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15(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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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두산과 지리산의 흙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이곳
    [백두대간 마루금인 도로 : 사진 이완우] 남원시의 운봉읍과 주천면이 만나는 지역은 백두대간이 형성한 개성적인 지형이다. 운봉읍과 주천면이 맞닿아 있는 2km는 거의 평지 도로인데, 이 평지 도로가 지리산 자락 운봉고원의 외륜(外輪)으로 엄연한 백두대간 산맥의 마루금이다. 이 도로에서 정령치 방향을 바라보고 설 때, 이 도로의 왼쪽은 낙동강 수계이고 오른쪽은 섬진강 수계로서 이 지역은 곡중분수계(谷中分水界)를 이룬다. 백두대간 봉우리인 이곳의 수정봉 아래에 노치마을이 있는데, 이 마을을 백두대간 마루금이 관통하고 있다. 이 마을 앞의 운봉고원 곡중분수계 지역을 일제 강점기에 조선총독부는 풍수적 관점에서 백두대간의 목 부분에 해당한다고 인식한 듯하다. 일제는 무게가 100kg 정도 되는 목돌을 6개 만들어 노치마을 앞의 평지에 깊숙이 묻었다. 일제가 이렇게하여 한반도의 백두대간에 흐르는 기맥을 누르려 했다는 이야기가 이 마을에 전해온다. 이곳 노치마을 회관 옆에는 이때 묻었던 목돌 중 5개를 파내어 보관하고 있다. 곡중분수계이며 백두대간 마루금인 2km 도로 구간의 중간 지점 가까이 낙동강 수계인 곳에 남원 백두대간 생태교육장이 있다. 이곳은 백두대간의 생태와 자연을 다양하게 체험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공간이다. 이곳 전시관은 한반도 지도 형상을 본떠서 지붕을 만들었다. [백두대간 노치마을 : 사진 이완우] 백두대간은 한반도에서 생명의 나무처럼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 어느 마을의 산줄기라도 백두대간의 13정맥에서 다시 뻗어 나온 작은 가지로 볼 수 있다. 백두대간으로 이해하는 한반도는 하나의 유기체로서 우리에게 다가온다. 한반도의 등줄기인 백두대간은 자연환경과 동식물이 어우러진 생태계의 보고이다. 백두대간은 동물들의 이동통로이자 서식처이며, 여러 강의 발원지로 생명이 시작되고 이어지는 중심지이다. [백두대간 생태교육장 : 사진 이완우] 구절초가 찬 이슬을 머금은 한로(10월 8일) 절기에 백두대간 생태교육장을 방문하였다. 전시관에 입장하면, 백두대간에 우뚝 솟은 산봉우리에서 담아온 흙을 넣은 130개의 진공관으로 한반도의 조형물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위쪽의 40개 진공관은 비어 있는데, 북한 지역의 산봉우리들이다. 남한 지역 산맥의 사이에는 그 지역의 강물을 담은 진공관이 있다. 이 130개 진공관의 한반도 조형물은 한반도의 산봉우리 모든 흙과 강의 물이 한군데에 모이기를 염원하고 있다. 이 한반도 조형물에서 북한 지역은 백두산의 흙만 진공관에 소중하게 담겨 있다. 2018년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당시 남북의 두 정상이 함께 한 기념식수 행사에 사용된 백두산 흙이라고 한다. 남원 백두대간 생태교육장은 백두대간의 시작과 끝, 백두산과 지리산의 흙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전국 최초의 곳이다. [ 한반도의 산흙과 강물 진공관 지도 조형물 : 사진 이완우] 숲은 이산화탄소의 흡수와 산소의 배출로 지구의 허파 역할을 한다. 세상의 균형을 유지하는 숲이 사라지고 있어 기후위기가 심화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숲과 공존하는 어울림은 절실하다. 우리가 행성 지구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 자연은 더 잘 알고 있다. 우리가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면 그 자연이 전하고 있는 신호와 메시지를 인식할 수 있다. 이곳 생태교육장 전시관에는 지리산 생태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동식물을 모형으로 실감 나게 연출하였다. 용모도 귀엽고 털도 아름다운 족제빗과의 담비는 자기보다 몸집이 큰 동물을 사냥할 정도로 용맹한데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이다. 지리산 왕등재 습지는 참갈겨니, 돌고기와 쉬리가 물속을 헤엄치고 수달과 여우가 어슬렁거리며 생명력 넘치는 자연 생태계이다. 둥치 큰 은사시나무 아래 백두산 호랑이가 포효하려는 기상이다. 참매가 낮의 숲을 지배한다면 올빼미는 밤의 숲을 지배한다. 은사시나무 가지에는 올빼미과 여름 철새인 소쩍새가 앉아 있는데 개성 있는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 숲의 나무 모형 : 사진 이완우] 이곳 전시관은 백두대간의 생태 자연을 소개하면서 자연스럽게 백두대간의 환경 훼손과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대한 경보로 주제를 확대한다. 백두대간은 과도한 개발과 관광이나 등산으로 멍들고 식생이 훼손되어 동식물들이 생명의 터전을 잃어가고 있다. 대규모로 지형이 변형되면서 백두대간의 단절까지 초래하기도 하며, 등산로 따라 주변 식물이 말라 죽고 등산로의 노면 침식과 토사 유출이 발생하여 동식물의 서식지가 파괴되어 종 다양성이 감소하고 있다. 일상화된 전 세계적인 폭염과 산불, 최악의 가뭄, 대규모 홍수는 기후위기를 드러내는 현상들이다. 이제는 우리가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해야 할 때이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효과적인 해결책은 숲 복원이다. 숲은 인간의 활동으로 배출되는 탄소의 3분의 2를 포획할 수 있다. 기후위기와 숲을 중심으로 하는 생태계의 파괴는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계속 되풀이하고 있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기온이 상승하면서 숲의 나무가 폭염과 가뭄의 공격에 시달리며 내성을 잃어가고 있다. 멸종 위기에 직면한 수많은 동식물을 살려내는 것이 결국 우리 자신을 구하는 일이다. [지리산 왕등재 습지의 물고기 모형 : 사진 이완우] 이곳 전시관에서는 전 지구적인 기후위기의 경보를 게시물로써 잘 알려주고 있다. 여우가 새의 알을 물고 가서 겨울을 위해 저장하는 모습을 보면 동물의 생존을 위한 적응 변화가 처절하기까지 하다. 빙하가 녹아내리고, 동식물의 서식지가 변화하고 있다. 꼬리표가 달린 동물과 조류가 야생에서 발견되니 생물종이 감소하고 있는 반증이다. 고온 건조한 바람 등 기상 여건이 심상치 않아 재앙적인 폭염이 반복되며 심지어 겨우내 꺼지지 않는 산불이 발생하고 있다. 이곳 전시관의 포토 아크(photo ark)에는 생명의 방주를 타고 있는 동식물의 사진을 게시하고 있다. 창세기의 신화에서는 지구를 휩쓴 대홍수에 노아의 방주에 의지해 많은 생명이 멸종의 위기를 모면하였다. 현재 전 지구적인 기후위기에서 생명의 대멸종이 발생하고 있다. 그러한 지구 자체가 또한 생명의 멸종 위기를 모면하고 보호받을 수밖에 없는 생명의 방주가 되어 있는 역설적 상황이다. [숲속의 소쩍새와 올빼미 모형 : 사진 이완우] 인간의 역사 1만 년 동안에 지구상에 있는 산림의 3분의 1일이 사라졌는데, 지난 백 년 동안에 사라진 면적이 그중 절반에 달한다고 한다. 숲이 주는 혜택은 식량과 목재의 획득, 탄소 저장 등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숲을 찾으면 산림욕으로 정신적 신체적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으며, 숲과 나무뿐 아니라 우리의 삶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얻을 수도 있다. 이곳 생태교육장에서 산림청에서 제작한 25쪽 분량의 백두대간 생태지도를 홍보물로 받았다. 이 생태지도는 지리산 천왕봉에서 설악산 향로봉까지 10개 구간별로 동물, 식물, 식생, 대표 수종, 대표 동물과 대표 식물 등의 서식 위치를 지도에 표기하고 사진을 첨부한 책자였다. 백두대간 생태교육장과 전시관에서 우리가 지구와 공존하는 노둣돌은 숲과 나무임을 확인하였다. [백두대간 은사시나무와 호랑이 모형 : 사진 이완우]
    • 이야기
    • 류오선의 지리산이야기
    2023-10-09
  • 8초 인류
