 있단다. 네 삶에 일어나는 일에 주의를 기울여보면 너는 하루의 순간순간 주님께서 당신의 말씀과 뜻을 숨겨놓으신 곳을 찾을 수 있을 거야. 주님이 시키시는 일을 해내도록 노력하렴. 그것이 네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유일한 이유란다."p318
    • 이야기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03-08
  • 가여워 하는 마음
    가여워하는 마음 박두규/시인 어김없이 새날이 오듯 새해도 온다. 그리고 사람들은 바쁜 연말이나 연시의 와중에도 한 번쯤은 가는 세월이나 오는 세월을 머릿속에서 정리하거나 다짐하게 된다. 나는 인생 간판에 시인 딱지를 붙이고 살다 보니 연말연시가 되면 문학이니 예술이니 하는 것에 대한 생각을 가끔 되짚어보곤 하는 것인데 그때마다 박수근(화가)이 했다는 말이 떠오르곤 한다. “나는 인간의 선함과 진실함을 그려야 한다는 예술에 대한 대단히 평범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 이 말은 어디서 어떻게 알게 된 것인지 기억에도 없는데 느닷없이 날아온 돌멩이처럼 나의 뇌리에 강하게 박혀 수시로 울림을 준다. 예술이 아름다움의 영역이라면 그 아름다움은 선함과 진실함의 바탕에서 이루어진다는 어떤 믿음이 있었던 건 아닐까? 그의 말처럼 정말 평범한 일상생활 속의 착함과 진정함이 가장 아름다운 삶이 아닐까? 그냥 스치고 지나갈 수도 있는 이 말이 나에게 강하게 올 수 있었던 건 아마 당시 이런저런 경전들을 읽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많은 경전의 바탕이 선함과 진실함이 아니던가. 그리고 그때 그것들을 읽어내며 스스로의 단어로 정리해낸 말은 ‘가여워하는 마음’이었다. 그 즈음에 나온 시집의 제목을 ‘가여운 나를 위로하다’라고 붙인 것도 이 때문이었을 것이다. 새 정부가 들어선 후 이런저런 부족한 짓, 말도 안 되는 짓, 터무니없는 짓들을 많이 한다고 하는데 내가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점은 윤가와 그의 사람들에게는 이 ‘가여워하는 마음’이 없다는 것이다. 이긴 자가 진 자에 대해 그리고 소외된 사회적 약자들, 또는 민초들에 대해 ‘가여워하는 마음’이 없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인간됨의 근본이 없는 것이다. 세상과 사람에 대한 연민도 없이 살아가는 것들이 무슨 정치며 예술이며를 할 수 있겠는가. 그러한 마음을 학문이나 사상에 앞서 삶 속에서 잘 보여준 옛사람으로 퇴계 이황 선생이 있다. 요즘 자본주의 기후 위기에 연계된 이런저런 책들을 보게 되었는데 21세기에 들어 사상적 출구를 모색하는 세계의 석학들에게 주목받는 사람 중에 퇴계 선생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퇴계를 생각하면 그의 사상이나 학문보다는 그가 살아낸 구체적인 일상 삶과 그를 통해 보여준 ‘가여워하는 마음’이 먼저 떠오른다. 그는 스물한 살에 결혼하고 아내 김해 허씨와 함께 슬하에 두 아들을 두었지만, 아내가 결혼 6년 만에 병사한다. 그리고 3년 상을 치른 후 재혼하는데 맞아들인 권씨 부인은 정신질환이 있는 병약한 사람이었다. 그녀는 퇴계가 마음속으로 존경했던 권주(연산군 때 갑자사화로 사약)의 아들 권질의 딸이었다. 권질은 조광조 숙청의 기묘사화 때 예안으로 귀양 와 있었는데 퇴계가 이따금 찾아가 문안 인사를 하며 지내는 사이였다. 그런데 권질은 병을 얻어 죽으며 여러모로 부족한 딸을 두고 가는 것이 마음에 걸려 퇴계에게 딸을 돌봐달라고 부탁한다. 퇴계는 마음속으로 존경하던 분의 집안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몰락하는데 자손들마저 불행해지는 것이 가슴 아파서 그 딸을 맞아들여 재혼하게 된다. 하지만 퇴계 선생의 진정 훌륭한 점은 결혼 후 그 정신적 질환이 있는 부인에게 ‘손님처럼 공경하는 법도’를 실천했다는 것이다. 그것은 퇴계 선생이 공부하고 펼친 지식과 사상이 현실 속에 살아있는 학문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또 그의 ‘가여워하는 마음’의 정도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알다시피 퇴계는 인간의 근본 마음 네 가지 중 앞세운 것이 측은지심(仁)이며 바로 ‘가여워하는 마음’에 다름 아니다. 그렇게 늘 4단四端의 마음을 중심에 두고 7정七情의 마음을 경계하는 것이 당시 선비들의 수행이고 공부였는데 선생은 삶 속에서 그것을 실천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런 결혼생활도 16년 만에 권씨 부인의 죽음으로 막을 내린다. 퇴계의 ‘손님처럼 공경하는 법도’ 또한 그렇게 끝났는데 퇴계는 훗날 그 시절을 ‘결혼생활 16년 동안 더러는 마음이 뒤틀리고 생각이 산란하여 고뇌를 견디기 어려운 적이 없지 않았다’라고 술회한다. 이러한 고백으로 짐작할 수 있듯이 비록 퇴계가 그 시절을 자신의 덕을 쌓는 수양의 화두로 삼아 모범을 보였다고는 하나 얼마나 괴롭고 힘들었나를 짐작하게 한다. 