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15(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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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두산과 지리산의 흙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이곳
    [백두대간 마루금인 도로 : 사진 이완우] 남원시의 운봉읍과 주천면이 만나는 지역은 백두대간이 형성한 개성적인 지형이다. 운봉읍과 주천면이 맞닿아 있는 2km는 거의 평지 도로인데, 이 평지 도로가 지리산 자락 운봉고원의 외륜(外輪)으로 엄연한 백두대간 산맥의 마루금이다. 이 도로에서 정령치 방향을 바라보고 설 때, 이 도로의 왼쪽은 낙동강 수계이고 오른쪽은 섬진강 수계로서 이 지역은 곡중분수계(谷中分水界)를 이룬다. 백두대간 봉우리인 이곳의 수정봉 아래에 노치마을이 있는데, 이 마을을 백두대간 마루금이 관통하고 있다. 이 마을 앞의 운봉고원 곡중분수계 지역을 일제 강점기에 조선총독부는 풍수적 관점에서 백두대간의 목 부분에 해당한다고 인식한 듯하다. 일제는 무게가 100kg 정도 되는 목돌을 6개 만들어 노치마을 앞의 평지에 깊숙이 묻었다. 일제가 이렇게하여 한반도의 백두대간에 흐르는 기맥을 누르려 했다는 이야기가 이 마을에 전해온다. 이곳 노치마을 회관 옆에는 이때 묻었던 목돌 중 5개를 파내어 보관하고 있다. 곡중분수계이며 백두대간 마루금인 2km 도로 구간의 중간 지점 가까이 낙동강 수계인 곳에 남원 백두대간 생태교육장이 있다. 이곳은 백두대간의 생태와 자연을 다양하게 체험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공간이다. 이곳 전시관은 한반도 지도 형상을 본떠서 지붕을 만들었다. [백두대간 노치마을 : 사진 이완우] 백두대간은 한반도에서 생명의 나무처럼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 어느 마을의 산줄기라도 백두대간의 13정맥에서 다시 뻗어 나온 작은 가지로 볼 수 있다. 백두대간으로 이해하는 한반도는 하나의 유기체로서 우리에게 다가온다. 한반도의 등줄기인 백두대간은 자연환경과 동식물이 어우러진 생태계의 보고이다. 백두대간은 동물들의 이동통로이자 서식처이며, 여러 강의 발원지로 생명이 시작되고 이어지는 중심지이다. [백두대간 생태교육장 : 사진 이완우] 구절초가 찬 이슬을 머금은 한로(10월 8일) 절기에 백두대간 생태교육장을 방문하였다. 전시관에 입장하면, 백두대간에 우뚝 솟은 산봉우리에서 담아온 흙을 넣은 130개의 진공관으로 한반도의 조형물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위쪽의 40개 진공관은 비어 있는데, 북한 지역의 산봉우리들이다. 남한 지역 산맥의 사이에는 그 지역의 강물을 담은 진공관이 있다. 이 130개 진공관의 한반도 조형물은 한반도의 산봉우리 모든 흙과 강의 물이 한군데에 모이기를 염원하고 있다. 이 한반도 조형물에서 북한 지역은 백두산의 흙만 진공관에 소중하게 담겨 있다. 2018년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당시 남북의 두 정상이 함께 한 기념식수 행사에 사용된 백두산 흙이라고 한다. 남원 백두대간 생태교육장은 백두대간의 시작과 끝, 백두산과 지리산의 흙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전국 최초의 곳이다. [ 한반도의 산흙과 강물 진공관 지도 조형물 : 사진 이완우] 숲은 이산화탄소의 흡수와 산소의 배출로 지구의 허파 역할을 한다. 세상의 균형을 유지하는 숲이 사라지고 있어 기후위기가 심화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숲과 공존하는 어울림은 절실하다. 우리가 행성 지구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 자연은 더 잘 알고 있다. 우리가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면 그 자연이 전하고 있는 신호와 메시지를 인식할 수 있다. 이곳 생태교육장 전시관에는 지리산 생태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동식물을 모형으로 실감 나게 연출하였다. 용모도 귀엽고 털도 아름다운 족제빗과의 담비는 자기보다 몸집이 큰 동물을 사냥할 정도로 용맹한데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이다. 지리산 왕등재 습지는 참갈겨니, 돌고기와 쉬리가 물속을 헤엄치고 수달과 여우가 어슬렁거리며 생명력 넘치는 자연 생태계이다. 둥치 큰 은사시나무 아래 백두산 호랑이가 포효하려는 기상이다. 참매가 낮의 숲을 지배한다면 올빼미는 밤의 숲을 지배한다. 은사시나무 가지에는 올빼미과 여름 철새인 소쩍새가 앉아 있는데 개성 있는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 숲의 나무 모형 : 사진 이완우] 이곳 전시관은 백두대간의 생태 자연을 소개하면서 자연스럽게 백두대간의 환경 훼손과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대한 경보로 주제를 확대한다. 백두대간은 과도한 개발과 관광이나 등산으로 멍들고 식생이 훼손되어 동식물들이 생명의 터전을 잃어가고 있다. 대규모로 지형이 변형되면서 백두대간의 단절까지 초래하기도 하며, 등산로 따라 주변 식물이 말라 죽고 등산로의 노면 침식과 토사 유출이 발생하여 동식물의 서식지가 파괴되어 종 다양성이 감소하고 있다. 일상화된 전 세계적인 폭염과 산불, 최악의 가뭄, 대규모 홍수는 기후위기를 드러내는 현상들이다. 이제는 우리가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해야 할 때이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효과적인 해결책은 숲 복원이다. 숲은 인간의 활동으로 배출되는 탄소의 3분의 2를 포획할 수 있다. 기후위기와 숲을 중심으로 하는 생태계의 파괴는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계속 되풀이하고 있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기온이 상승하면서 숲의 나무가 폭염과 가뭄의 공격에 시달리며 내성을 잃어가고 있다. 멸종 위기에 직면한 수많은 동식물을 살려내는 것이 결국 우리 자신을 구하는 일이다. [지리산 왕등재 습지의 물고기 모형 : 사진 이완우] 이곳 전시관에서는 전 지구적인 기후위기의 경보를 게시물로써 잘 알려주고 있다. 여우가 새의 알을 물고 가서 겨울을 위해 저장하는 모습을 보면 동물의 생존을 위한 적응 변화가 처절하기까지 하다. 빙하가 녹아내리고, 동식물의 서식지가 변화하고 있다. 꼬리표가 달린 동물과 조류가 야생에서 발견되니 생물종이 감소하고 있는 반증이다. 고온 건조한 바람 등 기상 여건이 심상치 않아 재앙적인 폭염이 반복되며 심지어 겨우내 꺼지지 않는 산불이 발생하고 있다. 이곳 전시관의 포토 아크(photo ark)에는 생명의 방주를 타고 있는 동식물의 사진을 게시하고 있다. 창세기의 신화에서는 지구를 휩쓴 대홍수에 노아의 방주에 의지해 많은 생명이 멸종의 위기를 모면하였다. 현재 전 지구적인 기후위기에서 생명의 대멸종이 발생하고 있다. 그러한 지구 자체가 또한 생명의 멸종 위기를 모면하고 보호받을 수밖에 없는 생명의 방주가 되어 있는 역설적 상황이다. [숲속의 소쩍새와 올빼미 모형 : 사진 이완우] 인간의 역사 1만 년 동안에 지구상에 있는 산림의 3분의 1일이 사라졌는데, 지난 백 년 동안에 사라진 면적이 그중 절반에 달한다고 한다. 숲이 주는 혜택은 식량과 목재의 획득, 탄소 저장 등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숲을 찾으면 산림욕으로 정신적 신체적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으며, 숲과 나무뿐 아니라 우리의 삶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얻을 수도 있다. 이곳 생태교육장에서 산림청에서 제작한 25쪽 분량의 백두대간 생태지도를 홍보물로 받았다. 이 생태지도는 지리산 천왕봉에서 설악산 향로봉까지 10개 구간별로 동물, 식물, 식생, 대표 수종, 대표 동물과 대표 식물 등의 서식 위치를 지도에 표기하고 사진을 첨부한 책자였다. 백두대간 생태교육장과 전시관에서 우리가 지구와 공존하는 노둣돌은 숲과 나무임을 확인하였다. [백두대간 은사시나무와 호랑이 모형 : 사진 이완우]
    • 이야기
    • 류오선의 지리산이야기
    2023-10-09
  • 8초 인류
