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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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뭇잎과 나
    나뭇잎과 나 푸른 잎들 우르르 키 재기를 나서는가 그 우직한 본성, 일방질주를 가로막느라 더운 땀 흐르기도 했다 첫눈이 유리창에 사선을 긋기도 했다 빗방울 알알이 반짝이는 아침 엎드려 절을 시작했다 어느 날은 눈을 감다 뜨다 생각의 꼬리를 따라 흐르다 뒤뜰 명부(冥府)에 이름을 들이며 누워 검버섯이나 키우는 나뭇가지 사이 팔랑 거린다 안쓰럽다 매달려야할 무엇 남았던 거냐 꽃자리 찾아오던 나비처럼 거미줄을 붙잡은 나뭇잎 하나 뒤뜰에 무성한 풀을 베고 덩굴을 걷어내며 가지들을 잘라주는 일로 땀이 흐른다. 그 뒤뜰이 내다보이는 창가에 앉거나 누웠다가 어느 날부터 절을 하기 시작했다. 4곡정도 명상음악을 틀어놓고 30분 정도의 절을 하면 대략 110~20배정도의 절을 하는데 명상이라기보다는 몸을 푸는 운동에 가까운 절이다. 절을 하는 창밖으로 나비가 찾아오기도 새가 날아오기도 했다. 어느 날 내가 베어놓은 나뭇가지 새로 낙엽이 매달려 팔랑거리는데 저 낙엽을 보는 나는 누구인가. 삶이 때로 거미줄에 매달린 낙엽처럼 여겨지는 때가 있다. - 2019.07. 박남준
    • 지리산문화
    • 시를 찾아서
    2021-06-01
  • 우리 아이들은 구상나무를 볼 수 있을까?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지리산사람들 대표) 2020년 6월 13일, 구례 오일장터에 모인 지리산권 5개 시․군(구례․남원․산청․하동․함양) 주민들은 “지금이 아니면 내일은 없다. 기후위기, 지금 말하고 당장 행동하라!”를 발표하고, <기후위기지리산비상행동>을 선포하였다. “지금이 아니면 내일은 없다”는 절박함은 2019년 9월 세계 185개국에서 760만 명이 참여한 사상 최대의 기후 파업으로, 우리나라에서는 9월 21일 전국 13개 도시에서 7천 5백 명이 함께 행동했다. 그렇게 시작된 대한민국 기후위기비상행동은 지금 이 시간에도 전국적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사진. 기후위기지리산비상행동 선언식 (오은별) 차고 넘치는 기후위기의 증거들에 민중들은 “지금 당장”을 외치며, 국가 정책의 근본적인 변혁을 요구하고 있지만 국회와 정부, 지자체의 대응은 말잔치뿐, 오히려 규제완화를 통한 토목공사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지리산권 5개 지자체는 한술 더 떠, 시범사업이라는 수식어까지 붙이며 케이블카, 산악철도, 모노레일 등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케이블카, 산악철도, 모노레일 등은 현행법으로는 가능하지 않은, 관련 정부부처도 난색을 표하는, 이미 불가능함이 증명된 사업임에도 앞뒤좌우를 살피지 않는 행정은 스스로 실력 없음과 천박함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지리산으로 향하는 개발 사업에 한 말은 많지만, 이번 지리산인에는 “기후위기와 지리산, 그리고 구상나무”에만 집중해보겠다. 지리산에 다녀온 지인들은 가끔 묻는다. ‘나무들이 많이 죽었어. 왜 그런 거야?’ 지인이 말하는 나무는 구상나무다. 구상나무(Korean fir)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서만 자생하는 고유종이며, 세계자연보전연맹에서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한 나무다. 구상나무는 아름다운 나무모양으로 서양에서는 크리스마스트리로 애용되어온 유명한 나무이다. 전문가들은 구상나무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1만 2천 년 전 빙하기가 끝난 이후 한반도에 퍼져 내려온 가문비나무나 분비나무가 남부 아고산생태계에 고립된 채 적응하면서 다른 종으로 분화해 구상나무가 생겨난 것입니다.” 구상나무에 빙하기의 흔적이 있다는 사실은 몹시 흥미롭고, 구상나무를 다시 보게 한다. 과거 지구의 흔적을 품고 있는 구상나무는 한라산에서부터 지리산을 거쳐 덕유산에서 북방한계를 이루며, 해발 900~1000m 이상의 높은 산에서만 살고 있다. 이렇게 특별한 곳에서만 살고 있는 구상나무가 곳곳에서 힘과 세력이 약해지고, 고사한다는 보도가 여러 언론매체를 통해 보도되고, 또 지리산 능선을 다니는 사람들에게 관찰되면서, 국민들은 걱정을 한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서 구상나무가 사라진다면 이는 지구상에서 구상나무가 사라지는 것과 같으니, 그 이유가 무엇이며, 우리의 힘과 노력으로 살릴 수 있는 건지 등을 관찰하고 논의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제안한다. 