그리고 퇴계의 ‘가여워하는 마음’을 짐작하게 하는 또 하나의 일화는 그의 며느리 이야기다. 둘째 아들 채(寀)는 정혼한 상태였는데 그 아들이 결혼을 앞두고 급사하게 된다. 그래서 아들이 죽었기 때문에 예식도 못 올린 며느리를 맞이해야만 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퇴계는 당시 삼종지의三從之義의 엄격한 규율을 깨뜨리고 처녀의 몸으로 며느리가 된 여인을 친정으로 돌려보내 재가하게 한다. 퇴계 선생의 삶의 바탕에 있던 ‘가여워하는 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퇴계는 엄격한 유가의 선비였으나 깊은 인간애에 바탕을 둔 스스로의 삶을 꾸려내었으며 세상의 법도 이전의 ‘불법不法의 예’를 보인 진정한 유가의 스승이었다. 그리고 퇴계는 첫째 부인이 죽은 후 두 아들을 양육하기 위해 관례에 따라 첩을 들였는데 그 첩도 선생보다 먼저 죽게 된다. 첩에게서 낳은 아들이 있었는데 그 아들 또한 자신의 호적에 올렸고 차후에 그 아들의 후손들이 적서의 차별을 받지 않도록 족보에 적서의 구별을 두지 않게 하였다. 또 퇴계 선생은 이런저런 굴곡의 가정사를 다 넘기고 홀아비 생활을 하는 중에 단양군수로 있을 때는 단종 복위에 참여했던 사대부의 후손으로 어린 나이에 관기가 된 기생 두향을 소실로 맞아 외로움을 달래고 남녀의 사랑이라는 것을 하게 된다. 서자와 관기라는 당시 천한 신분의 사람에게도 시대의 법도를 넘어 사람의 근본에 있는 ‘가여워하는 마음’으로 차별 없이 대하였다. 나는 퇴계 선생의 아픈 가정사를 보면서 평범한 일상생활 속의 착함과 진정함이 가장 아름다운 삶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박수근이 말한 ‘인간의 선함과 진실함을 그려야 한다는 예술에 대한 대단히 평범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는’ 그 말의 깊이를 절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황이라는 사람은 위대한 학자요 사상가이기 전에 ‘가여워하는 마음’이라는 존재의 근본을 깨달은 사람이고 그렇게 자신을 살아낸 참으로 아름다운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작금의 우리 사회는 이로부터 얼마나 멀리 왔는가. 국정을 운영한 새 정부의 2022년을 보면서, 제 이익과 안위만을 생각하는 권력을 보면서, 그들의 치졸한 양아치 정치를 보면서, 윤가와 그 권력의 발뒤꿈치를 쪼아 먹고 사는 닥터피쉬들을 보면서, 그 언론과 정치권과 검찰과 윤의 사람들을 보면서, 언감생심焉敢生心 ‘가여워하는 마음’을 꿈꿀 수는 있을 것인가 하는 절망감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에게 나라를 맡긴 것은 국민이니 한편으론 할 말도 없다. 이는 모두 자본주의, 자유주의라는 왜곡된 이데올로기 안에서 돈만 있으면 되고 나만 살면 된다는 그릇된 가치관의 정서가 우리 사회 안에서 당위적 정당성을 얻고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이런 가치관의 변화 없이는 우리 사회의 ‘가여워하는 마음’은 회복할 수 없을 것이다. 퇴계 선생처럼 개개인의 진정성으로 실천하는 정도를 넘어 지난날 촛불처럼 온 국민이 지극정성으로 ‘가여워하는 마음’을 기원하는 계묘년이 되기를 바란다. <끝>
    • 이야기
    • 여기저기 민들레
    2023-01-26

실시간 이야기 기사

  • 내 인생은 나의 것, 내 삶을 디자인하라
    오직 돈을 벌기 위해 하루하루 반복되는 일상, 업무에 의한 스트레스로 병들어가는 몸, 더 큰 자동차와 더 큰 아파트 더 높은 자리를 위해 고분 고투하는 많은 사람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더 많은 돈과 큰 자동차 아파트와 더 높은 수익과 명예가 아니라 새로운 삶을 디자인하는 발상의 전환이 아닐까? 사람들이 누구나 꿈꾸는 것이 있다. 그것은 평화롭고 행복하며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하면서 자유롭게 사는 것이다. 이런 삶은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이런 한 삶을 선택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상한 일이다. 원하는 것이 분명한데 그 것을 선택하는 사람은 적으니 말이다. 돈이 모든 걸 해결해 줄 것이란 믿음 속에서 사는 우리 ▲ 내 손으로 만드는 인생 핸디메이드 라이프 -윌리암코퍼스웨이트 지음 돌베개 출판사 만약 평화롭게 살고자 한다면 내가 살고 있는 사회가 평화로워야 하고 평화를 해치는 것들에 대해 반대하고 개선하고 투쟁해야 한다. 행복을 원한다면 어떤 일을 선택할 때 돈과 명예 아파트가 아니라 행복한 선택을 하면 된다. 일도 마찬가지다. 자기가 원하는 일을 선택하면 된다. 그것이 돈이 되지 않을지라도 말이다. 핸디메이드 라이프 저자인 윌리암코퍼스웨이트는 오랜 세월 동안 메인주의 북부 해안에 있는 농가에서 소박한 삶을 추 구해온 교사이자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이자 작가다. 