    나 같은 나이에도 나 스스로 스마트폰 중독이라 여기고 있으니 이삼십대 젊은 친구들과 스마트폰의 친밀 관계는 말 할 필요도 없다. 스마트폰 안에는 나의 모든 것이 들어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 같이 애들이 멀리 사는 경우에는 더 그렇다. 폰을 들여다 봐야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고 얼굴을 볼 수 있고 손주의 움직이며 노는 모습을 옆에서 보는 듯 볼 수 있다. 누구에게 돈을 보낼 때도 돈이 들어왔나 확인 할 때도 그것을 봐야한다. 잊어 먹을까 메모도 거기에 녹음도 거기에 뭘 몰라 물어 볼 때도 거기에 한다. 노래를 들을 때도 영상을 볼 때도 그것을 찾는다. 그것이 손에서 떨어지면 금단 증상이 온다. 어딨지? 바로 옆에 놓고 가슴이 철렁! 큰일 난 듯 두리번댄다. 사진을 찍고 올리는 일이 이것을 통해야 쉬우니 일단 이것으로 사진을 올리고 컴터에서 글을 쓰던 뭘하던 한다. 내가 아는 모든 사람이 그 안에 있고 내가 모르는 모든 것을 그것은 알고 있다. 외울 필요가 없으니 그것을 보고 있다 머리를 들면 바로 까먹는다. 지금 찾고 조금있다 찾고 내일 또 찾는다. 한 집에 살면서도 때론 문자가 더 편하다. 사진까지 같이 보내며 요런거라고 똑 부러지게 부탁한다. 내가 아는 사람은 물론 모르는 사람의 일상까지 읽으며 나 지금 뭐하지? 하며 스스로 끔찍스러워한다. 그리고 결심한다. 다시는 너와 가까이 하지 않겠다고! 그러나 마치 고기가 어항 밖으로 튀어나와 발버둥치듯 손을 덜덜 떨며 그것을 찾는다. 증상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다 비슷한 병을 앓고 있을 것이라 짐작한다. 300쪽 가까이 전문가의 이야기를 듣고 실험을 통하지 않아도 이미 다 알고 있다. 근데 왜 뭐하러 읽고 난리야. 뭐 좋은 소리라도 있을까해서? 그 병이 확실한가 오진은 아닐까 확인해 보려고? 암튼 나는 뭘 몰라서 못하기 보다 삼일을 넘기지 못해서 못한다. 이 중독 증상이 병이라면 고쳐야겠지만 미리 단언한다. 고치지 못할 거라고 아니 안 고칠거라고! 그러나 정말 꼭 필요할 때만 쓰고 싶다고! 꼭 필요할 때만 쓰는거 아니였나? 그럴때가 많을 뿐이쥥 헤헤. 20분이 지나면 이미 우리는 공부한 것의 60퍼센트만을 기억할 수 있고, 1시간이 지나면 절반이 채 안 되며, 하루가 지나면 단지 3분의 1만 기억할 수 있다. 한달이 지나면 뇌 속에는 정보의 15페센트 밖에 남지 않는다. (헤르만 에빙하우스) p15 오늘날 지구상의 이동 전화 가입자 수는 79억명이다.(2019). 전 셰계 인구는 76억 명이니 사람보다 사용중인 심카드가 더 많은 셈이다. 매년 아이들보다 더 많은 심 카드가 탄생한다는 주장은 내게 적지 않은 우려를 불러일으킨다.((생략) 자랑할 만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탈리아는 한국(삼성의 본국)과 홍콩에 이어 인구 대비 모바일 기기 수가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나라다. (생략) 지금 이 순간, 지구상에 집에 화장실이 있는 사람보다 주머니에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놀랍기 그지없다. 유엔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약 24억 명의 사람들만 화장실을 소유하고 있으며, 약 10억 명의 사람들은 야외에서 용변을 해결한다. p41 오늘날 평균적인 사용자가 아이푠을 잠금 해제하고 사용하는 횟수가 하루에 약 80회, 1년에 거의 3만회(지금은 이미 그 이상일 것이다)에 이른다는 애플의 데이터나 하루에 스마트폰을 만지는 횟수만 해도 2,617회에 이른다는 또 다른 연구의 결과는 더 이상 놀랍지 않다. 웹 전문가 니르 이얄은 <훅>에서 스마트폰 소유자의 79퍼센트가 매일 아침, 잠에서 깬 후 15분 이내에 기기를 확인한다는 자료를 내놓았는데, 내가 보기에 이는 사실과 다른 것 같다. 실제로는 그보다 더 짧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내 경우에 는 잠이 완전히 깨기도 전에 숨 쉬는 것처럼 자동적으로 침대 옆 협탁에 놓아둔 스마트폰을 집어들 뿐만 아니라 어둠 속에서도 문자를 찍고, 눈을 제대로 뜨지 않고도 페이스북 앱을 열 수 있다. 게다가 전화나 메시지가 온 것이 없는데도 스마트폰이 주머니 속에서 진동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것은 환각의 한 형태로 10명 중 9명에게 일어나며 심지어 '팬텀진동증후군'이라는 학술명까지 가지고 있다. 팔다리를 잃은 사람이 뇌의 잘못된 재조정으로 인해 여전히 팔다리가 있다고 느끼는 현상,마치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사지의 말단 신경으로부터 계속해서 자극과 신호를 받는 것처럼 느끼는 현상인 '환각지phantom limb'에서 이름을 따왔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놀랍다. 이것은 스마트폰이 어느 정도로 우리의 일부가 되어버렸는지를 보여준다. (생략) "스마트폰 진동처럼 작고 빈번한 세포의 경련인 진동들은 감지되고 서로 교루합니다. 이를 설명하는 데는 두가지 이론이 있습니다. 하나는 기술이 우리의 두뇌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주장이고 다른 하나는 단순히 우리가 불안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메일과 메시지에 답장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우리를 초조하고 과민한 상태로 만든다는 것이죠."p46 8초는 오늘날 우리가 평소에 관심을 기울이는 평균 시간이다. 기사를 읽을 때, 음악을 들을 때, 영화를 볼 때,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때, 이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집중력을 잃는다. 8초! 금붕어보다 짧은 시간이다. 단 8초의 집중력으로 인해 우리는 오해와 소통 불가능, 고독 그리고 침묵의 형을 선고받았다.p66 역사상 어느 시점에서 우리는 산만함을 '산만함'이라 부르기를 그만두었다. 이 말의 근저에 깔려 있던 모든 부정적 의미와 함께 말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멀티태스킹'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컴푸터의 기능에서 차용한 용어다. (생략) 안타깝게도 실제로 컴퓨터는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할 수 없다. (생략) " 완전히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몸짓이 아닌 이상, 인간은 동시에 두 가지 일을 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우리가 하는 것은 전환입니다. 굉장히 빠르게 앞뒤로 왔다갔다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말은 매 순간 우리가 주의를 다시 집중시킨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하루 종일 이 업무 전환이 쌓이면 스트레스가 됩니다. 그리고 스트레스는 집중력과 두뇌에 막대한 대가를 치르게 합니다. 집중력이 낮아지는 것을 디대로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스마트폰은 그 물리적 존재만으로도 인지 능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 사용하지 않고 주변에 두기만 해도 우리의 주의력은 분산된다.p91 인간의 기능을 기계가 대신할 때마다 우리의 삶에서 그리고 뇌에서 어떤 능력이 제거되는 것이다.p132 화면의 LED가 청색광을 방출하기 때문입니다. 뇌는 이것을 날이 밝은 하늘의 푸른빛으로 알고 잠이 깰 때를 알리는 신호라고 해석하는 겁니다. 바로 이것이 디지털 기기가 뇌의 기억 능력에 미치는 첫 번째 직접적인 영향입니다."p154 2017년에 노벨 의학상은 일주기 리듬(대략 하루 24시간을 기준으로 하는)을 제어하는 분자 매커니즘을 발견한 공로로 세 명의 연구자에게 수여되었다. 태양광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에서 방출되는 청색광과 같은 단파장에 노출되면 우리의 신체는 모든 관점에서 '활성화'되어 반응한다. 반대로 양초의 빛과 같은 붉은 빛의 긴 파장에 노출되면 긴장을 풀고 휴식을 취하기 위해 잠이 들려는 성향이 있다. 24시간 주기의 리듬이 깨지면 당뇨병이나 비만, 우울증, 심부전, 천식과 같은 심각한 질병의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특히 어두운 방에서 잠들기 전에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은 정말 잘못된 행동이다. p155 죽었다 다시 태어나는 것 정도의 획기적인 전환이 일어나지 않는 한, '좋아요'와 '엄지 척' 사회는 계속될 것이다. 웹의 거인들에게 스스로를 개혁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빙산에서 타이타닉 호를 구하라고 요구하느느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p193 가끔은 무언가를 모른다는 것, 의심에 빠진다는 것이 참으로 위안이 되었는데, 이제 우리는 더 이상 그럴 수 없게 되었다. 단어들의 올바른 문자열을 입력하기만 하면 엄청난 양의 온라인 정보들 사이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p217 "독서는 정신의 학교입니다. 읽기 회로를 개발하면 점점 회로가 성장합니다. 깊이 읽을수록 생리학적으로 더 정교해집니다. 깊이 있는 독서는 수신하는 정보를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일고 있는 것과 생각하고 있는 것을 연결하기 위한 네트워크를 지속적으로 구축하기 때문이죠. 두뇌는 이러한 네트워크에 의해 말 그대로 장악되며, 신경학적 관점에서 이 모든 네트워크들이 모여 분석 능력을 구축합니다." 즉 깊이 있는 방식으로 더 많이 읽을스록 '정교한' 과정을 더 많이 강화하고, 읽은 내용이 기억 속에 더 많이 굳게 자리 잡을수록 더 깊이 생각하게 된다. 매이렁 울푸가 이야기하고 있었던 것은 바로, '골똘히 생각하기think hard'였다.p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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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05-24
