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15(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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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두산과 지리산의 흙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이곳
    [백두대간 마루금인 도로 : 사진 이완우] 남원시의 운봉읍과 주천면이 만나는 지역은 백두대간이 형성한 개성적인 지형이다. 운봉읍과 주천면이 맞닿아 있는 2km는 거의 평지 도로인데, 이 평지 도로가 지리산 자락 운봉고원의 외륜(外輪)으로 엄연한 백두대간 산맥의 마루금이다. 이 도로에서 정령치 방향을 바라보고 설 때, 이 도로의 왼쪽은 낙동강 수계이고 오른쪽은 섬진강 수계로서 이 지역은 곡중분수계(谷中分水界)를 이룬다. 백두대간 봉우리인 이곳의 수정봉 아래에 노치마을이 있는데, 이 마을을 백두대간 마루금이 관통하고 있다. 이 마을 앞의 운봉고원 곡중분수계 지역을 일제 강점기에 조선총독부는 풍수적 관점에서 백두대간의 목 부분에 해당한다고 인식한 듯하다. 일제는 무게가 100kg 정도 되는 목돌을 6개 만들어 노치마을 앞의 평지에 깊숙이 묻었다. 일제가 이렇게하여 한반도의 백두대간에 흐르는 기맥을 누르려 했다는 이야기가 이 마을에 전해온다. 이곳 노치마을 회관 옆에는 이때 묻었던 목돌 중 5개를 파내어 보관하고 있다. 곡중분수계이며 백두대간 마루금인 2km 도로 구간의 중간 지점 가까이 낙동강 수계인 곳에 남원 백두대간 생태교육장이 있다. 이곳은 백두대간의 생태와 자연을 다양하게 체험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공간이다. 이곳 전시관은 한반도 지도 형상을 본떠서 지붕을 만들었다. [백두대간 노치마을 : 사진 이완우] 백두대간은 한반도에서 생명의 나무처럼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 어느 마을의 산줄기라도 백두대간의 13정맥에서 다시 뻗어 나온 작은 가지로 볼 수 있다. 백두대간으로 이해하는 한반도는 하나의 유기체로서 우리에게 다가온다. 한반도의 등줄기인 백두대간은 자연환경과 동식물이 어우러진 생태계의 보고이다. 백두대간은 동물들의 이동통로이자 서식처이며, 여러 강의 발원지로 생명이 시작되고 이어지는 중심지이다. [백두대간 생태교육장 : 사진 이완우] 구절초가 찬 이슬을 머금은 한로(10월 8일) 절기에 백두대간 생태교육장을 방문하였다. 전시관에 입장하면, 백두대간에 우뚝 솟은 산봉우리에서 담아온 흙을 넣은 130개의 진공관으로 한반도의 조형물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위쪽의 40개 진공관은 비어 있는데, 북한 지역의 산봉우리들이다. 남한 지역 산맥의 사이에는 그 지역의 강물을 담은 진공관이 있다. 이 130개 진공관의 한반도 조형물은 한반도의 산봉우리 모든 흙과 강의 물이 한군데에 모이기를 염원하고 있다. 이 한반도 조형물에서 북한 지역은 백두산의 흙만 진공관에 소중하게 담겨 있다. 2018년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당시 남북의 두 정상이 함께 한 기념식수 행사에 사용된 백두산 흙이라고 한다. 남원 백두대간 생태교육장은 백두대간의 시작과 끝, 백두산과 지리산의 흙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전국 최초의 곳이다. [ 한반도의 산흙과 강물 진공관 지도 조형물 : 사진 이완우] 숲은 이산화탄소의 흡수와 산소의 배출로 지구의 허파 역할을 한다. 세상의 균형을 유지하는 숲이 사라지고 있어 기후위기가 심화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숲과 공존하는 어울림은 절실하다. 우리가 행성 지구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 자연은 더 잘 알고 있다. 우리가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면 그 자연이 전하고 있는 신호와 메시지를 인식할 수 있다. 이곳 생태교육장 전시관에는 지리산 생태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동식물을 모형으로 실감 나게 연출하였다. 용모도 귀엽고 털도 아름다운 족제빗과의 담비는 자기보다 몸집이 큰 동물을 사냥할 정도로 용맹한데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이다. 지리산 왕등재 습지는 참갈겨니, 돌고기와 쉬리가 물속을 헤엄치고 수달과 여우가 어슬렁거리며 생명력 넘치는 자연 생태계이다. 둥치 큰 은사시나무 아래 백두산 호랑이가 포효하려는 기상이다. 참매가 낮의 숲을 지배한다면 올빼미는 밤의 숲을 지배한다. 은사시나무 가지에는 올빼미과 여름 철새인 소쩍새가 앉아 있는데 개성 있는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 숲의 나무 모형 : 사진 이완우] 이곳 전시관은 백두대간의 생태 자연을 소개하면서 자연스럽게 백두대간의 환경 훼손과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대한 경보로 주제를 확대한다. 백두대간은 과도한 개발과 관광이나 등산으로 멍들고 식생이 훼손되어 동식물들이 생명의 터전을 잃어가고 있다. 대규모로 지형이 변형되면서 백두대간의 단절까지 초래하기도 하며, 등산로 따라 주변 식물이 말라 죽고 등산로의 노면 침식과 토사 유출이 발생하여 동식물의 서식지가 파괴되어 종 다양성이 감소하고 있다. 일상화된 전 세계적인 폭염과 산불, 최악의 가뭄, 대규모 홍수는 기후위기를 드러내는 현상들이다. 이제는 우리가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해야 할 때이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효과적인 해결책은 숲 복원이다. 숲은 인간의 활동으로 배출되는 탄소의 3분의 2를 포획할 수 있다. 기후위기와 숲을 중심으로 하는 생태계의 파괴는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계속 되풀이하고 있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기온이 상승하면서 숲의 나무가 폭염과 가뭄의 공격에 시달리며 내성을 잃어가고 있다. 멸종 위기에 직면한 수많은 동식물을 살려내는 것이 결국 우리 자신을 구하는 일이다. [지리산 왕등재 습지의 물고기 모형 : 사진 이완우] 이곳 전시관에서는 전 지구적인 기후위기의 경보를 게시물로써 잘 알려주고 있다. 여우가 새의 알을 물고 가서 겨울을 위해 저장하는 모습을 보면 동물의 생존을 위한 적응 변화가 처절하기까지 하다. 빙하가 녹아내리고, 동식물의 서식지가 변화하고 있다. 꼬리표가 달린 동물과 조류가 야생에서 발견되니 생물종이 감소하고 있는 반증이다. 고온 건조한 바람 등 기상 여건이 심상치 않아 재앙적인 폭염이 반복되며 심지어 겨우내 꺼지지 않는 산불이 발생하고 있다. 이곳 전시관의 포토 아크(photo ark)에는 생명의 방주를 타고 있는 동식물의 사진을 게시하고 있다. 창세기의 신화에서는 지구를 휩쓴 대홍수에 노아의 방주에 의지해 많은 생명이 멸종의 위기를 모면하였다. 현재 전 지구적인 기후위기에서 생명의 대멸종이 발생하고 있다. 그러한 지구 자체가 또한 생명의 멸종 위기를 모면하고 보호받을 수밖에 없는 생명의 방주가 되어 있는 역설적 상황이다. [숲속의 소쩍새와 올빼미 모형 : 사진 이완우] 인간의 역사 1만 년 동안에 지구상에 있는 산림의 3분의 1일이 사라졌는데, 지난 백 년 동안에 사라진 면적이 그중 절반에 달한다고 한다. 숲이 주는 혜택은 식량과 목재의 획득, 탄소 저장 등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숲을 찾으면 산림욕으로 정신적 신체적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으며, 숲과 나무뿐 아니라 우리의 삶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얻을 수도 있다. 이곳 생태교육장에서 산림청에서 제작한 25쪽 분량의 백두대간 생태지도를 홍보물로 받았다. 이 생태지도는 지리산 천왕봉에서 설악산 향로봉까지 10개 구간별로 동물, 식물, 식생, 대표 수종, 대표 동물과 대표 식물 등의 서식 위치를 지도에 표기하고 사진을 첨부한 책자였다. 백두대간 생태교육장과 전시관에서 우리가 지구와 공존하는 노둣돌은 숲과 나무임을 확인하였다. [백두대간 은사시나무와 호랑이 모형 : 사진 이완우]
    • 이야기
    • 류오선의 지리산이야기
    2023-10-09
  • 8초 인류