그는 아무것도 사지 않고 가급적이면 직접 만들어 사용한다. 중앙아시아 유목민이 개발한 '유르트'라는 천막의 아름다움과 천재성에 매료되어 북미에 유르트 디자인과 건축술을 도입했다. 그가 추구하는 것은 소박하고 자발적인 가난한 삶이다. 또 경제적인 자급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인생을, 사회를, 집을, 삶을 스스로 디자인하라고 말한다. 우리는 삶을 스스로 디자인 할 수 있을까? 사실 우리 인생의 대부분은 이미 그려놓은 그림위에 다시 기름종이를 올려놓고 베끼는 작업에 불과할지 모른다. 부모들은 돈을 잘 벌 수 있는 소수 잘 나가는 대학의 좁은 문으로 아이들을 통과시키기 위해 발버둥을 치며 학원에 집어넣는다. 자연과 친구들과 어울려 놀아야 할 아이들은 부모에 의해 자유를 박탈당한 채 사회가 원하는 인재가 되도록 양성된다. 이런 것들은 대부분 재미가 없으면 아이를 창의적으로 키우지도 못하고 또 돈이 많이 들어간다. 한 번 학교라는 문에 들어서면 짧게는 12년부터 길게는 20년 동안 학교를 다닌다. 아이는 초등학교 입학식날 자기가 이 문을 나서기 위해 그렇게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할 것이다. 더구나 그 교육이라는 것이 자유와 행복을 포기하고 배워야 할 만큼 가치가 있는가에 대한 평가기준은 모호하다. 현대 사회에서 그것에 대한 완벽한 평가 방법이 있다면 그것은 그가 졸업 후 돈을 잘 버는 가에 있다. 행복하냐가 아니다. 돈과 명예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부모를 보고 자란 아이들은 부모의 인생과 잘나가는 소위 몇 몇의 인생 베끼기에 여념이 없다. 새로운 패션이나 명품(사실 명품이라는 것은 얼마나 웃긴 것인가. 이 사회에서 그것은 신발이나 옷 구두 핸드백 용도 이상의 가치가 없다. 그것이 그 가격을 받아야 할 이유는 아무것도 없다)을 선망의 눈빛으로 바라보고 소비를 통해 행복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 돈을 벌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돈을 벌지 못하면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진 것처럼 절망한다. 우소박하고 가난하게 살면 더 행복하지 않을까? 돈을 벌려고 모든 시간을 투자하기 보다는 차라리 자발적인 가난을 선택하고 소박하게 사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비싼 집을 사려고 돈을 모으기 위해 일하는 시간만큼, 더 비싼 차를 가지기 위해, 술과 담배를 피우기 위해 더 좋은 음식(사실 비싼 음식보다는 소박하고 검소한 식단이 건강에 좋다)을 먹기 위해 일하는 동안 그 시간을 자연과 산책하고 책을 읽고 아이와 대화하고 가족과 소풍을 가거나 할 수 있다. 이런 선택을 얼마든지 가능하다.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타고 비싼 아파트 보다는 스스로 집을 짓고 도시의 화려한 네온싸인보다는 은빛을 빛나며 흘러가는 강물과 산과 들에서 자연과 호흡하는 것을 선택 할 수 있다. 비행기를 타고 해외여행을 가기보다는 도시락을 가지고 아이들과 들판에서 뛰어 놀고 함께 집에서 준비한 도시락을 먹는다고 해서 결코 해외여행을 다녀온 사람보다 덜 행복하거나 아이들이 멍청해지지 않는다. 진정한 발견이 있는 여행은 새로운 장소를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으로 찾아가는 것이다. – 마르셀 프루스트 인생의 디자인은 우리 스스로 할 수 있다. 오직 잘 짜여진 각본처럼 사회가 원하는 인재가 되어 그 용도를 다하고 은퇴하면 그 때부터는 연금생활자가 되어 자유롭게 평화롭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벗어 던지고, 지금부터 돈을 위해서가 아니라 평화와 자유 그리고 행복한 삶을 살면 된다. "인생은, 누구나 스스로 값지다고 여기는 것들을 찾아나서는 대단한 보물찾기 같은 것이 될 수 있다. 돈, 명예, 승리와 같이 우리가 찾은 것들의 공급이 제한되어 있다면 그만큼의 투쟁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지혜, 건강, 기술처럼 우리가 찾는 보물이 무한히 샘솟을 수 있는 것이라면, 또는 사랑, 우정, 정의처럼 남들을 돕는 보물이라면, 이미 우리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일에 동참하고 있는 셈이다." - 본문 중에서 인간은 태어나면 누구나 죽는다. 하지만 가끔 사람들은 자신이 영원히 살 것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그들은 자꾸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의 행복을 포기하는 결정을 한다. 하지만 지금 행복을 위한 결정을 한다고 해도 미래의 행복이 포기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은 인정하려 하지 않는 것 같다. 우리는 생각을 바꾸면 새로운 삶은 스스로 디자인 할 수 있다.
