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1(수)
 

 

부부라는 게 그랬다

 

 

   어쩌다 보니 이번 여름은 두텁나루숲을 살지 못했다먼 여행을 다녀왔고 아내가 아파서 병원에 데리고 다니는 시간이 많았다부부라는 게 그랬다좋은 날과 나쁜 날 서로 상처를 주고받으며 오르락내리락 이 나이토록 같이 걸어온 거 아닌가지상의 나무 한 그루 자라듯 어떤 의도도 없이 평생 서로 영향을 미치고 사는 것이 부부이니 그 이승의 인연이야 말해 무엇하랴.

 

  하지만 하루에도 수십 번 사랑을 확인하는 일상을 산다 해도 그렇게 사랑이 얻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사랑은 본디 잡거나 잡히는 것도 아니고 깊은 산 속 샘물처럼 그냥 홀로 늘 솟아나는 무엇일 텐데보통은 물 한 모금 입술에 적시는 찰나에 묶여 사니 그렇다어찌 부부만이 그럴까일상의 욕망을 일깨우는 새로움은 찰나를 스쳐 갈 뿐이고 누군가나 무엇인가를 향해 끊임없이 솟아나는 사랑의 새로움은 나도 모르는 내 안의 어느 깊은 숲을 사니.  

(박두규. 시인)  

 

 

 

 

태그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부부라는 게 그랬다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