    나 같은 나이에도 나 스스로 스마트폰 중독이라 여기고 있으니 이삼십대 젊은 친구들과 스마트폰의 친밀 관계는 말 할 필요도 없다. 스마트폰 안에는 나의 모든 것이 들어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 같이 애들이 멀리 사는 경우에는 더 그렇다. 폰을 들여다 봐야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고 얼굴을 볼 수 있고 손주의 움직이며 노는 모습을 옆에서 보는 듯 볼 수 있다. 누구에게 돈을 보낼 때도 돈이 들어왔나 확인 할 때도 그것을 봐야한다. 잊어 먹을까 메모도 거기에 녹음도 거기에 뭘 몰라 물어 볼 때도 거기에 한다. 노래를 들을 때도 영상을 볼 때도 그것을 찾는다. 그것이 손에서 떨어지면 금단 증상이 온다. 어딨지? 바로 옆에 놓고 가슴이 철렁! 큰일 난 듯 두리번댄다. 사진을 찍고 올리는 일이 이것을 통해야 쉬우니 일단 이것으로 사진을 올리고 컴터에서 글을 쓰던 뭘하던 한다. 내가 아는 모든 사람이 그 안에 있고 내가 모르는 모든 것을 그것은 알고 있다. 외울 필요가 없으니 그것을 보고 있다 머리를 들면 바로 까먹는다. 지금 찾고 조금있다 찾고 내일 또 찾는다. 한 집에 살면서도 때론 문자가 더 편하다. 사진까지 같이 보내며 요런거라고 똑 부러지게 부탁한다. 내가 아는 사람은 물론 모르는 사람의 일상까지 읽으며 나 지금 뭐하지? 하며 스스로 끔찍스러워한다. 그리고 결심한다. 다시는 너와 가까이 하지 않겠다고! 그러나 마치 고기가 어항 밖으로 튀어나와 발버둥치듯 손을 덜덜 떨며 그것을 찾는다. 증상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다 비슷한 병을 앓고 있을 것이라 짐작한다. 300쪽 가까이 전문가의 이야기를 듣고 실험을 통하지 않아도 이미 다 알고 있다. 근데 왜 뭐하러 읽고 난리야. 뭐 좋은 소리라도 있을까해서? 그 병이 확실한가 오진은 아닐까 확인해 보려고? 암튼 나는 뭘 몰라서 못하기 보다 삼일을 넘기지 못해서 못한다. 이 중독 증상이 병이라면 고쳐야겠지만 미리 단언한다. 고치지 못할 거라고 아니 안 고칠거라고! 그러나 정말 꼭 필요할 때만 쓰고 싶다고! 꼭 필요할 때만 쓰는거 아니였나? 그럴때가 많을 뿐이쥥 헤헤. 20분이 지나면 이미 우리는 공부한 것의 60퍼센트만을 기억할 수 있고, 1시간이 지나면 절반이 채 안 되며, 하루가 지나면 단지 3분의 1만 기억할 수 있다. 한달이 지나면 뇌 속에는 정보의 15페센트 밖에 남지 않는다. (헤르만 에빙하우스) p15 오늘날 지구상의 이동 전화 가입자 수는 79억명이다.(2019). 전 셰계 인구는 76억 명이니 사람보다 사용중인 심카드가 더 많은 셈이다. 매년 아이들보다 더 많은 심 카드가 탄생한다는 주장은 내게 적지 않은 우려를 불러일으킨다.((생략) 자랑할 만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탈리아는 한국(삼성의 본국)과 홍콩에 이어 인구 대비 모바일 기기 수가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나라다. (생략) 지금 이 순간, 지구상에 집에 화장실이 있는 사람보다 주머니에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놀랍기 그지없다. 유엔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약 24억 명의 사람들만 화장실을 소유하고 있으며, 약 10억 명의 사람들은 야외에서 용변을 해결한다. p41 오늘날 평균적인 사용자가 아이푠을 잠금 해제하고 사용하는 횟수가 하루에 약 80회, 1년에 거의 3만회(지금은 이미 그 이상일 것이다)에 이른다는 애플의 데이터나 하루에 스마트폰을 만지는 횟수만 해도 2,617회에 이른다는 또 다른 연구의 결과는 더 이상 놀랍지 않다. 웹 전문가 니르 이얄은 <훅>에서 스마트폰 소유자의 79퍼센트가 매일 아침, 잠에서 깬 후 15분 이내에 기기를 확인한다는 자료를 내놓았는데, 내가 보기에 이는 사실과 다른 것 같다. 실제로는 그보다 더 짧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내 경우에 는 잠이 완전히 깨기도 전에 숨 쉬는 것처럼 자동적으로 침대 옆 협탁에 놓아둔 스마트폰을 집어들 뿐만 아니라 어둠 속에서도 문자를 찍고, 눈을 제대로 뜨지 않고도 페이스북 앱을 열 수 있다. 게다가 전화나 메시지가 온 것이 없는데도 스마트폰이 주머니 속에서 진동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것은 환각의 한 형태로 10명 중 9명에게 일어나며 심지어 '팬텀진동증후군'이라는 학술명까지 가지고 있다. 팔다리를 잃은 사람이 뇌의 잘못된 재조정으로 인해 여전히 팔다리가 있다고 느끼는 현상,마치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사지의 말단 신경으로부터 계속해서 자극과 신호를 받는 것처럼 느끼는 현상인 '환각지phantom limb'에서 이름을 따왔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놀랍다. 이것은 스마트폰이 어느 정도로 우리의 일부가 되어버렸는지를 보여준다. (생략) "스마트폰 진동처럼 작고 빈번한 세포의 경련인 진동들은 감지되고 서로 교루합니다. 이를 설명하는 데는 두가지 이론이 있습니다. 하나는 기술이 우리의 두뇌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주장이고 다른 하나는 단순히 우리가 불안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메일과 메시지에 답장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우리를 초조하고 과민한 상태로 만든다는 것이죠."p46 8초는 오늘날 우리가 평소에 관심을 기울이는 평균 시간이다. 기사를 읽을 때, 음악을 들을 때, 영화를 볼 때,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때, 이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집중력을 잃는다. 8초! 금붕어보다 짧은 시간이다. 단 8초의 집중력으로 인해 우리는 오해와 소통 불가능, 고독 그리고 침묵의 형을 선고받았다.p66 역사상 어느 시점에서 우리는 산만함을 '산만함'이라 부르기를 그만두었다. 이 말의 근저에 깔려 있던 모든 부정적 의미와 함께 말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멀티태스킹'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컴푸터의 기능에서 차용한 용어다. (생략) 안타깝게도 실제로 컴퓨터는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할 수 없다. (생략) " 완전히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몸짓이 아닌 이상, 인간은 동시에 두 가지 일을 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우리가 하는 것은 전환입니다. 굉장히 빠르게 앞뒤로 왔다갔다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말은 매 순간 우리가 주의를 다시 집중시킨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하루 종일 이 업무 전환이 쌓이면 스트레스가 됩니다. 그리고 스트레스는 집중력과 두뇌에 막대한 대가를 치르게 합니다. 집중력이 낮아지는 것을 디대로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스마트폰은 그 물리적 존재만으로도 인지 능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 사용하지 않고 주변에 두기만 해도 우리의 주의력은 분산된다.p91 인간의 기능을 기계가 대신할 때마다 우리의 삶에서 그리고 뇌에서 어떤 능력이 제거되는 것이다.p132 화면의 LED가 청색광을 방출하기 때문입니다. 뇌는 이것을 날이 밝은 하늘의 푸른빛으로 알고 잠이 깰 때를 알리는 신호라고 해석하는 겁니다. 바로 이것이 디지털 기기가 뇌의 기억 능력에 미치는 첫 번째 직접적인 영향입니다."p154 2017년에 노벨 의학상은 일주기 리듬(대략 하루 24시간을 기준으로 하는)을 제어하는 분자 매커니즘을 발견한 공로로 세 명의 연구자에게 수여되었다. 태양광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에서 방출되는 청색광과 같은 단파장에 노출되면 우리의 신체는 모든 관점에서 '활성화'되어 반응한다. 반대로 양초의 빛과 같은 붉은 빛의 긴 파장에 노출되면 긴장을 풀고 휴식을 취하기 위해 잠이 들려는 성향이 있다. 24시간 주기의 리듬이 깨지면 당뇨병이나 비만, 우울증, 심부전, 천식과 같은 심각한 질병의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특히 어두운 방에서 잠들기 전에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은 정말 잘못된 행동이다. p155 죽었다 다시 태어나는 것 정도의 획기적인 전환이 일어나지 않는 한, '좋아요'와 '엄지 척' 사회는 계속될 것이다. 웹의 거인들에게 스스로를 개혁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빙산에서 타이타닉 호를 구하라고 요구하느느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p193 가끔은 무언가를 모른다는 것, 의심에 빠진다는 것이 참으로 위안이 되었는데, 이제 우리는 더 이상 그럴 수 없게 되었다. 단어들의 올바른 문자열을 입력하기만 하면 엄청난 양의 온라인 정보들 사이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p217 "독서는 정신의 학교입니다. 읽기 회로를 개발하면 점점 회로가 성장합니다. 깊이 읽을수록 생리학적으로 더 정교해집니다. 깊이 있는 독서는 수신하는 정보를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일고 있는 것과 생각하고 있는 것을 연결하기 위한 네트워크를 지속적으로 구축하기 때문이죠. 두뇌는 이러한 네트워크에 의해 말 그대로 장악되며, 신경학적 관점에서 이 모든 네트워크들이 모여 분석 능력을 구축합니다." 즉 깊이 있는 방식으로 더 많이 읽을스록 '정교한' 과정을 더 많이 강화하고, 읽은 내용이 기억 속에 더 많이 굳게 자리 잡을수록 더 깊이 생각하게 된다. 매이렁 울푸가 이야기하고 있었던 것은 바로, '골똘히 생각하기think hard'였다.p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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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05-24