    • 이야기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2-03-02
  • 너도바람꽃
    너도바람꽃 - White snowdrop 분류미나리아재비목 > 미나리아재비과 > 너도바람꽃속 꽃색백색 학명Eranthis stellata Maxim. 개화기3월, 4월 분포지역 중국, 러시아 / 한국(경기도; 강원도; 충청북도; 충청남도; 경상북도; 경상남도; 제주도) 형태 여러해살이풀 크기 높이 15cm이다. 잎 근생엽은 길이 5-10cm의 긴 엽병이 있으며 3개로 깊게 갈라지며 측열편은 다시 2개씩 깊게 갈라지고 각 열편은 우상으로 갈라지며 최종열편은 선형이고 총포조각은 대가 없으며 바퀴모양으로 달리고 불규칙한 선형으로 갈라진다. 줄기끝의 꽃 기부에 총포가 있다. 꽃 꽃은 3-4월에 피며 지름 2cm정도로서 백색이고 꽃대는 길이 1cm정도로서 끝에 1개의 꽃이 달린다. 꽃받침조각은 5~6개로서 크며 꽃잎같고 달걀모양이다. 꽃잎은 꽃받침 안쪽에 여러개가 있으며 막대기모양으로 작고 뚜렷하지 않으며 끝이 2개로 갈라져 황색의 꿀샘을 이루고 수술은 여러개이다. 암술(심피)은 2-3개이고 꽃밥은 연한 자주색이다. 열매 골돌은 2-3개로서 짧은 과병이 있고 반월형이며 뾰족한 끝부분까지의 길이가 1cm정도이고 종자는 갈색이며 둥글고 겉이 밋밋하다. 줄기 높이가 15cm에 달한다. 뿌리 둥근 덩이줄기가 있으며 그 선단에서 잎과 꽃대가 자란다.
    • 이야기
    • 지리산 생태 이야기
    2022-02-28
  • 딸기 가격이 비싼 이유
    올해 딸기 가격이 평년 보다 70% 급등했습니다. 그 이유를 남원의 딸기 농가를 만나 확인해 봤습니다.
    • 이야기
    • 지리산자락 사람들
    2022-02-23
  • 사라져 가는 겨울놀이
    사라져 가는 엄천강의 놀이 자연에서 이제 볼수 없는 풍경이 되었다
    • 이야기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2-02-20
  • 변산바람꽃
    -1월 27일 복수초 개화시 싹이 보였으나 날씨 이상으로 몇번 찾아간 끝에 2월 14일에서야 첫 꽃을 만났다. 변산바람꽃 Byeonsan winter aconite 분류미나리아재비목 > 미나리아재비과 > 너도바람꽃속 꽃색백색 학명Eranthis byunsanensis B.Y.Sun 개화기4월, 3월 분포지역 한국(경기도 수원시; 전라북도 부안군, 진안군; 경상북도 경주시; 울산시; 지리산; 한라산) 형태 여러해살이풀 크기 꽃대는 높이 10-30㎝가량. 잎 근생엽은 오각상 둥근 모양이고 길이와 폭은 각각 3-5cm이며 우상으로 갈라지고 선형이다. 줄기잎은 2장으로서 불규칙하게 갈라진다. 꽃 꽃대는 높이 10cm가량이고 꽃자루는 1cm이며 가는 털이 있다. 꽃받침은 흰색이고 5장이며 달걀모양이고 길이 10-15mm이며 꽃잎도 5장이고 퇴화되어 2개로 갈라진 노란 꿀샘이 있다. 꽃밥은 연한 자색이다. 3-4월에 개화한다. 열매 열매는 대과(袋果)로서 길이 1cm이고 암술대는 2-3mm이다. 종자는 여러개가 들어있으며 둥글고 갈색이다. 털이 없고 짧은 열매자루구비. 표면은 평활하고 1-5개이다. 줄기 높이 10-30㎝로 털이 없다. 뿌리 덩이줄기는 구형으로 직경 약 1.5㎝이다. 생육환경 낙엽수림의 가장자리에서 자란다. • 전북 진안군 마이산에서도 해발 300m지역의 조릿대군락 수림하의 전석지에서 생육하고 있다. • 전북 부안군 내변산의 세봉계곡 해발 100-200m지역의 물이 얕은 계곡 전석지에서 생육한다.
    • 이야기
    • 지리산 생태 이야기
    2022-02-14
  • 나의 이름은 무엇일까요?