    나 같은 나이에도 나 스스로 스마트폰 중독이라 여기고 있으니 이삼십대 젊은 친구들과 스마트폰의 친밀 관계는 말 할 필요도 없다. 스마트폰 안에는 나의 모든 것이 들어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 같이 애들이 멀리 사는 경우에는 더 그렇다. 폰을 들여다 봐야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고 얼굴을 볼 수 있고 손주의 움직이며 노는 모습을 옆에서 보는 듯 볼 수 있다. 누구에게 돈을 보낼 때도 돈이 들어왔나 확인 할 때도 그것을 봐야한다. 잊어 먹을까 메모도 거기에 녹음도 거기에 뭘 몰라 물어 볼 때도 거기에 한다. 노래를 들을 때도 영상을 볼 때도 그것을 찾는다. 그것이 손에서 떨어지면 금단 증상이 온다. 어딨지? 바로 옆에 놓고 가슴이 철렁! 큰일 난 듯 두리번댄다. 사진을 찍고 올리는 일이 이것을 통해야 쉬우니 일단 이것으로 사진을 올리고 컴터에서 글을 쓰던 뭘하던 한다. 내가 아는 모든 사람이 그 안에 있고 내가 모르는 모든 것을 그것은 알고 있다. 외울 필요가 없으니 그것을 보고 있다 머리를 들면 바로 까먹는다. 지금 찾고 조금있다 찾고 내일 또 찾는다. 한 집에 살면서도 때론 문자가 더 편하다. 사진까지 같이 보내며 요런거라고 똑 부러지게 부탁한다. 내가 아는 사람은 물론 모르는 사람의 일상까지 읽으며 나 지금 뭐하지? 하며 스스로 끔찍스러워한다. 그리고 결심한다. 다시는 너와 가까이 하지 않겠다고! 그러나 마치 고기가 어항 밖으로 튀어나와 발버둥치듯 손을 덜덜 떨며 그것을 찾는다. 증상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다 비슷한 병을 앓고 있을 것이라 짐작한다. 300쪽 가까이 전문가의 이야기를 듣고 실험을 통하지 않아도 이미 다 알고 있다. 근데 왜 뭐하러 읽고 난리야. 뭐 좋은 소리라도 있을까해서? 그 병이 확실한가 오진은 아닐까 확인해 보려고? 암튼 나는 뭘 몰라서 못하기 보다 삼일을 넘기지 못해서 못한다. 이 중독 증상이 병이라면 고쳐야겠지만 미리 단언한다. 고치지 못할 거라고 아니 안 고칠거라고! 그러나 정말 꼭 필요할 때만 쓰고 싶다고! 꼭 필요할 때만 쓰는거 아니였나? 그럴때가 많을 뿐이쥥 헤헤. 20분이 지나면 이미 우리는 공부한 것의 60퍼센트만을 기억할 수 있고, 1시간이 지나면 절반이 채 안 되며, 하루가 지나면 단지 3분의 1만 기억할 수 있다. 한달이 지나면 뇌 속에는 정보의 15페센트 밖에 남지 않는다. (헤르만 에빙하우스) p15 오늘날 지구상의 이동 전화 가입자 수는 79억명이다.(2019). 전 셰계 인구는 76억 명이니 사람보다 사용중인 심카드가 더 많은 셈이다. 매년 아이들보다 더 많은 심 카드가 탄생한다는 주장은 내게 적지 않은 우려를 불러일으킨다.((생략) 자랑할 만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탈리아는 한국(삼성의 본국)과 홍콩에 이어 인구 대비 모바일 기기 수가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나라다. (생략) 지금 이 순간, 지구상에 집에 화장실이 있는 사람보다 주머니에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놀랍기 그지없다. 유엔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약 24억 명의 사람들만 화장실을 소유하고 있으며, 약 10억 명의 사람들은 야외에서 용변을 해결한다. p41 오늘날 평균적인 사용자가 아이푠을 잠금 해제하고 사용하는 횟수가 하루에 약 80회, 1년에 거의 3만회(지금은 이미 그 이상일 것이다)에 이른다는 애플의 데이터나 하루에 스마트폰을 만지는 횟수만 해도 2,617회에 이른다는 또 다른 연구의 결과는 더 이상 놀랍지 않다. 웹 전문가 니르 이얄은 <훅>에서 스마트폰 소유자의 79퍼센트가 매일 아침, 잠에서 깬 후 15분 이내에 기기를 확인한다는 자료를 내놓았는데, 내가 보기에 이는 사실과 다른 것 같다. 실제로는 그보다 더 짧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내 경우에 는 잠이 완전히 깨기도 전에 숨 쉬는 것처럼 자동적으로 침대 옆 협탁에 놓아둔 스마트폰을 집어들 뿐만 아니라 어둠 속에서도 문자를 찍고, 눈을 제대로 뜨지 않고도 페이스북 앱을 열 수 있다. 게다가 전화나 메시지가 온 것이 없는데도 스마트폰이 주머니 속에서 진동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것은 환각의 한 형태로 10명 중 9명에게 일어나며 심지어 '팬텀진동증후군'이라는 학술명까지 가지고 있다. 팔다리를 잃은 사람이 뇌의 잘못된 재조정으로 인해 여전히 팔다리가 있다고 느끼는 현상,마치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사지의 말단 신경으로부터 계속해서 자극과 신호를 받는 것처럼 느끼는 현상인 '환각지phantom limb'에서 이름을 따왔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놀랍다. 이것은 스마트폰이 어느 정도로 우리의 일부가 되어버렸는지를 보여준다. (생략) "스마트폰 진동처럼 작고 빈번한 세포의 경련인 진동들은 감지되고 서로 교루합니다. 이를 설명하는 데는 두가지 이론이 있습니다. 하나는 기술이 우리의 두뇌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주장이고 다른 하나는 단순히 우리가 불안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메일과 메시지에 답장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우리를 초조하고 과민한 상태로 만든다는 것이죠."p46 8초는 오늘날 우리가 평소에 관심을 기울이는 평균 시간이다. 기사를 읽을 때, 음악을 들을 때, 영화를 볼 때,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때, 이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집중력을 잃는다. 8초! 금붕어보다 짧은 시간이다. 단 8초의 집중력으로 인해 우리는 오해와 소통 불가능, 고독 그리고 침묵의 형을 선고받았다.p66 역사상 어느 시점에서 우리는 산만함을 '산만함'이라 부르기를 그만두었다. 이 말의 근저에 깔려 있던 모든 부정적 의미와 함께 말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멀티태스킹'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컴푸터의 기능에서 차용한 용어다. (생략) 안타깝게도 실제로 컴퓨터는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할 수 없다. (생략) " 완전히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몸짓이 아닌 이상, 인간은 동시에 두 가지 일을 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우리가 하는 것은 전환입니다. 굉장히 빠르게 앞뒤로 왔다갔다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말은 매 순간 우리가 주의를 다시 집중시킨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하루 종일 이 업무 전환이 쌓이면 스트레스가 됩니다. 그리고 스트레스는 집중력과 두뇌에 막대한 대가를 치르게 합니다. 집중력이 낮아지는 것을 디대로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스마트폰은 그 물리적 존재만으로도 인지 능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 사용하지 않고 주변에 두기만 해도 우리의 주의력은 분산된다.p91 인간의 기능을 기계가 대신할 때마다 우리의 삶에서 그리고 뇌에서 어떤 능력이 제거되는 것이다.p132 화면의 LED가 청색광을 방출하기 때문입니다. 뇌는 이것을 날이 밝은 하늘의 푸른빛으로 알고 잠이 깰 때를 알리는 신호라고 해석하는 겁니다. 바로 이것이 디지털 기기가 뇌의 기억 능력에 미치는 첫 번째 직접적인 영향입니다."p154 2017년에 노벨 의학상은 일주기 리듬(대략 하루 24시간을 기준으로 하는)을 제어하는 분자 매커니즘을 발견한 공로로 세 명의 연구자에게 수여되었다. 태양광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에서 방출되는 청색광과 같은 단파장에 노출되면 우리의 신체는 모든 관점에서 '활성화'되어 반응한다. 반대로 양초의 빛과 같은 붉은 빛의 긴 파장에 노출되면 긴장을 풀고 휴식을 취하기 위해 잠이 들려는 성향이 있다. 24시간 주기의 리듬이 깨지면 당뇨병이나 비만, 우울증, 심부전, 천식과 같은 심각한 질병의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특히 어두운 방에서 잠들기 전에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은 정말 잘못된 행동이다. p155 죽었다 다시 태어나는 것 정도의 획기적인 전환이 일어나지 않는 한, '좋아요'와 '엄지 척' 사회는 계속될 것이다. 웹의 거인들에게 스스로를 개혁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빙산에서 타이타닉 호를 구하라고 요구하느느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p193 가끔은 무언가를 모른다는 것, 의심에 빠진다는 것이 참으로 위안이 되었는데, 이제 우리는 더 이상 그럴 수 없게 되었다. 단어들의 올바른 문자열을 입력하기만 하면 엄청난 양의 온라인 정보들 사이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p217 "독서는 정신의 학교입니다. 읽기 회로를 개발하면 점점 회로가 성장합니다. 깊이 읽을수록 생리학적으로 더 정교해집니다. 깊이 있는 독서는 수신하는 정보를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일고 있는 것과 생각하고 있는 것을 연결하기 위한 네트워크를 지속적으로 구축하기 때문이죠. 두뇌는 이러한 네트워크에 의해 말 그대로 장악되며, 신경학적 관점에서 이 모든 네트워크들이 모여 분석 능력을 구축합니다." 즉 깊이 있는 방식으로 더 많이 읽을스록 '정교한' 과정을 더 많이 강화하고, 읽은 내용이 기억 속에 더 많이 굳게 자리 잡을수록 더 깊이 생각하게 된다. 매이렁 울푸가 이야기하고 있었던 것은 바로, '골똘히 생각하기think hard'였다.p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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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05-24
