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15(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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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두산과 지리산의 흙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이곳
    [백두대간 마루금인 도로 : 사진 이완우] 남원시의 운봉읍과 주천면이 만나는 지역은 백두대간이 형성한 개성적인 지형이다. 운봉읍과 주천면이 맞닿아 있는 2km는 거의 평지 도로인데, 이 평지 도로가 지리산 자락 운봉고원의 외륜(外輪)으로 엄연한 백두대간 산맥의 마루금이다. 이 도로에서 정령치 방향을 바라보고 설 때, 이 도로의 왼쪽은 낙동강 수계이고 오른쪽은 섬진강 수계로서 이 지역은 곡중분수계(谷中分水界)를 이룬다. 백두대간 봉우리인 이곳의 수정봉 아래에 노치마을이 있는데, 이 마을을 백두대간 마루금이 관통하고 있다. 이 마을 앞의 운봉고원 곡중분수계 지역을 일제 강점기에 조선총독부는 풍수적 관점에서 백두대간의 목 부분에 해당한다고 인식한 듯하다. 일제는 무게가 100kg 정도 되는 목돌을 6개 만들어 노치마을 앞의 평지에 깊숙이 묻었다. 일제가 이렇게하여 한반도의 백두대간에 흐르는 기맥을 누르려 했다는 이야기가 이 마을에 전해온다. 이곳 노치마을 회관 옆에는 이때 묻었던 목돌 중 5개를 파내어 보관하고 있다. 곡중분수계이며 백두대간 마루금인 2km 도로 구간의 중간 지점 가까이 낙동강 수계인 곳에 남원 백두대간 생태교육장이 있다. 이곳은 백두대간의 생태와 자연을 다양하게 체험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공간이다. 이곳 전시관은 한반도 지도 형상을 본떠서 지붕을 만들었다. [백두대간 노치마을 : 사진 이완우] 백두대간은 한반도에서 생명의 나무처럼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 어느 마을의 산줄기라도 백두대간의 13정맥에서 다시 뻗어 나온 작은 가지로 볼 수 있다. 백두대간으로 이해하는 한반도는 하나의 유기체로서 우리에게 다가온다. 한반도의 등줄기인 백두대간은 자연환경과 동식물이 어우러진 생태계의 보고이다. 백두대간은 동물들의 이동통로이자 서식처이며, 여러 강의 발원지로 생명이 시작되고 이어지는 중심지이다. [백두대간 생태교육장 : 사진 이완우] 구절초가 찬 이슬을 머금은 한로(10월 8일) 절기에 백두대간 생태교육장을 방문하였다. 전시관에 입장하면, 백두대간에 우뚝 솟은 산봉우리에서 담아온 흙을 넣은 130개의 진공관으로 한반도의 조형물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위쪽의 40개 진공관은 비어 있는데, 북한 지역의 산봉우리들이다. 남한 지역 산맥의 사이에는 그 지역의 강물을 담은 진공관이 있다. 이 130개 진공관의 한반도 조형물은 한반도의 산봉우리 모든 흙과 강의 물이 한군데에 모이기를 염원하고 있다. 이 한반도 조형물에서 북한 지역은 백두산의 흙만 진공관에 소중하게 담겨 있다. 2018년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당시 남북의 두 정상이 함께 한 기념식수 행사에 사용된 백두산 흙이라고 한다. 남원 백두대간 생태교육장은 백두대간의 시작과 끝, 백두산과 지리산의 흙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전국 최초의 곳이다. [ 한반도의 산흙과 강물 진공관 지도 조형물 : 사진 이완우] 숲은 이산화탄소의 흡수와 산소의 배출로 지구의 허파 역할을 한다. 세상의 균형을 유지하는 숲이 사라지고 있어 기후위기가 심화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숲과 공존하는 어울림은 절실하다. 우리가 행성 지구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 자연은 더 잘 알고 있다. 우리가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면 그 자연이 전하고 있는 신호와 메시지를 인식할 수 있다. 이곳 생태교육장 전시관에는 지리산 생태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동식물을 모형으로 실감 나게 연출하였다. 용모도 귀엽고 털도 아름다운 족제빗과의 담비는 자기보다 몸집이 큰 동물을 사냥할 정도로 용맹한데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이다. 지리산 왕등재 습지는 참갈겨니, 돌고기와 쉬리가 물속을 헤엄치고 수달과 여우가 어슬렁거리며 생명력 넘치는 자연 생태계이다. 둥치 큰 은사시나무 아래 백두산 호랑이가 포효하려는 기상이다. 참매가 낮의 숲을 지배한다면 올빼미는 밤의 숲을 지배한다. 은사시나무 가지에는 올빼미과 여름 철새인 소쩍새가 앉아 있는데 개성 있는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 숲의 나무 모형 : 사진 이완우] 이곳 전시관은 백두대간의 생태 자연을 소개하면서 자연스럽게 백두대간의 환경 훼손과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대한 경보로 주제를 확대한다. 백두대간은 과도한 개발과 관광이나 등산으로 멍들고 식생이 훼손되어 동식물들이 생명의 터전을 잃어가고 있다. 대규모로 지형이 변형되면서 백두대간의 단절까지 초래하기도 하며, 등산로 따라 주변 식물이 말라 죽고 등산로의 노면 침식과 토사 유출이 발생하여 동식물의 서식지가 파괴되어 종 다양성이 감소하고 있다. 일상화된 전 세계적인 폭염과 산불, 최악의 가뭄, 대규모 홍수는 기후위기를 드러내는 현상들이다. 이제는 우리가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해야 할 때이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효과적인 해결책은 숲 복원이다. 숲은 인간의 활동으로 배출되는 탄소의 3분의 2를 포획할 수 있다. 기후위기와 숲을 중심으로 하는 생태계의 파괴는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계속 되풀이하고 있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기온이 상승하면서 숲의 나무가 폭염과 가뭄의 공격에 시달리며 내성을 잃어가고 있다. 멸종 위기에 직면한 수많은 동식물을 살려내는 것이 결국 우리 자신을 구하는 일이다. [지리산 왕등재 습지의 물고기 모형 : 사진 이완우] 이곳 전시관에서는 전 지구적인 기후위기의 경보를 게시물로써 잘 알려주고 있다. 여우가 새의 알을 물고 가서 겨울을 위해 저장하는 모습을 보면 동물의 생존을 위한 적응 변화가 처절하기까지 하다. 빙하가 녹아내리고, 동식물의 서식지가 변화하고 있다. 꼬리표가 달린 동물과 조류가 야생에서 발견되니 생물종이 감소하고 있는 반증이다. 고온 건조한 바람 등 기상 여건이 심상치 않아 재앙적인 폭염이 반복되며 심지어 겨우내 꺼지지 않는 산불이 발생하고 있다. 이곳 전시관의 포토 아크(photo ark)에는 생명의 방주를 타고 있는 동식물의 사진을 게시하고 있다. 창세기의 신화에서는 지구를 휩쓴 대홍수에 노아의 방주에 의지해 많은 생명이 멸종의 위기를 모면하였다. 현재 전 지구적인 기후위기에서 생명의 대멸종이 발생하고 있다. 그러한 지구 자체가 또한 생명의 멸종 위기를 모면하고 보호받을 수밖에 없는 생명의 방주가 되어 있는 역설적 상황이다. [숲속의 소쩍새와 올빼미 모형 : 사진 이완우] 인간의 역사 1만 년 동안에 지구상에 있는 산림의 3분의 1일이 사라졌는데, 지난 백 년 동안에 사라진 면적이 그중 절반에 달한다고 한다. 숲이 주는 혜택은 식량과 목재의 획득, 탄소 저장 등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숲을 찾으면 산림욕으로 정신적 신체적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으며, 숲과 나무뿐 아니라 우리의 삶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얻을 수도 있다. 이곳 생태교육장에서 산림청에서 제작한 25쪽 분량의 백두대간 생태지도를 홍보물로 받았다. 이 생태지도는 지리산 천왕봉에서 설악산 향로봉까지 10개 구간별로 동물, 식물, 식생, 대표 수종, 대표 동물과 대표 식물 등의 서식 위치를 지도에 표기하고 사진을 첨부한 책자였다. 백두대간 생태교육장과 전시관에서 우리가 지구와 공존하는 노둣돌은 숲과 나무임을 확인하였다. [백두대간 은사시나무와 호랑이 모형 : 사진 이완우]
    • 이야기
    • 류오선의 지리산이야기
    2023-10-09
  • 8초 인류
    나 같은 나이에도 나 스스로 스마트폰 중독이라 여기고 있으니 이삼십대 젊은 친구들과 스마트폰의 친밀 관계는 말 할 필요도 없다. 스마트폰 안에는 나의 모든 것이 들어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 같이 애들이 멀리 사는 경우에는 더 그렇다. 폰을 들여다 봐야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고 얼굴을 볼 수 있고 손주의 움직이며 노는 모습을 옆에서 보는 듯 볼 수 있다. 누구에게 돈을 보낼 때도 돈이 들어왔나 확인 할 때도 그것을 봐야한다. 잊어 먹을까 메모도 거기에 녹음도 거기에 뭘 몰라 물어 볼 때도 거기에 한다. 노래를 들을 때도 영상을 볼 때도 그것을 찾는다. 그것이 손에서 떨어지면 금단 증상이 온다. 어딨지? 바로 옆에 놓고 가슴이 철렁! 큰일 난 듯 두리번댄다. 사진을 찍고 올리는 일이 이것을 통해야 쉬우니 일단 이것으로 사진을 올리고 컴터에서 글을 쓰던 뭘하던 한다. 내가 아는 모든 사람이 그 안에 있고 내가 모르는 모든 것을 그것은 알고 있다. 외울 필요가 없으니 그것을 보고 있다 머리를 들면 바로 까먹는다. 지금 찾고 조금있다 찾고 내일 또 찾는다. 한 집에 살면서도 때론 문자가 더 편하다. 사진까지 같이 보내며 요런거라고 똑 부러지게 부탁한다. 내가 아는 사람은 물론 모르는 사람의 일상까지 읽으며 나 지금 뭐하지? 하며 스스로 끔찍스러워한다. 그리고 결심한다. 다시는 너와 가까이 하지 않겠다고! 그러나 마치 고기가 어항 밖으로 튀어나와 발버둥치듯 손을 덜덜 떨며 그것을 찾는다. 증상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다 비슷한 병을 앓고 있을 것이라 짐작한다. 300쪽 가까이 전문가의 이야기를 듣고 실험을 통하지 않아도 이미 다 알고 있다. 근데 왜 뭐하러 읽고 난리야. 뭐 좋은 소리라도 있을까해서? 