  •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 제목이 코믹하다. 부제는 '정치적 동물의 길'이다. ”사실 정치에 관심없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말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일단 뉴스보면 기분 나빠지고 욕 나오니 싫다. 모든 정치적인 것에서 멀어지고 싶다. 사실 별 관심도 없다. 그러나 가만 생각해보면 모든게 정치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사는게 정친데 정치가 싫다? 이 무슨 모순이고 비극인가? 그렇다면 정치가 재밌고 좋아지려면 어찌해야 하나? 뭐 내가 결론내는 건 언어도단이긴 하지만 최소한 내가 불행하지 않으려면 정치가 재밌어야 하겠지? 그런 일이 있을랑가는 몰겄지만 이런 재미있는 정치에세이는 어떤가! 이 책은 전문 정치학 책은 아니고 에세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1부 정치란 무엇인가? 로 부터 시작해 여러가지 정치 얘기를 한다. 쉽고도 재밌다. 또 영화 얘기도 많고 그림 얘기도 많다. 알고보면 이 모두가 정치라는 얘기다. 결국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고 정치 없이 인간은 없다. 뭐 그런 이야기? 당신을 위로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그 위로하는 좋은 말들처럼 평탄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그의 인생 역시 어려움과 슬픔으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당신의 인생보다 훨씬 더 뒤처져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 좋은 말들을 찾아낼 수조차 없었을 것이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중 P9 정치가 어디 있냐고? 어느 날 눈을 떠보니 이 세상에 태어나 있고, 태어난 바에야 올바르게 살고 싶고, 이것저것 따져보고 노력해보지만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없고, 다른 사람과 함께하려니 합의가 필요하고, 합의하려니 서로에 대해서 알아야 하고,합의했는데도 합의는 지켜지지 않고, 합의 이행을 위해 규제가 필요하고, 규제를 실천하려니 권력이 필요하고, 권력 남용을 막으려니 자유가 필요하고, 자유를 보장하려니 재산이 필요하고, 재산을 마련하니 빈부격차가 생기고, 빈부격차를 없애자니 자원이 필요하고, 개혁을 감행하자니 설득이 필요하고, 설득하자니 토론이 필요하고, 토론하자니 논리가 필요하고, 납득시키려니 수사학이 필요하고, 논리와 수사학을 익히려니 학교가 필요하고, 학교를 유지하려니 사람을 고용해야 하고, 일터의 사람은 노동을 해야 하고, 노동하다 죽지 않으려면 인간다운 환경이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느닷없이 자연재해가 일어나거나 전염병이 돌거나 외국이 침략할 수도 있다. 공동의 삶을 위해 필요한 것은 많고 쉬운 일은 없다. 이 모든 것을 다 말하기가 너무 기니까, 싸잡아 간단히 정치라고 부른다. 정치는 서울에도 지방에도 국내에도 국외에도 거리에도 집 안에도 당신의 가느다란 모세혈관에도 있다. 체지방처럼 어디에나 있다, 정치라는 것은. P23-24 정치 공동체는 자연의 산물이다. 그리고 인간은 본성상 정치적 동물이다. 우연이 아니라 본성상 정치 공동체가 없어도 되는 존재는 인간 이상이거나 인간 이하다. -아리슽텔레스 "정치학" 중 p25 폴리스 시민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졌던 정치가 페리클레스는 다음과 같이 단호하게 말한다. "우리 아테네 사람들은 공적인 일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을 초탈한 사람이라고 존경하지 않고, 쓸모없는 인간으로 간주한다." p29 모든 권력을 싫어한다는 말은 모든 욕망을 무시한다는 말이며, 모든 욕망을 무시한다는 것은 삶을 혐오한다는 것이다. 권력은 권력만 없었으면 가능하지 않았을 여러 일을 가능하게 한다. 사람은 종종 목표를 지향하고, 그 목표는 권력의 향사를 통해 달성된다. 아무 것도 도모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까. 체속을 초월하겨고 드는 선사도 해털을 도모한다. 마음의 고요를 얻기 위해서도 마음의 파도를 잠재우는 어떤 나직한 힘이 필요하다. 정말 아무것도 도모하지 않겠다면 어딘가 조용히 숨어서 자신의 멸종 소식을 기다려라.p53 근대 정치 이론의 초석을 놓은 토머스 홉스는 저서 "리바이어던"에서 그처럼 한갓 사적 인간이 정치적 존재로 변신하는 과정에 주목했다. 낱낱이 흩어져 있던 인간들이 어떻게 단일한 의지를 가진 권력체를 창출할 수 있는 것일까. 어떻게 정치적 존재로 변신하는 것일까? 그냥? 심심해서? 그렇지 않다. 그들은 죽지 못해서 변신하는 것이다. 변신하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으므로. "지속되는 두려움과 난폭한 죽음의 위협"으로 인해 인생이 고독하고, 열악하고, 고약하고ㅡ 잔인하고, 짧아질까 봐" 변신하는 것이다. 어찌해볼 도리가 없을 정더로 괴롭기 때문에 정치적 존재로 변신하는 것이다. 그 변신 덕분에 인간은 비로소 삶을 견딜 수 있게 된다. 투표는 인간이 정치적 인간으로 변신했던 그 위대한 상상을 되살리는 축제다.p109 다민족 국가를 다스리는 일의 어려움은 피터 반 더 보트의 1578년 작품에 잘 드러나 있다. 온갖 짐승들의 머리가 달려 있는 거대 괴물을 정치 및 종교 지도자들이 당혹스럽게 바라보고 잇다. 이 괴물은 다민족 제국의 여정을 시작하던 16세기 후반의 (오늘날)네덜란드를 상징한다. 그러나 다민족 국가가 반드시 통치의 어려움만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잘만 소화하면 그것은 활력의 근원이 될 수 있다. 유럽 각국이 가톨릭이냐 프로테스탄트냐의 갈림길에서 탄압과 전쟁을 일삼고 있을 때, 네덜란드는 적극적으로 관용 정책을 택했다. 그에 따라 칼빈주의자뿐 아니라 가톨릭 루터교, 유대교, 재세레파 신자 등 타국에서라면 이교도로 낙인찍혀 핍박을 받았을 인재들이 네델란드에 몰려와 살게 되었다. 17세기 초 암스테르담 인구의 40퍼센트를 이민자가 차지할 정도였다. 다양해진 인구 구성을 장애물이 아니라 활력으로 승화시켰을 때, 네덜라드는 본격적인 번영을 구가하게 된다. 오늘날 많은 네덜란드 사람들은 자기 나라가 향유하고 표방해온 다양성과 자유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다. p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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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05-18
  • 지리산 봄(春/見), 루이네