  •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 제목이 코믹하다. 부제는 '정치적 동물의 길'이다. ”사실 정치에 관심없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말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일단 뉴스보면 기분 나빠지고 욕 나오니 싫다. 모든 정치적인 것에서 멀어지고 싶다. 사실 별 관심도 없다. 그러나 가만 생각해보면 모든게 정치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사는게 정친데 정치가 싫다? 이 무슨 모순이고 비극인가? 그렇다면 정치가 재밌고 좋아지려면 어찌해야 하나? 뭐 내가 결론내는 건 언어도단이긴 하지만 최소한 내가 불행하지 않으려면 정치가 재밌어야 하겠지? 그런 일이 있을랑가는 몰겄지만 이런 재미있는 정치에세이는 어떤가! 이 책은 전문 정치학 책은 아니고 에세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1부 정치란 무엇인가? 로 부터 시작해 여러가지 정치 얘기를 한다. 쉽고도 재밌다. 또 영화 얘기도 많고 그림 얘기도 많다. 알고보면 이 모두가 정치라는 얘기다. 결국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고 정치 없이 인간은 없다. 뭐 그런 이야기? 당신을 위로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그 위로하는 좋은 말들처럼 평탄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그의 인생 역시 어려움과 슬픔으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당신의 인생보다 훨씬 더 뒤처져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 좋은 말들을 찾아낼 수조차 없었을 것이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중 P9 정치가 어디 있냐고? 어느 날 눈을 떠보니 이 세상에 태어나 있고, 태어난 바에야 올바르게 살고 싶고, 이것저것 따져보고 노력해보지만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없고, 다른 사람과 함께하려니 합의가 필요하고, 합의하려니 서로에 대해서 알아야 하고,합의했는데도 합의는 지켜지지 않고, 합의 이행을 위해 규제가 필요하고, 규제를 실천하려니 권력이 필요하고, 권력 남용을 막으려니 자유가 필요하고, 자유를 보장하려니 재산이 필요하고, 재산을 마련하니 빈부격차가 생기고, 빈부격차를 없애자니 자원이 필요하고, 개혁을 감행하자니 설득이 필요하고, 설득하자니 토론이 필요하고, 토론하자니 논리가 필요하고, 납득시키려니 수사학이 필요하고, 논리와 수사학을 익히려니 학교가 필요하고, 학교를 유지하려니 사람을 고용해야 하고, 일터의 사람은 노동을 해야 하고, 노동하다 죽지 않으려면 인간다운 환경이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느닷없이 자연재해가 일어나거나 전염병이 돌거나 외국이 침략할 수도 있다. 공동의 삶을 위해 필요한 것은 많고 쉬운 일은 없다. 이 모든 것을 다 말하기가 너무 기니까, 싸잡아 간단히 정치라고 부른다. 정치는 서울에도 지방에도 국내에도 국외에도 거리에도 집 안에도 당신의 가느다란 모세혈관에도 있다. 체지방처럼 어디에나 있다, 정치라는 것은. P23-24 정치 공동체는 자연의 산물이다. 그리고 인간은 본성상 정치적 동물이다. 우연이 아니라 본성상 정치 공동체가 없어도 되는 존재는 인간 이상이거나 인간 이하다. -아리슽텔레스 "정치학" 중 p25 폴리스 시민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졌던 정치가 페리클레스는 다음과 같이 단호하게 말한다. "우리 아테네 사람들은 공적인 일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을 초탈한 사람이라고 존경하지 않고, 쓸모없는 인간으로 간주한다." p29 모든 권력을 싫어한다는 말은 모든 욕망을 무시한다는 말이며, 모든 욕망을 무시한다는 것은 삶을 혐오한다는 것이다. 권력은 권력만 없었으면 가능하지 않았을 여러 일을 가능하게 한다. 사람은 종종 목표를 지향하고, 그 목표는 권력의 향사를 통해 달성된다. 아무 것도 도모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까. 체속을 초월하겨고 드는 선사도 해털을 도모한다. 마음의 고요를 얻기 위해서도 마음의 파도를 잠재우는 어떤 나직한 힘이 필요하다. 정말 아무것도 도모하지 않겠다면 어딘가 조용히 숨어서 자신의 멸종 소식을 기다려라.p53 근대 정치 이론의 초석을 놓은 토머스 홉스는 저서 "리바이어던"에서 그처럼 한갓 사적 인간이 정치적 존재로 변신하는 과정에 주목했다. 낱낱이 흩어져 있던 인간들이 어떻게 단일한 의지를 가진 권력체를 창출할 수 있는 것일까. 어떻게 정치적 존재로 변신하는 것일까? 그냥? 심심해서? 그렇지 않다. 그들은 죽지 못해서 변신하는 것이다. 변신하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으므로. "지속되는 두려움과 난폭한 죽음의 위협"으로 인해 인생이 고독하고, 열악하고, 고약하고ㅡ 잔인하고, 짧아질까 봐" 변신하는 것이다. 어찌해볼 도리가 없을 정더로 괴롭기 때문에 정치적 존재로 변신하는 것이다. 그 변신 덕분에 인간은 비로소 삶을 견딜 수 있게 된다. 투표는 인간이 정치적 인간으로 변신했던 그 위대한 상상을 되살리는 축제다.p109 다민족 국가를 다스리는 일의 어려움은 피터 반 더 보트의 1578년 작품에 잘 드러나 있다. 온갖 짐승들의 머리가 달려 있는 거대 괴물을 정치 및 종교 지도자들이 당혹스럽게 바라보고 잇다. 이 괴물은 다민족 제국의 여정을 시작하던 16세기 후반의 (오늘날)네덜란드를 상징한다. 그러나 다민족 국가가 반드시 통치의 어려움만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잘만 소화하면 그것은 활력의 근원이 될 수 있다. 유럽 각국이 가톨릭이냐 프로테스탄트냐의 갈림길에서 탄압과 전쟁을 일삼고 있을 때, 네덜란드는 적극적으로 관용 정책을 택했다. 그에 따라 칼빈주의자뿐 아니라 가톨릭 루터교, 유대교, 재세레파 신자 등 타국에서라면 이교도로 낙인찍혀 핍박을 받았을 인재들이 네델란드에 몰려와 살게 되었다. 17세기 초 암스테르담 인구의 40퍼센트를 이민자가 차지할 정도였다. 다양해진 인구 구성을 장애물이 아니라 활력으로 승화시켰을 때, 네덜라드는 본격적인 번영을 구가하게 된다. 오늘날 많은 네덜란드 사람들은 자기 나라가 향유하고 표방해온 다양성과 자유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다. p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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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05-18
  • 지리산 봄(春/見), 루이네
    지리산 봄(春/見), 루이네 강회진(시인, 독립연구자) 마음이 아픈 줄도 모르고 어른이 되어 앞으로 운이 좋아 80살 까지 산다고 쳤을 때 내게 남은 생은 살아온 날 보다 적다. 마음이 아픈 줄도 모르고 어른이 되었다. 무엇을 견디는지도 모른 채 인생이 지나고 있다. 나의 욕심으로 때론 너무 왔거나 지나갔거나 눈치 채지 못한 관계에 지치고 하지 않아도 될 일들까지 하느라 몸과 마음이 늘 고단했다.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살 수는 없을까? 아무것도 하지 않으나 진짜 나만을 위한 시간, 나를 위한 시간을 갖고 싶었다. 더 늦기 전에. 더 늦기 전에. 드디어 나는 짐을 싸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디로 가야하나. 오랫동안 지리산과 섬진강을 그리워했기에 구례, 하동을 꿈꾸었다. 언젠가 초여름 지리산 둘레길을 걸으며 보았던 산내의 다랭이논 일렁이는 초록 물결과 손에 잡힐 것 같던 흰 구름, 고즈넉한 실상사의 저녁 예불 모시는 풍경들이 자꾸만 나를 불렀다. 마음을 정하고 나니 모든 것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집을 구하기 어렵다는 산내에 빈 집이 나왔고 내놓은 아파트는 금방 입주자가 나타났다. 마치 오래 전부터 계획되어 있었던 일처럼. 2. 세 가지면 충분하다 사람들은 내게 왜 그 먼 곳으로 가느냐 물었다. 대체 어디에서부터 먼 곳이라는 말일까? 나에게는 가장 가까운 곳이 바로 이곳이라 말하지 못했다. 마당에서 듣는 하루 두 번 실상사 범종 소리와 수달이 살고 있다는 람천의 우렁찬 물소리,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천왕봉. 이곳으로 이사를 위한 이유로 이 세 가지면 충분했다. 게다가 이곳은 내게 완벽하게 낯선 곳. 이사를 하는 날 고속도로에 눈발이 날려 앞이 보이지 않았다. 운전기사는 “이사하는 날 눈이 오면 부자된다 안하요.”라며 애써 웃음을 보였다. 지리산 IC에 들어서는 순간 가슴이 쿵쿵 뛰었다. 저 멀리 펼쳐진 지리산 자락이, 마을이 온통 눈으로 환하게 빛났다. 지리산에 곁들어 사는 일은 지리산이 허락해야 한다던데 드디어 나도 지리산의 선택을 받았구나. 다정한 지인들은 문패를 만들어 보내주었고 마당에 심을 꽃나무와 다양한 꽃씨를 보내주거나 어여쁜 커튼을 보내 새로운 출발을 기꺼이 응원해 주었다. 이사 후 두 번의 큰 눈이 내렸다. 저 멀리 눈에 덮인 천왕봉은 감탄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실상사 저녁 범종 소리를 들으며 구들방 아궁이에 불을 넣었다. 가끔 불씨가 아까워 고구마를 구워 강아지와 나눠먹었다. 그렇게 산내의 첫 겨울이 고요히 흘러갔다. 3. 산내는 산내말로 살래 맘씨 좋은 이웃이 밭 귀퉁이를 무상으로 빌려주셨다. 또 다른 이웃은 슬며시 거름을 부려놓고 가셨다. 감자를 심고 두둑 가에는 옥수수도 심어야지. 밭을 일궈 고랑 네 개를 만들고 거름을 뿌렸다. 다음날 맞춤비가 내렸다. 나른한 햇살을 받으며 꽃씨를 담구고 씨감자 눈을 쪼개다보니 어느새 담장에 노란 개나리가 막 피어나는 춘분이 되었다. 밤마다 멀리 무논에서 개구리들이 정겹게 울어댔다. 어느 밤, 마당에 나가 올려다본 하늘, 선명하게 반짝이던 북두칠성이 말했다. 그래, 잘 찾아왔어. 너의 길. 이른 아침 단풍나무에 새가 날아와 한참을 앉았다 날아가는 흔하디흔한 그 풍경이 좋았다. 새들을 위한 모이를 뿌리고 수돗가 물을 갈아준다. 햇살이 길게 들어오는 이른 아침, 멀리 천왕봉을 게으르게 앉아 바라보는 그 시간을 놓칠까봐 아침 일찍 일어난다. 지리산에 와 매일 매일이 행복한 검은 개 루이를 데리고 산책을 나가면 이웃 어르신들이 묻는다. 어디사요? 놀러왔는가베? 아니요, 저 살래 살아요. 저 멀리 앞 산 노란 산수유 지면 대문 옆 감나무에도 반짝이는 새 잎 무성할 것이다. 마당에 정성껏 심은 모란이 피고 지는 깊은 봄이 흘러 옥수수를 따고 감자를 캐면 좋은 사람들 모아 잔치를 해야지. 지리산의 첫 봄, 살래의 첫 봄, 나의 첫 봄이 설렌다. -달궁수달래 / 김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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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기저기 민들레