그림. 구상나무와 구상나무 열매 (김지석) 국민과 언론의 관심은 관련 정부 부처가 아고산생태계 상록침엽수 위기에 대응하도록 하여, 환경부는 「기후변화에 따른 아고산대 침엽수림 관리대책」을, 산림청은 「멸종위기 고산지역 침엽수종 보전・복원 대책」을 수립하여 시행하고 있다. 또한 2018년부터는 「고산지역 기후변화 취약생태계 연구협의체」를 운영하고 있고, 두 부처 간 공동목표를 향해 소속 기관(국립공원공단, 국립생태원, 국립산림과학원, 국립수목원 등)이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관련해서 2018년 국립공원공단은 지리산국립공원 반야봉 일대에서 집단 고사한 구상나무 94그루를 분석하여 발표하였다. 연구진은 구상나무의 고사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2017년 6월부터 6개월 간 나이테 분석을 통해 과거 생육정보를 조사했는데, 그 결과 고사한 나무들은 1960년부터 생육부진을 겪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기후변화에 따른 2월 기온상승과 3월 강우량 부족이 가뭄으로 이어져 이들의 생장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분석했다. 연구진이 2012년부터 2017년까지 6년간 지리산 반야봉 일대 2월 평균 기온을 측정한 결과, 평균 약 0.7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고, 기온이 올라가면서 적설량이 감소하고, 봄철에 눈이 녹으면서 토양에 공급되는 수분량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또한 같은 시기 3월 강우량을 측정한 결과 연평균 23mm씩 감소한 것으로, 강우량이 줄어들면서 토양 내 수분 역시 6년 사이 25.3%에서 8.8%로 16.5%p 줄어든 것으로 밝혀졌다. 구상나무는 5월부터 생육을 시작하므로 이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었다. 사진. 지리산 능선을 걷다보면 말라 죽은 채로 서있는 구상나무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구상나무는 지리산을 오르면 언제나 볼 수 있고, 늠름히 서 있는 모습이 지리산과 지리산이 품어온 민중의 삶을 보여주는 것 같아 반달가슴곰과 함께 지리산의 상징으로 이야기된다. 기후위기는 우리가 지리산을 걸을 때면, 언제나 볼 수 있는 “구상나무가 서 있는 지리산 능선”을 사라지게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것이 상상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것은 2012년 이후 반야봉에서 측정된 최고․최저기온 결과로도 알 수 있다. 국립공원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지리산국립공원 반야봉의 봄 평균기온은 2012년에 4.2℃에서 2019년에 6.4℃로 상승하였고, 가을 평균기온은 2012년에 5.6℃에서 2019년에 8.1℃로, 겨울 평균기온은 2011년에 –8.8℃에서 2018년에 –4.4℃로 관측되었다. 겨울 최고기온은 2014년에 4.1℃인 반면, 2018년에는 11.0℃로 상승하는 경향을 보이고, 최저기온 또한 2012년에 –24.2℃로 가장 낮게 관측되었던 것에 비하여 2018년에 –19.2℃로 관측되었다. 반면 여름 평균기온은 큰 변화는 없었다. 그림. 지리산국립공원 반야봉 겨울 평균 및 최고․최저기온 변화 (국립공원연구원) 2012년에서 2018년까지의 반야봉 온도변화만을 근거로 지리산과 반야봉, 반야봉에 살고 있는 구상나무에 대해 단정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지리산 1732m에 위치한 반야봉에 무슨 일인가가 일어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사람은 더우면 찬물로 목욕을 하고, 에어컨 빵빵한 실내로 들어가 쉬기도 하지만, 반야봉에 뿌리내리고 있는 구상나무는 갈 곳도, 피할 방법도 없으니, 그냥 그곳에서 몹시 더워하다가 삶을 마감하게 될 것이다. 이 대목에서 구상나무가 지리산에서, 우리나라에서,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것이 큰일이냐고 물어보는 분이 있을 수도 있겠다. 그분들에게 아인슈타인의 말을 전한다. “꿀벌이 지구에서 사라지면 4년 안에 인류도 사라진다” 기후위기는 구상나무를 한라산, 지리산, 덕유산 등에서 사라지게 할 것이고, 구상나무만이 아니라 또 다른 생명체들도 멸종하게 될 것이니, 그런 곳에서 우리 인간은 잘 살 수 있을까?