    지리산 봄(春/見), 루이네 강회진(시인, 독립연구자) 마음이 아픈 줄도 모르고 어른이 되어 앞으로 운이 좋아 80살 까지 산다고 쳤을 때 내게 남은 생은 살아온 날 보다 적다. 마음이 아픈 줄도 모르고 어른이 되었다. 무엇을 견디는지도 모른 채 인생이 지나고 있다. 나의 욕심으로 때론 너무 왔거나 지나갔거나 눈치 채지 못한 관계에 지치고 하지 않아도 될 일들까지 하느라 몸과 마음이 늘 고단했다.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살 수는 없을까? 아무것도 하지 않으나 진짜 나만을 위한 시간, 나를 위한 시간을 갖고 싶었다. 더 늦기 전에. 더 늦기 전에. 드디어 나는 짐을 싸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디로 가야하나. 오랫동안 지리산과 섬진강을 그리워했기에 구례, 하동을 꿈꾸었다. 언젠가 초여름 지리산 둘레길을 걸으며 보았던 산내의 다랭이논 일렁이는 초록 물결과 손에 잡힐 것 같던 흰 구름, 고즈넉한 실상사의 저녁 예불 모시는 풍경들이 자꾸만 나를 불렀다. 마음을 정하고 나니 모든 것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집을 구하기 어렵다는 산내에 빈 집이 나왔고 내놓은 아파트는 금방 입주자가 나타났다. 마치 오래 전부터 계획되어 있었던 일처럼. 2. 세 가지면 충분하다 사람들은 내게 왜 그 먼 곳으로 가느냐 물었다. 대체 어디에서부터 먼 곳이라는 말일까? 나에게는 가장 가까운 곳이 바로 이곳이라 말하지 못했다. 마당에서 듣는 하루 두 번 실상사 범종 소리와 수달이 살고 있다는 람천의 우렁찬 물소리,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천왕봉. 이곳으로 이사를 위한 이유로 이 세 가지면 충분했다. 게다가 이곳은 내게 완벽하게 낯선 곳. 이사를 하는 날 고속도로에 눈발이 날려 앞이 보이지 않았다. 운전기사는 “이사하는 날 눈이 오면 부자된다 안하요.”라며 애써 웃음을 보였다. 지리산 IC에 들어서는 순간 가슴이 쿵쿵 뛰었다. 저 멀리 펼쳐진 지리산 자락이, 마을이 온통 눈으로 환하게 빛났다. 지리산에 곁들어 사는 일은 지리산이 허락해야 한다던데 드디어 나도 지리산의 선택을 받았구나. 다정한 지인들은 문패를 만들어 보내주었고 마당에 심을 꽃나무와 다양한 꽃씨를 보내주거나 어여쁜 커튼을 보내 새로운 출발을 기꺼이 응원해 주었다. 이사 후 두 번의 큰 눈이 내렸다. 저 멀리 눈에 덮인 천왕봉은 감탄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실상사 저녁 범종 소리를 들으며 구들방 아궁이에 불을 넣었다. 가끔 불씨가 아까워 고구마를 구워 강아지와 나눠먹었다. 그렇게 산내의 첫 겨울이 고요히 흘러갔다. 3. 산내는 산내말로 살래 맘씨 좋은 이웃이 밭 귀퉁이를 무상으로 빌려주셨다. 또 다른 이웃은 슬며시 거름을 부려놓고 가셨다. 감자를 심고 두둑 가에는 옥수수도 심어야지. 밭을 일궈 고랑 네 개를 만들고 거름을 뿌렸다. 다음날 맞춤비가 내렸다. 나른한 햇살을 받으며 꽃씨를 담구고 씨감자 눈을 쪼개다보니 어느새 담장에 노란 개나리가 막 피어나는 춘분이 되었다. 밤마다 멀리 무논에서 개구리들이 정겹게 울어댔다. 어느 밤, 마당에 나가 올려다본 하늘, 선명하게 반짝이던 북두칠성이 말했다. 그래, 잘 찾아왔어. 너의 길. 이른 아침 단풍나무에 새가 날아와 한참을 앉았다 날아가는 흔하디흔한 그 풍경이 좋았다. 새들을 위한 모이를 뿌리고 수돗가 물을 갈아준다. 햇살이 길게 들어오는 이른 아침, 멀리 천왕봉을 게으르게 앉아 바라보는 그 시간을 놓칠까봐 아침 일찍 일어난다. 지리산에 와 매일 매일이 행복한 검은 개 루이를 데리고 산책을 나가면 이웃 어르신들이 묻는다. 어디사요? 놀러왔는가베? 아니요, 저 살래 살아요. 저 멀리 앞 산 노란 산수유 지면 대문 옆 감나무에도 반짝이는 새 잎 무성할 것이다. 마당에 정성껏 심은 모란이 피고 지는 깊은 봄이 흘러 옥수수를 따고 감자를 캐면 좋은 사람들 모아 잔치를 해야지. 지리산의 첫 봄, 살래의 첫 봄, 나의 첫 봄이 설렌다. -달궁수달래 / 김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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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기저기 민들레
    2023-04-09
  • 다섯번째 산
    작가 파울로 코엘료는 전 세계 170개국 이상 83개 언어로 번역되어 3억 2천만 부가 넘는 판매고를 기록한 우리 시대 가장 사랑받는 작가. 1947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태어났다. 저널리스트, 록스타, 극작가, 세계적인 음반회사의 중역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하다, 1986년 돌연 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로 순례를 떠난다. 이때의 경험은 코엘료의 삶에 커다란 전환점이 된다. 그는 이 순례에 감화되어 첫 작품 『순례자』를 썼고, 이듬해 자아의 연금술을 신비롭게 그려낸 『연금술사』로 세계적 작가의 반열에 오른다.(출판사) 세상 모든 사람은 피하라 수 없는 일의 영향을 받는다. 어떤 이들은 극복했고 어떤 이들은 포기했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비극의 날개가 우리 인생을 스쳐지나가는 경험을 한 적 있다. 이유가 뭘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나는 엘리야를 따라 아크바르의 시간 속으로 떠났다. 파울로 코엘료p12 "인간은 선택을 내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지." 천사가 대답했다. "결정을 내리는 힘이 바로 너의 능력이다."p192 "그보다 더 어려운 건 자신의 길을 분명히 정하는 것이다. 선택을 하지 않는 자는 아직 숨을 쉬고 길을 걷고 있다 하더라도 신의 눈에는 죽은 것과 같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다. 누구도 죽지 않는다. 영원함은 모든 영혼에게 열려 있고 저마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해나갈 것이다. 태양 아래 있는 모든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p193 하느님은 인간으로 하여금 당신과 정면으로 맞서고 당신의 질문에 대답하게 하신다. "왜 너는 그토록 짧고 고통으로 가득한 존재에 그토록 매달리느나? 너의 싸움의 의미는 무엇이냐?"p279 아이들은 항상 어른에게 세 가지를 가르쳐주죠. 별 이유 없이도 행복해하기, 무언가에 항상 몰두하기, 그리고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온 힘으로 매달리기. 제가 아크바르로 돌아온 것도 저 아이 때문입니다. p276 "주님의 말씀은 네 주변의 온 세상에 쓰여 있단다. 네 삶에 일어나는 일에 주의를 기울여보면 너는 하루의 순간순간 주님께서 당신의 말씀과 뜻을 숨겨놓으신 곳을 찾을 수 있을 거야. 주님이 시키시는 일을 해내도록 노력하렴. 그것이 네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유일한 이유란다."p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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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03-08
  • 가여워 하는 마음
    가여워하는 마음 박두규/시인 어김없이 새날이 오듯 새해도 온다. 그리고 사람들은 바쁜 연말이나 연시의 와중에도 한 번쯤은 가는 세월이나 오는 세월을 머릿속에서 정리하거나 다짐하게 된다. 나는 인생 간판에 시인 딱지를 붙이고 살다 보니 연말연시가 되면 문학이니 예술이니 하는 것에 대한 생각을 가끔 되짚어보곤 하는 것인데 그때마다 박수근(화가)이 했다는 말이 떠오르곤 한다. “나는 인간의 선함과 진실함을 그려야 한다는 예술에 대한 대단히 평범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 이 말은 어디서 어떻게 알게 된 것인지 기억에도 없는데 느닷없이 날아온 돌멩이처럼 나의 뇌리에 강하게 박혀 수시로 울림을 준다. 예술이 아름다움의 영역이라면 그 아름다움은 선함과 진실함의 바탕에서 이루어진다는 어떤 믿음이 있었던 건 아닐까? 그의 말처럼 정말 평범한 일상생활 속의 착함과 진정함이 가장 아름다운 삶이 아닐까? 그냥 스치고 지나갈 수도 있는 이 말이 나에게 강하게 올 수 있었던 건 아마 당시 이런저런 경전들을 읽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많은 경전의 바탕이 선함과 진실함이 아니던가. 그리고 그때 그것들을 읽어내며 스스로의 단어로 정리해낸 말은 ‘가여워하는 마음’이었다. 그 즈음에 나온 시집의 제목을 ‘가여운 나를 위로하다’라고 붙인 것도 이 때문이었을 것이다. 새 정부가 들어선 후 이런저런 부족한 짓, 말도 안 되는 짓, 터무니없는 짓들을 많이 한다고 하는데 내가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점은 윤가와 그의 사람들에게는 이 ‘가여워하는 마음’이 없다는 것이다. 이긴 자가 진 자에 대해 그리고 소외된 사회적 약자들, 또는 민초들에 대해 ‘가여워하는 마음’이 없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인간됨의 근본이 없는 것이다. 세상과 사람에 대한 연민도 없이 살아가는 것들이 무슨 정치며 예술이며를 할 수 있겠는가. 그러한 마음을 학문이나 사상에 앞서 삶 속에서 잘 보여준 옛사람으로 퇴계 이황 선생이 있다. 요즘 자본주의 기후 위기에 연계된 이런저런 책들을 보게 되었는데 21세기에 들어 사상적 출구를 모색하는 세계의 석학들에게 주목받는 사람 중에 퇴계 선생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퇴계를 생각하면 그의 사상이나 학문보다는 그가 살아낸 구체적인 일상 삶과 그를 통해 보여준 ‘가여워하는 마음’이 먼저 떠오른다. 그는 스물한 살에 결혼하고 아내 김해 허씨와 함께 슬하에 두 아들을 두었지만, 아내가 결혼 6년 만에 병사한다. 그리고 3년 상을 치른 후 재혼하는데 맞아들인 권씨 부인은 정신질환이 있는 병약한 사람이었다. 그녀는 퇴계가 마음속으로 존경했던 권주(연산군 때 갑자사화로 사약)의 아들 권질의 딸이었다. 권질은 조광조 숙청의 기묘사화 때 예안으로 귀양 와 있었는데 퇴계가 이따금 찾아가 문안 인사를 하며 지내는 사이였다. 