  •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 제목이 코믹하다. 부제는 '정치적 동물의 길'이다. ”사실 정치에 관심없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말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일단 뉴스보면 기분 나빠지고 욕 나오니 싫다. 모든 정치적인 것에서 멀어지고 싶다. 사실 별 관심도 없다. 그러나 가만 생각해보면 모든게 정치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사는게 정친데 정치가 싫다? 이 무슨 모순이고 비극인가? 그렇다면 정치가 재밌고 좋아지려면 어찌해야 하나? 뭐 내가 결론내는 건 언어도단이긴 하지만 최소한 내가 불행하지 않으려면 정치가 재밌어야 하겠지? 그런 일이 있을랑가는 몰겄지만 이런 재미있는 정치에세이는 어떤가! 이 책은 전문 정치학 책은 아니고 에세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1부 정치란 무엇인가? 로 부터 시작해 여러가지 정치 얘기를 한다. 쉽고도 재밌다. 또 영화 얘기도 많고 그림 얘기도 많다. 알고보면 이 모두가 정치라는 얘기다. 결국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고 정치 없이 인간은 없다. 뭐 그런 이야기? 당신을 위로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그 위로하는 좋은 말들처럼 평탄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그의 인생 역시 어려움과 슬픔으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당신의 인생보다 훨씬 더 뒤처져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 좋은 말들을 찾아낼 수조차 없었을 것이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중 P9 정치가 어디 있냐고? 어느 날 눈을 떠보니 이 세상에 태어나 있고, 태어난 바에야 올바르게 살고 싶고, 이것저것 따져보고 노력해보지만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없고, 다른 사람과 함께하려니 합의가 필요하고, 합의하려니 서로에 대해서 알아야 하고,합의했는데도 합의는 지켜지지 않고, 합의 이행을 위해 규제가 필요하고, 규제를 실천하려니 권력이 필요하고, 권력 남용을 막으려니 자유가 필요하고, 자유를 보장하려니 재산이 필요하고, 재산을 마련하니 빈부격차가 생기고, 빈부격차를 없애자니 자원이 필요하고, 개혁을 감행하자니 설득이 필요하고, 설득하자니 토론이 필요하고, 토론하자니 논리가 필요하고, 납득시키려니 수사학이 필요하고, 논리와 수사학을 익히려니 학교가 필요하고, 학교를 유지하려니 사람을 고용해야 하고, 일터의 사람은 노동을 해야 하고, 노동하다 죽지 않으려면 인간다운 환경이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느닷없이 자연재해가 일어나거나 전염병이 돌거나 외국이 침략할 수도 있다. 공동의 삶을 위해 필요한 것은 많고 쉬운 일은 없다. 이 모든 것을 다 말하기가 너무 기니까, 싸잡아 간단히 정치라고 부른다. 정치는 서울에도 지방에도 국내에도 국외에도 거리에도 집 안에도 당신의 가느다란 모세혈관에도 있다. 체지방처럼 어디에나 있다, 정치라는 것은. P23-24 정치 공동체는 자연의 산물이다. 그리고 인간은 본성상 정치적 동물이다. 우연이 아니라 본성상 정치 공동체가 없어도 되는 존재는 인간 이상이거나 인간 이하다. -아리슽텔레스 "정치학" 중 p25 폴리스 시민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졌던 정치가 페리클레스는 다음과 같이 단호하게 말한다. "우리 아테네 사람들은 공적인 일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을 초탈한 사람이라고 존경하지 않고, 쓸모없는 인간으로 간주한다." p29 모든 권력을 싫어한다는 말은 모든 욕망을 무시한다는 말이며, 모든 욕망을 무시한다는 것은 삶을 혐오한다는 것이다. 권력은 권력만 없었으면 가능하지 않았을 여러 일을 가능하게 한다. 사람은 종종 목표를 지향하고, 그 목표는 권력의 향사를 통해 달성된다. 아무 것도 도모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까. 체속을 초월하겨고 드는 선사도 해털을 도모한다. 마음의 고요를 얻기 위해서도 마음의 파도를 잠재우는 어떤 나직한 힘이 필요하다. 정말 아무것도 도모하지 않겠다면 어딘가 조용히 숨어서 자신의 멸종 소식을 기다려라.p53 근대 정치 이론의 초석을 놓은 토머스 홉스는 저서 "리바이어던"에서 그처럼 한갓 사적 인간이 정치적 존재로 변신하는 과정에 주목했다. 낱낱이 흩어져 있던 인간들이 어떻게 단일한 의지를 가진 권력체를 창출할 수 있는 것일까. 어떻게 정치적 존재로 변신하는 것일까? 그냥? 심심해서? 그렇지 않다. 그들은 죽지 못해서 변신하는 것이다. 변신하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으므로. "지속되는 두려움과 난폭한 죽음의 위협"으로 인해 인생이 고독하고, 열악하고, 고약하고ㅡ 잔인하고, 짧아질까 봐" 변신하는 것이다. 어찌해볼 도리가 없을 정더로 괴롭기 때문에 정치적 존재로 변신하는 것이다. 그 변신 덕분에 인간은 비로소 삶을 견딜 수 있게 된다. 투표는 인간이 정치적 인간으로 변신했던 그 위대한 상상을 되살리는 축제다.p109 다민족 국가를 다스리는 일의 어려움은 피터 반 더 보트의 1578년 작품에 잘 드러나 있다. 온갖 짐승들의 머리가 달려 있는 거대 괴물을 정치 및 종교 지도자들이 당혹스럽게 바라보고 잇다. 이 괴물은 다민족 제국의 여정을 시작하던 16세기 후반의 (오늘날)네덜란드를 상징한다. 그러나 다민족 국가가 반드시 통치의 어려움만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잘만 소화하면 그것은 활력의 근원이 될 수 있다. 유럽 각국이 가톨릭이냐 프로테스탄트냐의 갈림길에서 탄압과 전쟁을 일삼고 있을 때, 네덜란드는 적극적으로 관용 정책을 택했다. 그에 따라 칼빈주의자뿐 아니라 가톨릭 루터교, 유대교, 재세레파 신자 등 타국에서라면 이교도로 낙인찍혀 핍박을 받았을 인재들이 네델란드에 몰려와 살게 되었다. 17세기 초 암스테르담 인구의 40퍼센트를 이민자가 차지할 정도였다. 다양해진 인구 구성을 장애물이 아니라 활력으로 승화시켰을 때, 네덜라드는 본격적인 번영을 구가하게 된다. 오늘날 많은 네덜란드 사람들은 자기 나라가 향유하고 표방해온 다양성과 자유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다. p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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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05-18
  • 지리산 봄(春/見), 루이네
    지리산 봄(春/見), 루이네 강회진(시인, 독립연구자) 마음이 아픈 줄도 모르고 어른이 되어 앞으로 운이 좋아 80살 까지 산다고 쳤을 때 내게 남은 생은 살아온 날 보다 적다. 마음이 아픈 줄도 모르고 어른이 되었다. 무엇을 견디는지도 모른 채 인생이 지나고 있다. 나의 욕심으로 때론 너무 왔거나 지나갔거나 눈치 채지 못한 관계에 지치고 하지 않아도 될 일들까지 하느라 몸과 마음이 늘 고단했다.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살 수는 없을까? 아무것도 하지 않으나 진짜 나만을 위한 시간, 나를 위한 시간을 갖고 싶었다. 더 늦기 전에. 더 늦기 전에. 드디어 나는 짐을 싸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디로 가야하나. 오랫동안 지리산과 섬진강을 그리워했기에 구례, 하동을 꿈꾸었다. 언젠가 초여름 지리산 둘레길을 걸으며 보았던 산내의 다랭이논 일렁이는 초록 물결과 손에 잡힐 것 같던 흰 구름, 고즈넉한 실상사의 저녁 예불 모시는 풍경들이 자꾸만 나를 불렀다. 마음을 정하고 나니 모든 것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집을 구하기 어렵다는 산내에 빈 집이 나왔고 내놓은 아파트는 금방 입주자가 나타났다. 마치 오래 전부터 계획되어 있었던 일처럼. 2. 세 가지면 충분하다 사람들은 내게 왜 그 먼 곳으로 가느냐 물었다. 대체 어디에서부터 먼 곳이라는 말일까? 나에게는 가장 가까운 곳이 바로 이곳이라 말하지 못했다. 마당에서 듣는 하루 두 번 실상사 범종 소리와 수달이 살고 있다는 람천의 우렁찬 물소리,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천왕봉. 이곳으로 이사를 위한 이유로 이 세 가지면 충분했다. 게다가 이곳은 내게 완벽하게 낯선 곳. 이사를 하는 날 고속도로에 눈발이 날려 앞이 보이지 않았다. 운전기사는 “이사하는 날 눈이 오면 부자된다 안하요.”라며 애써 웃음을 보였다. 지리산 IC에 들어서는 순간 가슴이 쿵쿵 뛰었다. 저 멀리 펼쳐진 지리산 자락이, 마을이 온통 눈으로 환하게 빛났다. 지리산에 곁들어 사는 일은 지리산이 허락해야 한다던데 드디어 나도 지리산의 선택을 받았구나. 다정한 지인들은 문패를 만들어 보내주었고 마당에 심을 꽃나무와 다양한 꽃씨를 보내주거나 어여쁜 커튼을 보내 새로운 출발을 기꺼이 응원해 주었다. 이사 후 두 번의 큰 눈이 내렸다. 저 멀리 눈에 덮인 천왕봉은 감탄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실상사 저녁 범종 소리를 들으며 구들방 아궁이에 불을 넣었다. 가끔 불씨가 아까워 고구마를 구워 강아지와 나눠먹었다. 그렇게 산내의 첫 겨울이 고요히 흘러갔다. 3. 산내는 산내말로 살래 맘씨 좋은 이웃이 밭 귀퉁이를 무상으로 빌려주셨다. 또 다른 이웃은 슬며시 거름을 부려놓고 가셨다. 감자를 심고 두둑 가에는 옥수수도 심어야지. 밭을 일궈 고랑 네 개를 만들고 거름을 뿌렸다. 다음날 맞춤비가 내렸다. 나른한 햇살을 받으며 꽃씨를 담구고 씨감자 눈을 쪼개다보니 어느새 담장에 노란 개나리가 막 피어나는 춘분이 되었다. 밤마다 멀리 무논에서 개구리들이 정겹게 울어댔다. 어느 밤, 마당에 나가 올려다본 하늘, 선명하게 반짝이던 북두칠성이 말했다. 그래, 잘 찾아왔어. 너의 길. 이른 아침 단풍나무에 새가 날아와 한참을 앉았다 날아가는 흔하디흔한 그 풍경이 좋았다. 새들을 위한 모이를 뿌리고 수돗가 물을 갈아준다. 햇살이 길게 들어오는 이른 아침, 멀리 천왕봉을 게으르게 앉아 바라보는 그 시간을 놓칠까봐 아침 일찍 일어난다. 지리산에 와 매일 매일이 행복한 검은 개 루이를 데리고 산책을 나가면 이웃 어르신들이 묻는다. 어디사요? 놀러왔는가베? 아니요, 저 살래 살아요. 저 멀리 앞 산 노란 산수유 지면 대문 옆 감나무에도 반짝이는 새 잎 무성할 것이다. 마당에 정성껏 심은 모란이 피고 지는 깊은 봄이 흘러 옥수수를 따고 감자를 캐면 좋은 사람들 모아 잔치를 해야지. 지리산의 첫 봄, 살래의 첫 봄, 나의 첫 봄이 설렌다. -달궁수달래 / 김인호