    나는 반달가슴곰입니다. 나의 가장 큰 특징은 초승달 모양의 가슴털과 두툼한 발바닥, 둥근 귀입니다. 초승달 모양의 가슴털 때문에 사람들은 나를 반달가슴곰이라고 부릅니다. ↑ 반달가슴곰의 생김새(『반가워! 반달가슴곰』(환경부, 국립공원공단 발간), 12쪽) 발톱이 있는 넓은 발과 육중한 다리, 서서 걸을 수 있는 뒷다리, 짧은 엉덩이 등으로 나는 힘 있게 움직입니다. 또 쇄골이 작고 어깨 폭이 좁기 때문에 좁은 구멍에 머리만 들어가면 몸 전체가 들어가는 특징이 있습니다. 우리의 몸길이는 1.3m에서 1.9m이고, 꼬리 길이는 10cm 정도입니다. 그러니 그렇게 큰 키는 아닙니다. 그러나 몸무게 때문에 사람들은 나를 봤을 때 덩치가 크다고 느낍니다. 어른 반달가슴곰의 몸무게는 100kg에서 200kg 정도 나가거든요. ↑ 반달가슴곰을 포함한 곰들과 사람의 몸길이 비교 (그림_정결) 나의 앞발은 사람의 손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각 손가락(발가락)은 서로 얽혀 있는 구조로 연결되어 있어 제각각 움직일 수는 없으나 긴 발톱을 사용해 작은 물건도 잘 다룰 수 있습니다. 겉모습과는 다르게 세심한 동물이지요. 우리의 트레이드 마크인 초승달 무늬에 대해 잠깐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는 초승달 무늬 가슴털의 생김새를 가지고 구분되기도 합니다. 사람으로 친다면 지문과 같은 것이지요. 그런데 나는 다른 반달가슴곰과 비교해서 좀 특이한 초승달 무늬 가슴털을 가지고 있습니다. 엄마와 내가 함께 있는 사진을 보면, 초승달 무늬 아래 둥근 무늬 흰 털이 보이실 겁니다. 이런 특이한 모양은 이 세상에 나 밖에 없다고 합니다. ↑ 엄마와 나의 어린 시절 (지금 나는 7살입니다.) (국립공원연구원 제공) 나는 사람들 사이에서 꽤 유명한 반달가슴곰입니다. 나의 이름은 무엇일까요? 나의 이름을 맞추는 분(선착순 5명)에게는 윤보원 작가의 그림으로 만든 ‘반달가슴곰의 열두달 이야기’ 달력을 드립니다. 나의 이름은 윤주옥(010-4686-6547)에게 보내주세요. 고맙습니다.
    • 이야기
    • 지리산 생태 이야기
    2022-02-10
  • 오리 날다
    오리 날다. 1월의 목동반은 남원의 신선자락길로 들었다. 신선자락길은 뱀사골에서 내려오는 물길을 따라 산내면 원천마을로 이어지는 옛길이다. 이 길은 계곡 가까이 붙어 있어 사람의 흔적이 적은 길로 오소리와 담비 등 야생이 살아있으며 생동감이 넘친다. 또한 이 길은 나무와 얽히고설킨 덩굴식물이 엄청난 크기로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여간해서는 만나기 힘든 오리나무가 있다. 언제부터인가 오리나무가 숲에서 보이지 않는다. 숲에는 물오리나무만 있고, 사람의 손때가 묻은 곳에는 사방오리나무만이 자란다. 그래서 웬만한 사람들은 오리나무를 알아보지도 못한다. 일 년에 한두 번씩 물에 잠기는 땅을 가장 좋아하는 오리나무는 버드나무, 참느릅나무처럼 물을 떠나서는 살기 힘들다. 만나기 힘든 오리나무, 앞에 두고서도 알아보기 어려운 오리나무가 이번 목동반의 주제이다. 오리나무의 겨울눈. 성냥개비를 닮았다. 오리나무의 어원은 오리마다 심어서 거리를 알려주는 이정목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나는 이런 말은 우스개 소리로나 하는 말이라고 본다. 왜냐하면 오리마다 심었으면 지금도 오리나무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어야 하는데 도무지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리마다 심었다는 것은 국책 사업일진대 이에 대한 기록이 전혀 없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오리마다 심었다는 말은 나무 이름에 유래를 끼워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럼 오리나무라는 이름은 어디에서 왔을까? 우리가 아는 오리는 집에서 기르는 집오리를 말한다. 그러나 옛날 사람들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날아와서 물에서 자맥질하며 물고기를 잡아먹고 살다가 갑자기 날아가버리는 새들, 즉 물에서 먹이활동을 하며 사는 새들을 통칭 오리라고 불렀다. 이들 오리 종류의 새를 쇠오리, 흰뺨검둥오리, 청둥오리, 원앙 등으로 구분 지어 부르지만 이름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지금도 오리라고 간단하게 부른다. 멸종위기종에서 해제되어버린 새가 있다. 딱따구리 종류 중에서 가장 큰 새인 크낙새는 멸종위기종에서 해제되었다. 멸종위기종에서 해제되는 경우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개체수가 늘어나서 아주 흔하게 되면 해제된다. 다른 하나는 멸종이 되면 해제된다. 가슴 아프게도 크낙새는 후자인 경우이다. 크낙새는 크기가 45cm에 달하는 새다. 이 새가 둥지를 틀려면 100년 이상 살아온 서어나무나 오리나무처럼 물을 가까이 있으면서 오래 사는 나무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일제의 산림수탈, 6.25전쟁, 무절제한 산림훼손을 거치면서 우리의 숲은 오래된 커다란 나무를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이것은 나무의 크기만 사라진 것이 아니고, 큰 나무가 있어야 살아가는 크낙새의 보금자리가 사라진 결과로 이어졌다. 