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1(수)
 

비노바와 어머니의 차별

 

박 두 규 (시인)

 

삶 속에서 까르마 요가의 실천을 우선했던 인도의 성인 비노바 바베에게는 훌륭한 어머니가 있었다. 비노바 바베를 세상에 널리 알리게 된 부단운동도 어린 시절 어머니로부터 배운 탁발에 대한 태도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탁발은 단순한 구걸 행위가 아니라 어렵고 힘든 자들에 대한 연민을 일으키게 하고, 자신의 소중한 것을 기꺼이 내주는 선한 마음, 그 본성을 일깨워 실천하게 하는 것이니 그렇다.

 

비노바 바베가 했던 탁발은 먹을 것이 아닌 토지였다. 그는 사람들이 공기와 물과 햇빛을 누릴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듯이 누구나 땅을 누릴 수 있는 권리도 가지고 있다며, 토지가 없어 고통받는 하리잔(불가촉천민)들을 위해 토지헌납 운동인 부단운동을 전개했다. 그것은 돈(토지)을 삶의 가장 중심에 두는 현재의 생활방식을 바꾸려는 것이었고, 사람들의 소유욕을 내려놓게 하기 위한 운동이었다. 이 실험이야말로 현대사회의 뿌리 그 자체를 흔들어 놓는 일이었다. 동료들에게는 이게 진짜 정치아니냐며 이 일에만 전념하자고 말했다.

그는 인도의 전 국토를 맨발로 걸어 다니며 토지를 탁발했는데 만일 땅을 내놓으면서 허영된 마음이나 권력을 위해서 땅을 내놓는다는 기미가 조금만 있어도 그것을 받지 않았다. 그는 인간의 마음에는 선함이 있다는 믿음, 그리고 그 선함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듯 비노바는 선한 마음의 자비롭고 온화한 인품의 소유자였는데 그것은 헌신과 소박함으로 뒷받침한 것이어서 누구나 감동을 받았다. 그러한 감동이 있었기에 인도의 지주들이 사람의 바탕에 있는 선한 마음을 낼 수 있었고 400만 에이커의 땅(영국의 스코틀랜드 넓이만 한 토지)을 자발적으로 기부할 수 있었다.

그리고 비노바 바베는 부단운동이 사회변화를 위한 혁명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혁명의 첫 번째가 마음의 변화이고 다음이 개인적인 생활 습관의 변화이며 그것이 사회구조의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고 했으며 그 일의 방법으로 자비와 사랑의 길을 택하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비노바 바베는 부단운동을 통해 인도 사회의 변화를 위해 헌신했으며 자비와 사랑만이 모든 것을 끌어안을 수 있다고 믿었다.

 

이러한 비노바 바베는 브라만 계급의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그의 어머니는 자식을 위한 브라만의 사회적 역할과 품성 교육에 힘썼고 스스로는 구도적 삶을 사신 분이었다. 비노바의 집에서는 항상 할아버지를 중심으로 어머니와 함께 찬드라야나라고 하는 단식을 하며 달을 공경하는 의식을 했는데, 음력 초하루에는 음식을 한 입만 먹고 둘째 날에 두 입을 먹으며 그렇게 보름달이 뜨면 열다섯 입을 먹는다. 그리고 달이 기울면 반대로 매일 그만큼씩 줄어든다. 그러다 달이 뜨지 않게 되면 단식을 하는 그런 의식이었다. 어머니는 이 의식을 하는 동안 매일 달을 향해 하는 푸자 예배를 드렸는데 비노바는 어머니가 매일 올리는 이 평범한 푸자 예배에서 항상 눈물 흘리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지극한 마음이 아니고는 흘릴 수 없는 눈물이었고, 비노바에게는 어머니의 그 눈물 자체가 큰 교육이었다.

 

비노바 바베의 어린 시절, 햇볕 따가운 어느 날의 일이다. 육체가 건장한 거지가 집에 왔는데 어머니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의심도 없이 그에게 적선하는 걸 보며 비노바는 매우 못마땅했다. 그래서 어머니에게 말한다. ‘어머니, 저런 사람에게 적선하는 것은 게으름을 키워주는 겁니다. 바가바드기타에도 나오잖아요? 순수한 선물은 적절한 시간과 적절한 장소에서 받을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에게 주는 것이라고요.’ 하지만 어머니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무엇인데 누가 받을만한 사람이고 누가 그렇지 못한 사람인지 판단한단 말이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어떤 사람이라도 누구나 다 존중해주고 힘이 닿는 대로 베푸는 거란다.’ 그녀는 그렇게 누구에게나 도움을 주며 사는 것이 삶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일이 있은 후 한참 뒤 어느 날 무슨 일 끝에 비노바는 어머니께 말한다. ‘어머니는 모든 사람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잖아요. 그런데 어머니는 스스로 차별하십니다. 나에게는 차갑게 식은 음식을 잘도 주시면서 집에 오는 다른 사람에게는 한 번도 그렇지 않아요.’ 그러자 어머니가 말한다. ‘그래, 나는 아직도 스스로 차별하고 있다. 나는 너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고 또 편애하고 있어. 왠지 아니? 나는 아직도 너를 아들로 생각하고 있고, 다른 이들은 사람의 몸을 입은 하느님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야. 내가 너마저 그렇게 볼 수 있다면 그 차별은 없어질 거다.’

 

어머니는 그랬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는 사랑하는 자식마저도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고 모든 이와 동등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차별을 없애는 것이라고. 그리고 어머니는 배를 채울 만큼의 음식과 몸을 가릴 만한 의복이 생활에 필요한 전부이며, 생명을 가진 모두는 동등하며 똑같이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비노바 바베는 그렇게 아무도 미워하지 않고 사는 것이 배우는 것의 전부라는 어머니의 교육 속에서 자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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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김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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