    • 지리산 오늘
    • 기후 위기
    2021-06-01
  • 3.1의 세상
    ♛2019. 3.1 운동 100주년 기념 낭송시 3.1의 세상 3 즉 1이고 1 즉 3이라 하니 우리는 태어날 적부터 한울님이며 이미 너와 나의 머릿골 속에는 청정의 고요 속에서 움트는 씨알 하나가 심어져 있다는 것이다. 그 신령스런 것들이 망령스런 짓을 일삼는 것은 제가 저를 알지 못하는 무지한 까닭이고 제가 얼마나 큰 사랑인지 몰라 스스로를 섬길 줄 모르는 까닭이다. 스스로를 모르는 것이 망령이고 스스로를 알아보는 것이 신령이니 이 세상은 숱한 망령들이 휘젓고 다니는 곳이라 언제나 3.1의 세상이 다시 올 것인가. 한때 모두가 한 마음으로 모여 세상을 뒤집는 촛불을 켜고 3.1을 이루었다하나 그것은 3.1의 시작이었을 뿐이다. 인간사 어두운 밤이야 언제나 오는 것이니 촛불 또한 늘 켜놓아야 하리. 그렇게 스스로를 환하게 밝히는 것이 3.1이다. 이런 신명神明이 3.1이고 그렇게 참된 스스로가 3.1이다. 바로 그런 당신이 3.1이고 그런 우리가 3.1이다. 좌우도 없고, 상하도 없고, 남북도 없는 오로지 순정한 마음 하나 지키며 단순 소박하게 사는 사람 그런 사람과 사람이 어우러진 세상 그것이 3.1의 세상이다. ----------------------------------------------------------------------------- ■ 박두규(朴斗圭) 시인.『가여운 나를 위로하다』등 다섯 권의 시집과 『生을 버티게 하는 문장들』등 두 권의 산문집을 냈다. 現『한국작가회의』부이사장,『생명평화결사』운영위원장, 문화신문『지리산 人』편집인.
    • 지리산문화
    • 시를 찾아서
    2021-06-01
  • 지리산권에서 진행되는 숲 벌목 제보를 받습니다
    4월 1일,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지리산사람들’(이하 지리산사람들)은 지리산방랑단 시작 날에 함양 용유담 숲이 벌목된 현장을 목격하였습니다. 또한 함양 오도재 숲이 사라진 현장도 보게 되었습니다. 대체 뭔 일인지, 이런 일이 왜 일어났는지 알아보기로 한 후, 함양만이 아니라 지리산 곳곳, 전국적으로 숲이 벌목되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지리산사람들은 문제의식을 느끼는 전국의 단체, 개인들과 연대하는 한편, 지리산권에서 일어나는 숲 벌목에 대해서는 좀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하여, 지리산권 5개 시군(남원.함양.산청.하동.구례)에서 진행되는 숲 벌목 현장에 대한 제보를 받고자 합니다. ○ 숲 벌목 제보하는 방법 - 국시모 지리산사람들 전화번호 : 061-783-6547 - 국시모 지리산사람들 이메일 : jirisanpp@daum.net - 국시모 지리산사람들 다음카페 : https://cafe.daum.net/npcn ○ 알려주셔야 할 것 - 벌목된(벌목하고 있는) 곳의 위치(주소)와 사진 - 제보자 연락처(되도록 알려주셨으면 하지만, 특별한 상황이 있다면 익명으로 하셔도 됩니다.)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지리산사람들
    • 지리산사람들
    • 공지사항.알림
    2021-05-31
  • 종이신문에서 인터넷신문으로, “지리산인‘과의 대화
    2010년 11월 15일 창간하여 지리산자락의 따뜻한 이야기, 아픈 이야기, 공유해야할 이야기 등을 전달해온 <지리산인>이 올해 7월, 종이신문을 마무리합니다. 종이신문 마무리는 10년 넘게 디자인, 인쇄를 후원해준 <전주열림컴>의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악화가 실질적인 계기입니다. 더하여, 지리산권을 포괄하는 인터넷 언론의 필요성에 대한 내외의 주문이 있었습니다. <지리산인 편집위원회>와 <국시모 지리산사람들 운영위원회>는 지리산인의 이후 전망에 대해 여러 차례 논의하였고, <지리산인>을 종이신문으로 발간하는 것은 40호(7월호)까지만 하고, 인터넷신문으로 전환하기로 하였습니다. <인터넷신문 지리산인>은 더 많은 분들과 좀더 신속하게 지리산자락의 소식을 전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간 지리산인 발간을 응원해준 여러 분들을 만나, <종이신문 지리산인>에 대한 소회와 <인터넷신문 지리산인>의 이후 모습을 이야기하는 <지리산인과의 대화>를 계획하였습니다. <지리산인과의 대화>는 지리산권 5개시군별로 진행됩니다. 