그런데 권질은 병을 얻어 죽으며 여러모로 부족한 딸을 두고 가는 것이 마음에 걸려 퇴계에게 딸을 돌봐달라고 부탁한다. 퇴계는 마음속으로 존경하던 분의 집안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몰락하는데 자손들마저 불행해지는 것이 가슴 아파서 그 딸을 맞아들여 재혼하게 된다. 하지만 퇴계 선생의 진정 훌륭한 점은 결혼 후 그 정신적 질환이 있는 부인에게 ‘손님처럼 공경하는 법도’를 실천했다는 것이다. 그것은 퇴계 선생이 공부하고 펼친 지식과 사상이 현실 속에 살아있는 학문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또 그의 ‘가여워하는 마음’의 정도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알다시피 퇴계는 인간의 근본 마음 네 가지 중 앞세운 것이 측은지심(仁)이며 바로 ‘가여워하는 마음’에 다름 아니다. 그렇게 늘 4단四端의 마음을 중심에 두고 7정七情의 마음을 경계하는 것이 당시 선비들의 수행이고 공부였는데 선생은 삶 속에서 그것을 실천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런 결혼생활도 16년 만에 권씨 부인의 죽음으로 막을 내린다. 퇴계의 ‘손님처럼 공경하는 법도’ 또한 그렇게 끝났는데 퇴계는 훗날 그 시절을 ‘결혼생활 16년 동안 더러는 마음이 뒤틀리고 생각이 산란하여 고뇌를 견디기 어려운 적이 없지 않았다’라고 술회한다. 이러한 고백으로 짐작할 수 있듯이 비록 퇴계가 그 시절을 자신의 덕을 쌓는 수양의 화두로 삼아 모범을 보였다고는 하나 얼마나 괴롭고 힘들었나를 짐작하게 한다. 그리고 퇴계의 ‘가여워하는 마음’을 짐작하게 하는 또 하나의 일화는 그의 며느리 이야기다. 둘째 아들 채(寀)는 정혼한 상태였는데 그 아들이 결혼을 앞두고 급사하게 된다. 그래서 아들이 죽었기 때문에 예식도 못 올린 며느리를 맞이해야만 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퇴계는 당시 삼종지의三從之義의 엄격한 규율을 깨뜨리고 처녀의 몸으로 며느리가 된 여인을 친정으로 돌려보내 재가하게 한다. 퇴계 선생의 삶의 바탕에 있던 ‘가여워하는 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퇴계는 엄격한 유가의 선비였으나 깊은 인간애에 바탕을 둔 스스로의 삶을 꾸려내었으며 세상의 법도 이전의 ‘불법不法의 예’를 보인 진정한 유가의 스승이었다. 그리고 퇴계는 첫째 부인이 죽은 후 두 아들을 양육하기 위해 관례에 따라 첩을 들였는데 그 첩도 선생보다 먼저 죽게 된다. 첩에게서 낳은 아들이 있었는데 그 아들 또한 자신의 호적에 올렸고 차후에 그 아들의 후손들이 적서의 차별을 받지 않도록 족보에 적서의 구별을 두지 않게 하였다. 또 퇴계 선생은 이런저런 굴곡의 가정사를 다 넘기고 홀아비 생활을 하는 중에 단양군수로 있을 때는 단종 복위에 참여했던 사대부의 후손으로 어린 나이에 관기가 된 기생 두향을 소실로 맞아 외로움을 달래고 남녀의 사랑이라는 것을 하게 된다. 서자와 관기라는 당시 천한 신분의 사람에게도 시대의 법도를 넘어 사람의 근본에 있는 ‘가여워하는 마음’으로 차별 없이 대하였다. 나는 퇴계 선생의 아픈 가정사를 보면서 평범한 일상생활 속의 착함과 진정함이 가장 아름다운 삶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박수근이 말한 ‘인간의 선함과 진실함을 그려야 한다는 예술에 대한 대단히 평범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는’ 그 말의 깊이를 절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황이라는 사람은 위대한 학자요 사상가이기 전에 ‘가여워하는 마음’이라는 존재의 근본을 깨달은 사람이고 그렇게 자신을 살아낸 참으로 아름다운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작금의 우리 사회는 이로부터 얼마나 멀리 왔는가. 국정을 운영한 새 정부의 2022년을 보면서, 제 이익과 안위만을 생각하는 권력을 보면서, 그들의 치졸한 양아치 정치를 보면서, 윤가와 그 권력의 발뒤꿈치를 쪼아 먹고 사는 닥터피쉬들을 보면서, 그 언론과 정치권과 검찰과 윤의 사람들을 보면서, 언감생심焉敢生心 ‘가여워하는 마음’을 꿈꿀 수는 있을 것인가 하는 절망감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에게 나라를 맡긴 것은 국민이니 한편으론 할 말도 없다. 이는 모두 자본주의, 자유주의라는 왜곡된 이데올로기 안에서 돈만 있으면 되고 나만 살면 된다는 그릇된 가치관의 정서가 우리 사회 안에서 당위적 정당성을 얻고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이런 가치관의 변화 없이는 우리 사회의 ‘가여워하는 마음’은 회복할 수 없을 것이다. 퇴계 선생처럼 개개인의 진정성으로 실천하는 정도를 넘어 지난날 촛불처럼 온 국민이 지극정성으로 ‘가여워하는 마음’을 기원하는 계묘년이 되기를 바란다. <끝>
    • 이야기
    • 여기저기 민들레
    2023-01-26

실시간 이야기 기사

  • 알튀세르 자서전 -미래는 오래 지속된다
    가끔 읽을 책이 없으면 오래된 책장을 기웃거린다. '한남자'가 읽던 책(내 책은 모두 버린지 오래고 그도 그렇지만, 그래도 그는 오래된 책을 더러 가지고있고 새책을 사들인다.)을 기웃거린다. 이 책도 그런책 중 하나다. 나와는 관계없는 전혀 뜬금없는 책이지만 읽고 싶지 않은 건 아니다. 암튼 미치광이건 바람둥이건 뭐든 그들은 쓰는데 열심이었다. 그것이 다른 점이다. 안쓴 사람과. 책소개 '미래는 오래 지속된다'는 어느새 먼 과거의 전설처럼 잊힌 알튀세르의 삶과 철학, 독특한 정치관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정신분석적 자서전이다. 사랑하는 남자의 형과 원치 않은 결혼을 한 어머니와 우울증에 걸린 여동생 등 복잡한 가정사와 인간적 고뇌, 징집과 함께 시작된 5년에 걸친 기나긴 포로 생활과 우울증 발병, 철학 연구의 시간만큼 긴 정신분석과 심리치료의 시간, 아내를 죽인 미치광이 철학자의 내면, 면소 판결이 내려진 뒤 고립감 속에서 돌아보는 자아, 현존하는 사회주의 체제에 대한 애정과 비판, 위선과 가식이 넘쳐나는 지성계의 이면 등이 생생하게 묘사되고 있다.(알라딘 책소개 중에서) 조금 과장해서 말한다면, 비록 자신이 40여 년 동안 조울증으로 고생했지만 누구나 범할 수 있는 우발적인 살인 때문에 자기를 미치광이라고 몰아서 죽음보다 못한 고독과 침묵(이 또한 미궁이 아니겠는가!)속에 무려 10년씩이나 가둬 둔 우리 모두에게 알튀세르가 이처럼 어지러운 자서전으로 복수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까지 들 정도다. 어쨌든 가족이야말로 가장 끔찍한 이데올로기적 국가장치라는 그의 절규는 누구나 되새기고 되새겨야 할 것이다. p15 한번은 브르타뉴 지방에서 한 달 내내 한 특이한 스포츠를 계획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가게에서 도둑질을 하는 것이었는데, 나는 전혀 힘들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해냈다. 그리고 매번 나는 자랑스럽게 그녀에게 점점 늘어가는 다양한 장물들을 보여주었으며 한치의 실수도 없는 내 방법을 상세히 늘어놓기도 햇다. 사실이지 내 방법들은 완벽했다. p177 "내가 당신에게서 좋아하지 않는 것, 그것은 스스로를 파괴하려는 당신의 욕망이에요." 이 말은 내 눈을 열어 주었고 그 힘든 시절에 대한 모든 기억을 되살려 주었다. 사실 나는 모든 것을, 내 책들과 내가 결국 죽인 엘렌느, 나의 정신분석가 등 모든 것을 파괴하고자 했는데, 그것은 내가 내 자살 계획 속에서 환각적으로 꿈꾸엇듯이 나 자신을 확실히 파괴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이토록 끈덕진 자아 파괴의 욕망은 무엇 때문인가? 내 존재 깊숙이, 무의식적으로 (그런데 이 무의식은 끝없는 추론 속에서 현물화되었었다)내가 나를 파괴하고자, 왜냐하면 나는 처음주터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를 파괴하고자 원했기 때문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가장 가까운 모든 사람들, 내 모든 지주들과 내 모든 수단들을 다 파괴한 다음, 자신을 파괴하는 것보다 더 나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증거가 어디 있겠는가?p309 따라서 삶이란 그 모든 비극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름다울 수 있다. 나는 지금 예순일곱 살이다. 그러나 나는 마침내 지금, 나 자신으로서 사랑받지 못했지 때문에 청춘이 없었던 나로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지금, 곧 인생이 끝나게 되겠지만, 젊게 느껴진다. 그렇다. 미래는 오래 지속된다. p311 
    • 이야기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03-26
  • 우리 안의 파시즘