    • 이야기
    • 여기저기 민들레
    2023-04-09
  • 다섯번째 산
    작가 파울로 코엘료는 전 세계 170개국 이상 83개 언어로 번역되어 3억 2천만 부가 넘는 판매고를 기록한 우리 시대 가장 사랑받는 작가. 1947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태어났다. 저널리스트, 록스타, 극작가, 세계적인 음반회사의 중역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하다, 1986년 돌연 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로 순례를 떠난다. 이때의 경험은 코엘료의 삶에 커다란 전환점이 된다. 그는 이 순례에 감화되어 첫 작품 『순례자』를 썼고, 이듬해 자아의 연금술을 신비롭게 그려낸 『연금술사』로 세계적 작가의 반열에 오른다.(출판사) 세상 모든 사람은 피하라 수 없는 일의 영향을 받는다. 어떤 이들은 극복했고 어떤 이들은 포기했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비극의 날개가 우리 인생을 스쳐지나가는 경험을 한 적 있다. 이유가 뭘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나는 엘리야를 따라 아크바르의 시간 속으로 떠났다. 파울로 코엘료p12 "인간은 선택을 내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지." 천사가 대답했다. "결정을 내리는 힘이 바로 너의 능력이다."p192 "그보다 더 어려운 건 자신의 길을 분명히 정하는 것이다. 선택을 하지 않는 자는 아직 숨을 쉬고 길을 걷고 있다 하더라도 신의 눈에는 죽은 것과 같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다. 누구도 죽지 않는다. 영원함은 모든 영혼에게 열려 있고 저마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해나갈 것이다. 태양 아래 있는 모든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p193 하느님은 인간으로 하여금 당신과 정면으로 맞서고 당신의 질문에 대답하게 하신다. "왜 너는 그토록 짧고 고통으로 가득한 존재에 그토록 매달리느나? 너의 싸움의 의미는 무엇이냐?"p279 아이들은 항상 어른에게 세 가지를 가르쳐주죠. 별 이유 없이도 행복해하기, 무언가에 항상 몰두하기, 그리고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온 힘으로 매달리기. 제가 아크바르로 돌아온 것도 저 아이 때문입니다. p276 "주님의 말씀은 네 주변의 온 세상에 쓰여 있단다. 네 삶에 일어나는 일에 주의를 기울여보면 너는 하루의 순간순간 주님께서 당신의 말씀과 뜻을 숨겨놓으신 곳을 찾을 수 있을 거야. 주님이 시키시는 일을 해내도록 노력하렴. 그것이 네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유일한 이유란다."p318
    • 이야기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03-08
  • 가여워 하는 마음
    가여워하는 마음 박두규/시인 어김없이 새날이 오듯 새해도 온다. 그리고 사람들은 바쁜 연말이나 연시의 와중에도 한 번쯤은 가는 세월이나 오는 세월을 머릿속에서 정리하거나 다짐하게 된다. 나는 인생 간판에 시인 딱지를 붙이고 살다 보니 연말연시가 되면 문학이니 예술이니 하는 것에 대한 생각을 가끔 되짚어보곤 하는 것인데 그때마다 박수근(화가)이 했다는 말이 떠오르곤 한다. “나는 인간의 선함과 진실함을 그려야 한다는 예술에 대한 대단히 평범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 이 말은 어디서 어떻게 알게 된 것인지 기억에도 없는데 느닷없이 날아온 돌멩이처럼 나의 뇌리에 강하게 박혀 수시로 울림을 준다. 예술이 아름다움의 영역이라면 그 아름다움은 선함과 진실함의 바탕에서 이루어진다는 어떤 믿음이 있었던 건 아닐까? 그의 말처럼 정말 평범한 일상생활 속의 착함과 진정함이 가장 아름다운 삶이 아닐까? 그냥 스치고 지나갈 수도 있는 이 말이 나에게 강하게 올 수 있었던 건 아마 당시 이런저런 경전들을 읽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많은 경전의 바탕이 선함과 진실함이 아니던가. 그리고 그때 그것들을 읽어내며 스스로의 단어로 정리해낸 말은 ‘가여워하는 마음’이었다. 그 즈음에 나온 시집의 제목을 ‘가여운 나를 위로하다’라고 붙인 것도 이 때문이었을 것이다. 새 정부가 들어선 후 이런저런 부족한 짓, 말도 안 되는 짓, 터무니없는 짓들을 많이 한다고 하는데 내가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점은 윤가와 그의 사람들에게는 이 ‘가여워하는 마음’이 없다는 것이다. 이긴 자가 진 자에 대해 그리고 소외된 사회적 약자들, 또는 민초들에 대해 ‘가여워하는 마음’이 없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인간됨의 근본이 없는 것이다. 세상과 사람에 대한 연민도 없이 살아가는 것들이 무슨 정치며 예술이며를 할 수 있겠는가. 그러한 마음을 학문이나 사상에 앞서 삶 속에서 잘 보여준 옛사람으로 퇴계 이황 선생이 있다. 요즘 자본주의 기후 위기에 연계된 이런저런 책들을 보게 되었는데 21세기에 들어 사상적 출구를 모색하는 세계의 석학들에게 주목받는 사람 중에 퇴계 선생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퇴계를 생각하면 그의 사상이나 학문보다는 그가 살아낸 구체적인 일상 삶과 그를 통해 보여준 ‘가여워하는 마음’이 먼저 떠오른다. 그는 스물한 살에 결혼하고 아내 김해 허씨와 함께 슬하에 두 아들을 두었지만, 아내가 결혼 6년 만에 병사한다. 그리고 3년 상을 치른 후 재혼하는데 맞아들인 권씨 부인은 정신질환이 있는 병약한 사람이었다. 그녀는 퇴계가 마음속으로 존경했던 권주(연산군 때 갑자사화로 사약)의 아들 권질의 딸이었다. 권질은 조광조 숙청의 기묘사화 때 예안으로 귀양 와 있었는데 퇴계가 이따금 찾아가 문안 인사를 하며 지내는 사이였다. 그런데 권질은 병을 얻어 죽으며 여러모로 부족한 딸을 두고 가는 것이 마음에 걸려 퇴계에게 딸을 돌봐달라고 부탁한다. 퇴계는 마음속으로 존경하던 분의 집안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몰락하는데 자손들마저 불행해지는 것이 가슴 아파서 그 딸을 맞아들여 재혼하게 된다. 하지만 퇴계 선생의 진정 훌륭한 점은 결혼 후 그 정신적 질환이 있는 부인에게 ‘손님처럼 공경하는 법도’를 실천했다는 것이다. 그것은 퇴계 선생이 공부하고 펼친 지식과 사상이 현실 속에 살아있는 학문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또 그의 ‘가여워하는 마음’의 정도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알다시피 퇴계는 인간의 근본 마음 네 가지 중 앞세운 것이 측은지심(仁)이며 바로 ‘가여워하는 마음’에 다름 아니다. 그렇게 늘 4단四端의 마음을 중심에 두고 7정七情의 마음을 경계하는 것이 당시 선비들의 수행이고 공부였는데 선생은 삶 속에서 그것을 실천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런 결혼생활도 16년 만에 권씨 부인의 죽음으로 막을 내린다. 퇴계의 ‘손님처럼 공경하는 법도’ 또한 그렇게 끝났는데 퇴계는 훗날 그 시절을 ‘결혼생활 16년 동안 더러는 마음이 뒤틀리고 생각이 산란하여 고뇌를 견디기 어려운 적이 없지 않았다’라고 술회한다. 이러한 고백으로 짐작할 수 있듯이 비록 퇴계가 그 시절을 자신의 덕을 쌓는 수양의 화두로 삼아 모범을 보였다고는 하나 얼마나 괴롭고 힘들었나를 짐작하게 한다. 그리고 퇴계의 ‘가여워하는 마음’을 짐작하게 하는 또 하나의 일화는 그의 며느리 이야기다. 둘째 아들 채(寀)는 정혼한 상태였는데 그 아들이 결혼을 앞두고 급사하게 된다. 그래서 아들이 죽었기 때문에 예식도 못 올린 며느리를 맞이해야만 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퇴계는 당시 삼종지의三從之義의 엄격한 규율을 깨뜨리고 처녀의 몸으로 며느리가 된 여인을 친정으로 돌려보내 재가하게 한다. 퇴계 선생의 삶의 바탕에 있던 ‘가여워하는 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퇴계는 엄격한 유가의 선비였으나 깊은 인간애에 바탕을 둔 스스로의 삶을 꾸려내었으며 세상의 법도 이전의 ‘불법不法의 예’를 보인 진정한 유가의 스승이었다. 그리고 퇴계는 첫째 부인이 죽은 후 두 아들을 양육하기 위해 관례에 따라 첩을 들였는데 그 첩도 선생보다 먼저 죽게 된다. 첩에게서 낳은 아들이 있었는데 그 아들 또한 자신의 호적에 올렸고 차후에 그 아들의 후손들이 적서의 차별을 받지 않도록 족보에 적서의 구별을 두지 않게 하였다. 또 퇴계 선생은 이런저런 굴곡의 가정사를 다 넘기고 홀아비 생활을 하는 중에 단양군수로 있을 때는 단종 복위에 참여했던 사대부의 후손으로 어린 나이에 관기가 된 기생 두향을 소실로 맞아 외로움을 달래고 남녀의 사랑이라는 것을 하게 된다. 서자와 관기라는 당시 천한 신분의 사람에게도 시대의 법도를 넘어 사람의 근본에 있는 ‘가여워하는 마음’으로 차별 없이 대하였다. 나는 퇴계 선생의 아픈 가정사를 보면서 평범한 일상생활 속의 착함과 진정함이 가장 아름다운 삶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박수근이 말한 ‘인간의 선함과 진실함을 그려야 한다는 예술에 대한 대단히 평범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는’ 그 말의 깊이를 절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황이라는 사람은 위대한 학자요 사상가이기 전에 ‘가여워하는 마음’이라는 존재의 근본을 깨달은 사람이고 그렇게 자신을 살아낸 참으로 아름다운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작금의 우리 사회는 이로부터 얼마나 멀리 왔는가. 국정을 운영한 새 정부의 2022년을 보면서, 제 이익과 안위만을 생각하는 권력을 보면서, 그들의 치졸한 양아치 정치를 보면서, 윤가와 그 권력의 발뒤꿈치를 쪼아 먹고 사는 닥터피쉬들을 보면서, 그 언론과 정치권과 검찰과 윤의 사람들을 보면서, 언감생심焉敢生心 ‘가여워하는 마음’을 꿈꿀 수는 있을 것인가 하는 절망감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에게 나라를 맡긴 것은 국민이니 한편으론 할 말도 없다. 이는 모두 자본주의, 자유주의라는 왜곡된 이데올로기 안에서 돈만 있으면 되고 나만 살면 된다는 그릇된 가치관의 정서가 우리 사회 안에서 당위적 정당성을 얻고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이런 가치관의 변화 없이는 우리 사회의 ‘가여워하는 마음’은 회복할 수 없을 것이다. 퇴계 선생처럼 개개인의 진정성으로 실천하는 정도를 넘어 지난날 촛불처럼 온 국민이 지극정성으로 ‘가여워하는 마음’을 기원하는 계묘년이 되기를 바란다. <끝>