크낙새가 사라진 지금 크낙새가 둥지를 틀고 난 뒤 그 둥지를 이용하는 오리는 이제는 둥지 틀 고목이 없어서 아파트의 보일러실에 둥지를 틀기도 한다. 오리나무에 둥지를 트는 오리의 모습은 사람들에게 오리나무와 함께 잊혀 갔다. 하지만 오리나무에는 오리가 새끼를 낳아 길렀었다. 물가 주변에서 살아가는 나무에 새끼를 낳아 기르는 것을 보고 ‘오리가 사는 나무‘라는 의미의 ’오리나무‘라 이름지었던 것이다. 또 다른 이름의 유래는 오리나무의 열매다. 이는 ‘수달아빠’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최상두샘이 해준 말이다. 오리나무는 겨울에도 쉽게 구분할 수 있는데 이는 열매를 늦은 봄까지 달고 있기 때문이다. 이 열매가 오리의 똥을 닮아있어 오리나무라고 부르는 것 같다고 한다. 정말 오리의 똥을 보면 오리나무 열매와 많이 닮아있다. 오리마다 심었다는 말보다는 훨씬 일리가 있어 보인다. 오리나무. 겨울이라 나무를 식별하긴 어렵다. 가지끝에 달린 열매가 보인다. 오리는 솟대 위에도 앉아있다. 물론 진짜 오리는 아니고 나무로 깎아 만든 오리가 솟대 위에 앉아있다. 솟대 위의 오리는 삶이 고단했던 민초들의 소망을 간직하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날아와 물에서 살다가 갑자기 날아가버리는 오리를 보면서 옛날 사람들은 오리가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존재로 여겼었나 보다. 그래서 하늘을 날 수 있는 오리에 사람들은 작은 소망을 기원하여 그 소망이 하늘에 닿기를 바랐던 것이다. 어느 시대나 삶이 퍽퍽하면 어떤 강한 존재에 의지하게 되듯이 현실의 고단함이 내일에는 미래의 자식들의 삶은 조금이라도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놓은 것이 오리이기에 오리가 힘차게 날아 하늘에 닿았으면 하는 바람을 같이 해본다. 오리나무의 특징은 앞서도 언급했지만 물을 좋아한다. 물은 식물도 좋아하지만, 동물도 좋아하고, 사람이 살아가는데도 반드시 필요하다. 사람은 물을 중심으로 마을을 만들고 밭과 논은 만든다. 그리고 길을 만들고 수로를 만든다. 사람과 같은 공간을 두고 경쟁하는 것은 동물뿐 아니라 식물도 커다란 위험이다. 버드나무처럼 어마어마한 번식력과 생존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사람과의 경쟁에서 견뎌낼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오리나무는 목재가 좋아 목기, 탈(하회탈의 재료), 나막신 등 생활 도구로 사용되었고, 몸에 이롭다는 보신 문화가 더해지면서 점차 사라져갔다. 오리나무의 다른 특징은 뿌리혹박테리아와의 공생이다. 뿌리혹박테리아의 위대함은 질소고정이다. 공기 중에 78%나 존재하는 질소는 모든 생명이 성장에 필요 요소이다. 하지만 과자봉지 외에는 아무도 사용하지 못하는 질소를 그 작은 세균이 식물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프리츠 하버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질소 이야기에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화학자인 프리츠 하버가 빠질 수 없다. 하버는 암모니아 합성으로 지금의 80억 인류를 가능하게 만든 사람이다. ‘공기로 빵을 만든 사람’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하버의 암모니아 합성은 멜서스의 트랩을 멋지게 깨뜨려버렸다. 하지만 그 위대함을 상쇄시킬 만큼의 죄악을 인류에 끼치기도 했다. 나치독일의 홀로코스트를 있게 한 독가스를 제조했다. 자신도 유대인이면서 자신의 사촌을 비롯한 수많은 유대인과 집시들을 죽음으로 몰아놓은 가스를 제조한 것이다. 그리고 독가스는 전쟁이 끝나고 나서 농약이 되고 많은 지역의 봄을 침묵시켰다. 20세기의 성배인 질소를 멋지게 만들어냈지만 최악의 과학자로 이름을 남긴 프리츠 하버는 오리나무와 질소 앞에 항상 생각나는 이름이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솟대가 떠오른다. 실상사의 돌도 만든 솟대 솟대. 우리 지리산을 지키는 사람들도 솟대이고 솟대 위의 오리가 아닐까 한다. 하늘과 민초들의 삶을 이어주던 오리처럼 사람과 자연, 사람과 지리산 사이에서 솟대와 오리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사람 중심이 아닌 더불어 사는 삶을 고민하는 것. 우리가 소중한 만큼 우리의 삶을 지탱해주는 자연의 고마움을 아는 것. 인간의 볼 권리가 자연의 생명을 우선하지 않는 것. 인간의 편리함에는 항상 자연의 희생이 동반된다는 것 등 무수한 파괴의 현장을 알리고 무심코 뽑아 쓰는 휴지 한 장, 종이컵 하나에도 생명이 들어 있음을 알고 이어주는 오리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2022년. 오리야 날자. 다시 한번 힘차게!