    2023-04-09
  • 다섯번째 산
    작가 파울로 코엘료는 전 세계 170개국 이상 83개 언어로 번역되어 3억 2천만 부가 넘는 판매고를 기록한 우리 시대 가장 사랑받는 작가. 1947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태어났다. 저널리스트, 록스타, 극작가, 세계적인 음반회사의 중역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하다, 1986년 돌연 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로 순례를 떠난다. 이때의 경험은 코엘료의 삶에 커다란 전환점이 된다. 그는 이 순례에 감화되어 첫 작품 『순례자』를 썼고, 이듬해 자아의 연금술을 신비롭게 그려낸 『연금술사』로 세계적 작가의 반열에 오른다.(출판사) 세상 모든 사람은 피하라 수 없는 일의 영향을 받는다. 어떤 이들은 극복했고 어떤 이들은 포기했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비극의 날개가 우리 인생을 스쳐지나가는 경험을 한 적 있다. 이유가 뭘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나는 엘리야를 따라 아크바르의 시간 속으로 떠났다. 파울로 코엘료p12 "인간은 선택을 내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지." 천사가 대답했다. "결정을 내리는 힘이 바로 너의 능력이다."p192 "그보다 더 어려운 건 자신의 길을 분명히 정하는 것이다. 선택을 하지 않는 자는 아직 숨을 쉬고 길을 걷고 있다 하더라도 신의 눈에는 죽은 것과 같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다. 누구도 죽지 않는다. 영원함은 모든 영혼에게 열려 있고 저마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해나갈 것이다. 태양 아래 있는 모든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p193 하느님은 인간으로 하여금 당신과 정면으로 맞서고 당신의 질문에 대답하게 하신다. "왜 너는 그토록 짧고 고통으로 가득한 존재에 그토록 매달리느나? 너의 싸움의 의미는 무엇이냐?"p279 아이들은 항상 어른에게 세 가지를 가르쳐주죠. 별 이유 없이도 행복해하기, 무언가에 항상 몰두하기, 그리고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온 힘으로 매달리기. 제가 아크바르로 돌아온 것도 저 아이 때문입니다. p276 "주님의 말씀은 네 주변의 온 세상에 쓰여 있단다. 네 삶에 일어나는 일에 주의를 기울여보면 너는 하루의 순간순간 주님께서 당신의 말씀과 뜻을 숨겨놓으신 곳을 찾을 수 있을 거야. 주님이 시키시는 일을 해내도록 노력하렴. 그것이 네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유일한 이유란다."p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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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03-08
  • 가여워 하는 마음
    가여워하는 마음 박두규/시인 어김없이 새날이 오듯 새해도 온다. 그리고 사람들은 바쁜 연말이나 연시의 와중에도 한 번쯤은 가는 세월이나 오는 세월을 머릿속에서 정리하거나 다짐하게 된다. 나는 인생 간판에 시인 딱지를 붙이고 살다 보니 연말연시가 되면 문학이니 예술이니 하는 것에 대한 생각을 가끔 되짚어보곤 하는 것인데 그때마다 박수근(화가)이 했다는 말이 떠오르곤 한다. “나는 인간의 선함과 진실함을 그려야 한다는 예술에 대한 대단히 평범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 이 말은 어디서 어떻게 알게 된 것인지 기억에도 없는데 느닷없이 날아온 돌멩이처럼 나의 뇌리에 강하게 박혀 수시로 울림을 준다. 예술이 아름다움의 영역이라면 그 아름다움은 선함과 진실함의 바탕에서 이루어진다는 어떤 믿음이 있었던 건 아닐까? 그의 말처럼 정말 평범한 일상생활 속의 착함과 진정함이 가장 아름다운 삶이 아닐까? 그냥 스치고 지나갈 수도 있는 이 말이 나에게 강하게 올 수 있었던 건 아마 당시 이런저런 경전들을 읽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많은 경전의 바탕이 선함과 진실함이 아니던가. 그리고 그때 그것들을 읽어내며 스스로의 단어로 정리해낸 말은 ‘가여워하는 마음’이었다. 그 즈음에 나온 시집의 제목을 ‘가여운 나를 위로하다’라고 붙인 것도 이 때문이었을 것이다. 새 정부가 들어선 후 이런저런 부족한 짓, 말도 안 되는 짓, 터무니없는 짓들을 많이 한다고 하는데 내가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점은 윤가와 그의 사람들에게는 이 ‘가여워하는 마음’이 없다는 것이다. 이긴 자가 진 자에 대해 그리고 소외된 사회적 약자들, 또는 민초들에 대해 ‘가여워하는 마음’이 없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인간됨의 근본이 없는 것이다. 세상과 사람에 대한 연민도 없이 살아가는 것들이 무슨 정치며 예술이며를 할 수 있겠는가. 그러한 마음을 학문이나 사상에 앞서 삶 속에서 잘 보여준 옛사람으로 퇴계 이황 선생이 있다. 요즘 자본주의 기후 위기에 연계된 이런저런 책들을 보게 되었는데 21세기에 들어 사상적 출구를 모색하는 세계의 석학들에게 주목받는 사람 중에 퇴계 선생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퇴계를 생각하면 그의 사상이나 학문보다는 그가 살아낸 구체적인 일상 삶과 그를 통해 보여준 ‘가여워하는 마음’이 먼저 떠오른다. 그는 스물한 살에 결혼하고 아내 김해 허씨와 함께 슬하에 두 아들을 두었지만, 아내가 결혼 6년 만에 병사한다. 그리고 3년 상을 치른 후 재혼하는데 맞아들인 권씨 부인은 정신질환이 있는 병약한 사람이었다. 그녀는 퇴계가 마음속으로 존경했던 권주(연산군 때 갑자사화로 사약)의 아들 권질의 딸이었다. 권질은 조광조 숙청의 기묘사화 때 예안으로 귀양 와 있었는데 퇴계가 이따금 찾아가 문안 인사를 하며 지내는 사이였다. 그런데 권질은 병을 얻어 죽으며 여러모로 부족한 딸을 두고 가는 것이 마음에 걸려 퇴계에게 딸을 돌봐달라고 부탁한다. 퇴계는 마음속으로 존경하던 분의 집안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몰락하는데 자손들마저 불행해지는 것이 가슴 아파서 그 딸을 맞아들여 재혼하게 된다. 하지만 퇴계 선생의 진정 훌륭한 점은 결혼 후 그 정신적 질환이 있는 부인에게 ‘손님처럼 공경하는 법도’를 실천했다는 것이다. 그것은 퇴계 선생이 공부하고 펼친 지식과 사상이 현실 속에 살아있는 학문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또 그의 ‘가여워하는 마음’의 정도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알다시피 퇴계는 인간의 근본 마음 네 가지 중 앞세운 것이 측은지심(仁)이며 바로 ‘가여워하는 마음’에 다름 아니다. 그렇게 늘 4단四端의 마음을 중심에 두고 7정七情의 마음을 경계하는 것이 당시 선비들의 수행이고 공부였는데 선생은 삶 속에서 그것을 실천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런 결혼생활도 16년 만에 권씨 부인의 죽음으로 막을 내린다. 퇴계의 ‘손님처럼 공경하는 법도’ 또한 그렇게 끝났는데 퇴계는 훗날 그 시절을 ‘결혼생활 16년 동안 더러는 마음이 뒤틀리고 생각이 산란하여 고뇌를 견디기 어려운 적이 없지 않았다’라고 술회한다. 이러한 고백으로 짐작할 수 있듯이 비록 퇴계가 그 시절을 자신의 덕을 쌓는 수양의 화두로 삼아 모범을 보였다고는 하나 얼마나 괴롭고 힘들었나를 짐작하게 한다. 그리고 퇴계의 ‘가여워하는 마음’을 짐작하게 하는 또 하나의 일화는 그의 며느리 이야기다. 둘째 아들 채(寀)는 정혼한 상태였는데 그 아들이 결혼을 앞두고 급사하게 된다. 그래서 아들이 죽었기 때문에 예식도 못 올린 며느리를 맞이해야만 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퇴계는 당시 삼종지의三從之義의 엄격한 규율을 깨뜨리고 처녀의 몸으로 며느리가 된 여인을 친정으로 돌려보내 재가하게 한다. 퇴계 선생의 삶의 바탕에 있던 ‘가여워하는 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퇴계는 엄격한 유가의 선비였으나 깊은 인간애에 바탕을 둔 스스로의 삶을 꾸려내었으며 세상의 법도 이전의 ‘불법不法의 예’를 보인 진정한 유가의 스승이었다. 그리고 퇴계는 첫째 부인이 죽은 후 두 아들을 양육하기 위해 관례에 따라 첩을 들였는데 그 첩도 선생보다 먼저 죽게 된다. 