    • 이야기
    • 여기저기 민들레
    2023-01-26

실시간 이야기 기사

  • 난세일기
    김용옥 도올은 워낙 유명해서 도올이란 그의 호를 못들어 본 사람은 아주 드물거라 생각한다. 나도 그의 이름은 들어보고 그의 강의도 들어보려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이유는 그의 목소리다. 쥐어짜는 듯한 목소리를 조금만 들으면 가슴이 답답해지며 왠지 모를 울화같은게 가슴에서 치민다. 그가 목소리까지 좋았다면 아마도 더 많은 팬이 생겼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혼자한다. 그런데 그는 스스로 노래를 잘 한다고 말하니 말하는 목청과 노래하는 목청이 다르긴 한가보다. 그의 저서는 100권이 넘는다. 그가 아는 것이 많아서이기도 하겠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책은 한번 낸 사람이 자꾸 내기 마련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뭐든 처음이 어렵지 말이다. 그가 다닌 대학은 7개 대학이고 전공한 학과는 생물학, 철학, 중국철학, 동아시아언어문명학, 한의학이다. 그러니 할 말도 많을게 당연하다. 이 책은 한달 동안의 일기 형식이라 다른 전공책과는 달리 쉽고 읽을거리가 많다. 4월 24일 부터 한달간의 기록이다. 물론 매일은 아니다. 바로 엊그제 일어난 따끈따끈한 사건에 대해 말하며 그 사건을 계기로 자신의 저서와 자신의 일생에 대해 말한다. 그는 윤정권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같은 당면한 문제, 그리고 일본과의 외교같은 이슈에 대해 제대로 소리를 낸다. 또한 역사적 사건과 인물에 대해 비교 설명하니 설득력과 재미가 함께다. 더불어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어린 시절부터 더듬으며 여지없이 그 잘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의 유명세로 그는 각계에 걸쳐 많은 소위 유명인사들을 만났는데 그 실명이 여럿 나오고 그들에 대해 대충이 아니라 깊이 있게 적고 있다. 첫날인 4월 24일은 성균관대학교교수의 시국선언에 대해 언급한다. "그는 놀라웁게도 명료한 지향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돈많은 사람들이 마음놓고 돈을 더 벌 수 있는 사회, 국민의 공적인 복리에 기여하는 조직을 될 수 있는 대로 사유화 시켜 경쟁구조 속으로 집어넣어 효율을 높여햐 한다는 것, 남북의 관계는 북한이 정신차릴 대까지 계속 압박해야 한다는 것, 일본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하고 일본이 과거 침략만행을 더 이상 들추지 말고 용서해야 한다는 것, 그래서 한.미, 일경제, 군사동맹을 강화함으로써 안전한 보금자리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p12)(여기서 그는 윤석열이다: 나의 설명) 이러니 지금이 난세라는 것이다. 구례 사람들은 아마도 그의 이름과 더욱 친근하지 않을까 싶다. 구례 문화원 앞에 '구례찬가'비를 그가 썼다고 하며 구례와는 인연이 깊다. 그는 지금 75세 인데 피아노를 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팔순 잔치에는 자신의 음악회를 열 계획이라고 한다. 그는 하고 싶은 것은 다 하고야 마는 사람인 것 같다. 그가 하고 싶었는데 못해 본 것이 아마도 음악인 것 같다. 5년 후의 계획을 말하는 노인의 팔팔함은 가히 존경스럽다.
    • 이야기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07-21
  • 참된 문명은 사람을 죽이지 아니하고
    다나카 쇼조는 제1회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뒤 내리 6선을 하며 ‘선거의 신’으로 불린 정치가였다. 그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최초의 공해 사건인 ‘아시오 광독 사건’과 뒤이은 ‘야나카 마을 수몰 반대 운동’에 자신을 던진 사회운동가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여정에서 ‘참된 문명’의 길을 깨우친 사상가였다. 그의 시대는 불의했고, 문명을 가장한 야만이 드리운 그늘로 선뜩했다. 다나카 쇼조는 하루하루, 자신의 모든 것을 다해, 쉼 없이 불의를 헤치며 문명이 드리운 어둠을 밝히고자 힘썼다. 그는 점점 나락으로 빠져드는 민중의 삶을 마음 아파했고, 참된 문명의 길을 거스르며 오로지 부국강병의 길로 내달리는 일본제국의 오늘과 내일을 걱정했다. 그러나 ‘오늘은 오늘’ 지금 여기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해 나가는 것. 차별과 억압에 시달리는 눈앞의 이웃을 지나치지 않고 자신의 온 힘을 다해 구하고자 애쓰는 것. 그는 죽는 날까지 자신의 말과 사상에 비추어 한 치도 흐트러짐이 없이 걸었다. 그의 생애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나날이 조금씩, 그러나 쓰러져 그칠 때까지 시대의 불의와 문명의 야만성을 걷기 위해 멈추지 않고 나아가는 싸움의 연속이었다. 21세기를 위한 사상가, “헌법 9조(평화헌법)의 선각자” 다나카 쇼조 다나카 쇼조는 동료 의원들이 “지방의 자잘한 일”이라며 내팽개친 아시오 광독을 자신의 문제로 끌어안았다. 의회에서 그 매듭을 풀기 위해 온 힘을 다했고, 그것이 여의치 않자 6선 국회의원 자리를 던지고는 목숨을 걸고 메이지 덴노에게 직소했다. 그리고 광독 피해 지역이 수몰 위기에 처하자 마을로 들어가 남은 마을 사람들에게 배우고 함께 싸우며 서슴없이 끝까지 나아갔다. 사사로움을 버리고 공공의 가치를 지키고자 애쓰는 삶. 가장 약한 것들로 가장 강한 것과 맞서는 삶. 어중간한 사람의 법이 아니라 온전한 자연의 이치를 따라 걷는 삶. 나날이 의로움을 더해 가는 삶. 그리하여 하루하루 더 완전해지는 삶. 그래서 다나카 쇼조는 아시오 광독 사건이라는 싸움터에서 끝내 패배했지만, 그의 싸움과 사상은 지금껏 살아남았다. 끝까지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던 그의 싸움은 일본의 근대적 시민운동과 환경운동의 출발점이 되었다. 쇼조가 그 전장에서 갈무리한 통찰은 근대 문명의 본질을 단숨에 꿰뚫었다. 그의 발걸음과 사유, 성찰은 사후 100년을 훌쩍 넘어 여전히 불의와 문명의 야만성과 싸우는 이들을, 우리 삶을, 우리가 꾸리고 살아가는 국가 공동체를, 위기의 동아시아를, 뒤도 옆도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앞으로 거침없이 뻗기에 급급한 근대 문명을 돌아보도록 이끈다. 분에 맞는 소국이라면 족하다 _ 새로운 일본을 위한 제언 이 책은 평생에 걸쳐 다나카 쇼조의 삶과 사상에 천착해 온 한 연구자가, 근대 문명이 낳은 대재앙이라 할 수 있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사고를 마주한 뒤, 크나큰 충격 속에서 서둘러 써 내려간 글이다. 다나카 쇼조가 돌아간 지 10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음에도, 왜, 어째서, 일본 사회는 그간 쇼조가 남긴 교훈을 새기지 못했는가. 깊은 분노와 참담함이 밴 고마쓰 히로시의 문장은 쇼조의 글을 거울삼아 동시대 우리 문명의 어그러진 단면을 서늘하게 베어 낸다. 우리는 이제 대국을 우러르며, 대국을 좇는 일을 단호히 포기하자. 분에 맞는 소국이라면 족하다. 올림픽 메달 수를 다투지 않아도 좋다. 세계 정치의 주도권을 거머쥐지 않아도 된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따위를 노리지 않아도 상관없다. 경제 대국이라고 찬사를 받지 않아도 괜찮다. 그저 다른 나라를 방해하지 않고, 다른 나라에 폐를 끼치지 않는, 그런 깊고 그윽한 몸가짐의 나라가 되었으면 한다. 132쪽~133쪽, 고마쓰 히로시 다나카 쇼조는 풀뿌리 민중의 삶을, 자치의 뿌리인 마을을, 가없이 베풀어 주시는 자연의 은혜로움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곧 국익이고 문명이다, 우리는 국가가 아니라 자연과 하나된 삶을 살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가 꿈꾼 것은 부국강병이 아니라, 대국 일본이 아니라, 민중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연의 은혜로움 아래에서 사람다움을 온전히 지켜 가는 삶이었다. 