인터넷신문, 지리산인, 지리산언론 등에 관심과 애정 있는 분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 산청지역 간담회 : 6월1일(화) 낮 4시, 남사예담촌 ”지금이꽃자리“ (이호신 화백 댁) - 구례지역 간담회 : 6월8일(화) 낮 4시, 느긋한쌀빵 2층 - 남원지역 간담회 : 7월 7일 (수) 저녁 7시, 아이쿱생협 회의실 - 함양지역 간담회 : 7월 5일 (월) 낮 12시, 김석봉 선생님 댁 - 하동지역 간담회 : 7월 4일 (일) 저녁 6시, 하동참여자치연대 사무실 * 물어보기 : 최세현 010-2850-4858 / 김인호 010-4119-0643
    • 지리산사람들
    • 공지사항.알림
    2021-05-31
  • 5월의 상고대
    2021-05-21
  • 박쥐나무 꽃 피다
    「섬진강 편지」 - 박쥐나무 꽃 피다. 지난해 보았던 길섶 박쥐나무 두 그루가 섬진강변도로정비 사업에 잘려버려 내내 마음이 아팠는데 숲이 푸르러지고 다시 보니 숲 안쪽에 박쥐나무 마을이 있다. 30여 그루가 모여 사는 제법 큰 마을이다. 한두 그루씩 살고 있는 것만 보았기에 이렇게 군락을 이루어 살고 있으리라 미처 생각 못했다. 겨우 제 눈앞만 보는 근시안으로 세상을 말하는 어리석음이다 박쥐나무의 잎을 햇빛에 한번 비춰 보면 영락없이 박쥐의 날개를 닮았다. 박쥐나무는 주위의 키 큰 나무들과 햇빛을 받기 위한 무한경쟁을 포기하고 작은 키로 살아가는 대신에 잎을 넓고 커다랗게 만들어 키 큰 나무들 사이로 간간이 들어오는 햇빛을 짧은 시간에 가장 많이 받고 살 수 있도록 진화한 것이다. 꽃 모양도 독특하여 손가락 두 마디 길이나 됨직한 가늘고 기다란 연노랑의 꽃잎이 도르르 말려 뒤로 젖혀지면서 속의 노랑 꽃술을 다소곳이 내밀고 있는 모습이 여인들 고운 저고리 앞섶에 매달린 노리개가 영락없다 꽃자리를 떠나기 아쉬워 돌아본 숲이 환하다 -섬진강 / 김인호
    • 지리산문화
    • 섬진강 편지
    2021-05-21
  • 산동 사포마을 다랭이논
    사라져 가는 지리산 다랭이논들 이제 몇 남지않은 귀한 다랭이논 그 중 구례 산동 사포마을 다랭이논입니다. 저 논두렁길을 미끄러지듯 내달리는 소년이 보이고 물기가 찬 고무신에서 질벅대던 소리도 들리지요 저 부드러운 논두렁의 곡선들이 사무쳐 봄여름가을겨울 하늘풍경을 담아 그대에게 전합니다 -섬진강 / 김인호
    • 지리산문화
    • 섬진강 편지
    2021-05-21
  • 섬진강 편지
    「섬진강 편지」 -서설, 얼음새꽃 새해 첫날 내린 서설 위에 오늘 새벽 살짝 눈이 더해졌습니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 따라 얼음새꽃 자리를 찾아가니 다섯 송이 중에 두 송이는 얼어 꽃이 상했지만 세 송이는 눈 속에서도 활짝 피어 반겨줍니다 남녘이 아니라면 눈 속의 얼음새꽃을 쉽게 만날 수 없는데 가까이 사니 해마다 이런 호사를 누리는 것 같습니다 늘 이 자리에서 피어 반겨주는 꽃들과 인사를 나누려면 내가 건강해야겠지요 작년 이맘 때는 큰 수술을 앞두고 있어서 때를 놓쳤으니까요 올핸 코로나도 이겨내고 잃어버린 일상을 찾아 온 세상 너나없이 건강하고 평화로운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섬진강/김인호
    • 지리산문화
    • 섬진강 편지
    2021-01-03
  • 꿈을 찾는 농부들