그 병이 확실한가 오진은 아닐까 확인해 보려고? 암튼 나는 뭘 몰라서 못하기 보다 삼일을 넘기지 못해서 못한다. 이 중독 증상이 병이라면 고쳐야겠지만 미리 단언한다. 고치지 못할 거라고 아니 안 고칠거라고! 그러나 정말 꼭 필요할 때만 쓰고 싶다고! 꼭 필요할 때만 쓰는거 아니였나? 그럴때가 많을 뿐이쥥 헤헤. 20분이 지나면 이미 우리는 공부한 것의 60퍼센트만을 기억할 수 있고, 1시간이 지나면 절반이 채 안 되며, 하루가 지나면 단지 3분의 1만 기억할 수 있다. 한달이 지나면 뇌 속에는 정보의 15페센트 밖에 남지 않는다. (헤르만 에빙하우스) p15 오늘날 지구상의 이동 전화 가입자 수는 79억명이다.(2019). 전 셰계 인구는 76억 명이니 사람보다 사용중인 심카드가 더 많은 셈이다. 매년 아이들보다 더 많은 심 카드가 탄생한다는 주장은 내게 적지 않은 우려를 불러일으킨다.((생략) 자랑할 만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탈리아는 한국(삼성의 본국)과 홍콩에 이어 인구 대비 모바일 기기 수가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나라다. (생략) 지금 이 순간, 지구상에 집에 화장실이 있는 사람보다 주머니에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놀랍기 그지없다. 유엔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약 24억 명의 사람들만 화장실을 소유하고 있으며, 약 10억 명의 사람들은 야외에서 용변을 해결한다. p41 오늘날 평균적인 사용자가 아이푠을 잠금 해제하고 사용하는 횟수가 하루에 약 80회, 1년에 거의 3만회(지금은 이미 그 이상일 것이다)에 이른다는 애플의 데이터나 하루에 스마트폰을 만지는 횟수만 해도 2,617회에 이른다는 또 다른 연구의 결과는 더 이상 놀랍지 않다. 웹 전문가 니르 이얄은 <훅>에서 스마트폰 소유자의 79퍼센트가 매일 아침, 잠에서 깬 후 15분 이내에 기기를 확인한다는 자료를 내놓았는데, 내가 보기에 이는 사실과 다른 것 같다. 실제로는 그보다 더 짧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내 경우에 는 잠이 완전히 깨기도 전에 숨 쉬는 것처럼 자동적으로 침대 옆 협탁에 놓아둔 스마트폰을 집어들 뿐만 아니라 어둠 속에서도 문자를 찍고, 눈을 제대로 뜨지 않고도 페이스북 앱을 열 수 있다. 게다가 전화나 메시지가 온 것이 없는데도 스마트폰이 주머니 속에서 진동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것은 환각의 한 형태로 10명 중 9명에게 일어나며 심지어 '팬텀진동증후군'이라는 학술명까지 가지고 있다. 팔다리를 잃은 사람이 뇌의 잘못된 재조정으로 인해 여전히 팔다리가 있다고 느끼는 현상,마치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사지의 말단 신경으로부터 계속해서 자극과 신호를 받는 것처럼 느끼는 현상인 '환각지phantom limb'에서 이름을 따왔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놀랍다. 이것은 스마트폰이 어느 정도로 우리의 일부가 되어버렸는지를 보여준다. (생략) "스마트폰 진동처럼 작고 빈번한 세포의 경련인 진동들은 감지되고 서로 교루합니다. 이를 설명하는 데는 두가지 이론이 있습니다. 하나는 기술이 우리의 두뇌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주장이고 다른 하나는 단순히 우리가 불안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메일과 메시지에 답장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우리를 초조하고 과민한 상태로 만든다는 것이죠."p46 8초는 오늘날 우리가 평소에 관심을 기울이는 평균 시간이다. 기사를 읽을 때, 음악을 들을 때, 영화를 볼 때,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때, 이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집중력을 잃는다. 8초! 금붕어보다 짧은 시간이다. 단 8초의 집중력으로 인해 우리는 오해와 소통 불가능, 고독 그리고 침묵의 형을 선고받았다.p66 역사상 어느 시점에서 우리는 산만함을 '산만함'이라 부르기를 그만두었다. 이 말의 근저에 깔려 있던 모든 부정적 의미와 함께 말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멀티태스킹'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컴푸터의 기능에서 차용한 용어다. (생략) 안타깝게도 실제로 컴퓨터는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할 수 없다. (생략) " 완전히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몸짓이 아닌 이상, 인간은 동시에 두 가지 일을 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우리가 하는 것은 전환입니다. 굉장히 빠르게 앞뒤로 왔다갔다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말은 매 순간 우리가 주의를 다시 집중시킨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하루 종일 이 업무 전환이 쌓이면 스트레스가 됩니다. 그리고 스트레스는 집중력과 두뇌에 막대한 대가를 치르게 합니다. 집중력이 낮아지는 것을 디대로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스마트폰은 그 물리적 존재만으로도 인지 능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 사용하지 않고 주변에 두기만 해도 우리의 주의력은 분산된다.p91 인간의 기능을 기계가 대신할 때마다 우리의 삶에서 그리고 뇌에서 어떤 능력이 제거되는 것이다.p132 화면의 LED가 청색광을 방출하기 때문입니다. 뇌는 이것을 날이 밝은 하늘의 푸른빛으로 알고 잠이 깰 때를 알리는 신호라고 해석하는 겁니다. 바로 이것이 디지털 기기가 뇌의 기억 능력에 미치는 첫 번째 직접적인 영향입니다."p154 2017년에 노벨 의학상은 일주기 리듬(대략 하루 24시간을 기준으로 하는)을 제어하는 분자 매커니즘을 발견한 공로로 세 명의 연구자에게 수여되었다. 태양광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에서 방출되는 청색광과 같은 단파장에 노출되면 우리의 신체는 모든 관점에서 '활성화'되어 반응한다. 반대로 양초의 빛과 같은 붉은 빛의 긴 파장에 노출되면 긴장을 풀고 휴식을 취하기 위해 잠이 들려는 성향이 있다. 24시간 주기의 리듬이 깨지면 당뇨병이나 비만, 우울증, 심부전, 천식과 같은 심각한 질병의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특히 어두운 방에서 잠들기 전에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은 정말 잘못된 행동이다. p155 죽었다 다시 태어나는 것 정도의 획기적인 전환이 일어나지 않는 한, '좋아요'와 '엄지 척' 사회는 계속될 것이다. 웹의 거인들에게 스스로를 개혁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빙산에서 타이타닉 호를 구하라고 요구하느느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p193 가끔은 무언가를 모른다는 것, 의심에 빠진다는 것이 참으로 위안이 되었는데, 이제 우리는 더 이상 그럴 수 없게 되었다. 단어들의 올바른 문자열을 입력하기만 하면 엄청난 양의 온라인 정보들 사이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p217 "독서는 정신의 학교입니다. 읽기 회로를 개발하면 점점 회로가 성장합니다. 깊이 읽을수록 생리학적으로 더 정교해집니다. 깊이 있는 독서는 수신하는 정보를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일고 있는 것과 생각하고 있는 것을 연결하기 위한 네트워크를 지속적으로 구축하기 때문이죠. 두뇌는 이러한 네트워크에 의해 말 그대로 장악되며, 신경학적 관점에서 이 모든 네트워크들이 모여 분석 능력을 구축합니다." 즉 깊이 있는 방식으로 더 많이 읽을스록 '정교한' 과정을 더 많이 강화하고, 읽은 내용이 기억 속에 더 많이 굳게 자리 잡을수록 더 깊이 생각하게 된다. 매이렁 울푸가 이야기하고 있었던 것은 바로, '골똘히 생각하기think hard'였다.p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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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05-24
  •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 제목이 코믹하다. 부제는 '정치적 동물의 길'이다. ”사실 정치에 관심없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말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일단 뉴스보면 기분 나빠지고 욕 나오니 싫다. 모든 정치적인 것에서 멀어지고 싶다. 사실 별 관심도 없다. 그러나 가만 생각해보면 모든게 정치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사는게 정친데 정치가 싫다? 이 무슨 모순이고 비극인가? 그렇다면 정치가 재밌고 좋아지려면 어찌해야 하나? 뭐 내가 결론내는 건 언어도단이긴 하지만 최소한 내가 불행하지 않으려면 정치가 재밌어야 하겠지? 그런 일이 있을랑가는 몰겄지만 이런 재미있는 정치에세이는 어떤가! 이 책은 전문 정치학 책은 아니고 에세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1부 정치란 무엇인가? 로 부터 시작해 여러가지 정치 얘기를 한다. 쉽고도 재밌다. 또 영화 얘기도 많고 그림 얘기도 많다. 알고보면 이 모두가 정치라는 얘기다. 결국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고 정치 없이 인간은 없다. 뭐 그런 이야기? 