    • 이야기
    • 지리산 생태 이야기
    2022-02-10
  • 탐욕에 대하여
    ■ 『지리산 人』의 생각 탐욕에 대하여 지리산 자락, 섬진강 하류 기슭 어느 구석에 거처를 마련하고 처박힌 지도 벌써 10여년 세월이 흘렀다. 나는 이곳으로 들어오면서 사실은 새로운 인생살이를 꿈꾸며 들어왔다. 누구든 자신의 새로운 삶을 위해서는 그 상황과 조건을 바꿔내려고 새로운 각오를 한다. 나도 이곳에 들어오며 새 집을 짓고 상량문에 그 마음을 새겼다. 노자와 묵자에서 빌려와 無爲無不爲무위무불위와 愛人若愛身애인약애신이라는 글을 새겼는데 집이 내려앉을 때까지 얻지 못할 말을 새겨놓고 쳐다볼 때마다 후회하며 살고 있다. 無爲無不爲를 새길 때만해도 나름의 해석을 글로 정리하기도 했는데 그 일부를 보면 대충 이렇다. “......나무는 어디도 가지 않고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세상의 비와 바람을 다 맞는다. 그리고 꽃을 피워 봄이 있게 하고, 벌과 나비의 양식이 되고, 씨를 맺어 생명을 잉태한다. 평생을 한 곳에서 한 치도 움직이지 않지만, 스스로에게 또는 세상에게 하지 않은 것이 없다. 사실은 이처럼 모든 것은 그 존재 자체로 스스로 빛나는 것이다.......” 무엇을 인위적으로 하지 않으면서도 하지 않는 것이 없다(無爲無不爲)는 그 말이 당시에는 너무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그것을 일상에서 행동하고 실천하는 것이 얼마나 높은 경지의 삶이라는 것도 모르고 그냥 그 내용이 멋있어서 그렇게 나댔었나 싶다. 하지만 21세기 현대인들은 이 무위무불위의 진리를 용납하지 않는다. 저절로 운영되는 우주자연의 존재적 질서와 그 존재의 순환적 질서를 철저하게 깨며 이루어낸 것이 오늘날 현대문명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현대의 과학기술문명은 자본주의를 만나 발전된 것이기에 오늘날 우리 문명사회는 자본의 본질적 특성의 하나인 탐욕을 내장하게 된다. 성장주의나 물량주의, 물질만능주의 그리고 지독한 이기주의, 이런 자본주의 이데올로기는 인간의 탐욕을 그대로 실현시켜온 현대문명의 특징들이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자본의 논리는 끝없이 탐하는 인간의 탐욕이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탐욕은 반드시 폭력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 돌아보면 이러한 탐욕이 상류 기득권층의 카르텔을 자연스럽게 형성하여 보이지 않게 우리 사회를 폭력적우로 지배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모두는 아니겠지만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과 법을 집행하는 검사들과 그것의 여론을 주도하는 언론인, 그리고 재벌들이 결탁하면 대한민국은 이들의 나라였다. 그 중심에는 무소불위의 권력인 검찰이 있었다. 검찰의 눈으로 보면 누구든 털면 나오는 것이고, 누구든 죄인으로 만들고 안 만들고도 그들의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 그러하니 골목대장 검찰의 주변에 붙은 언론인과 정치인들, 재벌들이 얼마나 많았겠는가. 검찰은 이러한 자연스럽게 조성된 기득권 세력의 카르텔 속에서 중심을 형성하며 지금껏 부정부패를 저질러온 곳이지만 이것을 바로잡기는 너무 어렵다. 과거 군부독재 시절의 검찰은 모든 법의 우위에 있는 중앙정보부나 안기부 같은 기관이 충분히 통제할 수 있어서 청와대의 수족 노릇을 할 수밖에 없었지만 족쇄에서 풀려난 지금은 검찰을 통제할 기관이 없으니 그야말로 최상위 포식자의 위치에 있는 것이다. 공수처 설치의 필요성은 여기에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검찰개혁인데 문재인 정부가 조국을 앞세워 대대적으로 검찰을 개혁하려하자 검찰은 전쟁을 불사할 수밖에 없었다. 최상위 포식자의 권한을 내려놓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니 목숨을 건 전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전쟁이 벌어지면 도덕이나 상식과 같은 일상의 룰은 깨지게 되어 있다.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는 과정이 아니라 결론이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상대를 죽여야만 내가 살기 때문이다. 그들은 공수처라는 상위 포식자가 두려워 전 조국 장관을 반드시 죽여야만 했다. 그것을 윤석열이 진두지휘 하였으며 검찰은 이제 윤석열 이후 그냥 검찰이 아니라 정치검찰이라는 본색을 그대로 드러냈다. 대통령 선거가 진행되고 있는 지금 기득권 카르텔에 들어와 있는 언론인과 법조인과 정치인들은 자기들의 입맛에 맞는 대통령을 뽑기 위해 모두 자발적으로 참여해서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이 모든 것의 본질적 원인을 짚어보면 아마도 4,5백 년 동안 진화해온 자본주의 속에서 제어장치 없이 커온 인간의 탐욕에 이를 거라고 생각한다. 탐욕이라는 것은 생존의 욕구로부터 시작되고 삶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지만 그 생존욕구가 탐욕으로 탈바꿈하는 경계선을 인간은 제어하기 힘들다. 그래서 사회적 도덕률과 법률로써 재어하려 하나 그 법률 자체가 잘못되어 있으면 그것도 어려운 일이 되고 만다. 