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라는 게 그랬다
어쩌다 보니 이번 여름은 두텁나루숲을 살지 못했다. 먼 여행을 다녀왔고 아내가 아파서 병원에 데리고 다니는 시간이 많았다. 부부라는 게 그랬다. 좋은 날과 나쁜 날 서로 상처를 주고받으며 오르락내리락 이 나이토록 같이 걸어온 거 아닌가. 지상의 나무 한 그루 자라듯 어떤 의도도 없이 평생 서로 영향을 미치고 사는 것이 부부이니 그 이승의 인연이야 말해 무엇하랴.
하지만 하루에도 수십 번 사랑을 확인하는 일상을 산다 해도 그렇게 사랑이 얻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사랑은 본디 잡거나 잡히는 것도 아니고 깊은 산 속 샘물처럼 그냥 홀로 늘 솟아나는 무엇일 텐데, 보통은 물 한 모금 입술에 적시는 찰나에 묶여 사니 그렇다. 어찌 부부만이 그럴까. 일상의 욕망을 일깨우는 새로움은 찰나를 스쳐 갈 뿐이고 누군가나 무엇인가를 향해 끊임없이 솟아나는 사랑의 새로움은 나도 모르는 내 안의 어느 깊은 숲을 사니.
(박두규.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