당신을 위로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그 위로하는 좋은 말들처럼 평탄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그의 인생 역시 어려움과 슬픔으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당신의 인생보다 훨씬 더 뒤처져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 좋은 말들을 찾아낼 수조차 없었을 것이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중 P9 정치가 어디 있냐고? 어느 날 눈을 떠보니 이 세상에 태어나 있고, 태어난 바에야 올바르게 살고 싶고, 이것저것 따져보고 노력해보지만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없고, 다른 사람과 함께하려니 합의가 필요하고, 합의하려니 서로에 대해서 알아야 하고,합의했는데도 합의는 지켜지지 않고, 합의 이행을 위해 규제가 필요하고, 규제를 실천하려니 권력이 필요하고, 권력 남용을 막으려니 자유가 필요하고, 자유를 보장하려니 재산이 필요하고, 재산을 마련하니 빈부격차가 생기고, 빈부격차를 없애자니 자원이 필요하고, 개혁을 감행하자니 설득이 필요하고, 설득하자니 토론이 필요하고, 토론하자니 논리가 필요하고, 납득시키려니 수사학이 필요하고, 논리와 수사학을 익히려니 학교가 필요하고, 학교를 유지하려니 사람을 고용해야 하고, 일터의 사람은 노동을 해야 하고, 노동하다 죽지 않으려면 인간다운 환경이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느닷없이 자연재해가 일어나거나 전염병이 돌거나 외국이 침략할 수도 있다. 공동의 삶을 위해 필요한 것은 많고 쉬운 일은 없다. 이 모든 것을 다 말하기가 너무 기니까, 싸잡아 간단히 정치라고 부른다. 정치는 서울에도 지방에도 국내에도 국외에도 거리에도 집 안에도 당신의 가느다란 모세혈관에도 있다. 체지방처럼 어디에나 있다, 정치라는 것은. P23-24 정치 공동체는 자연의 산물이다. 그리고 인간은 본성상 정치적 동물이다. 우연이 아니라 본성상 정치 공동체가 없어도 되는 존재는 인간 이상이거나 인간 이하다. -아리슽텔레스 "정치학" 중 p25 폴리스 시민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졌던 정치가 페리클레스는 다음과 같이 단호하게 말한다. "우리 아테네 사람들은 공적인 일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을 초탈한 사람이라고 존경하지 않고, 쓸모없는 인간으로 간주한다." p29 모든 권력을 싫어한다는 말은 모든 욕망을 무시한다는 말이며, 모든 욕망을 무시한다는 것은 삶을 혐오한다는 것이다. 권력은 권력만 없었으면 가능하지 않았을 여러 일을 가능하게 한다. 사람은 종종 목표를 지향하고, 그 목표는 권력의 향사를 통해 달성된다. 아무 것도 도모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까. 체속을 초월하겨고 드는 선사도 해털을 도모한다. 마음의 고요를 얻기 위해서도 마음의 파도를 잠재우는 어떤 나직한 힘이 필요하다. 정말 아무것도 도모하지 않겠다면 어딘가 조용히 숨어서 자신의 멸종 소식을 기다려라.p53 근대 정치 이론의 초석을 놓은 토머스 홉스는 저서 "리바이어던"에서 그처럼 한갓 사적 인간이 정치적 존재로 변신하는 과정에 주목했다. 낱낱이 흩어져 있던 인간들이 어떻게 단일한 의지를 가진 권력체를 창출할 수 있는 것일까. 어떻게 정치적 존재로 변신하는 것일까? 그냥? 심심해서? 그렇지 않다. 그들은 죽지 못해서 변신하는 것이다. 변신하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으므로. "지속되는 두려움과 난폭한 죽음의 위협"으로 인해 인생이 고독하고, 열악하고, 고약하고ㅡ 잔인하고, 짧아질까 봐" 변신하는 것이다. 어찌해볼 도리가 없을 정더로 괴롭기 때문에 정치적 존재로 변신하는 것이다. 그 변신 덕분에 인간은 비로소 삶을 견딜 수 있게 된다. 투표는 인간이 정치적 인간으로 변신했던 그 위대한 상상을 되살리는 축제다.p109 다민족 국가를 다스리는 일의 어려움은 피터 반 더 보트의 1578년 작품에 잘 드러나 있다. 온갖 짐승들의 머리가 달려 있는 거대 괴물을 정치 및 종교 지도자들이 당혹스럽게 바라보고 잇다. 이 괴물은 다민족 제국의 여정을 시작하던 16세기 후반의 (오늘날)네덜란드를 상징한다. 그러나 다민족 국가가 반드시 통치의 어려움만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잘만 소화하면 그것은 활력의 근원이 될 수 있다. 유럽 각국이 가톨릭이냐 프로테스탄트냐의 갈림길에서 탄압과 전쟁을 일삼고 있을 때, 네덜란드는 적극적으로 관용 정책을 택했다. 그에 따라 칼빈주의자뿐 아니라 가톨릭 루터교, 유대교, 재세레파 신자 등 타국에서라면 이교도로 낙인찍혀 핍박을 받았을 인재들이 네델란드에 몰려와 살게 되었다. 17세기 초 암스테르담 인구의 40퍼센트를 이민자가 차지할 정도였다. 다양해진 인구 구성을 장애물이 아니라 활력으로 승화시켰을 때, 네덜라드는 본격적인 번영을 구가하게 된다. 오늘날 많은 네덜란드 사람들은 자기 나라가 향유하고 표방해온 다양성과 자유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다. p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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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05-18
  • 지리산 봄(春/見), 루이네
    지리산 봄(春/見), 루이네 강회진(시인, 독립연구자) 마음이 아픈 줄도 모르고 어른이 되어 앞으로 운이 좋아 80살 까지 산다고 쳤을 때 내게 남은 생은 살아온 날 보다 적다. 마음이 아픈 줄도 모르고 어른이 되었다. 무엇을 견디는지도 모른 채 인생이 지나고 있다. 나의 욕심으로 때론 너무 왔거나 지나갔거나 눈치 채지 못한 관계에 지치고 하지 않아도 될 일들까지 하느라 몸과 마음이 늘 고단했다.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살 수는 없을까? 아무것도 하지 않으나 진짜 나만을 위한 시간, 나를 위한 시간을 갖고 싶었다. 더 늦기 전에. 더 늦기 전에. 드디어 나는 짐을 싸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디로 가야하나. 오랫동안 지리산과 섬진강을 그리워했기에 구례, 하동을 꿈꾸었다. 언젠가 초여름 지리산 둘레길을 걸으며 보았던 산내의 다랭이논 일렁이는 초록 물결과 손에 잡힐 것 같던 흰 구름, 고즈넉한 실상사의 저녁 예불 모시는 풍경들이 자꾸만 나를 불렀다. 마음을 정하고 나니 모든 것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집을 구하기 어렵다는 산내에 빈 집이 나왔고 내놓은 아파트는 금방 입주자가 나타났다. 마치 오래 전부터 계획되어 있었던 일처럼. 2. 세 가지면 충분하다 사람들은 내게 왜 그 먼 곳으로 가느냐 물었다. 대체 어디에서부터 먼 곳이라는 말일까? 나에게는 가장 가까운 곳이 바로 이곳이라 말하지 못했다. 마당에서 듣는 하루 두 번 실상사 범종 소리와 수달이 살고 있다는 람천의 우렁찬 물소리,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천왕봉. 이곳으로 이사를 위한 이유로 이 세 가지면 충분했다. 게다가 이곳은 내게 완벽하게 낯선 곳. 이사를 하는 날 고속도로에 눈발이 날려 앞이 보이지 않았다. 운전기사는 “이사하는 날 눈이 오면 부자된다 안하요.”라며 애써 웃음을 보였다. 지리산 IC에 들어서는 순간 가슴이 쿵쿵 뛰었다. 저 멀리 펼쳐진 지리산 자락이, 마을이 온통 눈으로 환하게 빛났다. 지리산에 곁들어 사는 일은 지리산이 허락해야 한다던데 드디어 나도 지리산의 선택을 받았구나. 다정한 지인들은 문패를 만들어 보내주었고 마당에 심을 꽃나무와 다양한 꽃씨를 보내주거나 어여쁜 커튼을 보내 새로운 출발을 기꺼이 응원해 주었다. 이사 후 두 번의 큰 눈이 내렸다. 저 멀리 눈에 덮인 천왕봉은 감탄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실상사 저녁 범종 소리를 들으며 구들방 아궁이에 불을 넣었다. 가끔 불씨가 아까워 고구마를 구워 강아지와 나눠먹었다. 그렇게 산내의 첫 겨울이 고요히 흘러갔다. 3. 산내는 산내말로 살래 맘씨 좋은 이웃이 밭 귀퉁이를 무상으로 빌려주셨다. 또 다른 이웃은 슬며시 거름을 부려놓고 가셨다. 감자를 심고 두둑 가에는 옥수수도 심어야지. 밭을 일궈 고랑 네 개를 만들고 거름을 뿌렸다. 다음날 맞춤비가 내렸다. 나른한 햇살을 받으며 꽃씨를 담구고 씨감자 눈을 쪼개다보니 어느새 담장에 노란 개나리가 막 피어나는 춘분이 되었다. 밤마다 멀리 무논에서 개구리들이 정겹게 울어댔다. 어느 밤, 마당에 나가 올려다본 하늘, 선명하게 반짝이던 북두칠성이 말했다. 그래, 잘 찾아왔어. 너의 길. 이른 아침 단풍나무에 새가 날아와 한참을 앉았다 날아가는 흔하디흔한 그 풍경이 좋았다. 새들을 위한 모이를 뿌리고 수돗가 물을 갈아준다. 햇살이 길게 들어오는 이른 아침, 멀리 천왕봉을 게으르게 앉아 바라보는 그 시간을 놓칠까봐 아침 일찍 일어난다. 지리산에 와 매일 매일이 행복한 검은 개 루이를 데리고 산책을 나가면 이웃 어르신들이 묻는다. 어디사요? 놀러왔는가베? 아니요, 저 살래 살아요. 저 멀리 앞 산 노란 산수유 지면 대문 옆 감나무에도 반짝이는 새 잎 무성할 것이다. 마당에 정성껏 심은 모란이 피고 지는 깊은 봄이 흘러 옥수수를 따고 감자를 캐면 좋은 사람들 모아 잔치를 해야지. 지리산의 첫 봄, 살래의 첫 봄, 나의 첫 봄이 설렌다. -달궁수달래 / 김인호
    • 이야기
    • 여기저기 민들레
    2023-04-09
  • 다섯번째 산