저자 고마쓰 히로시는 다나카 쇼조의 말과 삶을 찬찬히 더듬으며, 바른 정치와 삶, 문명의 길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그려 보인다. 다나카 쇼조의 문장과 고마쓰 히로시의 글이 교차할 때, 일본이라는 나라가 일구어 온 근대국가의 어제와 오늘이, 산과 강, 마을과 사람쯤이야 대수로이 여기지 않은 채 오로지 ‘성장’이라는 한길로만 부지런히 달려온 근대 문명의 민낯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후쿠시마는 어쩌면 그 당연한 결과로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내었을 뿐이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 사회에서 다나카 쇼조를 새롭게 재조명하는 움직임이 이어진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일본 시민운동의 아버지, 다나카 쇼조와 함께 “그때 역사가 움직였다” NHK for School은 2014년 총 41화로 일본 역사를 정리하면서 39화 [히라쓰카 라이초·다나카 쇼조, 시민 운동이 무르익다]에서 다나카 쇼조를 비중 있게 다룬다. 일본 최초의 공해 문제, 아시오 구리 광산 광독 사건과 그 해결을 위해 힘쓴 다나카 쇼조의 저항은 일본의 역사를 분명하게 가르는 중요한 변곡점 가운데 하나다. NHK가 2002년 다나카 쇼조와 아시오 광독 사건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방영하면서 다나카 쇼조가 아시오 광독 피해 주민들의 고통을 마주한 “그때 역사가 움직였다.”고 평가했듯이, 일본의 시민 불복종 운동과 환경 운동은 그로부터 시작되었다. 아시오 구리 광산은 1880년대부터 일본 최고를 넘어 아시아 최고 생산량을 기록하며, 근대 일본의 산업과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 제련 과정에서 엄청난 유독물질 연기가 쏟아졌고, 가까운 마을들이 곧 쑥대밭이 되기 시작했다. 피해는 이에 그치지 않았다. 아시오 구리 광산에서 유출된 광독은 와타라세 강으로 흘러들었다. 그리고 물난리가 날 때마다 광독을 머금은 물은 강과 잇닿은 논밭으로 흘러넘쳐 땅을 오염시켰다. 피해 지역은 도치기·군마·사이타마·이바라키 네 개 현, 1억 평에 이르렀다. 광독은 강에 사는 물고기와 조개를, 강가에 무성히 자라난 조릿대와 갈대를, 강과 이웃한 기름진 땅에서 나는 풍성한 곡식과 채소들을, 굶주린 어미 뱃속에서 자라던 아기와 젖먹이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와타라세 강이 베푸는 은혜로움에 기대어 살아가던 수많은 이들의 삶은 빠르게 무너져 내렸다. 마을 자치도 그와 같이 부서져 갔다. 일부 광독 피해 지역을 지역구로 두고 있던 중의원의 국회의원 다나카 쇼조는 이들의 어려움과 마주했다. 하지만 수많은 피해 주민들과 쇼조의 노력에도 정부 관료들은 무거운 허리를 들지 않았다. 대국의 꿈을 향해 부국강병으로 바삐 치닫던 일본 정부는, 이들의 고통과 눈물을 되도록 조용히 역사에서 지우고자 했다. 의회에서 아시오 광독 사건 해결을 위해 동분서주하던 6선 의원 다나카 쇼조는 결국 스스로 국회의원직을 내던진다. 그리고 아시오 광독 사건을 해결해 달라는 상소문을 메이지 덴노에게 직접 건네고자 했다. 비록 실패로 끝나고 말았지만 이는 일본 근현대사에서 유일무이한 ‘직소 사건’으로 남았다. 목숨을 건 쇼조의 직소는 그날 도쿄 일대에 호외가 발행될 정도로 엄청난 사건이었다. 일본 전역이 아시오 광독 피해에 대한 분노와 동정으로 들끓었다. 피해 주민들과 쇼조의 외침을 성가셔 하던 정부는, 목숨을 건 쇼조의 직소 사건으로 여론이 달아오르자, 더는 뭉갤 수만은 없게 되었다. 하지만 마침내 정부가 내어놓은 해결책이란 어이없는 것이었다. 자꾸만 물난리가 나는 통에 와타라세 강과 그 주변 산과 들에 기대어 사는 주민들이 광독 피해를 입으니, 하류 일대를 유수지로 만들어 광독 물난리를 막아 보겠다는 계획이었다. 다나카 쇼조는 ‘신이 만들어 내려 주신 더없이 넓고 큰 권리’인 마을과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마을 자치를 파괴하는 것은 곧 나라를 망치는 일과 같다며 강하게 맞섰다. 산을 황폐하게 만들고, 강을 더럽히고, 마을을 부수고, 사람을 죽이는 것은 문명이 아니라고 일갈했다. 그러나 정부 역시 완강했다. 결국 예순넷의 다나카 쇼조는 노구를 이끌고 수몰 예정지 가운데 하나인 야나카 마을로 들어간다. 그리고 마을을 지키고자 남은 열아홉 가구 주민들과 함께 죽을 때까지 그곳에서 싸웠다.(야나카 마을은 메이지 중반까지 2700여 명이 살던 곳으로, 유수지 건설 계획이 발표된 뒤 땅을 팔고 떠난 주민들은 대부분 먼 홋카이도로 이주했다.) 다나카 쇼조와 야나카에 남은 주민들은 마을이 물에 잠기는 것을, “법률로 사람이 본래 안전하게 생활하고 있던 터전을 빼앗아, 주린 배를 쥐고 떠돌게” 만든 국가의 폭력을, 끝내 막지 못했다. 그러나 이들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맞선 덕분에, 피해자들이, 그 피해자들을 기억하는 이들이 모두 죽기를 기다리던 일본 정부의 바람과 달리 아시오 광독 사건은 역사에서 끝까지 지워지지 않고 남았다. 의로운 패배는 힘이 있다. 역사는 거기, 그 시공간에서 멈춰 서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후 100년이라는 시간을 훌쩍 넘어 커다란 울림으로 돌아온 다나카 쇼조의 삶과 사상은 참다운 문명, 사람다움, 생명과 같은 보편 가치를 지키기 위해 헌신한 의로운 분투가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분명하게 보여 준다. “시대적 격류 속에서 그의 저항은 패배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으나, 그 패배의 기록은 오히려 백년도 더 지난 오늘날, 과연 참된 문명이란 무엇인지를 숙고하지 않으면 안 될 우리들에게 무엇보다도 값진 정신적 유산이 되고 있다.” - [녹색평론] 발행인 김종철 아시오 광독이라는 출발점에서 일본이라는 국가의 위기를 생각한다 아시오 구리 광산에서 뿜어져 나온 광독은 수많은 민중의 생존을 위협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시작부터 끝까지 광산 운영자의 편에 섰다. 피해 주민들이 내는 세금 총액이 아시오 광산이 내던 세금보다 더 많았음에도 그러했다. 아시오 광산에서 캐내는 구리는 대외 무역과, 무기 생산에 큰 보탬이 되는 자원이었기 때문이다. 근대적 경제 성장이란 대개 이러한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국가는 성장을 이끄는 거대 기업의 이해를 감싸고 돌며 민중의 삶을 모른 척 짓밟았다. 수많은 이들의 피해와 고통, 절규와 눈물은 “돈다발로 뺨을 후려치”며 덮었다. ‘커 나가는 일본’을 위해 필요하다면 누군가는 희생되어도 하는 수 없다, 하는 자세로 가차 없이 목숨붙이에 서열을 매겨 줄을 세워 온 역사였다. 그러고 보면 아베 정부는 느닷없이 나타난 ‘이상한’ 정부가 아니다. 근대국가 일본은 시작부터 꼬였다. 아시오 광독을 덮은 자들이 2차 대전의 책임과 전쟁 범죄를, 미나마타를, 후쿠시마의 실상을 덮었다. 근대국가 일본이 걸어온 역사 속 굵직한 어그러짐은 예외 없이 모두 연결되어 있다. 그 출발점에 바로 아시오 광독 사건이 있다. 길가에 구르는 작은 돌멩이들에게서도 눈길을 거두지 못한 사람, 다나카 쇼조에게 매혹된 지성들 다나카 쇼조는 가장 낮은 자리, 민중의 삶 그 한복판으로 들어가, 이들과 함께 싸우고 깨치면서, 근대 문명이라는 거대한 톱니바퀴에 잠재된 비인간성·반생태성·반문명성을 날카롭게 짚어낸 사상가였다. 그러한 문명관으로 동시대 일본 지식인들과 달리 동학농민운동의 가치를 알아보고 전봉준을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그는 “물질이 모자람을 애태우거나 마다하지 않”으며 “온몸으로 공공에 이바지하는 삶”을 살았다. 끝내, 우물도 담도 남기지 않은 무소유의 삶이었다. 다나카 쇼조는 일흔을 넘긴 나이로 와타라세 강 강줄기를 걸어서 훑으며, 저항운동에 필요한 돈을 모으려 벗들의 집을 차례로 돌아 야나카 마을로 돌아오던 길에, 낯모르는 이의 집 툇마루에서 쓰러졌다. 그가 마지막까지 메고 다니던 바랑에는 [신약성서], ‘일본제국헌법’과 ‘마태복음’을 한데 묶은 책, 일기장 세 권, [와타라세 강 조사 보고서] 초고, 휴지 몇 장과 강 김, 그리고 돌멩이 세 개가 들어 있었다. 다나카 쇼조다운 마무리였다. 탈핵 운동에 헌신해 온 과학자 고이데 히로아키 교수의 연구실에는 다나카 쇼조의 사진이 놓여 있다. 세계적 음악가이자 사회운동가인 류이치 사카모토는 2018년 한국에서 자신의 특별전을 열며 “참된 문명은 산을 황폐하게 하지 않고, 강을 더럽히지 않고, 마을을 부수지 않고, 사람을 죽이지 아니한다.”라고 하는 다나카 쇼조의 말을 벽면 하나에 새겼다. 이 말은 오래전 일본 유학길에 오른 방정환 선생이 아끼는 후배 정순철 선생과 마주 앉은 자리에서 들뜬 목소리로 들려준 문장이기도 했다. [녹색평론] 발행인 김종철에서 한국 기독교계의 양심 박경미, 그리고 동학 연구의 권위자 박맹수에 이르는 걸출한 지성들의 다나카 쇼조론論에서 보듯, 다나카 쇼조의 삶과 사상은 100년이라는 시간을 훌쩍 넘어 곳곳에서 수많은 동아시아의 양심과 마주 울리고 있다. 출판사 리뷰 1904년 7월말, 쇼조는 야나카 마을이 수몰되는 것을 막기 위해 홓로 마을로 들어갔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과 함께 토지 매입을 반대하는 운동을 벌이며 야나카 마을의 자치를 지키기 위해 싸웠다. p16 "정직한 이에게 신이 깃든다. 철저히 정직한 이에게는 철두철미한 신이 깃들고 어물어물 정직한 이에게는 신도 어물어물 깃듭니다." 이처럼 쇼조는 에도시대 이후의 통속 도덕 속에 서 있으면서도, 정직이라는 것은 시대를 막론하고 보편적인 가치가 있음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p46 만일 그런 광경을 그저 지켜보고 불쌍하다 여기고, 듣기만 하며 가엾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피상일 뿐이다.1908년 6월 15일 p53 그래서 자본주의를 없애겠다는 큰 목적 앞에서 아무리 사고한 일로 여겨질지라도, 기노시타와 헨미가 야나카 마을 주민들을 '신의 백성'으로 삼아 '진정한 사람의 천국'을 야나카에 만들고자한 종교적 메시아주의의 숭고함을 잘 알면서도, "눈앞에서 보고 있자니 측은한 마음을 참을 수 없다."