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금비 오신 날
섬진강 편지
「섬진강 편지」
- 단비금비날
아기다리고 고기다리던 비가 왔다
비가 온 게 아니라 빗님이 오셨다
마당가 수선화 할미꽃 미선나무가
기다렸다는 듯 꽃을 피웠다
마당에 나가 두 팔 벌려
단비금비를 맞았다
오락가락 종일 내린 비의 양이 겨우 8mm
텃밭 땅을 뒤집어보니 땅거죽만 축축하다
택도 없지만
이 단비금비에 씨앗을 아니 뿌릴 수 없다
상추 들깨 씨를 뿌리고
길마가지꽃 보러 연기암길을 간다
아는 길마가지꽃 나무가 딱 한그루였는데
오늘은 한 그루를 더 만나는 쾌거를 이뤘다
흐려 오가는 이 없는 산길에
생강나무꽃 길마가지꽃이 피어 오롯하다
카메라 앞에서 요리조리 포즈를 잡아주는
겁 없는 아기다람쥐를 만난 숲길 참 좋았다
-섬진강 / 김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