    작가 파울로 코엘료는 전 세계 170개국 이상 83개 언어로 번역되어 3억 2천만 부가 넘는 판매고를 기록한 우리 시대 가장 사랑받는 작가. 1947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태어났다. 저널리스트, 록스타, 극작가, 세계적인 음반회사의 중역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하다, 1986년 돌연 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로 순례를 떠난다. 이때의 경험은 코엘료의 삶에 커다란 전환점이 된다. 그는 이 순례에 감화되어 첫 작품 『순례자』를 썼고, 이듬해 자아의 연금술을 신비롭게 그려낸 『연금술사』로 세계적 작가의 반열에 오른다.(출판사) 세상 모든 사람은 피하라 수 없는 일의 영향을 받는다. 어떤 이들은 극복했고 어떤 이들은 포기했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비극의 날개가 우리 인생을 스쳐지나가는 경험을 한 적 있다. 이유가 뭘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나는 엘리야를 따라 아크바르의 시간 속으로 떠났다. 파울로 코엘료p12 "인간은 선택을 내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지." 천사가 대답했다. "결정을 내리는 힘이 바로 너의 능력이다."p192 "그보다 더 어려운 건 자신의 길을 분명히 정하는 것이다. 선택을 하지 않는 자는 아직 숨을 쉬고 길을 걷고 있다 하더라도 신의 눈에는 죽은 것과 같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다. 누구도 죽지 않는다. 영원함은 모든 영혼에게 열려 있고 저마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해나갈 것이다. 태양 아래 있는 모든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p193 하느님은 인간으로 하여금 당신과 정면으로 맞서고 당신의 질문에 대답하게 하신다. "왜 너는 그토록 짧고 고통으로 가득한 존재에 그토록 매달리느나? 너의 싸움의 의미는 무엇이냐?"p279 아이들은 항상 어른에게 세 가지를 가르쳐주죠. 별 이유 없이도 행복해하기, 무언가에 항상 몰두하기, 그리고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온 힘으로 매달리기. 제가 아크바르로 돌아온 것도 저 아이 때문입니다. p276 "주님의 말씀은 네 주변의 온 세상에 쓰여 있단다. 네 삶에 일어나는 일에 주의를 기울여보면 너는 하루의 순간순간 주님께서 당신의 말씀과 뜻을 숨겨놓으신 곳을 찾을 수 있을 거야. 주님이 시키시는 일을 해내도록 노력하렴. 그것이 네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유일한 이유란다."p318
    • 이야기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03-08
  • 가여워 하는 마음
    가여워하는 마음 박두규/시인 어김없이 새날이 오듯 새해도 온다. 그리고 사람들은 바쁜 연말이나 연시의 와중에도 한 번쯤은 가는 세월이나 오는 세월을 머릿속에서 정리하거나 다짐하게 된다. 나는 인생 간판에 시인 딱지를 붙이고 살다 보니 연말연시가 되면 문학이니 예술이니 하는 것에 대한 생각을 가끔 되짚어보곤 하는 것인데 그때마다 박수근(화가)이 했다는 말이 떠오르곤 한다. “나는 인간의 선함과 진실함을 그려야 한다는 예술에 대한 대단히 평범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 이 말은 어디서 어떻게 알게 된 것인지 기억에도 없는데 느닷없이 날아온 돌멩이처럼 나의 뇌리에 강하게 박혀 수시로 울림을 준다. 예술이 아름다움의 영역이라면 그 아름다움은 선함과 진실함의 바탕에서 이루어진다는 어떤 믿음이 있었던 건 아닐까? 그의 말처럼 정말 평범한 일상생활 속의 착함과 진정함이 가장 아름다운 삶이 아닐까? 그냥 스치고 지나갈 수도 있는 이 말이 나에게 강하게 올 수 있었던 건 아마 당시 이런저런 경전들을 읽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많은 경전의 바탕이 선함과 진실함이 아니던가. 그리고 그때 그것들을 읽어내며 스스로의 단어로 정리해낸 말은 ‘가여워하는 마음’이었다. 그 즈음에 나온 시집의 제목을 ‘가여운 나를 위로하다’라고 붙인 것도 이 때문이었을 것이다. 새 정부가 들어선 후 이런저런 부족한 짓, 말도 안 되는 짓, 터무니없는 짓들을 많이 한다고 하는데 내가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점은 윤가와 그의 사람들에게는 이 ‘가여워하는 마음’이 없다는 것이다. 이긴 자가 진 자에 대해 그리고 소외된 사회적 약자들, 또는 민초들에 대해 ‘가여워하는 마음’이 없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인간됨의 근본이 없는 것이다. 세상과 사람에 대한 연민도 없이 살아가는 것들이 무슨 정치며 예술이며를 할 수 있겠는가. 그러한 마음을 학문이나 사상에 앞서 삶 속에서 잘 보여준 옛사람으로 퇴계 이황 선생이 있다. 요즘 자본주의 기후 위기에 연계된 이런저런 책들을 보게 되었는데 21세기에 들어 사상적 출구를 모색하는 세계의 석학들에게 주목받는 사람 중에 퇴계 선생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퇴계를 생각하면 그의 사상이나 학문보다는 그가 살아낸 구체적인 일상 삶과 그를 통해 보여준 ‘가여워하는 마음’이 먼저 떠오른다. 그는 스물한 살에 결혼하고 아내 김해 허씨와 함께 슬하에 두 아들을 두었지만, 아내가 결혼 6년 만에 병사한다. 그리고 3년 상을 치른 후 재혼하는데 맞아들인 권씨 부인은 정신질환이 있는 병약한 사람이었다. 그녀는 퇴계가 마음속으로 존경했던 권주(연산군 때 갑자사화로 사약)의 아들 권질의 딸이었다. 권질은 조광조 숙청의 기묘사화 때 예안으로 귀양 와 있었는데 퇴계가 이따금 찾아가 문안 인사를 하며 지내는 사이였다. 그런데 권질은 병을 얻어 죽으며 여러모로 부족한 딸을 두고 가는 것이 마음에 걸려 퇴계에게 딸을 돌봐달라고 부탁한다. 퇴계는 마음속으로 존경하던 분의 집안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몰락하는데 자손들마저 불행해지는 것이 가슴 아파서 그 딸을 맞아들여 재혼하게 된다. 하지만 퇴계 선생의 진정 훌륭한 점은 결혼 후 그 정신적 질환이 있는 부인에게 ‘손님처럼 공경하는 법도’를 실천했다는 것이다. 그것은 퇴계 선생이 공부하고 펼친 지식과 사상이 현실 속에 살아있는 학문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또 그의 ‘가여워하는 마음’의 정도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알다시피 퇴계는 인간의 근본 마음 네 가지 중 앞세운 것이 측은지심(仁)이며 바로 ‘가여워하는 마음’에 다름 아니다. 그렇게 늘 4단四端의 마음을 중심에 두고 7정七情의 마음을 경계하는 것이 당시 선비들의 수행이고 공부였는데 선생은 삶 속에서 그것을 실천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런 결혼생활도 16년 만에 권씨 부인의 죽음으로 막을 내린다. 퇴계의 ‘손님처럼 공경하는 법도’ 또한 그렇게 끝났는데 퇴계는 훗날 그 시절을 ‘결혼생활 16년 동안 더러는 마음이 뒤틀리고 생각이 산란하여 고뇌를 견디기 어려운 적이 없지 않았다’라고 술회한다. 이러한 고백으로 짐작할 수 있듯이 비록 퇴계가 그 시절을 자신의 덕을 쌓는 수양의 화두로 삼아 모범을 보였다고는 하나 얼마나 괴롭고 힘들었나를 짐작하게 한다. 그리고 퇴계의 ‘가여워하는 마음’을 짐작하게 하는 또 하나의 일화는 그의 며느리 이야기다. 둘째 아들 채(寀)는 정혼한 상태였는데 그 아들이 결혼을 앞두고 급사하게 된다. 그래서 아들이 죽었기 때문에 예식도 못 올린 며느리를 맞이해야만 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퇴계는 당시 삼종지의三從之義의 엄격한 규율을 깨뜨리고 처녀의 몸으로 며느리가 된 여인을 친정으로 돌려보내 재가하게 한다. 퇴계 선생의 삶의 바탕에 있던 ‘가여워하는 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퇴계는 엄격한 유가의 선비였으나 깊은 인간애에 바탕을 둔 스스로의 삶을 꾸려내었으며 세상의 법도 이전의 ‘불법不法의 예’를 보인 진정한 유가의 스승이었다. 그리고 퇴계는 첫째 부인이 죽은 후 두 아들을 양육하기 위해 관례에 따라 첩을 들였는데 그 첩도 선생보다 먼저 죽게 된다. 첩에게서 낳은 아들이 있었는데 그 아들 또한 자신의 호적에 올렸고 차후에 그 아들의 후손들이 적서의 차별을 받지 않도록 족보에 적서의 구별을 두지 않게 하였다. 또 퇴계 선생은 이런저런 굴곡의 가정사를 다 넘기고 홀아비 생활을 하는 중에 단양군수로 있을 때는 단종 복위에 참여했던 사대부의 후손으로 어린 나이에 관기가 된 기생 두향을 소실로 맞아 외로움을 달래고 남녀의 사랑이라는 것을 하게 된다. 서자와 관기라는 당시 천한 신분의 사람에게도 시대의 법도를 넘어 사람의 근본에 있는 ‘가여워하는 마음’으로 차별 없이 대하였다. 나는 퇴계 선생의 아픈 가정사를 보면서 평범한 일상생활 속의 착함과 진정함이 가장 아름다운 삶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박수근이 말한 ‘인간의 선함과 진실함을 그려야 한다는 예술에 대한 대단히 평범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는’ 그 말의 깊이를 절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황이라는 사람은 위대한 학자요 사상가이기 전에 ‘가여워하는 마음’이라는 존재의 근본을 깨달은 사람이고 그렇게 자신을 살아낸 참으로 아름다운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작금의 우리 사회는 이로부터 얼마나 멀리 왔는가. 국정을 운영한 새 정부의 2022년을 보면서, 제 이익과 안위만을 생각하는 권력을 보면서, 그들의 치졸한 양아치 정치를 보면서, 윤가와 그 권력의 발뒤꿈치를 쪼아 먹고 사는 닥터피쉬들을 보면서, 그 언론과 정치권과 검찰과 윤의 사람들을 보면서, 언감생심焉敢生心 ‘가여워하는 마음’을 꿈꿀 수는 있을 것인가 하는 절망감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에게 나라를 맡긴 것은 국민이니 한편으론 할 말도 없다. 이는 모두 자본주의, 자유주의라는 왜곡된 이데올로기 안에서 돈만 있으면 되고 나만 살면 된다는 그릇된 가치관의 정서가 우리 사회 안에서 당위적 정당성을 얻고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이런 가치관의 변화 없이는 우리 사회의 ‘가여워하는 마음’은 회복할 수 없을 것이다. 퇴계 선생처럼 개개인의 진정성으로 실천하는 정도를 넘어 지난날 촛불처럼 온 국민이 지극정성으로 ‘가여워하는 마음’을 기원하는 계묘년이 되기를 바란다. <끝>
    • 이야기
    • 여기저기 민들레
    2023-01-26

실시간 이야기 기사

  • 죽은 고양이를 태우다