국회라는 곳이 그러한 역할을 하는 것이지만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이익과 파당적 이익에만 매몰되어 필요한 법을 만들어내는 것에도 힘쓰지 않는다. 그러나 그렇게 법이 만들어졌다 해도 그것을 운영하는 판검사들이 또 조화를 부린다. 그리고 언론들은 그것을 왜곡해서 보도한다. 그러면 올바른 여론은 형성되지 않고 사회적 도덕률이라는 것도 없는 것이다. 그래서 권력이라고는 1표밖에 없는 국민들이 이들에 휘둘리지 않고 올바른 투표를 해서 우리사회의 바른 잣대로서 그 몫을 해야만 한다. 하지만 현대인들이 이런 의식을 가지고 바르게 세상살이를 하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왜냐하면 국민들 또한 자본 속에서 자라난 탐욕의 울타리를 벗어나서 살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먹고 사는 일’이 쉽지 않은 세상에서 탐욕은 이미 21세기의 삶 속에서 인간의 보편적 정서로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 것이다. 이 탐욕이야말로 폭력의 근원이고 모든 순환 질서를 깨는 근본 원인이지만 이것은 오늘날 현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경제성장이라는 이름으로, 개인에게는 행복이라는 이름으로, 또는 당위적 삶이라는 이름으로, 현실이라는 이름으로, 혹은 자유라는 이름으로 스스로를 정당화하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들 또한 우리사회나 다른 누구의 탐욕에는 분노하면서 자신의 탐욕에는 관대한 그런 뻔뻔스러운 삶을 잘도 살고 있기 때문이다. (글 박두규 시인) -반야봉 설경(사진 김인호)
    • 이야기
    • 여기저기 민들레
    2022-02-07
  • 돌담
    돌담 김기홍 발길에 걸리는 모난 돌멩이라고 마음대로 차지 마라 그대는 담을 쌓아 보았는가 큰 돌 기운 곳 작은 돌이 둥근 것 모난 돌이 낮은 곳 두꺼운 돌이 받치고 틈 메워 균형잡는 세상 뒹구는 돌이라고 마음대로 굴리지 마라 돌담을 쌓다보면 알게 되리니 저마다 누군가에게 소중하지 않은 이 하나도 없음을 *김기홍 시인(1957~2019) 전남 순천 출생, 1984년 실천문학 등단, 시집 『공친날』 『슬픈희망』 -피아골 추동마을 (사진 김인호)
    • 지리산문화
    • 시를 찾아서
    2022-02-07
  • 복수초 개화
    복수초 -Amur adonis , 福壽草 분류 ┃미나리아재비목 > 미나리아재비과 > 복수초속 꽃색┃노란색 학명 ┃Adonis amurensis Regel & Radde 개화┃4월 분포지역 • 동부 시베리아,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 전국 각처의 산지에서 자란다.(제주도에서 함경도에 이르기까지 광활하게 자연분포한다) 형태 숙근성 여러해살이풀로 관화식물이다. *관화식물(觀花植物-꽃을 감상하는 식물) 크기 높이가 10-30cm정도이다. 잎 잎은 어긋나기하며 삼각상 넓은 달걀모양이고 길이 3-10cm로서 2회 우상으로 잘게 갈라지며 최종열편은 피침형이고 긴 엽병 밑에 잘게 갈라진 녹색 탁엽이 있다. 꽃 꽃은 4월 초순에 피며 지름 3-4cm정도의 황색이고 원줄기 끝에 1개씩 달리며 가지가 갈라져서 2-3개씩 피는 것도 있다. 꽃받침조각은 흑자색으로서 여러 개이고 꽃잎은 20-30개로서 꽃받침보다 길며 수평으로 퍼지고 거꿀피침모양이고 꽃잎에 꿀샘이 없으므로 별개의 속으로 분류된다. 수술은 많으며 꽃밥은 전체가 둥글게 보이고 짧은 털이 있다. 열매 열매는 길이 3-4mm의 수과이며 꽃턱에 모여 달려서 전체가 둥글게 보이며 짧은 털이 있다. 줄기 원줄기는 높이 10-30cm로서 털이 없으나 때로는 윗부분에 털이 약간 있고 밑부분이 얇은 막질의 잎으로 싸인다. 뿌리 근경은 짧고 굵으며 흑갈색 잔뿌리가 많이 나온다. 생육환경 • 강원도 태백산 지역의 해발 1,500m 정도에서 군락을 이루며 자라는 것은 고산에서 적응성이 뛰어남은 물론 저온에서도 잘 적응한다고 볼 수 있다. • 자생지의 대부분이 낙엽활엽수림하에서 자라기 때문에 봄철의 성장기에 햇빛을 많이 요구하는 것을 알 수가 있다. 또한 열매가 성숙할 때쯤이면 상층목의 낙엽활엽수는 잎이 완전히 나와 그늘을 드리우고 키가 작은 나무들과 여름 풀들이 뒤덮게 되어 지중 습기를 유지하고 서늘하게 지표를 유지시켜 충분한 휴식공간을 만든다. 특징 • 속명 Adonis는 희랍 신화의 청년 이름에서 유래한 것이며, 종명은 아무르지방에서 자란다는 뜻이다. • 지역에 따라 개화시기를 비롯하여 잎, 줄기들의 형질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자생지에 따라 다음과 같이 네가지 부류로 특성이 뚜렷하게 구별된다. ①경기 북부지역 : 중부지방에서 동일한 조건으로 재배하면 3월경에 꽃대가 올라와 4월초, 중순경에 개화한다. ②백두대간 표고 약 800m이상 되는 고산지역 : 개체의 초장이 상대적으로 왜성이며 개화시기가 1월말-2월 초순에 걸쳐 빠르다. 꽃은 직경 2-5cm 미만으로 소형이다. ③계룡산, 칠갑산, 모악산, 충청도의 해안 및 도서지역 : 개화시기는 1월말-2월 중순으로 빠르며 꽃은 직경 5-7cm정도로 대형이다. ④제주지역 : 다른 종들과는 달리 꽃과 잎이 함께 피며 잎이 상대적으로 연한 초록색을 띤다. 잎이 깊게 갈라지고 질감이 부드럽다. *이 자료는 국립수목원에서 제공하는 우리나라 생물종 지식정보에서 발췌하였습니다.
    • 이야기
    • 지리산 생태 이야기
    2022-01-27
비밀번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