며, 쇼조는 현재를 구하는 쪽으로 움직이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것이 쇼조의 '오늘은 오늘 주의'였다. 그리고 이러한 쇼조의 '오늘은 오늘 주의'가 한국의 기독교인 함석헌에게서도 공통점으로 발견된다는 것을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p61 조금이라도 사람 목숨에 해가 된다면 조금쯤은 괜찮다고 말하지 말라.p62 물을 맑게 하는 데도, 먼저 자연의 정화 작용을 최대한 살릴 필요가 있다. 가령, 바지락 한마리가 한 시간에 물 1리터를 정화한다고 한다. 강가의 갈대도 물을 맑게 한다. 바다라면 거머리말도 그렇다. 무슨 일이 있어도 자연의 정화 작용을 넘어서는 지경까지 물을 더럽히지는 말아야 한다. 그런데 이번에 정부와 도쿄전력은 방사성물질이 엄청나게 든 오염수를 바다에 흘려보내는 '폭거'를 감히 실행했다. 믿을 수 없는 일이다. 미나마타병을 일으킨 것과 똑같은 원리가 작용해서, 먹이사슬에 따라 해양 생물들에게 쌓인 다음, 끝내는 인간이나 큰 물고기가 해를 입지 않는다는 보증은 어디에도 없다. 벌써, 후쿠시마 현이나 미야기 현의 바다 밑바닥이나 바닥고기에서, 기준치를 크게 웃도는 방사성물질이 확인되고 있다. 수질 오염의 영향은 오랜 세월 동안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나타날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미래 세대의 '생명'을 위태롭게 해서는 안된다. p83-84 표결 결과, 국회의원 세비 증액안은 134대 125로 9표 차로 통과되었다. 하지만 쇼조는 반대 연설을 한 뜻을 지키려고 한 것일까, 의원 세비 전액을 스스로 되돌렸다. 이리하여 쇼조는 의원직을 사퇴하기까지 남은 임기 (1899년 4월부터 1901년 10월까지)중에 세비를 1엔도 받지 않았다. 다나카 쇼조가 '대단한 가난뱅이'라는 것은 온 국민에게 잘 알려진 사실이었다. 이것을 쇼조는 "때에 즈음한 덕의"라고 표현했댜. 지금이 어떤 대인지를 똑똑히 판별하고 시의적절한 덕의심을 발휘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이 걸어야 할 길이라는 것이다.p95 내려다 보시는 하늘을 우러르지 않으면 보통 사람은 타락하고 국민이 감시를 게을리하면 정치인은 도둑질을 한다. 1902년 8월 .p96 우리는 이제 대국을 우러르며, 대국을 좇는 일을 단호히 포기하자. 분에 맞는 소국이라면 족하다. 올림픽 메달 수를 다투지 않아도 좋다. 세계 정치의 주도권을 거머쥐지 않아도 된다.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따위를 노리지 않아도 상관없다, 경제 대국이라고 찬사를 받지 않아도 괜찮다. 그저 다른 나라를 방해하지 않고, 다른 나라에 폐를 끼치지 않는, 그런 깊고 그윽한 몸가짐의 나라가 되었으면 한다. p132 아아, 인민은 어리석어도 정직하고, 항상 앞뒤를 따지며 백년대계를 세운다. 그런데 이에 반하여 오늘날 관리들은, 특히 상급 관리들은 백년대계커녕 일 년 계획도 없이 그저 짧은 한때에 몰두하는 욕심보들뿐이다. 그날그날 자리의 안전을 꾀할 뿐이다. 그러므로 늘 임시변통이다. 인민은 인민의 경험을 믿고 한 걸음도 물러서지 말라. p134 쇼조는 예수의 가르침을 '버리는'일과 '용서를 구하는'일 두가지로 요약하고, 나날이 그 실천에 힘썼다. p143 내가 항상 말하는데, 전 세계 사람들은 물론이고, 날 짐승, 길짐승, 벌레, 물고기, 조개, 산, 강, 풀, 나무에 이르기까지 무릇 이 세상 동식물은 무엇하나 나를 가르치지 않는 것이 없어, 이 모두가 나의 좋은 스승이다.p157 '듣는다'와 '들려준다'의 차이. 이것은 그저 교육의 출발점일 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의 기본 원리다. 쇼조의 야나카학은 그러한 인간 사회의 진리를 발견하기에 이른 것이다. p161 쇼조는 올해 예순일곱이 될 때까지 무엇을 했는가, 그저 남의 것을 훔지치 않고, 남의 집에 불을 지르지 않고, 감히 사람을 죽이지 않고, 새를 죽이지 않고, 벌레를 죽이지 않으려는 마음가짐이 있을 뿐, 이루지 못할지언정 사람을 도우려고 하는 됨됨이가 있을 뿐입니다.p162 이 저수 공사가 쇼조가 외친 치수론의 특징 가운데 첫 번째라면, 두 번째는 '수계일관의 사상'이다. 산에서 바다까지, 강상류에서 하류까지 모두 서로 밀접하게 하나로 얽힌 것으로 보고, 물길을 돌보는 일 뿐만 아니라 산을 돌보는 일까지 중시하는 것이다.'치산치수'라고 바꾸어 말해도 좋다. 쇼조는 "숲을 마구 베어 없애는 것은 나라를 스스로 죽이는 행위이다."라고 할 정도로, 물줄기가 시작되는 곳을 돌보는 일을 중요하게 여겼다. p166 치수는 하늘이 다스리는 것이다. 우리가 능히 잘 다룰 수 있는 바가 아니다. 오로지 삼가며 다른 존재(남)을 해치지 않으려고 할 뿐이다. 흐르는 물길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할 뿐. 적어도 흐르는 물을 더럽히지 않으려고 할 뿐, 깨끗하게 흐를 수 있도록 할 뿐, 마을마다 나라마다 지역마다 서로 이 마음으로 물을 따르면, 물은 기꺼이 바다로 갈 뿐, 우리는 그저 산을 사랑하고, 강르 사랑할 뿐이다. 하물며 사람에 있어서랴, 이것이 치수의 크나큰 핵심이다. 1909년 9월 24일 p170 산이나 강의 수명은 만억 년에 이른다. 30년이나 50년 전은 산과 강의 한순간이다. 사람의 짧은 수명이나 모자란 지식으로 생각하니 30년이나 50년을 옛날처럼 느끼는 것이다. 산은 천지와 함께 나이를 먹어 왔다. 또한 귀중한 것이다. 신이 아닌 인간의 간섭 따위는 허락하지 않습니다.p183 일본을 보라. 천연을 계발한 것은 없고 되레 천연을 망치는 일에만 급급하다. 그 동안 간신히 물질의 힘을 빌려 조그만 이익을 얻은 자가 많다. 천연이 큰 것을 모른 채, 유한한 물질에 잠시 깃든 힘을 빌려 자질구레한 이익을 챙기기에 급급하다. 그 조그만 이익조차 사사로운 것, 자연이 공공에 베푸는 크나큰 이로움을 모른다. 이것이 지금 현재의 모습.p194 '공공하며 서로 돕고 아끼는 생활'을 통해 지역 자치와 '여럿이 어울려' '두루 행복한' 사회를 이루고자 한다. '자연과 공생'하고 '자연이 모두에게 베푸는 크나큰 이로움'을 최대한 살리는 생활을 실천해 나간다. 이것이야말로 다나카 쇼조의 공공철학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p224 금요일(14) 하승철 하동 군수와 인터뷰가 있었다. 군수에게 이책을 선물로 드렸다. 재미있을거라 말한다. 같은 길을 가던 가지 않던 같은 정치가로서 이름을 남긴 사람의 족적을 읽는 것은 의미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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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07-15
  • 구례 몸살림운동을 시작합니다
    구례 몸살림운동을 시작합니다 몸살림운동은 내 몸을 바로잡아 건강을 유지하고, 건강한 몸으로 이웃과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함께 하는 운동입니다. 사단법인 몸살림운동본부 만세협동조합(함양) 선생님들이 함께 합니다. - 언제 :집중운동(자세잡기, 교정) 8월 17일(목), 18일(금), 24일(목), 25일(금) 저녁7시 ~ 8시 30분 평시운동8월 31일부터 매주 목요일 저녁7시 ~ 8시 30분 - 어디서 : 그루터기 2층 (구례군 구례읍 봉동길 14) - 모집인원 : 10명 (선착순) - 회비 : 8월 10만원, 9월부터 3만원 * 물어보기 : 010-4686-6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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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07-13
  • 할머니, 그만 집으로 돌아가세요
    책표지를 보면 놀라움과 의구심이 든다. 과연 이런 차림으로? 이런 차림으로! 그녀는 11명의 자녀와 34명의 손자, 그리고 2명의 증손자가 있었다. 남편과는 35년 살고 이혼했다. 그녀의 남편은 이혼 할 때까지 그녀를 학대하고 구타했다. 우리 가족도 아팔레치안 트레일의 일부인 스모키 마운틴에 간 적이 있다. 차에 트레일을 끌고 트레일에서 며칠을 지내고 트레일을 걸었었다. 1955년 5월 2일 봄날 엠마는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트레일에 올랐다. 봄은 사람들의 마음을 부풀게 하는 바람이 부는 계절임에 틀림없다. 엠마는 조지아주 오글로트 산에서 출발해 13개 주를 통과했다. 9월 7켤레의 신발을 갈아신고 14키로가 빠진 몸으로 도착점 메인주 캐너린 산 정상에 올랐다. 엠마는 손수 만든 저 보따리에 최소한의 옷과 반창고정도의 비상약, 그리고 음식을 넣었다. 당시 아팔레치안 트레일을 완주한 사람은 많지 않았고 정비도 불량했고 쉼터도 별로 없었다. 가다 뱀에 물린 뻔도 하고 고슴도치와 잠도 자고, 큰 짐승과 곰과도 맞닥뜨렸지만 무사히 넘겼다. 어느날 무엇엔가 물려 응급실에 간 적도 있다. 끼고 있던 안경은 떨어지고 부서져 반창고로 간신히 붙여 사용했지만 나중에 안경마저 버렸다. 146일동안 폭우는 물론 그곳을 강타한 태풍도 만났다. 태풍에 계곡에 물이 불어나 목까지 잠길 정도로 위험했지만 다행히 두 청년과 양쪽으로 몸을 묶고 간신히 건너기도 했다. 중간에 먹을 것이 없어 야생 딸기로만 배를 채우고, 트레일에 잘 곳이 마땅치 않을 때는 낙엽을 깔고 맨바닥에서 잔 적도 있다. 음식이 떨어지고 잘 곳이 마땅치 않을 때 인근 마을로 내려가 도움을 청했다. 거렁뱅이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그녀에게 따뜻한 음식과 잠자리를 제공하고 트레일 시작하는 곳에 다시 데려다 준 사람도 많지만 냉정하게 대한 사람도 있다. 