    우연히 페북에서 알게 된 페북친구 김양미씨가 어느 날 박경리문학관에서 글을 쓰고 있다고 했다. 잘 알지도 못하고 안지 오래되지도 않았는데 이상하게 끌렸다. 그래서 우리 동네니 같이 점심 먹자고 했던가? 생전 안 하던 짓이다. 알고 보니 악양에 있는 박경리문학관이 아니라 원주라 했다. 박경리 작가가 말년에 머문 곳이 원주니까. 만날 기회는 없었지만 그 많은 페북 친구 중 그녀의 글을 빼놓지 않고 읽게 되었다. 그녀가 소소한 일상을 올리는 글은 유머러스 하면서 사람 냄새를 짙게 풍기는 여운이 남았다. 일상은 누구나 그저그러 할 텐데 그녀의 글에는 유머와 해학이 있었고 사람은 물론 반려동물에 이르기까지 바라보는 눈에 사랑이 묻어있었다. 그렇다고 뭐든 다 사랑의 언어로 표현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녀가 욕을 하는 사람도 알고 보면 사랑의 표현같았다. 내게는. 그녀가 작가 인 줄도 몰랐는데 알고 보니 ... 그렇다면 내가 그녀의 글 솜씨를 알아보았다는 말? 아무튼 그녀의 일상이 만만찮고 그것을 글로 풀어내는 솜씨가 참 대단하다고 느끼는 즈음, 내가 또 우연히 알아낸 것이 있다. 그녀의 남편이다. 그분 역시 아직 얼굴조차 대면 한 적은 없지만 정말 내가 존경하여 마지 않는 일을 하고 계셨다. 부창부수가 바로 이 경우 아닐까! 암튼 난 책은 도서관에서 빌리고 주문하는데 페친이 낸 책은 일종의 의리로 산다. 그녀의 책은 나오자마자 예약했다. 그녀의 글이 좋아서이기도 하지만 그녀의 남편을 존경해서이기도 하다. 어제의 1박2일 무리한 산행으로 몹시 피곤하고 괴롭지만 집에 오니 책이 도착해있다. 낑낑 누었다 엎어졌다 하며 다 읽었다. 다 읽지 않을 수 없다. 너무 재밌어서! 모두 7개의 단편인데 마치 맛있는 티라미슈를 아껴가며 야금야금 냠냠 짭짭 하다보면 끝난다. 입맛을 짭짭 다시며 그 다음 이야기로 넘어간다. 이런식으로 7개의 이야기를 졸지에 다 먹어 치우고 나면 가슴이 아린다. 자꾸 먹고 싶은데 먹은 건 살이 아니라 근육이 되는 아림이 있다. 명작의 힘 아닌가? 그녀의 소원대로 앞으로 30년 동안 쭉 유머와 페이소스가 잘 반죽된 명작이 계속 나오기를 기대한다. 이 부부가 서로 하고 싶은 일을 계속 할 수 있으면 좋겠다.
    • 이야기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05-14
  • 조릿대꽃
    조릿대는 일생에 한 번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꽃이 피어 열매를 맺고 나면 조릿대 군락 모두가 말라 죽고 이듬해 다시 씨앗이 떨어져 싹이 나온다. 죽세공용·관상용·식용·약용으로 이용된다. 대나무 종류 가운데 약성이 제일 강하다고 알려져 있다. 열매·죽순·어린잎을 식용한다. 열매로는 떡을 만들거나 밥을 지어 먹을 수도 있다. 조릿대 잎은 방부 효과가 있어 떡을 조릿대 잎으로 싸 두면 며칠 지나도 상하지 않으며, 팥을 삶을 때 조릿대 잎을 넣으면 빨리 익을 뿐 아니라 잘 상하지 않게 된다. *2014년 노고단 오르는 길에서 만난 꽃이다. 몇십년만 피는 꽃이라니 꽃을 보기가 쉽지않은데 자료를 찾아보니 2014년, 2015년에 전국적으로 조릿대꽃이 피었던 것 같다. 조릿대꽃이 피었던 자리는 조릿대 군락이 사라지고 다른 풀들이 자리를 잡았다.
    • 이야기
    • 지리산 생태 이야기
    2023-05-08
  • 복주머니난
    복주머니난 산림청에서 희귀식물로 지정한 보호대상종이다.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 IUCN Red List 위기(EN) 복주머니란은 우리나라 각처의 산지에서 자라는 다년생 초본이다. 생육환경은 숲 속의 반그늘이나 양지쪽의 낙엽수 아래에서 자란다. 키는 30~50㎝가량이고, 잎은 3~4장이 나며 길이는 15~27㎝, 폭은 11~17㎝이다. 꽃은 붉은색 또는 백두산에는 흰색으로 피며 항아리와 같은 모양으로 달리고, 위에는 1개의 잎과 옆에는 2개의 잎이 있다. 열매는 7~8월경에 달린다. 처음에는 “개불알란”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되었는데, 이는 자생지 근처에 가면 마치 소변냄새와 같은 것이 진동을 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촬영일자 : 20210522 노고단
    • 이야기
    • 지리산 생태 이야기
    2023-05-05
  • 감자난초
    감자난초 감자난초는 남부지방의 낙엽수가 많은 숲 아래에서 주로 자생하며, 생육 조건은 반그늘이다. 난초과 식물이 대부분 그러하듯 다년초로 뿌리부분은 둥근 알뿌리로 되어 있다. 키는 30~50㎝로 난과 식물 가운데 큰 편에 들어가며, 잎은 옆에서 1~2장이 나오는데 약 30㎝가량 될 만큼 큰 잎을 가지고 있다. 잎의 폭 또한 넓어 0.5~3㎝가량 된다. 꽃은 황갈색이며 꽃받침이 뒤에 둘러싸고 있다. 열매는 7~8월경에 갈색으로 달리고 씨방 안에는 무수히 많은 종자가 먼지처럼 들어 있다. 감자난초의 꽃은 아래에서 위쪽으로 올라가면서 피는데 다른 난초과 식물에 비해서 크며, 숫자도 많은 편이어서 쉽게 알 수 있는 품종이다. 꽃은 5~6월에 피고 황갈색이며 높이 30~50cm정도의 꽃대에 핀 후 지상부가 말라 버린다. 꽃대 밑부분에 초상엽이 2개 정도 있고 포는 막질이며 피침형이고 길이 4-6mm로서 예두이다. 꽃받침조각과 꽃잎은 긴 타원상 피침형이며 길이 1cm로서 황갈색이고 입술모양꽃부리는 백색 바탕에 반점이 있으며 밑 부근에서 3개로 갈라진다. 측열판은 피침형이고 끝이 둔하며 중앙열편은 쐐기모양에 가까운 거꿀달걀모양이고 끝이 둥글며 잔톱니가 있고 길이 4-5mm로서 밑부분에 2개의 도드라진 줄이 있다. 자웅예합체는 길이 6mm이다. -촬영일자 : 20210522 노고단길
    • 이야기
    • 지리산 생태 이야기
    2023-05-05
  • 새로운 세상의 문 앞에서
    “난장이가 쏘아 올린공”으로 한국에서 유명해진 홍세화는 1979년 프랑스 체류 중 남민전 사건에 연루돼 망명했다. 그 이후 홍씨는 프랑스 정부로부터 사상의 자유 침해에 따른 난민으로 인정받고, 관광 안내, 택시 운전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며 20년간 난민의 삶을 살았다. 이 시기의 경험과 생각을 책으로 엮은 “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는 아무도 기억하지 못했던 망명자이자 난민 홍세화의 이름을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알리기 시작한 결정적 계기가 됐다. 현재 장발장은행의 은행장을 맡고 있다. 회사원, 관광안내원, 택시기사에 이어 신문기자와 소수파 진보정당의 대표를 거쳐, 급기야 은행장의 직함까지 갖게 되었다. 주식도 없고 스톡옵션도 없는, 틀림없이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은행장일 것이다. 성소수자이며 영화감독인 이송희일은 여러매체에 ‘기후 정의’에 관한 글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최근 영화 ‘제비’를 발표해 주목을 받고 있다. 1998년 첫 영화 <언제나 일요일같이>를 시작으로 20년 이상 꾸준히 영화를 만들어왔다. 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성소수자들의 슬픔, 10대들의 외로움과 아픔, 청년들의 분노와 좌절 등을 섬세하면서도 강렬한 연출로 그려온 그는, 2006년 <후회하지 않아>로 독립영화로서는 이례적인 흥행을 이끌어 한국 영화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후회하지 않아>, <백야>, <야간비행>이 베를린 국제영화제에 초청되어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최근에는 SNS에서 기후와 생태 이슈, 자본주의를 뛰어넘는 상상력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대표작으로 <미행>, <야간비행>, <지난여름, 갑자기>, <남쪽으로 간다>, <백야>, <탈주>, <후회하지 않아> 등이 있다. 나는 그들의 독특한 삶이 빚어낸 대화가 궁금했다. 그저 막연한 이론이 아니라 직접 몸소 겪은 삶의 경험이 배어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게 개인적으로 뭘 줄여서 되는 문제가 아니잖아요. 전기를 아끼기 위해 불을 끈다든지, 쓰레기를 줄인다든지, 채식을 한다든지 하는 거 말이에요. 구조를 변화시키는 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1/N로 위기의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으로 점점 보수화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어요. 그건 1/N로 모든 인간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는 자본의 입장이기도 해요. 이익은 철저히 사유화하고 피해는 모두에게 할당하는 그 지긋지긋한 이데올로기 말이에요.p38 인간이 자연과의 관계를 통하여 다른 인간과의 관계도 재설정할 수 있는 근본적인 사유의 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인데, 앞서 말씀 드린 대로 이미 시스템도 그렇고, 사유 구조도 그렇고 일상도 그렇고 그런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는, 이미 너무 많은 시간을 놓쳐버린 점이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거죠. 저는 이제 "소유에서 관계로! 성장에서 성숙으로!"라는 화두가 긴급하다는 말을 하고 있어요.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인간이 자연을 소유, 착취, 추출의 대상으로 보았다면 이제 인간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성 속에서 자연과 새롭게 관계 맺음을 해야 하고 그것은 다른 동물과의 관계도 마찬가지고, 다른 인관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소유 대상으로 보고 추출하고, 정복하고, 지배하는 것이 자연에 대한 태도였고, 그런 것이 동물에 대해서도, 다른 인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던 것이라면, 이제는 정말 자연이 대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이에요, p40-41 "우리는 이 땅을 우리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게 아니다. 우리 자손에게서 빌린 것이다."-생텍쥐베리 p48 기후위기를 촉발한 책임을 정확히 지목하지 않고, 또 체제 전환을 촉구하지 않는 기후운동은 그것 자체로 모순적이라고 생각합니다. p63 한국이 1인당 탄소 배출량이 세계 6위에요. 