첩에게서 낳은 아들이 있었는데 그 아들 또한 자신의 호적에 올렸고 차후에 그 아들의 후손들이 적서의 차별을 받지 않도록 족보에 적서의 구별을 두지 않게 하였다. 또 퇴계 선생은 이런저런 굴곡의 가정사를 다 넘기고 홀아비 생활을 하는 중에 단양군수로 있을 때는 단종 복위에 참여했던 사대부의 후손으로 어린 나이에 관기가 된 기생 두향을 소실로 맞아 외로움을 달래고 남녀의 사랑이라는 것을 하게 된다. 서자와 관기라는 당시 천한 신분의 사람에게도 시대의 법도를 넘어 사람의 근본에 있는 ‘가여워하는 마음’으로 차별 없이 대하였다. 나는 퇴계 선생의 아픈 가정사를 보면서 평범한 일상생활 속의 착함과 진정함이 가장 아름다운 삶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박수근이 말한 ‘인간의 선함과 진실함을 그려야 한다는 예술에 대한 대단히 평범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는’ 그 말의 깊이를 절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황이라는 사람은 위대한 학자요 사상가이기 전에 ‘가여워하는 마음’이라는 존재의 근본을 깨달은 사람이고 그렇게 자신을 살아낸 참으로 아름다운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작금의 우리 사회는 이로부터 얼마나 멀리 왔는가. 국정을 운영한 새 정부의 2022년을 보면서, 제 이익과 안위만을 생각하는 권력을 보면서, 그들의 치졸한 양아치 정치를 보면서, 윤가와 그 권력의 발뒤꿈치를 쪼아 먹고 사는 닥터피쉬들을 보면서, 그 언론과 정치권과 검찰과 윤의 사람들을 보면서, 언감생심焉敢生心 ‘가여워하는 마음’을 꿈꿀 수는 있을 것인가 하는 절망감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에게 나라를 맡긴 것은 국민이니 한편으론 할 말도 없다. 이는 모두 자본주의, 자유주의라는 왜곡된 이데올로기 안에서 돈만 있으면 되고 나만 살면 된다는 그릇된 가치관의 정서가 우리 사회 안에서 당위적 정당성을 얻고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이런 가치관의 변화 없이는 우리 사회의 ‘가여워하는 마음’은 회복할 수 없을 것이다. 퇴계 선생처럼 개개인의 진정성으로 실천하는 정도를 넘어 지난날 촛불처럼 온 국민이 지극정성으로 ‘가여워하는 마음’을 기원하는 계묘년이 되기를 바란다. <끝>
    • 이야기
    • 여기저기 민들레
    2023-01-26

실시간 이야기 기사

  • 화가가 사랑한 나무들
    이 책은 그림 책이다. 화가가 그린 나무들로 가득 차 있고 화가와 그림에 대한 해설도 있다. 살아있는 나무는 살아 있어서 아름답고 죽은 건 그 쓰임 대로 멋지다. 죽은 나무도 쓰러지지 않고 잎과 가지는 없지만 꼿꼿이 서 있는 것들을 산에서 가끔 본다. 죽은 나무들을 덩굴 식물들이 칭칭 감고 있고 아래쪽에는 이끼와 작은 벌레들이 오몰거리고 있다. 나무는 살아서도 죽어서도 다른 생물들에게 보탬이 되고 있다. "동면에 들거나 죽은 나무는 결코 외롭지 않다. 나무 안에는 무척추동물과 곰팡이들이 바글거리기 때문이다." 라르스뉘베리의 그림 '고독'에 대한 해설이다. 뉘베리의 '고독'은 산에서 가끔 본다. 죽어서도 꼿꼿이 서있는 나무! 클레어캔식의 나무 그림 제목은 "온화함은 영혼을 맑게 한다"이다. 그녀의 다른 그림 제목은 "당신은 온 세상을 발아래 두었다"이고 또 다른 것은 "예술을 위한 무단 침입"이다 캔식은 나무파(arborealist)로 알려진, 나무에 집중하는 미술가 그룹의 일원이라고 한다. 클로드 모네는 센 강 지류를 떠다니는 배를 작업실 삼아 비와 날씨에 따라 시시각각 바뀌는 나무의 인상을 담은 수십 점의 작품을 그렸다. 모네는 건초 더미와 포플러 나무를 그린 작품을 판매한 돈으로 집을 샀고 그곳에서 당시로서는 혁신적이었고 오늘날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작품을 그렸다고 한다. 빈센트 반 고흐도 나무 그림을 많이 그렸다. 생레미드프로방스 지방의 정신병원에 자진 입원했던 고흐는 그곳의 나무를 그렸다. "그것(사이프러스나무)는 햇살을 흠뻑 머금은 풍경의 어두운 조각이긴 하지만 대단히 흥미로운 짙은 분위기이자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것 중 정확하게 표현하기가 가장 어려운 것이기도 해." 라고 동생 테오에게 편지를 썼다. 또 다른 편지에서 "올리브 밭에서 나는 속삭임에는 아주 친밀한 무언가가 있어. 거기에는 엄청나게 오래된 무언가가 있지."라고 했다. 예술가는 그저 '좋다', '멋지다'는 느낌 외에 다른 무언가를 느끼고 그것을 구체화한다.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는 "나는 왜 그림의 주제로 죽음과 무상한, 무덤을 선택했을까?"라고 수사적인 질문을 던졌다. 그 답은 영원한 삶을 얻기 위해 죽음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의 그림의 풍경은 생기없는 색에 죽은 나무가 쓰러져 있다. 반면 이반 이바노비치 시시킨은 죽은 듯 보이는 나무에서 생명을 본다. 그의 그림 "황량한 북쪽에서"에는 아이스스톰으로 뒤덮인 절벽에 무거운 눈으로 덮여 축 늘어진 전나무가 서있다. "전나무의 가지는 큰 눈이 내려 얼어붙어도 상처받지 않는다. 눈이 녹으면 가지들은 다시 새로운 싹을 틔운다." 고 그는 말한다. 폴 내쉬는 종군화가로 전쟁에 스케치북을 들고 다니며 실전을 경험했다. 그는 불탄 후 타버린 나무같이 반이 잘린 나무의 모습으로 전쟁을 보여준다. "숲 속에서는 신의 존재를 느낄 수 있다" (안톤 체홉) 누구는 나무만 그리고, 누구는 나무 사진만 찍고 누구 나무로 만들고 누구는 나무를 심고 베어내고... 나무를 너무 사랑해서 이기도 하지만 나무가 돈을 벌어다 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무를 보는 마음이 신을 보는 마음이다. 그림이 된 나무는 늘 같은 모양으로 볼 때마다 다른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종이에 새겨진 여러 색깔과 모양의 나무들 모두 하나씩 뜯어 방에 붙여 놓고 싶은 욕심은 버리자. 어렸을 적 달력 그림이 너무 좋아서 액자로 만든 적이 있다. 논이 있고 바지를 걷어 붙인 아이가 함지박을 이고 있는 엄마와 함께 걸어가는 옆에 소가 있는 시골 풍경의 동양화였다. 지금의 시골에선 그런 풍경을 만날 수 없다. 1960년대의 풍경이니까. 시골에서 살 운명인가? 시골에서 살아본 적도 없는 어린 내가 그런 그림에 꽂혔다니. 아직도 오빠 집에 그 액자가 붙어있는데 한마디로 '평화'롭다. 지금의 시골 풍경도 그리면 평화로울까? 내가 이미 그 속을 다 봤는데... 책의 그림 중 클림트의 <전나무 숲>을 내 폰의 배경으로 깔았다. 전화기 켤 때마다 전나무 숲에 한번씩 들어갔다 나온다. 숨을 들이 마시면 숲의 공기가 폐 속 깊이 들어오는 것 같다. 그 숲을 통해 들어가면 신이 있고 가족이 있고 친구가 있고 사람이 있고 뉴스와 사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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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06-26
  • 지리터리풀
    지리터리풀 지리산 특산의 터리풀, 지리터리풀이다. 세계적으로 지리산에서만 자라는 특산식물이다 지리터리풀은 노루오줌이나 터리풀과는 꽃빛이 차이가 난다. 노루오줌은 흰색, 터리풀은 꽃의 색깔이 연한 분홍인 반면 지리터리풀의 꽃은 붉은색에 가까울 정도로 색깔이 진하고 아름답다. 너무 진한 꽃빛에 그만 감전이 된다. 지리산의 그 피빛 이야기들이 지리산 이름의 꽃으로 피어난 것 같다. '당신을 따르겠습니다' 지리터리풀의 꽃말이 진한 여운을 남긴다 -섬진강 / 김인호 #지리터리풀 #지리터리풀꽃말 #당신을따르겠습니다
    • 이야기
    • 지리산 생태 이야기
    2023-06-24
  • 남 몰래 웅크리고 있는 내 안의 어린 아이에게
    참 흥미로운 제본이다. 책 2권을 붙여 놓았다. 저자 김이나는 영화 <토이 스토리>에 나오는 토이 캐릭터들을 보고 인간의 내면을 분석했다기 보다 감정을 살펴보았다. 1. 어쩔 줄 몰라서 방치해버렸던 감정들 2. 홀로서기에 필요했던 모든 과정들 3. 나를 찾아 헤매였던 시간들 4. 진짜 어른이 된다는 것 "내 안에 웅크리고 있는"이란 수식이 붙었지만 어른이 되지 못한 어른도 많으니 이걸 읽고 어른이 되면 좋을 것이다. 요즘은 싱어송라이터가 대세지만 김이나는노래말만 붙이는 작사가다. 김이나는 나도 어쩌다 알게 되었다. 어느날 내가 갑자기 이승윤 덕후가 된 것이다. 그의 노래에 그리고 김이나의 노랫말이 아니라 이승윤의 노래말에 반했던 것이다. 밤새 그의 노래를 듣고 그가 노래 부르는 모습을 찾아다녔다. 그런데 이승윤이 김이나와 여러번 인터뷰를 했다. 그래서 그녀를 알게 됐는데 요즘은 그녀도 유명해져서 (아마도 이승윤 덕분아닐까)광고에도 나온다. 나의 덕후 생활은 오래가지 못했다.(내가 그렇지 뭐!) 이유는 없다. 종이장이 확 타버리듯 그렇게 타 버리고 재만 남았다. 그러나 이승윤이 잘 나가고 있어서 참 좋다. 어느 날 갑자기 인기와 돈벼락을 맞은 청년이 어떻게 변해 가는지 지켜볼 작정이다. 암튼 김이나는 디즈니 영화 <토이스토리>를 보며 내 안에 있는 어린아이를 발견하고 도닥인다. 영화 토이스토리는 나도 봤지만 4편까지 나온 줄 몰랐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찾아서 볼 나이는 아니지 않은가! 손주와 같이 볼 기회가 있다면 정말 행운이다! 암튼 영화를 좋아하다 보니 이것도 어쩌다 봤는데 몇편을 몇개 봤는지는 모르지만 무척 재밌었다. (흠 이 기회에 찾아봐야겠다) 책 2권이 붙어 있는데 두번째 책은 애니메이션 그림과 함께 줄거리가 나와 있어 영화를 안봐도 대충 영화의 흐름을 알 수 있다. 장난감이 없던 세대와 장난감을 가지고 놀던 세대의 사고 방식 만큼이나 낯선 책이긴 하지만 장난감으로 이런 생각을 한 디즈니 영화사도 훌륭하고 이걸로 책을 쓴 김이나도 훌륭하다.