    파시즘(이탈리아어: fascismo, 영어: fascism, 독일어: Faschismus)은 이탈리아에서 생겨난 사상으로 민족주의, 전체주의, 권위주의, 국수주의, 반공주의적인 정치 이념이자 조합주의 경제 사상이다. -위키백과 자유보다 규율과 복종을 훨씬 더 선호하는 한국 사회에서는 '북한의 위협'이라는 무서운 카드가 언제든지 악용될 수 있기 때문에, 병역 분야까지 비판과 토론에 개방시키기란 매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박정희와 전두환의 파시스트적인 정권이 지탱해 오는 데 크게 기여한 군대가 과거의 모습을 여전히 간직한다면, 시민 사회가 전체주의적 국가를 완전히 개혁하였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이 땅에서 한 사람이라도 내무반에서 발로 차이고 주멱 세례를 당한다면, 이 나라가 자유주의 국가라고 생각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개개인 인간성의 황폐화, 전체 사회의 폭력화 등을 방지하기 위해서, '때리고 맞는' 의무 군대는 하루빨리 사라져야 하지 않겠는가.p102 박노자 전두환의 기대대로 대통령이 된 김대중은 감옥을 열고 귻에 들어가지 전의 모습 그대로 그를 석방해 주었다. '국민의 정부'는 그에 대해 국민에게 아무런 동의도 구하지 않았다. 과연 누가 승리한 것일까? 이성인가, 아니면 야만인가? 우리의 이성은 이 때부터 커다란 혼란에 부딪혔다. 전두환은 잘못을 뉘우친 일이 없는데 우리는 그를 용서한 것이 되어야 했다. 광주의 진실은 여전히 은폐되어 잇고, 그 비극의 현장에서 상처받은 이들은 여전히 치유되지 못했는데 5.18은 축제가 되어야 했다. 야만은? 면죄부를 받은 야만은 이제 당당하게 자유 경쟁의 정치 질서 속으로 진입하였다. 무엇이 그렇게 급했던 것일까? 국민 대화합과 지역주의의 극복? 아니면 '공동 정권'의 유지와 정권 재창출을 위한 사전 포석? 화해의 사도 김대중은 자신을 죽이려 햇던 박정희를 용서하고, 죽은 독재자의 기념관을 세우는 일을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하겟다고 약속했다. 그러고 나서 이렇게 묻는다. '피해자가 가해자를 용서하니 이 어찌 아름답지 않은가?" 박정히 개발 독재 시대의 그 숱한 역사의 희생자들의 고통과 피눈물과 분노를 모두 자신이 대신 할 수 있다고 믿는 이 가당찮은 오만! '파시스트=진리를 독점하려는자.' '전체주의=국민의 정치적 행위 능력 몰수를 통한 국민 소외의 정치 질서.' 그렇다면 김대중의 박정희화? 새로운 전체주의를 예고하는 불길한 징후? 그 많은 억울한 죽음과 영혼의 상처를 그대로 둔채 20년의 긴 시간 동안 우리는 결국 퇴행의 길을 걸어 1980년 5월 그 이전으로 되돌아왔는가? p250 문부식 그러나 파시즘은 극단적 형태의 정치 체제로만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의 본질은 어떤 특정 정치 체제에 있다기보다는 인간이 다른 생명과 자연을 포함한 이 세계를 자신의 기술적 통제하에 두고자 하는 근대적 인간 중심주의와, 경제적 가치를 인간적 가치의 우위에 두는 근대 자본주의 체제의 욕망 구조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조금만 사려 깊게 둘러본다면, 이러한 파시즘의 유산은 우리 안에 넒게 그리고 깊숙이 남아 있다. 권력자만이 아니라 그에 저항하는 자들까지도 매료시키고 사로잡는 권력의 위력, 모든 것을 가격으로 환산해야 직성이 풀리는 물신주의, 살아 남기 위한 나날의 각박한 생존 경쟁, 승리자가 되지 않고는 삶을 영위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초조함과, 승리하면 모든 것을 짓밟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지긋지긋한 권위주의, 이 모든 것 속에 파시즘은 오늘도 살아 있다. 오늘 이 순간에도 여전히 두개의 세계관이 서로 투쟁하고 대립되어 있다는 사실을 안다. " 알다시피 사람은 저마다의 가격이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에 그 가격이 매우 낮다는 걸 알면 놀랄 것이다.(히틀러) "모든 사람과 사물이 저 나름의 귀중한 의미와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 사람은 파시스트가 될 수 없다."(어느 생태주의자) 그 혹독한 광기의 시대에도 살아 남은 우리들은 과연 어느 편에 설 것인가?p255 문부식
    • 이야기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03-21
  • [강좌] 글쓰기로 마음에 돌봄의 씨앗을 심다
    <글쓰기로 마음에 돌봄의 씨앗을 심다> 자신의 몸과 마음을 둘러싼 경험을 돌아보고 재해석하여 ‘쓰는 행위’를 통해 내면과의 접촉, 성장을 돕는 프로그램 - 진행자: 달리(살롱드마고 책방지기, 「몸이 말하고 나는 쓴다」 저자, 페미니스트저널‘일다’ 서평코너 <책방에서 밑줄 긋기> 연재) - 교재: 에세이 「몸이 말하고 나는 쓴다」(다른길, 2021) 14,000원 - 매회차 읽고 쓰는 과제가 주어집니다. 1강 프롤로그 “지금, 여기의 나와 우리” 프로그램 첫 시간을 맞아 활동내용과 서로를 소개하고, 공동의 약속을 만든다. 타로카드를 통해 현재 나의 욕구와 에너지를 알아보고 참여자간 유대감을 쌓는다. 2강 글쓰기의 의미 “나는 왜, 무엇을 쓰고 싶을까” 자신이 생각하는 글쓰기의 목적과 의미, 쓰고 싶은 글의 주제, 글쓰기 작업에 느끼는 어려움과 고민 등을 나눈다. 3강 투사의 드라마 “가족/부모 떠나보내기” 가족이나 부모와의 관계에서 느끼는 감정과 그 관계가 나의 삶에 미친 영향을 들여다본다. 투사가 아닌 투명한 시선으로 가족/부모를 다시 사유하고, 나의 정서적 자립을 위해 필요한 것을 찾아본다. 4강 몸과의 대화 “몸을 보는 시선들 사이에서” 여성으로서, 한 인격체로서 살아오며 몸은 나에게 어떤 존재였는가? 몸을 둘러싼 경험을 재해석하고 몸에 대해 가진 감정은 어디에서 비롯되었나 더듬어본다. 5강 감정 돌보기 “우울을 껴안고 살 수 있을까” 내가 가장 취약함을 느끼는 감정, 나에게 반복되는 부정적 패턴의 핵심감정이 있다면 무엇인가? 그런 감정을 나는 어떻게 해소하거나 치유할 수 있을까? 6강 계속, 살고 쓰기 위해 “멈출 수 없는 사랑”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살아가기 위해 우리는 삶의 이유와 의미를 찾아야만 한다. 나를 살리는 것, 사람, 장면들을 떠올리고 회복할 힘을 얻는다.
    • 이야기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03-16
  • 알고 보면 반할 꽃시
    저자 3명 중 한 분인 노경희 교수에게서 선물 받은 책이다. 노경희 교수는 먼저 그의 남편 김하진 교수를 통해 알았다. 노교수는 일본에서 공부한 한학자이고 김교수는 물리학자이다. 김교수는 내가 미국에 있던 시절 클래식 기타를 통해 알게 되었다. 그는 오합지졸이 모여있는 우리 클래식 동아리에 들어와 기꺼이 선생을 맡아주었다. 그의 기타 실력은 대학교 때부터 쉬지 않고 갈고 닦은 터라 우리 모두의 혼이 빠지게 만들었다. 나는 이미 기타와 이별했지만 그의 기타 열정은 변함없고 일년에 한번씩 연주회를 갖는다. 그의 부인 노교수가 미국을 방문했을 때 처음 만났는데 그 서글서글한 인상과 친화력에 끌렸다. 이렇게 한국에서 페친으로 만나게 될 줄이야! 페북의 여러 기능 중 선기능의 하나는 사람을 잃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 세대 옛친구를 찾을 일은 요원하다. 하지만 SNS 세대는 맘만 먹으면 친구를 잃을 일이 없다. 나는 아마도 페북 일세대쯤 되겠지만 옛친구를 만나는 일은 극히 드물고 젊은 친구들의 사는 모습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그들과 친구가 되는 일이 즐겁다. 노교수도 페북에서 가까와졌다. 그녀는 자기 전문분야의 글을 포함 자주 글을 올린다. 그녀가 올리는 고서 관련글이나 고그림 같은 것이 문외한인 내게도 흥미를 끌만큼 그녀는 어려운 내용을 쉽게 풀어 재밌게 쓴다. 그녀 포함 3명이 저자인 책 "알고 보면 반할 꽃시"는 제본부터 다르다. 꽃그림은 맘에 드는 것을 뜯어내 액자로 만들고 싶다. 한장 뜯어내도 모를 제본이다. 52가지 이 책에 나온 꽃들은 산 속 깊은 곳에 숨어 있는 야생화가 아니라 뜰안에서 쉽게 만나는 익숙한 꽃들이다. 꽃의 자태나 향기는 시를 짓고 술을 부르게 만든다는 걸 알 수 있다. 마당에 철 따라 피는 꽃을 가진 나는 얼마나 풍요로운 인생인지 새삼 실삼한다. 매일 시 한수 짓고 술 한잔 해야 할 판이다. 많은 이들이 시를 짓고 그림을 그렸는데 플로렌스 크레인이라는 외국인이 한국에 살면서 그린 "머나먼 한국의 야생화와 이야기"라는 책에 그린 꽃 그림을 오래 보게 된다. 허난설헌의 '작약도'의 작약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그녀의 시는 입가에 미소를 불러낸다. 금동이 저녁 이슬 봉선화에 맺히고 예쁜 아씨 열 손가락 곱고도 길다네. 절구로 꽃잎 찧어 배춧잎으로 싸매고 등불 앞에서 쌍귀고리 울리며 조심스레 살펴보네. 새벽에 잠을 깨어 발을 걷어 올리니 거울에 비치는 화성의 빛 보이는구나. 풀잎 뽑을 때면 붉은 범나비 나는 듯하고 아쟁 탈 때면 복사꽃 놀라 떨어지는 듯하네. 분화장 곱게 하고 비단결 머리 손질하면 소상강 대나무에 피눈물이 얼룩진 듯하네. 때때로 붓을 잡고 지는 달을 그리노라면 붉은 꽃비가 봄산을 지나는 듯하구나. (염지봉선화가, 난설헌시집) 꽃같이 아름답고 고풍스러우며 향기로운 책! 이 봄에 곷 선물로는 최고다!