전 세계 1인당1년 평균 탄소 배출량이 6.2톤이거든요.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1년에 14톤을 배출해요. 두 배 이상, 너무 많은 걸 쓰죠. 정말 거의 정점에서 탄소를 뿜고 있는 나라거든요. 정말 악당이에요.p72 어떤 소녀가 있는데, 아빠가 두 명이에요. 게이 아빠에요. 아버지의 날에 이 소녀는 두 명의 아빠한테 선물을 해야 하는데, 선물 가격이 어느 정도 들까? 이런 문제에요. 근데 그게 이번에 교과과정에 들어갔대요. 스코틀랜드에서 세계 최초로 학생들의 전 교과과정에 성소수자 내용을 통합교육 차원에서 집어넣은 거에요. 놀라운 일이죠. 그 수학 문제를 이제 전국의 아이들이 배우는 거잖아요. 사실 이런 긍정적인 시그널들을 보면, 아무리 신자유주의가 전 세계를 집어삼켰어도 한편으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거는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우리가 절망적인 상황에 동조해서 그 절망의 크기를 키우고 있는 것일지도 몰라요. p118 그 때 아들 학급에 학생이 28명이었는데 그 중 26명이 노조 대표를 지망한 거에요. 노조 대표, 사용자 대표, 정부 대표, 이렇게 역할을 나눠서 모의 노사협의를 해야 하는데 거의 모두 노조대표를 지망하니까 역할을 양보해서 협의를 했어요. p130 피케티도 조세혁명과 연결되는 얘기를 했는데, 일시 소유를 강조하고 있어요! 영구적인 소유가 아니라 일시적인 소유. 일시 소유 이데올로기. 내가 뭘 갖고 있다는 건 일시 소유일 뿐이야, 라는 것이 이데올로기가 되어야 한다는 거죠. p217 '세계의 시민'이 된다는 건 멋진 일인 것 같아요. 주체의 재구성이잖아요. 우리가 온갖 사람들과 사물들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걸 깨닫게 되는 거죠. 평등, 연대, 책임의 문제를 전혀 다른 시각에서 좀 더 확장된 형태로 사유할 수 있어요. 자본주의와 기득권에 편향된 사회에선 각 주체들을 '이기적인 존재'와 정치적 소비자'로 끊임없이 호명합니다....생략.....내가 모르는 사람들과 긴밀히 연결돼 있다는 걸 자각하고, 서로 공통의 삶의 조건을 위해 연대할 때 비로소 시민이 출현합니다. 당연히 이런 시민 주체들이 많아지면 사회가 긍정적으로 변하게 되겠죠. 진보정치의 관건 중 하나는 '시민의 탄생'입니다. 언젠가는 반드시 도래할 그 시민들 말이에요.p235 교과서적으로 '진실을 드러내 공익을 지향한다.' 이것을 언론의 소명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요. '진실'과 '공익'이지요. p293 유럽을 볼 때 흥미로운 게 후견인이라는 문화예요. 르네상스 때부터 예술가들이 후원을 받으며 작업을 했잖아요. 보이든 안 보이든, 이 후견인 문화가 전 사회 영역에 미세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유럽의 농촌, 독일 같은 경우엔 도시인이 사과 하나를 살 때 단지 사과 하나를 사는 게 아니라 농민의 지속가능한 삶과 농촌의 생태적 보존의 의미까지도 산다고 해요. 공적 존재로서의 농민의 의미, 미래세대한테 농촌의 자원을 물려줘야 된다는 그 의미까지도 구매하는 거죠. 그러니까, 후견인이 되는 거예요. p326 "모든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의 수준을 뛰어넘는 정부 없다. 국민은 자기 수준의 정부를 가진다."-조제프 드 매스트르 이: 불꽃놀이처럼 한꺼번에 터지는 기적의 혁명 같은 건 없다고 생각해요. 천천히 느리게, 하지만 조금은 더 서둘러 시민의 재탄생도 독려해야겠고, 다 무너져 버린 공론장도 재구성해야 하고, 주먹만 하게 축소된 사회의 공공성도 더욱 확장할 방법을 계속 모색해야 하고, 갈 길이 멀죠, 하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길이에요. 홍: 멀고 어려운 길이지만 가야 할 길은 가야죠. 제가 좋아하는 말이 있어요. " 우리가 가는 길이 어려운 게 아니라 어려운 길이므로 우리가 가야 한다. "p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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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5-05
  • 저주 토끼
    작가 정보라는 '저주토끼'로 부커상 후보로 올랐지만 탈락했다. 저주토끼에 실린 그녀의 소설을 읽어보면 우화스럽다. 모두 현실감이 없고 환타지이며 공상이고 상상이다. 본인 스스로도 '이렇게 써도 되나?' 했는데 대학 때 그녀가 생각한 '이렇게'써서 상을 받았다고 한다.(작품: 머리) 사람은 때로 '참 어처구니 없는 생각'을 하곤 한다. 너무 억울 하거나, 반면 너무 좋아도 그렇다. 의외의 상황을 만났을 때 의외의 상상을 하는데 작가는 그것을 글로 써낸다. 이 책의 소설이 다 그렇다. 어처구니 없기도 하고 공감이 가기도 한다. 특히,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억울한 일을 당했다면 상대방을 저주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다. 물론 복수를 해 본 적은 없지만 대부분의 드라마나 영화, 특히 막장 일수록 복수는 약방의 감초 격으로 중요 요소다. 저주토끼는 바로 복수하고 싶을 만큼 억울한 사람을 위해 존재한다. 그러나 복수는 복수일 뿐 그래도 살아야 하는 쓸쓸한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 이 글을 썼다고 한다. 저자의 말: “원래 세상은 쓸쓸한 곳이고 모든 존재는 혼자이며 사필귀정이나 권선징악 혹은 복수는 경우에 따라 반드시 필요할지 모르지만, 그렇게 필요한 일을 완수한 뒤에도 세상은 여전히 쓸쓸하고 인간은 여전히 외롭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그렇게 쓸쓸하고 외로운 방식을 통해서, 낯설고 사나운 세상에서 혼자 제각각 고군분투하는 쓸쓸하고 외로운 독자에게 위안이 되고 싶었다. 그것이 조금만 희망이다” p326 복수에 대해 생각해 본다. 이 소설과는 다른 맥락이지만, 최근 국가수사본부장 후보 정순신의 아들의 학폭 문제가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공료롭게도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는 학폭을 다룬 것이었는데 인기순위 상위를 차지했다. 요즘 한국에서 인기 있는 K드라마는 한국을 넘어 세계적이다. 어떤 것은 외국에서 더 인기가 많기도 하다. 이 드라마의 주제는 '복수'다. 이 드라마를 보고 난 후 억울한 일을 당했으니 복수는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능력만 있다면 어떤 식으로든 복수를 해야 하는 게 맞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오랜 시간 투자한 드라마의 힘이다) 이제까지의 나 스스로 했던 생각을 완전히 전복시키는 사고다. 그러면 능력이 있으면 복수하고 없으면 당해야 하나? 아무튼 누구나 살면서 한번쯤 '복수'를 생각해 봤을 것 같다. 답은 나도 모르지만 사회는 법이 해결해 준다고 한다. 그러나 법은 억울한 사람을 더 억울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아무튼 복수를 하면 시원할지 모르지만 작가 정보라의 말처럼 외롭고 쓸쓸하기는 마찬가지 아닐까...복수를 안 해봐서 모르겠다. 한번 해볼까....방법은 많으니. 꼭 서로를 해치는 방법만 있는 건 아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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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5-03
  • 지구의 미래
    카를로 페트리니 (Carlo Petrini) 전 세계 150개국에 1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한 국제운동단체 ‘슬로푸드’를 설립한 인물이자, ‘테라마드레’, ‘살로네 델 구스토’ 등 슬로푸드 활동을 주도하고 있는 카를로 페트리니는 1980년대 중반 로마에 맥도날드 매장이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는 데 앞장선 일로 유명해졌다. 과거에 공산주의 운동에 적극 참여했으나 현재는 이탈리아 중도좌파 사회민주주의 정당인 민주당 당원이다. 2004년에는 지속가능한 먹거리체계를 뒷받침할 새로운 미식가와 먹거리 혁신자를 양성하기 위해 미식과학대학을 설립했다. 그해에 《타임》은 그를 ‘올해의 영웅’ 중 한 명으로 선정했고, 유엔은 그를 ‘지구의 전사’라고 불렀다. 2016년 5월, 유엔은 그를 ‘FAO 기아퇴치 유럽 특별대사’로 임명했다. 지은 책으로 《슬로푸드Slow Food》, 《슬로푸드 제국Slow Food Nation》(한국에는 《슬로푸드, 맛있는 혁명》으로 소개되었다), 《슬로푸드 혁명Slow Food Revolution》 등이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 (Jorge Mario Bergoglio) 본명은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 1936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태어났다. 이탈리아 이민자 가정에서 자랐고, 대학에서 화공학을 전공했지만 신학교에 들어갔다. 1973년 예수회 최종 서원, 2001년 추기경 서임, 2005년부터 2011년까지 아르헨티나 주교회의 의장을 거쳐 2013년 교황으로 선출되었다. 그는 로마 가톨릭 교회 역사상 첫 아메리카 대륙 출신 교황이자 첫 예수회원 교황이며, 1282년 만의 비유럽 지역 출신 교황이다. 그의 교황명은 성인 아시시의 프란치스코의 이름을 딴 것이다. 프란치스코회는 청빈한 삶을 살며 사회적 약자들의 곁에서 복음 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검소한 것으로 유명하다. 교황임에도 전용 관저를 쓰지 않고, 일반 사제들이 타는 셔틀버스를 이용하며, 복식 또한 화려하지 않다. 성 프란치스코는 이슬람교도와의 평화를 도모하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즉위 이후 해외 방문 가운데 절반 이상을 비가톨릭 지역을 방문하는 데 할애하며 전 지구적 평화를 호소하고 있다. 2019년에는 아라비아 반도를 방문한 첫 교황이 되었고, 2021년에는 최초로 이라크를 방문한 교황이 되었다. 