    꿈을 찾는 농부들 “남원 하도 유기농 농부원 최희범씨” “ 80까지는 농사를 해 볼 생각입니다.” 홍수 이후에 심은 하우스에 근대를 키우는 남원 최 희범씨를 만났다. 지난 8월8일 구례에도 수해로 인해 2천여 가구에 엄청남 피해를 줬다. 같은 날 섬진강을 지척에 두고 사는 남원 금지면 하도 마을도 침수가 되었다. 남원에서는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지역이다. 최씨는 그 것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그리고 5개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기 저기 하우스가 아직 복구가 되지 않은 상태였고 구부러진 하우스와 새롭게 비닐을 씌운 하우스가 어지럽게 펼쳐져 있었다. 이 지역은 수박과 채소를 주로 재배하는 지역이다. 봄 감자로 유명한 지역이기도 하다. 그는 95년부터 친환경 농업을 시작했고 2000년부터 유기농을 한 남원의 원조 유기농 농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도에서 25년 넘게 농사를 짓고 있지만 이번 같은 물난리는 처음이라고 했다. 집이 침수되어서 얼마 전에 수리가 끝나서 겨울이 오기 전에 겨우 다시 들어갔다고 했다. 함께 차를 타고 지나 면서 여기 저기 하우스를 보여주는데 다 쓰러져 있다. “쓰러진 하우스 모두 제 하우스입니다. 몇 개는 다시 하고 몇 개는 아직 정리도 못했어요.” 더구나 요즘엔 코로나로 인해 친환경 급식납품 업체 주문이 끊겨 판매가지 어렵다고 한다 .친환경농사를 하는 농가들은 대부분 학교급식으로 가는 물량이 많다. 그런데 코로나로 인해 급식이 정상적으로 이루어 지지 않고 있다 보니 재배를 해도 판매가 힘든 상황이라고 한다. 급식이 끊어지고 곧 방학이 와버려서 여기저기 적체된 농산물이 많다고 한다. 채소의 경우 한 번 심으면 6개월까지 잎을 수확하기 때문에 막상 급식이 시작되면 물량이 없게 되니 이도 저도 하지 못하는 진퇴양난이라고 한다. 상추나 근대같은 엽채류의 경우 꾸준하게 잎을 따줘야 품질 유지가 가능하다. 너무 크게 키우면 규격이 맞지 않고 맛도 떨어진다. 그래서 크기를 조절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한다. “특별한 기술이 있나요? 간단해요 춥게 키우면 됩니다. 간단하죠. 하면서 웃었다. “대부분 채소들이 기온을 올려주면 빨리 크고 추우면 느리게 크죠. 그것만 조절해주면 잎의 크기를 조절할 수 가 있어요. 생각보다는 간단하네요. 네. 간단하지만 중요합니다. 보통 채소들은 영상 18도에서 23도에서 가장 잘 큽니다. 그 온도를 맞춰주면 가장 좋은 채소를 가꿀 수 있죠.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용을 써도 힘들어요.” 그래서 가을부터 봄까지 재배하면 딱 좋은 채소를 키울 수 있습니다. 물론 비닐하우스에서요. 겨울에는 딸기처럼 비닐을 이중으로 해서 수막(하우스에 물을 뿌려주는 것)을 만들어 보온해주면 별도의 난방없이 채소 재배가 가능합니다. “20여년 넘게 채소만 집중 하다 보니 재배하는 것에서 어려움은 전혀 없어요.” 하지만 기술이 있어도 판매처가 없으면 힘들죠. 저는 채소 재배는 자신이 있기 때문에 대부분 계약 재배를 합니다. 업체에서도 믿고 계약을 하구요. 계약하지 않으면 농사를 짓지 않아요. 근데 근대만 계약이 안되어 있어서 걱정이 되네요. 그래도 인터넷 업체에서 판매를 도와준다고 하니 잘 될 것 같습니다. 농사만 가능하고 납품만 되면 잘 될 겁니다. 70살 80살이 되어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농부는 정년이 없고 저는 농사가 좋거든요. 그는 웃으면서 말했다. 갑자기 검은 구름이 몰려오더니 이내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폭우가 내리던 날 밤처럼 눈이 흩날리는데 농부는 서둘러 하우스 문을 닫아야 한다고 서둘러 자리를 하우스로 떠났다. 여기저기 수해 농가들이 많고 모두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다. 하지만 내가 아는 농부 그 누구도 농사를 포기하지는 않았다. “여기서 포기하면 끝이다”라고 말하던 구례 농부의 말이 떠오른다. 누구도 포기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포기하면 희망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 이야기
    • 지리산자락 사람들
    2020-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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