    • 이야기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06-23
  • 나는 숲으로 물러난다
    년대 후반, 년에는가족과 함께 순례여행을 떠나 인도와 네팔을 다녀왔다. 그뒤 부조쿠공동체의 동료와 함께 일본에서는 처음으로 유기농 채소가게를 열었다. 또한 경제성장에 반대하는 삶을 소개하는 대항문화 잡지 <의편집을 맡아 일을하고, 도쿄시내의 작은건물에서 '호빗토빌딩공동체'그리고 1977년에 식구들과 함께 규슈남쪽 야쿠섬으로 삶터를 옮겼다. 시는 내가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그의 삶이 삶은 존경한다. 그의 흥미롭고 무엇보다 그의 이 궁금하다. 악양에 있는 부부라는데, 있다니 한번 만나고 일본 작가 책 헷갈리고 잘 안 엉망이 된다. 일본인의시도 처음인데 출판사 상추쌈은 일본인의 책을 같다. 야마오표지가 맘에 들어 시중 내두개를 옮긴다. 산벚나무꽃이 활짝 백십팔 명 신입생들의 영혼을 당신들 '교육'마라 '바람직한 사회인'으로 치닫는 문명사회의 톱니바퀴로도 리더로도 키워돌아오지 않는 '으로 길러가지국제인'으로 백십팔 명의 신입생 있는 저영혼의 모든힘을 다해 그것을 지금 산벚나무꽃이 활짝 성스러운노인 우리사람의성스러운노인이대략칠천이백년이라고한다 두껍고만져보면 멀고스며들어온다 성스러운노인 당신은뒤로단한한발도움직이지않고거기에고행의신시바의가까우면서 고행과도지복과도관련이있었다 다만몸에는다른나무들이수십그루대지로삼고있지만 당신은일로바라보고있다 당신의귀를대고하다못해 생명의하지만 당신은뿐 무언이다한마디사람들이악이란것을사이를선이지배하고있을때 인간의셀수있었다고나는들었다 그때는신들과함께 이야기를나눴다고한다 이윽고스며들고그와동시에 인간의얼마전까지는삼백사람이있었다고한다 지금은쇠의시대에는인간의한도로삼게됐다 옛날에지배하고사람들이 신과살던때에대해 성스러운노인 나는당신은다만거기에뿐 무언이다단한않는다 내가거기에있고그리고것뿐이다 거기에것 살아발아래에서는몇나오고있습니다 그것은하나의증표입니다 그렇게성스러운물을저는마셨습니다 저는법구경 98 마을이거나숲이거나 골짜기거나평지거나 절하기에족한사람이땅은즐거움이가득하다 --- 즐겁다사람들이좋아하지않는그곳에서 탐욕을욕락을바라지않기즐겁다절하기에족한땅은즐거움이가득하다 성스러운노인 당신이까닭에 나는죄모르는한살며 당신을
    • 이야기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06-22
  • 반항하는 청춘의 원더풀 라이프 “나는 반항한다 고로 존재한다"
    섬진강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오고 가던 시절이 있었다. 아마도 2005년이나 2006년쯤이었을 것이다. 나는 구례에서 악양까지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왕복 60km였다. 봄이 끝날 무렵 시작한 자전거 출퇴근은 겨울이 오면서 끝났다. 그 후로 자전거 출퇴근을 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하던 일을 그만두었고 악양은 나에게서 멀어졌다. 지리산에 내려와서 살게 된 이유는 간단했지만 살아가기는 녹록하지 않았다. 구례에서 섬진강을 따라 악양으로 향하면서 그때의 기억들이 떠올랐다. <그는 올해 지리산사람들 공동집행위장이 되었는데 올해 관운이 있는 사주라고 했다. 사진 김인호> 오늘 악양에 사는 최지한씨를 만나기로 했다. 그를 지난겨울 남원의 산악열차 반대 시위장에서 본 기억이 있다. 아마도 남원시청 옆이었을 것이다. 한겨울이었는데 그는 맨발에 슬리퍼 차림이었다. 딱 봐도 보통은 아닌 사내다. 머리는 삭발이었다. 그를 악양면 소재지에 있는 카페에서 만났다. 길 건너에 악양초등학교가 보였다. <그의 첫인상은 “나는 반항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진 김인호> 오래 전에 악양에 일할 때 그 초등학교 운동회에 참가했던 기억이 난다. 아이들의 신난 함성이 가득한 운동장에 오후에 햇살이 눈 부셨다. 커다란 히말라에시더(개잎갈나무 50미터까지 자란다)가 동쪽에 있었다. 누군가는 이 나무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무라고 했었다, 나도 가끔 동의하지만, 집안에 심기에는 나무가 너무 크다. 이 나무를 키우다 보면 예상보다 너무나 커버리기 때문에 위를 잘라버린다. 주변과 어울리지 못하는 것들은 싹을 잘라 버리는 것이 사회의 일반적이 법칙이다. <그가 환경운동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공해문제연구소에서 만든 한국의 공해지도라는 책을 초등학교 3학년 때 만났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진 김인호 > 그의 첫인상은 “나는 반항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세상 사람들이 히말라야 시더의 위를 자르는 것같은 사회의 일반적인 잣대를 그는 봐줄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그가 하동에 살게 된 것은 2006년쯤이라고 한다. 내가 하동을 떠난 것이 그쯤이었다. 그는 멀리 강원도 고성 출신이라고 했다. 화진포가 가까운 강원도 산골 마을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북한을 지척으로 둔 강원도 최북단에서 태어났다. 나는 몇 해 전 화진포에 가봤다. 화진포 바다는 서해나 남해와는 다른 고독하고 외로워 보이는 진한블루였다. 그의 아버지는 그가 초등학교 시절 어느 해 서울로 이사를 했다고 한다. 그 후 대학에서 양식업을 공부했다. 그리고 남해의 여러 섬마을을 전전하며 양식장에서 일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결국 여기 하동 악양에 정착했다. 그의 직업은 대바구니를 만들거나 수리하는 일과 정원관리라고 한다. 그리고 지역의 사람들과 환경을 지키는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가 환경운동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공해문제연구소에서 만든 한국의 공해지도라는 책을 초등학교 3학년 때 만났기 때문이라고 했다. 나도 고등학교 시절 그 비슷한 책을 본 적이 있다. 한국에서 가장 오염도가 높은 곳은 하동 넘어 광양이었다. 광양에는 광양제철소가 있다. 세계최대 규모의 제철소가 있고 거기서 품어져 나오는 대기 오염 물질은 한국 대기 오염 물질의 5.43%라고 한다. 나 역시 검은 역기가 품어져 나오는 그 사진을 책에서 본 기억이 난다. 그 책을 보고 열 받아서 환경운동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동기가 순수하다. 아마도 그는 순수한 남자인 것 같다. 몇 해 전부터 하동은 산악열차로 인해 갈등이 깊었다. 악양 형제봉에 산악열차를 설치하겠다는 하동군의 야심 찬 계획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산악열차 반대 운동을 했다. 그것도 열 받아서 했다고 한다. 나는 그에게 양말을 신지 않는 이유를 물었는데 대답은 간단했다. “발에 열이 많아서 답답해요.” 그는 역시 열이 많은 사람이었다. 재밌는 이야기를 해 달라고 했더니 그는 마루에서 3년을 살았던 적이 있다고 했다. 왜 그러셨나요? [어느 해 봄 비가 오는 날 구들이 고장이 나서 일산화탄소 중독이 된 적이 있어요. 마을로 기어와 동치미 국물을 얻어먹었어요. 그 후로 방에 들어가 자지 않았어요.] 방에 들어가지 않으니 마루밖에 잘 곳이 없었다고 한다. 그는 그렇게 마루에서 3년을 살았다고 한다. 보통 사람은 아니다. 카페에서 인터뷰하고 그가 일하는 대나무 공방에 가봤다. 녹색평론 읽기 모임이라는 작은 안내문이 문 앞에 붙어 있었다. 나 역시 오래전에 녹색평론 읽기 모임을 한 적이 있다.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는 오래전 일이지만 말이다. <간디의 물레라는 사진을 본 적이 있는데 그가 수리하는 대바구니가 물레처럼 보였다.> 공방에는 헤진 바구니와 새로 만든 바구니 그리고 수리를 원하는 대바구니가 보였다. 그가 말한 바에 의하면 이것으로 먹고살고 약간의 잉여자본도 생긴다고 했다. 간단한 도구로 생계가 가능한 일이라서 좋다고 했다. 나는 이런 식의 밥벌이를 본 적이 없다. 그가 작업하는 모습을 한참 동안 보고 있었다. <공방에는 헤진 바구니와 새로 만든 바구니 그리고 수리를 원하는 대바구니가 보였다.> 익숙하게 대바구니를 수리했다. 능숙한 솜씨가 보기 좋았다. 간디의 물레라는 사진을 본 적이 있는데 그가 수리하는 대바구니가 물레처럼 보였다.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도 간단한 도구로 새로운 물건을 만들거나 물건을 고치는 일은 매력적이다. <간디의 상징이 된 물레> 그가 좋아하는 영화는 고레이다 히로카즈 감독의 환영의 빛이라고 했다. 섬진강을 따라 돌아오면서 오후에 햇살이 섬진강을 비추는 것을 봤다. 아마도 환영의 빛은 이런 빛일 것이다. 누군가 한 번은 자신을 끌어들이고 유혹하는 환영의 빛에 이끌려 자신도 모르는 어느 곳에서 멍하니 서 있는 자신을 경험했을 것이다. 그는 스스로는 반항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아마 그는 자본주의 주류 사회를 거스르고 싶은 환영의 빛에 어느 순간 이끌렸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는 빛이 이끄는 경로를 따라 여기까지 왔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항하는 청춘 최지한, 그의 건투를 빈다.