이라크 방문에서는 시아파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알시스타니를 만났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시아파 지도자와 수니파 지도자를 모두 만난 첫 교황이다. 성 프란치스코는 동물, 자연환경의 수호성인이기도 하다.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회칙 <사랑하는 아마존>을 비롯 여러 곳에서 지구와 환경에 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촉구하고 있다. 교황: 내가 아는 훌륭한 철학 교수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아이들과 노는 능력을 통해 한 사람을 평가하고 자질을 가늠합니다."라고 말입니다. 아이들과 잘 놀지 못하는 자는 성숙한 사람이 아니라는 겁니다.p100 교황: 남자든 여자든 기혼자가 고해성사를 보러 오면 항상 자신의 아이들과잘 놀아주는지를 묻곤 합니다. 부모는 일 때문에, 피곤하다는 이유로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보다 귀찮다는 듯이 떨쳐내려고 합니다. 그러나 아이들과의 놀이는 시와 같습니다. 아버지는 감흥을 담은 시로 자녀들을 잘 교육할 수 있습니다.p100 교황: 음,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과의 일관성입니다. 일관된 사람이라면 문제 될 게 없습니다.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일관성이 없었죠!p101 생물의 다양성 -카를로 페틀리니 우리는 1900년 이후 전체 농업에서 생물 다양성의 70%이상을 잃었고, 역사적으로 인간이 식량으로 사용한 전체 동.식물종 가운데 3분의 2이상이 사라졌다. 그 이외의 생물종도 똑같이 놀라운 속도로 소멸이 진행되고 있어 유전적 빈곤이 인류 존재의 특징이 되는 세상을 예고한다. 이런 역사적 시기에 보통 과거 지질시대를 겨냥한 '대멸종'이라는 표현이 거론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p108 교황 회칙 <찬미 받으소서>에서 광범위하게 다룬 '통합 생태론'의 개념이 대두되었다. 이 개념은 " 사회 운동 없이 환경 운동도 없다" 말로 요약될 수 있다. 요컨데 중대한 사안인 환경 보호는 사회적.경제적 불평등 문제화 밀접하게 연결시키지 않으면 단호하게 맞설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문제의 근원, 즉 문화적 다양성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는 상징적 의미뿐 아니라 새로운 패러다임을 추구하고 수용하면서 인본주의를 구축하기 위한 실질적인 정치 요소도 포함된다. p110 범아마존 지역을 구성하는 9개국에는 390개 민족, 국가를 대표하는 300만 명가량의 원주민이 살고 있다. 여기에 민족 중심적인 '문명'을 지키며 외부 세계와 접촉하지 않는 것을 선택한 사람들, 즉 자발적 고림 상태의 토착 부족이 110-130개 추가된다.p110 토착민의 우주론, 즉 지구와 자연의 일부로서 인류를 바라보는 시각은 오늘날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가장 이상적인 미래관이다. 이는 균형과 순환, 절제와 나눔, 지구의 끊임없는 진동 가운데서 신성을 볼 수 있는 영성에 기초한 접근 방식이다. p112 한편 영성은 인간의 근본적 요소이고 성, 의지, 욕망, 삶의 충동, 이성과 마찬가지로 본질을 구성한다. 그러므로 나는 새로운 인본주의를 재건하고 지구에서 형제로 살아가는 새로운 방법을 찾는 길은 열정적인 영성의 함양과 분리될 수 없다고 확신한다. 나는 특히 이 점을 진보주의와 좌파 진영에 호소한다. 오늘날 그들은 수 세기 동안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세계관을 대표한 가톨릭교회를 통해 이따금 '좌파를 초월하는' 위치에 있다. 지금 시대에 활동가가 되는 것은 영성 없이는 불가능하다. 개인과 세상을 깊이 있게 연결하고 큰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으면서 우리가 필요로 하는 사회와 인간 혁명의 중요성을 진정으로 이해하는데 영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p113 다음은 많은 사람이 과학적 사고의 상징으로 여기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한 말이다. "신비에 눈뜨지 않는 사람은 아무것도 보지 못한 채 삶을 살아갈 것이다." 우리 세계의 가장 큰 신비는 인류의 다원성과 심오함이다. p114 사랑하는 아마존: 프란치스코 교황 중요한 것은 아마존 지역의 발전입니다. 그러나 이는 아마존 지역을 문화 식민지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 스스로 자신의 최상 것을 이끌어내도록 돕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것이 바로 교육이 해야 하는 일입니다. 곧 뿌리 뽑지 않으면서 함양하고, 정체성을 약화시키지 않으면서 성장을 촉진하며, 침해하지 않으면서 도와주는 것입니다. 자연이 그 잠재력을 영원히 잃어버릴 수 있는 것과 같이, 아직 전달해야 할 메시지가 있는 문화도 그렇게 될 수 있습니다. 오늘날 그 어느 때보다 문화가 위협받고 있습니다.p115-116 우루과이의 전 농민대통령 호세 페페 무히카는 어느날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살아가는데 필요한 모든 것이 있기에 가난하지 않습니다.가난하다는 것은 가진게 없다는게 아니라 공동체 밖에 있다는 것입니다. 나는 그렇지 않습니다. "부와 거난의 차이에 대한 그의 생각에 동의한다. 고독 속에서는 번영도 복지도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p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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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04-30
  • 달의 궁전
    450쪽 정도 되는 책을 읽자마자 몰입했다. 중간에 몰입도가 좀 낮아지긴 했으나 끝도 궁금하고 무엇보다 재밌어서. 소설을 읽는 동안 나는 제3자 되어 누군가를 관찰하는데 몰입한다. 아니면 내가 바로 그 주인공이 되어 내가 아닌 다른 방식의 삶에 이입된다. 무엇엔가 몰입하고 나면 기분이 빵빵해진다. 무엇이란 독서, 음악, 노동, 걷기...같은 것이다. 우연과 필연이라는 단어가 이 소설을 읽으며 생각났다. 과연 서로 얽혀있는 내가 만나는 사람들 그리고 내가 사는 방법, 같은 것들이 어떤 우연이나 필연이라는 보이지 않는 끈(달이 차고 기우는)같은 것으로 연결된 작용일까? 만날 사람은 반드시 만나고야 마는 것일까? 다른 말로 신의 섭리일까? 아니면 그저 바람속의 먼지 일 뿐인걸 인간이 어떻게든 엮어보려는 시도일까? 나는 반드시 만나야 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는데 이것도 운명? 내가 어찌 알리? 곧 이 모든 것을 다 잊게 될 것을... 나는 절벽 가장자리에서 뛰어내렸지만 떨어져 죽기 직전에 뭔가 예사롭지 않은 일이 일어났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내가 그렇게 사랑을 받는다는 사실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 떨어져 내리는 두려움이 줄어들지는 않았더라도 그 두려움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새로운 조망을 얻은 것이었다. 나는 가장자리에서 뛰어내렸지만 마지막 순가에 뭔가가 팔을 뻗쳐 나를 허공에 걸린 나를 붙잡아 주었다. 나는 그것이 사랑이었다고 믿는다. 사랑이야말로 추락을 멈출 수 있는, 중력의 법칙을 부정할 만큼 강력한 단 한가지 것이다.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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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04-25
  • 노비와 쇠고기
    700페이지의 두껍고 무거운 책이다. 무려 150여 쪽이 '주' 다. 노골적인 제목에서 무엇을 말하려는지 알 수 있다. 눈이 안 좋아 책을 눈에 붙이고 봐야 하고 엉덩이도 안 좋아 책을 들고 읽어야 하는데 무거워 힘들다. 다 읽었다기 보다는 훑었다고 봐야 맞다. 그래도 성균관을 둘러싼 반촌의 반인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조선에서 쇠고기 식음의 역사는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알 수 있다. 농경사회 조선에서 소는 없어서는 안 될 큰 일꾼이었다. 소를 먹으면 그만큼 일손이 줄고 쌀이 준다는 뜻이다. 그러나 한번 고기 맛을 본 사람은 또 다시 먹게 된다. 법으로 엄연히 금해져 있음에도 공공연히 쇠고기를 찾는 인구는 늘어갔다. 성균관을 위해 일하는 노비가 반인이다. 반인이 사는 곳이 반촌이다. 소를 도륙했던 사람들이 바로 반인이다. 배우지 못한 노비가 스스로의 역사를 기록하지 못했기에 이들의 역사를 찾아내는 저자의 노력에 감탄한다. 노비의 인구가 전체인구의 절반 가량이었음에도 오랜 세월 이 시스템이 유지되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결국 개혁이나 혁명이 아니고서는 사회는 바뀌지 않는다. 노비들의 신분이 바뀐 것은 갑오개혁으로1894 이루어졌으니 말이다. 나는 2008년 소고기 파동 이후 소고기를 먹지 않았다. 어쩌다 먹을 기회가 있어도 갈비살같이 뼈 주위나 사골 같은 뼈는 기피했다. 물론 소머리 국밥을 평소에도 먹지 않았지만 혐오했다. 드라마를 보면 특별한 일에 반드시 소고기집으로 몰려간다. 나와 지구를 위해 그리고 인간보다 더 몸집이 크고 머리도 크고 눈도 큰 소를 위해 고기는 멀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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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04-23
  • [지리산인 칼럼] “여러분은 사회적 시인(社會的詩人)!” You are Social Poets!