    • 이야기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03-14
  • 지리산을 너무나 사랑했던 사람의 지리산 사랑법
    첫 수선화가 피던 봄날 함양 휴천면으로 향했다. 지리산 높은 곳에는 잔설이 남아 있었지만, 우리가 만난 그날은 여름이라도 되는 듯 따뜻했다. 만나기로 한 식당 한쪽에 노인 한 분이 앉아 있었다. [함양 휴천면 지리산 리조트 식당] 봄나물이 가득한 밥상에서 음식 이야기와 날씨 이야기 같은 상투적인 말들이 오갔다. 식사가 끝나고 카페에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야기를 시작하자 흰머리가 가득하던 그녀의 눈은 반짝이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이루지 못한 첫사랑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10대 소녀 같았다. [김종직의 유두류록 탐구의 저자 류정자 작가. 사진 김인호] 류정자 선생님은 밀양 태생으로 1948년생이다. 1965년에 산악회 활동을 하던 사촌 오빠와 처음 지리산에서 왔다고 한다. "오빠가 지리산에 한번 가보자고 하더라고요" "저는 그때만 해도 지리산에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어요." “그때는 심원마을에서 출발해서 노고단으로 갔어요." “심원마을에는 사람들이 꽤 살고 있었죠" "심원마을에서 하루 쉬고 노고단에 올랐어요." "노고단에 오르니 노고단 천지가 모두 원추리 꽃밭이었어요. “ "산을 가득 메운 원추리꽃을 보고 있으니 너무 좋았죠“ "어찌나 예쁘고 곱던지 지리산이 내 가슴에 박혀 버렸죠“ 사랑은 그렇게 시작되는 것이다. 나도 모르게 어느새 순간 번쩍이는 것이다. 그날 그 일행은 노고단에 이틀을 머물다 내려왔다고 한다. "꿈같은 시간이었어요." [지리산 모임 [우리들의 산악회]에 회원으로 참여하면서 본격적으로 지리산 골골을 누비고 다녔다. 사진 김인호] 그때만 해도 그녀도 그날 이후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지리산에 빠져서 살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녀는 처음에는 지리산은 노고단뿐이라고 생각했다. 지리산에 가고 싶을 때는 매번 심원마을을 거쳐 노고단에 올랐다. "제 산행 방식은 좋으면 매번 그 장소에 다시 가는 겁니다." 아마도 그런 스타일이었기 때문인지 노고단에만 가도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단다. "다른 곳을 찾을 필요도 없었죠" 하지만 곧이어 지리산 골골 여기저기를 다니게 되었다. "결혼을 일찍 했어요" "부산에서 살았는데 부산에서도 틈만 나면 산에 왔지요." 지리산 모임 [우리들의 산악회]에 회원으로 참여하면서 본격적으로 지리산 골골을 누비고 다녔다. “저는 지리산 골짜기 골짜기 안 가본 곳이 없어요." "저는 좋으면 같은 장소를 자주 가는 스타일이거든요." "결혼하고 아이 셋을 키우면서도 매번 지리산에 왔지요". "아이들은 엄마를 지리산에 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자랐어요." "아이들이 아주 어렸을 때를 빼고는 틈만 나면 지리산을 찾았습니다." 한 권의 책이 류정자씨를 탐구자로 만들었다. 하지만 그녀의 지리산 산행은 지리산이 좋아서 가는 것에서 지리산을 탐구하는 방식으로 바뀌게 된다. 그 결정적인 책이 바로 조선 시대 함양의 군수 김종직의 유두류록이다. [김종직(1431∼1492)은 조선 시대 성리학자·문신인 선생이 함양군수로 부임한 이듬해 지리산 천왕봉을 다녀와서 '유두류록(遊頭流錄)' 이란 기행문을 남겼다. 두류산(頭流山)은 '지리산'의 다른 이름이다. 1472년 8월14일부터 18일까지 4박 5일 일정으로 13.3㎞ 가운데 국립공원에 속한 노장대(함양독바위)∼상내봉(향로봉)∼미타봉∼어름터 4.5㎞ 구간이다. 옛 문헌에 김종직 선생이 올랐던 탐방로가 지리산 전체 등산길의 제1호로 알려져 있다. 이 책은 유람동기, 동행인, 날짜별 기록, 사적들, 풍경, 서정적인 감정, 당시 시대상 등을 모두 담고 있어 역사적인 가치가 매우 높다.] 사실 필자도 김종직의 유루류록을 읽은 적이 있다. 물론 읽기만 했지 거기에 나오는 지명이라든지 절터라든지 이런 것에는 일말의 궁금증도 없었다. 오래된 지리산 이야기를 읽고 싶었고 마침 도서관에서 그 책을 발견하고 재밌게 읽었을 뿐이다. 하지만 그녀는 달랐다. [지리산 산중에 산재 되어 있는 민가와 암자 터 등을 보면서 지리산이 품고 있는 인간의 역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우리들의 산지를 통해 김종직 선생의 ≪유두류록≫ 국역본을 접하면서 지리산의 역사를 본격적으로 천착하게 되었다. 2003년 지리산학의 정립을 꿈꾸며 결성한 [지리99] 운영진에 참여해 본격적인 [유두류록 탐구팀]을 꾸려 20여 년간 탐구산행을 이끌어 왔다. 이 책은 그 오랜 탐구의 작은 결실이다. 또한 ≪유두류록≫ 탐구와 병행하여 문헌기록에 등장하는 폐사지 탐구에도 심혈을 기울여 찾아낸 암자터가 100여 군데 이른다. 이 외에도, ‘세석의 청학연못’, ‘지리산의 시대를 연 달궁’, ‘지리산 고성탐구-추성’, ‘촛대봉 각자 高麗樂雲居士李靑蓮書를 찾아서’, ‘대궐터 탐구’, ‘문창대는 어디인가?’, ‘천왕봉 성모석상 수난의 역사’, ‘천왕봉 각자 일월대에 대하여’ 등 다수의 소고를 발표하면서 지리산학의 정립에 몰두해 왔다. 현재 지리산 자락에 터전을 잡고 지리산과 함께 살고 있다.] - 노컷뉴스 소개 글- [지리99라는 사이트에 류정자 작가의 다양한 글을 만날 수 있다. 사진 김인호] 그녀의 나이는 이제 75세가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지리산을 오른다. 3년 전에 김종직 선생이 산을 오르기 시작했던 마을로 이사를왔다. 류정자 선생은 두 번이나 암에 걸려 두 번의 큰 수술을 해야 했다. 하지만 그녀에게 정말 슬픈 일은 막내아들을 먼저 보낸 것이다. "그때가 가장 힘들었어요. 엄마가 지리산에 다닌다고 아들을 잘 살피지 못한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 후 몇 년간 지리산에 오지 못했어요." 하지만 그녀는 다시 지리산으로 돌아왔다. 지금 이루고 싶은 것이 있으세요? "뭐 다른 게 있을까요?" "이제까지 발견한 폐사지(사라진 절터)가 100여 곳이 됩니다." "이제 이걸 정리하고 싶어요." "책을 묶어 두면 누구에겐가 도움이 되겠지요." "김종직 선생님이 류두류록을 남기지 않았다면 그 후세에 지리산에 오르려고 했던 분들에게 참고 자료가 되지 않았을 것이고 제게 폐사지에 관심을 두지도 못했을 겁니다“ [김종직의 유두류록 탐구 600년 전 지리산 산행기 저자류정자] "제가 얼마 전에 김종직의 유두류록 탐구을 책을 내기도 했습니다만, 제가 여러 서적과 문헌들을 참고하고 직접 수십 번을 찾아가서 발견한 지리산 폐사지 터에 대한 기록도 저 처럼 관심있는 누군가에게는 작은 도움이라도 되리라 생각 합니다." "이런 작업을 하는 사람은 없거든요." "그리고 김종직 선생님이 지리산에 올랐던 길을 복원하고 싶은 작은 소망이 있습니다." 지리산을 좋아하게 된 이유가 뭘까요? 류정자 작가는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렇지! 사랑하는 것에는 이유가 없는 법이다. 그녀의 지리산 사랑이 60년이 되어 가고 있다. 무엇인가 사랑하게 되면 자주 보고 싶고, 더 알고 싶고,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것이 사랑의 방식일 것이다. 그녀는 지리산을 사랑하다 보니 자주 갔고, 관심이 커지다 보니 책을 냈고, 폐사지를 탐구했다. "내가 죽으면 지리산 골짜기 여기 저기에 뿌려 달라고 아이들에게 이야기 해두었어요." 그녀는 죽어서도 지리산과 함께하고 싶은 것이다. 찐 사랑은 이런 것이 아닐까?
    • 우리마을
    • 함양
    2023-03-08
  • 매출 4억에 도전하는 구례 오이 농부 이야기
    구례 서동민 농부는 구례가 고향입니다. 건설업체에서 일하다가 몇 해전 다시 돌아왔습니다. 그가 두 번째 직업으로 선택 한 것은 농부 아버지가 하던 오이 농사입니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 도전이지만 규모를 늘려 작년 매출 3억 올해는 매출 4억에 도전합니다.
    • 이야기
    • 지리산자락 사람들
    2023-03-08
  • 다섯번째 산
    작가 파울로 코엘료는 전 세계 170개국 이상 83개 언어로 번역되어 3억 2천만 부가 넘는 판매고를 기록한 우리 시대 가장 사랑받는 작가. 1947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태어났다. 저널리스트, 록스타, 극작가, 세계적인 음반회사의 중역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하다, 1986년 돌연 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로 순례를 떠난다. 이때의 경험은 코엘료의 삶에 커다란 전환점이 된다. 그는 이 순례에 감화되어 첫 작품 『순례자』를 썼고, 이듬해 자아의 연금술을 신비롭게 그려낸 『연금술사』로 세계적 작가의 반열에 오른다.(출판사) 세상 모든 사람은 피하라 수 없는 일의 영향을 받는다. 어떤 이들은 극복했고 어떤 이들은 포기했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비극의 날개가 우리 인생을 스쳐지나가는 경험을 한 적 있다. 이유가 뭘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나는 엘리야를 따라 아크바르의 시간 속으로 떠났다. 파울로 코엘료p12 "인간은 선택을 내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지." 천사가 대답했다. "결정을 내리는 힘이 바로 너의 능력이다."p192 "그보다 더 어려운 건 자신의 길을 분명히 정하는 것이다. 선택을 하지 않는 자는 아직 숨을 쉬고 길을 걷고 있다 하더라도 신의 눈에는 죽은 것과 같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다. 누구도 죽지 않는다. 영원함은 모든 영혼에게 열려 있고 저마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해나갈 것이다. 태양 아래 있는 모든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p193 하느님은 인간으로 하여금 당신과 정면으로 맞서고 당신의 질문에 대답하게 하신다. "왜 너는 그토록 짧고 고통으로 가득한 존재에 그토록 매달리느나? 너의 싸움의 의미는 무엇이냐?"p279 아이들은 항상 어른에게 세 가지를 가르쳐주죠. 별 이유 없이도 행복해하기, 무언가에 항상 몰두하기, 그리고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온 힘으로 매달리기. 제가 아크바르로 돌아온 것도 저 아이 때문입니다. p276 "주님의 말씀은 네 주변의 온 세상에 쓰여 있단다. 네 삶에 일어나는 일에 주의를 기울여보면 너는 하루의 순간순간 주님께서 당신의 말씀과 뜻을 숨겨놓으신 곳을 찾을 수 있을 거야. 주님이 시키시는 일을 해내도록 노력하렴. 그것이 네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유일한 이유란다."p318
    • 이야기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03-08
  • 오로라 상회의 집사들
    김호연의 "망원동 브라더스"와 비슷한 느낌의 책이다. 남청 3명과 퇴직한 꼰대남 1명이 주인공이다. 등장인물은 모두 남자지만 소설가는 여자 이경란이다. 내가 서울 토박이지만 가본 적이 없는 동네 노량진의 이야기는 글로 가끔 들어본다. 강남 대치동이 대입 학원가라면 취준생의 학원가는 노량진이다. 대치동도 노량진도 나하고는 전혀 상관없는 곳이지만(원래 유명한 곳은 나하고는 상관이 없다) 노량진의 이야기는 참으로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취준생하면 또 연결되는 곳이 고시원이다. 이곳 역시 나하고는 낯선 단어! 낯선 곳이지만 그 이야기만은 역시 글로 적잖게 들어 딱 상상이 된다. 박민규의 소설 "갑을고시원 체류기" 하나만 읽어도 잘 알 수 있다. 결국 나는 소리가 나지 않는 인간이 되었다. 어는 순간인가 저절로 그런 능력이 몸에 배게 된 것이다. 발'뒤꿈치를 들고 걷는게 생활화되었고, 코를 푸는게 아니라 눌러서 조용히 짜는 습관이 생겼으며, 가스를 배출할 땐 옆으로 돌아누운 다음-손으로 둔부의 한쪽을 힘껏 잡아당겨, 거의 소리를 내지 않는 기술을 터득하게 되었다.(갑을고시원 체류기 중에서) 암튼 이 소설은 노량진과 고시원, 그리고 강남은 강남이지만(다 같은 강남은 아니란 말) 곧 재개발을 눈 앞에 둔 낡은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망원동 브라더스"는 2013년에 "오로라 상회의 집사들"은 2022년에 발간됐다. 9년 사이에 청년들은 더 암울한 미래에 직면한 것 같다.(이건 소설로만 판단한 내 생각) 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소설보다 더 하지 않은가! '오로라 상회'가 있는 '오로라 아파트'는 영원히 사라지지만 한가닥 희망을 바라고 더 나은 미래를 추구하는 청년들에게 극지방에 나타나는 극광 '오로라'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고 존재할까?