    • 이야기
    • 지리산자락 사람들
    2023-06-21
  • 천연간수와 천일염 이야기, 후쿠시마 오염수의 진실
    얼마전 우연한 기회에 사람이 많이 모인 자리에서 한분이 수박화채를 만들고 계셨다. 수박을 으깨고 물과 소다를 붓고 설탕을 넣었는데 소금도 한줌 넣으셨다. 소금을 왜 넣느냐고 했더니 소금을 넣어야 맛의 완성이라며 소금에 대한 일장연설! 그러더니 자기가 소금에 관한 책도 썼다는 것이다. 그래서 빌려달라고 했다. 마침내 내 손에 들어왔는데 읽어보니 천연간수의 장점이 어마어마하다. 한마디로 만병통치! 이 책은 도로 가져가셨는데 일종의 광고성 책이란 느낌을 받았다. 바다로부터의 은혜인 천일염과 천연간수는 주요원소와 미량원소로 구성된 천연 마네랄의 집합체이며, 의약품과 같은 단일 성분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최고의 자연건강식품으로서 취급되어야 할 것이다. P230 책을 읽는 동안은 천연간수를 꼭 구해서 먹어야지! 하는 생각을 하는데 책이 그렇듯 덮는 순간 망각의 세계 속에 잠겨있다 요금 소금사태 때문에 다시 망각의 세계에서 불쑥 튀어나왔다. 이 책에 의하면 천연간수가 만병통치라고 하는데 다 믿을 건 없겠지만, 일단 호주 바다 속 산호가 다 죽어갈 만큼 바다가 오염되고 있는 세상에 이런 천연간수를 구할 수는 있는걸까? 소금 사재기가 뉴스에 나가고 소금값이 두배가 되고 소금 품귀현상이 난리다. 지금 사면 소금은 안전 하고 나중에 사면 우리는 모두 방사능에 오염된 소금을 먹는 것일까? 이제껏의 예를 보더라고 얼마간 세월이 지나면 이 모든 것도 잊혀지는 건 아닐까? 과연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의 진실은 무엇인지 좀 더 알아보았다. 아래는 “후쿠시마 오염수의 진실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10문10답“에서 발췌했다. 일본이 오염수를 방류하려는 이유는 오염수를 보관할 부지가 부족해서라거나, 앞으로 회수할 핵연료 덩어리를 보관하기 위해서라고 말하는데 비용문제가 가장 크다고 한다. 결국 돈이다!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면 육지에 보관하고 관리하는 것보다 비용과 노력이 적게 들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본 정부가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면 우리 국민이 심각한 영향을 받는다. 그린피스나 독일 헬름홀츠 해양연구소의 예측에 따르면 후쿠시마 오염수는 방출 후 1년 안에 우리 바다에 도달할 것이 예상되며, 우리나라 연안의 해산물이 오염될 우려가 있다고 한다. 태평양은 지구표면의 1/3이나 차지하는 방대한 바다다. 방사성 물질은 한 번 환경에 방출되면 통제할 수 없다. 방사성 물질은 바람과 물, 해류, 생물체와 함께 국경을 넘어 무차별적으로 먼 거리까지 이동한다. 예를 들어 2011년 3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처음 발생한 후 1년 만에 후쿠시마의 세슘 낙진으로 오염된 참치가 캘리포니아 해안에서 잡혔다. 태평양은 지구상에서 가장 큰 연속수역으로, 전 세계 어장의 70%를 포함하고 생태적, 경제적, 문화적 가치가 있는 생물체가 많이 서식하고 있다. 2022년 12월 100개 이상의 회원 연구소로 구성된 미국해양연구소협회(NAML)는 “국경을 초월하고 세대를 초월한 해양 생태계 그리고 해양 생태계에 생계를 의존하는 사람들의 건강에 대한 우려” 문제가 있어 오염수 해양투기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후쿠시만 오염수의 해양 투기는 “유엔 해양번 협약”과 “런던협약 의정서” 위반이기도 하다. 이 의정서는 1993년도에 러시아가 블라디보스톡 앞바다에 핵폐기물을 투기해서 국제적으로 문제가 된 것을 계기로 체결된 것이다. 당시 일본 그리피스가 러시아의 핵폐기물 투기를 발견해 문제를 제기하고, 여러나라가 문제 삼았다. 특히 이때는 일본 정부가 강력하게 러시아에 항의했다. 당시 러시아가 투기한 핵폐기물은 900톤, 후쿠시마 오염수는 현재 132만 톤이며, 앞으로 이보다 발생량은 늘어난다. 그리고 ALPS(advanced liquid processing system)를 거치지 않고 바다로 흘러가는 오염수도 상당할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오염수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방사성 핵종이 가라앉아 밑바닥에 슬러지가 쌓여 탱크 윗부분보다 밑바닥 슬러지의 방사능 수치가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오염수를 뒤섞어 측정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어떤 종류의 방사성 핵종이 얼마나 오염수에 포함되어 있는지 알 수가 없다고 한다. 이 세상에 방사능을 정화할 수 있는 장비는 없다. 방사능은 언제나 각 핵종에 고유하게 정해져 있는 반감기에 따라 붕괴하면서 줄어들 뿐이다. 방사능은 방사성 물질에서 나오는 방사선을 차폐하거나, 사람과 격리하거나, 멀리 떨어뜨리는 방법 이외엔 특별히 피폭을 예방할 방법이 없다고 한다. 후쿠시마 오염수에는 평상시에 핵발전소가 배출하는 방사성 핵종보다 훨씬 많은 방사성 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도코전력이 오염수에 포함되어 있다고 밝힌 64개 핵종 중에서 평상시 핵발전소 가동 중 배출하는 핵종은 7종에 불과하다. 핵발전소가 정상 가동 중일 때는 피복관이 있어 냉각수가 핵연료에 직접 닿지 않고 이를 직접 배출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후쿠시마 오염수는 녹아내린 핵연료에 직접 닿았기 때문에 방사성 물질의 종류가 훨씬 많고, 독성도 훨씬 크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021년 일본 정부의 요청으로 오염수 해양방류 과정을 점검하는 임무에 착수해서 두 번의 점검 활동을 시행하고 2023년 5월 31일 6번째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IAEA의 점검 활동 범위는 일본 정부가 요청한 영역으로 국한되어 있다. 일본 정부가 오염수 방출을 전제로 점검 영역을 설정한 것이기 때문에 IAEA의 점검 활동 역시 매우 제한적이다. 특히 오염수 점검에서 가장 중요한 ‘오염수 방출의 정당성’ 평가가 빠져있다. IAEA의 방사선 관련 안전 원칙은 10가지인데, 오염수 방출 관련 실제 IAEA가 점검한 항목은 4가지라고 밝혔다. 처음부터 정당성 평가를 제외해 놓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가 주장하는 방사선 방호의 3원칙(정당화, 최적화, 선량한도) 중에서 정당화 원칙을 완전히 도외시한 것이다. G7(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이 2023년 5월 29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정상회의를 열고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일본의 오염수 해양 방출에 대해 국제원자력기구의 검증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IAEA가 사실상 ‘원자력 진흥기구’임을 고려하면 G7 국가는 오염수 해양투기를 암묵적으로 용인하는 것과 다름없다. 한국정부도 G7 정상회의에 초청받았으며 대통령실은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한 과학적 검증을 지지한다는 한국 정부의 입장과 G7 정상의 입장은 같은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밝혔다. 반면, 중국은 외교부 등 여러 채널을 통해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를 반대하고 있다. 또 러시아. 필리핀 등 일본과 인접한 국가는 오염수 방출계획에 우려의 뜻을 밝혔다. 중국과 러시아는 정상들이 나서서 일본의 오염수 방출 계획을 반대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호주, 뉴질랜드등 태평양의 18개 섬나라가 회원국인 태평양도서국포럼은 도쿄전력의 데이터가 “불완전하고 부적절하며 일관성이 없다”라고 지적하면서 오염수 해양투기를 반대하고 있다. 최근 일본 여론조사에 따르면 일본인 43% 이상이 오염수 해양투기에 반대하고 있고, 90%이상이 오염수 해양투기가 일본어업과 수산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다. (탈핵신문미디어협동조합/반핵의사회 펴냄)
    • 이야기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06-19
  • 지리산, 유월의 꽃들
    「섬진강 편지」 -지리산, 유월의 꽃들 9년 전 반야봉에서 문득 만났던 흰참꽃이 피었겠다 싶어 오르는 노고단 반야봉길, 성삼재쯤에서는 시들어가는 함박꽃이 주능선길에서는 한창이었다. 미스김라일락의 원조인 수수꽃다리 꽃빛은 아침빛에 선연하였고 수풀 나도제비란과 큰앵초는 끝물이었지만 기품을 잃지 않았다. 아쉽게도 나도옥잠화는 꽃이 져버렸지만 목이 빠지게 찾던 흰참꽃과 구례종덩굴, 두루미꽃을 만났으니 발걸음이 가볍다. 눈개승마, 산꿩의 다리, 지리터리풀들이 저마다 꽃몽오리를 올리고 있으니 이제 곧 여름꽃들이 환하겠다. 반야봉 아래 죽어가는 구상나무 군락은 이상기후의 증표처럼 창백하게 빛난다. 지리산을 파헤치고 골프장과 케이블카를 설치하려는 사람들이 반야봉에 와서 죽어가는 구상나무들을 보았으면 좋겠다. 새벽 3시에 길을 나서 오후 5시까지 14시간 오르내리락길에 손을 내밀어준 나무들, 돌들, 꽃들, 그리고 구례들꽃사진반 동지들 모두 모두 고맙다. 내려오는 길에는 몇 날을 찾아 헤메던 나도수정초가 딱 눈에 들었다. 오! 반야봉의 정기에 눈이 맑아진 것이리! -섬진강/김인호 -쥐오줌풀 -미나리아재비 -수수꽃다리 -함박꽃 -함박꽃 -백당나무 -범꼬리 -백당나무 -구례종덩굴 -금마타리 -구상나무 고사목들 - 푸름을 잃고 말라가는 구상나무 -흰참꽃 -구례종덩굴 -나도수정초
    • 이야기
    • 지리산 생태 이야기
    2023-06-19
  • 나도수정초
    나도수정초 파란 눈의 외계인 'ET'라고 불리는 나도수정초는 다년생 부생식물로 자생지와 개체 수가 많지 않아 산림청에서 희귀식물 취약종(VU)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부생식물이란 엽록소가 없어 광합성을 못 하는 식물을 통칭하는 용어로 썩은 나무나 낙엽의 부엽토에서 영양을 얻은 식물을 말한다. 나도수정초 개화 시기는 5∼7월이며 암술은 암청색이다.