    “여러분은 사회적 시인(社會的詩人)!” You are Social Poets! 성염 (전 주교황청 한국대사) 지리산 자락자락에 안겨 살면서 문정댐이니 케이블카니 산악열차로부터 마고할메 치맛자락을 지켜주려고 맘고생하는 이들에게 “여러분은 시인입니다. 사회적 시인입니다(You are social poets). 인간사회의 약자들을 갈라치기하고 창조계의 생물들을 쓰고 폐기(廢棄)하는 문화 풍조 속에서 지구라는 공동주택(common home)을 지키겠다고 꿈꾸는 시인들입니다.”라는 격려를 보낸 종교지도자가 있다. 로마 교황 프란치스코다. 2021년 10월 16일, 전 세계 사회운동가, 민중운동가들에게 보낸 메시지였다. 그는 10년 전 가톨릭교회에서 성베드로의 제266대후계자로 뽑히자마자 전 지구에 충격을 가해왔다. 13억 가톨릭신도들을 지도하는 기조문서 「복음의 기쁨」에서, 그는 쇠푼께나 있다고 거들먹거리며 세계 금융시장과 대기업들과 다국적기업들을 이미 장악한 ‘신자유주의’ 경제를 ‘살인경제(殺人經濟)’라고 단언하였다. 미국 보수언론인(Rush Limbaugh)에게서 ‘순 빨갱이(pure Marxist)’라는 욕설이 나옴직했다. 그리고 ‘하나뿐인 지구’라는 자연을 파괴하지 말자고, 생명체들을 멸종시키지 말자고 호소하는 「찬미 받으소서」라는 문서를 내놓자(2015)미국 폭스뉴스가 이 교황을 ‘지구상의 가장 위험한 인물’로 단정했다. 종교는 ‘생태 복음(生態福音)’이어야 프란치스코는 지구(地球)가인류와 모든 창조물의 ‘공동주택’이니까무릇 종교는 지구상의 모든 생명이 반길 기쁜 소식, 곧‘생태 복음(生態福音)’이어야 한다고 확대한다. 그가 구상하는 그리스도교는 ‘지구에 충직하면서 모든 생명계를,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을 배려하는 종교’다. ‘타자들에 대한 개방 여부’로 개인적 집단적 구원이 결정된다는 종교적 신조를, 이제 창조계 전체로 열어 우리 다함께 구원에 이르자고 요청했다. 4세기의 인물 아우구스티누스는 이것을 ‘사회적 사랑(amor socialis)’이라고 명명했다. 교황의 문서 「찬미받으소서」는 13세기 인물 아씨시의 프란치스코(1181-1226)의 시구에서 제목을 따왔는데 ‘하느님의 어릿광대’로 자처한 저 인물이 “저의 주님, 찬미 받으소서. 누이이며 어머니인 대지로 찬미 받으소서. 저희를 돌보며 지켜주는 대지는 온갖 과일과 색색의 꽃과 풀들을 자라게 하나이다.”라고 읊은 ‘태양의 찬가’는 이탈리아 시문학의 효시로 평가된다. 지구라는 환경 체계를 위협하고 공멸을 향해 가는 인류에게 우리 공동주택을 덮치고 있는 재앙을 알리고, 누구보다도 종교인들에게 자연을 바라보는 시각의 전환, 생활양식의 변경, 그리고 생태영성(生態靈性)의 함양을 호소했던 현자였다. “우리와 함께 삶을 나누는 누이이며 두 팔 벌려 우리를 품어 주는 아름다운 어머니와 같은 지구가 지금 울부짖고 있습니다. 가난한 이들의 비명에 귀 기울이고 창조계 전체의 신음을 귀여겨 들읍시다.”라고 하소연하는 프란치스코교황은취임 후 첫 방문국으로 택한 한국에서 방한 내내 세월호 배지를 가슴에 달고 다녔고, “그것 좀 떼고 중립을 지키시오!”라던 한국인 고위성직자에게 “타인의 고통 앞에는 중립이 없소!”라는 결연한 답변을 우리 국민의 뇌리에 남겼다. 1968년 창립된‘로마클럽’ 이래로 미래학자들이 지구온난화로 인한 인류세(人類世)의 임계점이 수년밖에 안 남았다고 경고하는데도, 아마존을 불 지르고 화석연료 소비를 증대시키고 산과 강에 삽질하며 무수한 종을 말살시키고 있는 짓은 “인류의 자살이요 환경학살이요 생물 종의 학살”이라는 것이 교황의 외침이다. 한번 저지른 환경파괴는 거의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인류도 국가사회도 양단간의 선택기로에 놓여 있는 현시점에서, 환경운동가들이야말로 ‘죄의 구조’, ‘죽음의 체제’에 맞서서지구상의 생명을 구하겠다고 투쟁하는, 인류의 주춧돌이라고 독려한다. 교황은 이 메시지에서 “하느님의 이름으로 요청합니다. 광산, 석유, 삼림, 부동산, 농산품을 좌우하는 대기업들에게 호소합니다. 삼림 파괴를 중단하시오! 습지 파괴를 중단하시오. 산을 훼손시키지 마시오. 강을 오염시키고 바다를 오염시키는 짓을 그만두시오, 주민들과 곡물을 [화공약품으로]중독시켜가는 짓을 그만두시오!”라고 경고한다. 그는 세계 곡물회사들, 무기장사들, 허위와 조작을 일삼는 언론재벌들, 강대국과 국제금융기관들에게도 ‘하느님의 이름으로’ 같은 호소를 보냈다. ‘잘 사는 세상’이란 ‘인류 전체와 정의롭게’, ‘창조계 전체와 조화있게’ 살아감’이라는 가르침이다. 윤정권이 두려워하는 것은 ‘꿈꾸는 사람들’ 국민의 촛불 혁명을 꺼뜨린 현정권이 한반도의 가난한 이들과 노동자와 농민, 여성에 대한 증오와 갈라치기로 뭉쳐진 집단으로 드러나면서,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허가와 원전확대로 환경운동가들은허탈하다 못해 공포에 사로잡히는 듯하다. 교황은 우리에게 말한다. “기득권 수호에 앞장선 자들에게 가장 위험한 인물들은 ‘꿈꾸는 사람들’입니다. 강자들의 집단적 이기심, 약자들의 영합, 중도층의 체념을 시인들이 문제 삼으면서 심간을 편치않게 만드는 까닭입니다.” 우리의 꿈은 국민이 유일하게 권력에 접근하는 선거와 투표에서 반영되기도 한다. 한반도 남쪽의 국립공원들의 생태를 살리는 노력에 헌신하는 우리에게 프란치스코는 이런 격려를 보낸다. “무한성장의 야심으로 자연을 오로지 수탈하고 착취하고 폐기하는 사고방식으로 되돌아가지 않으려면 꿈을 꿀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꾸는 꿈은 인류라는 종족에게 자유, 평등, 정의 그리고 존엄을 그려가고실현하려는 원대한 꿈입니다. ‘보다 나은 세상(a better world)’을 만들고 보전하여 후손에게 물려주려는 꿈입니다. 우리 시인들이 꿈꾸는 이 꿈을 통해서 창조주의 꿈이 우리 모두에게 관통하고 드디어 역사로 실현되기에 이릅니다.” 이 나라의 금력과 권력을 독점적으로 누리는 자들은 국민의 1%에 불과하며, 현정권의 제반행태는 공포가 핵심이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등의 진보정권의 출현에서, 그동안 중국, 일본, 미국에 의존해서 영화를누려온 노론파가 그 기득권을 영구히 누리지는 못하리라는 공포심을 감추러 자기들은 무슨 파렴치도 감행할 수 있다는허세를 보인다. ‘조직’의 그 허세를 우리가 두려워하지 않으면 저자들은 허깨비다. 우리는 남북의 분단을 넘어, 그리고 우리네 금수강산이라는 창조계 전체와 더불어 조화를 이루는 삶을 꿈꾸는 까닭에 저자들이 우리를 두려워한다. 운동가들이 공포를 품을 것은 아니니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저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프란치스코는 이렇게 매듭짓는다. “우리 함께 꿈을 꿉시다! 저 참담하고 오래도 가는 체념에 우리는 절대 빠지지 맙시다.” *이곳의 사진은 4월 14일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진행된 ‘414기후정의파업’에 참가한 박두규 시인, 최상두 대표가 찍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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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기저기 민들레
    2023-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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