    • 이야기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03-02
  • 두더지 잡기
    세상은 넓고 이상한 직업도 많다. 작가의 이력이 특이하다. 16살에 반 강제적으로 집을 나와 2년 동안 홈리스 생활을 하였다. 이때 경험한 자연에서의 삶이 두더지 잡기 보다 더 이 책의 중심 축이다. 두더지는 어른 손만큼 작지만 엄청 힘이 쎄다. 두더지의 목과 어깨에 붙은 두툼한 근육은 조약돌만큼이나 단단하다. 두더지 몸의 다른 부분은 연약하다. 두더지는 유연해서 자신의 몸통보다 넓지 않은 굴 안에서도 방향을 바꿀 수가 있다.(고양이 생각이 난다) 뒤로든 앞으로든 옆으로든 빠르게 지나갈 수 있다. 굴 안에서도 얼마든지 후진이 가능하다. 털은 짙은 남색의 최상의 부드러운 벨벳과 같다. 가끔 밭이나 마당에 흙이 불툭 튀어나온 것을 본다. 그게 두더지 짓이라는 걸 시골에 오지 않고서는 결코 알지 못했을 것이다. 웨일스에만 두더지가 많은 건 아닐 것이다. 한국에는 두더지잡기 직업이 없지만 아마도 집집마다 정원이 잔디로 깔린 서구에는 이 직업이 있을 지 모르겠다. 잘 가꿔논 정원 잔디밭을 헤집고 다니며 잔디밭을 망친다면 화가 날지도 모른다. 영국은 모르지만 미국 사람들의 잔디 가꾸기는 도를 넘는다. 알고보면 땅 밑 두더지가 다니는 길은 원래 그들 두더지의 것인데 왜 죽이냐고? 얼마나 죽였으면 보호종이 됐겠냐고? 난 진드기에 물려 몇년 동안 물린 자리가 가렵다. 긁다보니 피부병이 생길 지경이다. 아니 생겼다. 두더지를 죽이는 이들의 심정이 내가 진드기 죽이는 심정과 같은건가? 살아있는 것은 그 어떤 것도 완벽한 대칭을 이룰 수 없으며, 불완전함이야말로 아름다움이 생겨나는 터전이다. 하지만 이 남자는 가지의 수를 헤아리고는 나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몇 개를 잘라냈다. 그의 눈에는 보고 싶은 게 보이지 않고 오직 보기 싫은 것만 보일 뿐이었다. p38 나는 초원에서, 운동 경기장에서, 자그마한 도심 정원과 광대하고 구릉진 시골 사유지에서 두더지를 잡아왔다. 아무리 그 땅이 인간에 의해 사용되는 땅이라 할지라도 그곳은 두더지의 영토이고, 녀석들을 잡는 일에도 변함은 없다. p49 두더지의 꼬리를 장식 술로 단 지갑을 들고 다니면 그 지갑은 늘 꽉 차 있을 거라는 말이 있다. 두더지와 마술적 의식은 서로 잘 어울려 보인다. 말린 두더지 양손을 들고 다니면 류머티즘을 예방하고 악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다는 설은 두더지 사냥꾼들 사이에 잘 알려진 이야기다. 이러한 미신은 유럽 전역에 걸쳐 발견된다. 마녀는 두더지를 자신의 심부름 마귀로 애용하는데, 그것은 아마도 두더지가 어둡고 비밀스럽기 때문일 것이다. 두더지의 피와 내장, 특히 아직 뛰고 있는 신선한 심장을 삼키면 예지력을 갖게 된다고 하고(대프리니우스의 저서((박물지))에 따르면 그러하다),두더지가 죽을 때까지 양손으로 쥐고 있으면 치유력을 얻게 된다는 말도 있다. 또 두더지의 다양한 신체 부위는 간질을 치료하고, 치통과 학질을 예방하며, 발작을 제어하고, 쥐젖을 제거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도 한다. 과거의 두더지 사냥꾼들은 이 같은 '자연치료제'를 취급하면서 꽤나 짭짤한 부수입을 올릴 수 있었고, 때로는 두더지들이 나타나면 나타났다가 사라지면 함께 사라지면서 녀석들의 비밀스러운 지식을 앗아 가는 '교활한 자들', 떠돌이 남자 마녀로 여겨지기도 했다.p58 북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에서 사람들이 당신에게 어디에 사느냐고, 혹은 어디서 왔느냐고 묻지 않는다. 그들은 "어디에 머무르나요?"라고 묻는다. 마치 어딘가에 산다는 것이 여행 도중 잠시 쉬어가는 것이라는 듯이, 마치 우리 모두가 여행자라는 듯이. 이곳 웨일스는 내가 머물기로 결심한 곳이다. 이곳은 내가 피곤할 때 기어 들어가는 침대의 푹 파인 곳이고, 내 아내와 아이들이 나를 찾으려 할 때 가장 먼저 찾아보는 곳이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는 모두 여행자다.p91 나는 자연 속에 있지 않았다. 나는 그것과 '교감'하지 않았다. 나는 자연이었다. 하루 종일, 날마다 내 안의 진정한 자연에 최대한 가까워졌다.p113 나는 야생 동물들이 자신의 보금자리에서 편안히 늙어 죽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p132 나는 올가미와 고리와 스프링과 방아쇠 장치가 달린 잿빛의 금속 덫을 숨겨두었고, 그것이 해를 입힐 때까지 기다려야만 한다. 덫은 가만히 기다리고 있다가 찰칵하며 닫힐 것이고, 그러면 한 생명이 끝날 것이며, 그 생명체는 되돌릴 수 없을 만큼 망가지고 짓이겨질 것이다. 그것을 온전한 형태로 다시 되돌려 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것은 그냥 내던져질 것이고 까마귀들이 그것을 먹을 것이다. 나는 먹이 사슬의 일부가 되었다.p221 두더지는 죽일 필요가 없다. 유럽두더지는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보호종으로 지정되어 있다. 그곳의 정원사들은 녀석들을 참고 견딘다.p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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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02-26
  • 나무의 어둠에 대하여
    작가 이난영은 화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지만 20대의 대부분은 평화운동을 하는 사회단체에서 보냈다. 그 후 활동가, 작가, 행위예술가 등의 이름으로 살았다. 최근 10여 년은 전시,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그림 작업, 행위예술 등의 미술활동을 했다. 그 중에는 지나가는 여성들의 머리를 빗겨주는 행위예술 ‘머리를 빗겨주는 사람’이 있다. 전태일50주기 노동미술제, 노량진 수산시장의 쫓겨난 상인들에 대한 작업 등에도 참가했다. 아현동 등 재개발 지역에 살면서 이웃들과 작은 생명에 대한 기록, 그림 작업을 해왔다. 이 책의 그림은 모두 손그림이다. (저자소개글 펌) 에세이 그림책이다. 나무 그림을 자세히 보게 된다. 모두 너무 이쁘다. 내 아디는 나무다. 처음 pc가 보급되고 처음 이멜이라는 것을 사용하던 몇십년전. 이멜의 아디를 나무naamoo로 정한 것을 여지껏 쓰고 있다. 나무를 보면 참 훌륭하다는 생각을 한다. 나무를 보면 배울 것이 많다. 나무를 보고 나무라는 내 아디를 볼 때마다 나무에 대해 생각한다. 나무에 대한 책이 무지무지 많다는 것도 알았다. 사람들은 모두 나같이 나무를 보고 많은 생각을 한다. 어떤 사람은 그림을 그리고 어떤 사람은 글로써 책으로 낸다. 나는 그냥 나무와 함께 산다. 오늘도 나무를 바라보며 감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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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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