    • 이야기
    • 지리산 생태 이야기
    2023-06-13
  • 살아가는 책
    이은혜는 출판사 글항아리의 편집장이다. 이 책은 그녀가 읽은 책에 대한 에세이라고 할 수 있다. 5부로 되어있다. 1부 사랑의 기억: 서보 머그더-도어 마사 c, 누스바움 -감정의 격동: 사랑의 동정 데버라 리비-살림비용 아글라아 페터라미 -아이는 왜 폴렌타 속에서 끓는가 2부: 시간이 우리를 내려다 본다 캐슬린 제이미 -시선들 리처드 파워스-오버스토리 리처드 세넷-살과 돌 한정원 - 시와 산책 올가 토카르추크 -태고의 시간들 한스 블루멘베르크-난파선과 구경꾼 3. 타자와 기억 클라우디오 마그리스 -작은 우주들 윌리엄 트레버 -펠리시아의 여정 줄리언 번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이탈로 칼비노 -보이지 않는 도시들 4. 나 자신에게서 멀어지기 룰루밀러-물로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리베카 솔닛-길잃기 안내서 얀 그루에-우리의 사이와 차이 레슬리 제이미슨-공감 연습 한병철 -리추얼의 종말 앤 보이어 -언다잉 5. 늙어간다 디노 부차티-타타르인의 사막 장 아메리-늙어감에 대하여 에드워드 W. 사이드-말년의 양식에 관하여 존 밴빌 -바다 각 챕터마다 제목이 붙어있어 읽는이의 관점을 알 수 있다. 영화나 그림, 그리고 책 같이 모든 예술품은 작가의 손을 떠나면 그것을 보고 읽는이의 수만큼 많은 다른 작품 세계가 펼쳐진다. 그것을 자기의 관점에 따라 적으면 또 다른 작품이 된다. 여기에 수록된 책 중 내가 읽은 것은 하나에 불과하다. 내가 읽은 느낌과는 완전히 다른 책처럼 보인다. 이런 종류의 작품은 많은 것 같다. 제일 많은 작품을 다룬 것은 장정일의 독서일기가 아닐까. 독서일기 6권까지 나온 걸로 아는데 아마도 계속 쓸 것이라 생각된다. 그의 어마어마한 독서량은 사람을 질리게 하고 포기하게 한다. 쓰는 사람보다 그 책을 읽는 사람이 더 대단한 것 같다. 남의 책을 읽고 쓴 작가의 독후감 에세이중 내가 좋아하는 것은 최인호의 것이다.(너무 오래되 제목이 생각 안난다) 최인호의 글은 어떤 것이든 그냥 너무 재밌고 술술 읽힌다. 그가 남의 작품을 읽고 쓴 이책도 너무 재밌던 기억만 남아있다. 글항아리 편집장 이은혜의 글은 독창적?(뭐라고 표현이 안된다. 그녀같이 잘 표현하면 좋겠다)이다. 그만큼 자기만의 세계가 뚜렷하다는 뜻이겠지. 그녀가 여기 쓴 책중 가장 읽고 싶은 것은 '난파선과 구경꾼' 이다. 제일 읽고 싶지 않은 것은 '늙어감에 대하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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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06-13
  • 나를 만드는 바스크 요리
    책의 첫인상은 '담백하다'는 것이다. 내용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책을 보고 만진 느낌이다. 종이는 재생종이로 만들고 인쇄는 식물성기름을 사용했다고 한다. 표지는 두가지 색깔이고 그림도 단순하다. 저자 신소영은 서른두살에 하던 일을 그만두고 스페인으로 요리를 배우러 떠났다. 서른두살이면 어떤 일이든 시작 할 수 있다. 무슨 일을 하던간에 바꿀 수 있다. 서른 두살이 아니라 마흔 둘, 쉰 둘, 예순 둘이라도 좋아하는 것을 발견했다면 바꿀 수 있다. 우리 아이 셋 중의 둘은 중간에 전공을 바꿨다. '나'라는 인간은 끊임없이 바뀌고 있기에 언제고 다른 길을 갈 수 있다. 신소영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의 인생 행로를 바꾼 이유의 당위성을 찾고 그것에 대해 열심히 쓰고 있다. 나라면 '그냥'이라고 말하겠다. 뭐 그렇게 꼭 이유가 필요할까? 하고싶어서 그냥, 좋아서 그냥, 하기 싫어서 그냥...그냥, 그냥.... 사는데 뭐 그리 대단한 이유가 있나, 그냥 사는거지. 그녀는 스페인의 바스크 지방에 있는 요리 학교에서 2년을 지낸 경험을 적고 있다. 이 요리학교의 특징은 실습을 직접 레스토랑에서 한다는 것이다. 정말 최고의 실습이다. 미국 중고등학교는 방과후 수업이 중요하다. 대학 갈 때 방과 후 수업을 얼마나 열심히 했는가가 많이 반영된다. 그중 운동부, 특히 농구부는 최고의 인기다. 미국 NBA가 그냥 잘하는게 아니고 유럽 축구가 세계를 제패하는 이유가 다 있다. 농구부는 경쟁이 심해 들어가기 쉽지 않다. 들어가면 바로 다른 학교와 시합한다. 시합이 연습이다. 원래 시합은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기 때문에 실력이 쑥쑥는다. 룰과 매너도 저절로 익힌다. 들어가긴 했지만 잘못하면 벤치워머가 되어 한번 뛰어 볼 기회만 기다리는 신세가 되기도 한다. 아직 배우는 학생에게는 너무 처절한 일이지만 게임에서 이겨야 하니 어쩔 수 없다고 해야하나? 잘하는애는 더 잘하게 되고 못하는 애는 점점 더 낙담하게 된다. 그러나 농구를 좋아하지만 실전에 약한 애들에게는 다른 기회도 주어진다. 매니저다. 농구반의 전반적 운영을 맡아 경영하는 일을 배우기도 한다. 정 싫으면 다른 반에 가면 되지만 어렷을 적 부터 인생의 쓴 맛을 보는 셈이다. 스페인의 요리학교도 레스토랑을 전전하며 실습하고 만든 것을 손님에게 내야하니 정말 여러가지 많은 것을 배울 것 같다. 그녀는 한국에 돌아와 마하키친이란 곳을 오픈했다. 마하키친은 스페인 바스크 요리가 주 베이스이지만 당연히 우리 땅에서 나는 재료를 사용한다. 그녀는 직접 농사도 지으며 요리가 있는 여러가지 기획을 한다. 무엇이든 그렇지만 요리가 주업이라면 정말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야 할 것이다. 주부라고 다 요리사가 아니듯 음식을 매일 만든다고 다 요리사가 되는 것도 아니다. 요리야 말로 종합 예술이고 정신적, 육체적 극한 노동이다. 한 때 요리에 몰입했던 적이 있다. 지금은 가능한 요리를 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 이야기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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