엠마는 초등학교만 나왔지만 가는 곳마다 일기를 썼고 나중에는 애들에게 편지도 보냈다. 종종 시도 썼고 그녀의 고향 갈리폴리스의 한신문에 기고도 했다. 집은 많은 것들로 이루어져 있지 책과 종이롸 작은 실타래들 머리를 다듬는 빗과 솔 반짇고리 바구니와 안락의자 시계와 음악, 성경책 부엌의 화덕과 먹을 거리들 작은 발들이 계단을 오르내리며 들고 나는 소리 마루 위에 널려 있는 자잘한 물건들 장난감 기차와 자동차, 그리고 예쁜 인형들 아이들의 옷과 잠자리 새끼 고양이는 밥을 어서 먹어야지 누군가 어두운 밤 우리를 괴롭히면 강아지는 멍멍거리며 우리를 지켜주지 엄마는 친절하고 다정해 참을성을 가지고 아이들을 대하지 그렇지만 가정의 중심은 역시 아빠 가족의 생활을 해결해주고 모두를 하나로 만들어주는 마음 어떤 시련이 있어도 밝은 가정이 있다면 언제나 친절함과 따뜻함도 함께 있으리 이 시를 읽으면 그렇게 맞으면서도 남편이 아빠라는 이유로 많이 참았던 것 같다. 다른 많은 여자들처럼. 내가 청소하고 단장한 나의 집 내 기운이 다할 때까지 비록 돈은 부족하더라도 모두 다 나 홀로 해내리 그녀의 강한 책임감과 가정에 대한 사랑이 읽힌다. 엠마가 어느날 사라졌지만 가족 중 아무도 그녀 걱정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엄마는 자기가 할 일을 잘 알아서 하는 사람이고 자식들에게도 늘 그렇게 말했다"고 자식들은 덤덤이 말한다. 그녀가 트레일을 걷고 있다는 것을 아무도 몰랐지만 차츰 차츰 사람들에게 알려지며 나중에는 그녀가 어디쯤 걷고 있다는 것이 신문에도 보도되었다. 마지막에는 아팔레치안 트레일을 완주한 최초의 여성으로 유명인이 되었다. 더구나 그녀의 옷차림이나 장비 나이등이 밝혀지며 점점 화재거리가 되었다. 사람들은 왜? 걷느냐는 질문에 자기는 자연을 사랑하고 트레일을 걸으면 아주 재밌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나는 언덕 너머에 뭐가 있는지 궁금했어요. 또 그 너며에는 뭐가 있는지도요." 엠마는 어떤 기자에게는 "어느 때보다도 완벽한 고독"을 찾았다고 말했다. 어디 구간이 제일 좋았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야 내려오는 길이지"라고 대답했다. 엠마는 이후 2번이나 더 아팔레치안 트레일을 완주했다. 펜실베니아 베이커트레일에서 80을 보냈고 여려곳에서 장기 야영도 여러번 했다. 일흔살이 된 엠마는 애디론덱 산맥의 여석 개 봉우리에 올랐다. 71살에는 오리건주 탄생 100주년에 맞춰 95일 동안 올드오리건 트레일을 걸었다. 그녀는 이후에도 계속 계속 걸었고 캐나다에서도 걸었고....걸어 지구 둘레 절반에 해당하는 2만 2500킬로를 걸었다. 어느 숲에서 만난 인디언은 그녀에게 "숲속에서 별의별 것을 다 보며 살았는데 그중에서 할머니가 가장 이상해요"라고 말했다. 그녀는 텃밭에서 일하고 다음날 몸이 안좋다고 아들 넬슨에게 전화했다. 평생 딱 한 번 병을 앓았던 엄마의 이런 말에 넬슨은 구급차를 불렀다. 다음날 아침 엠마는 노래를 흥얼거리다 85세로 세상과 하직했다. 그녀의 묘비명은 엠마 R. 게이트우드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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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07-10
  • 재밌는 책이다. 시작하면 단숨에 끝까지 읽게 하는 저력이 있다. 저자 레티샤 콜롱바니는 프랑스인으로 3권의 책을 썼는데 모두 어려운 여건에 있는 여성의 이야기다. 그녀는 특히 인도의 불가촉천민에게 관심이 있는 것 같다. 첫번째 책 '세갈래길'에도 불가촉천민이 나온다. 인도에 관련된 영화나 이야기는 가끔 보고 듣는데 그 삶이 극과 극이다. 'Lion'이란 영화에 나오는 인도의 자연은 정말 아름답다. 사람도 아름답다. 영화 'vanaja'에서 듣는 인도 음악은 우리나라 창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다. Born into Brothels(꿈꾸는 카메라)은 사창가에 사는 아이들 이야기인데 화면은 비현실적인데도 아름답고 내용은 너무 슬프다. 촬영 년도가 2006년이니 20년 동안 얼마나 바뀌기는 했을까? 이 영화의 음악을 엘런(당시 자원봉사로 일했던 곳의 대장)의 아들이 작곡했다. 다큐 '인도의 딸'(2015)을 보면 '여자'에 대한 그들의 인식이 어떤지 짐작한다. 인도의 23살 의대생 조티 싱(1989-2012)이 시험이 끝난 후 남자 친구와 저녁에 영화를 관람했다. 이후 버스에 탑승했으나 남자 친구는 구타당하고 여자는 6명에게 강간 당했다. 조티는 창자까지 꺼내진 채로 버스 밖으로 던져졌다. 성폭행범의 변호사는 이렇게 말한다. "밤에 남자 친구하고 외출한 게 잘못이다. 인도 문화를 무시한거다. 여자를 음식처럼 길바닥에 놔두면 안된다. 여자는 보석보다 소중하고 다이몬드보다 소중하다. 길에 내놓으면 개가 물어간다. 남자하고 여자가 친구가 되는건 불가능하다." 이런 일이 왜 일어났는가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그 남자와 여자에 교훈을 주려고- 밤에 돌아다니지 말라고 성폭행 당하는건 죽는 것보다 나쁜일이고 살아도 시체나 같다." 나 어렸을 적에는 아이들이 연을 많이 날렸다. 몇번 날려 본 것 같은데 쉽지 않았다. 바람이 잘 부는 벌판이나 언덕에 올라가야 한다. 이 영화에서는 바닷가다. '불가촉천민'이라 불리는 사람은 아직도 존재할까? 그들의 삶은 실제로 이 소설과 비슷할까? 아마도... 알고보면 어느나라나 아직도 불가촉천민의 삶을 사는 이들은 존재한다. 주인공 레나는 학교 선생이었고 가르치는 일에 열정적이었다. 배우지 않으면 우물안 개구리가 된다. 엄마 생각이 난다. 최고의 선생님이셨으며 내 생애 최고의 스승 나의 엄마! 나도 이런 글을 쓸 수 있다면 엄마에게 바치겠다.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나 혼자 잘먹고 잘 살 궁리보다 어떻게 함께 잘 살 수 있는지 배우고 보고 겪고 나서야 한다. 궁리를 안하니 그렇지 발벗고 나설 곳이 많을텐데... 변명은 100가지나 되고 행동 할 이유는 101가지나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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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07-10
  • 지리산사람들이 동아리(회원모임)를 지원합니다
    지리산사람들이 동아리(회원모임)를 지원합니다. 회원님들의 만남과 활동을 북돋우기 위한 지리산사람들의 특별한 결정!! - 지원내용 : 6개월간 매월 10만원씩 지원 요청사항 : 기획을 위해 모인 분들 외에 다른 회원님도 참여할 수 있도록 동아리 문을 활짝 열어주세요. 1. 3명 이상의 회원님이 모여 2. 어떤 분들과 무슨 활동을 할 것인지 의논한 후 3-1. QR코드를 인식해 작성해주세요. 3-2. QR코드를 통한 신청서 작성이 어려울 경우 사무실에 방문해 작성해주세요. 4. 보내주신 신청서는 운영위원회 공유 후, 아주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바로 지원됩니다. 사무실 주소 : 구례읍 봉서산정길 61-3 물어보기 : 010-2693-45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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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07-07
  • 자본이 사람을 멈추기 전에, 부디 제발
    저자 강수돌은 1961년 경남 마산에서 태어났다. 1985년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고 1994년 독일 브레멘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7년부터 2021년까지 고려대 융합경영학부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현재 고려대 명예교수. 경영학 분야는 물론, 경제, 정치, 사회, 노동, 심리, 교육, 생태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기울인다. 지행합일(知行合一)의 좌우명 아래 공부한 것을 ‘나부터’ 실천하고자 한다. 직접 텃밭을 가꾸고 생태 화장실을 사용하며 세 아이를 키웠다. 교수로 재직할 때 5년 동안 마을 이장으로 일하기도 했다. 자본과 권력에 굴종하지 말고 ‘나답게’ 살자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노동자와 농민, 흔히 말하는 보통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문제를 탐구해 왔다. 탈(脫) 자본, 탈 경쟁의 교육, 탈 성장의 생활, 소박한 필요의 철학을 강조한다. 무엇보다도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갈망한다. (알라딘) 전 법무부장관 조국 사태가 났을 때, 어떤 사람들은 분노하고 어떤 사람들은 그를 두둔했다. 그러나 그의 팬들 조차 아쉬워했던 점 한가지는 그의 말과 삶의 불일치 아니었을까 나는 생각한다. 그의 글은 좌파를 표방했지만, 그의 생활은 그가 말하는 것과 달랐다는 점이다. 말과 행동의 일치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누구나 말로는 무엇이 옳고, 어떻게 살아야 하고, 무엇이 중요한지 알고 있다. 하지만 자기가 말한대로 실천하며 사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지도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언행이 일치해야 하는데 그러기가 힘들다. 우리의 정치를 보면 언행 불일치의 대표적인 예를 누구에게서나 볼 수 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자신과 자기 가족을 위해 정치하는 사람이 더 많은 세상이다. 일상이 되어야 할 그 흔하게 말하던 도덕이나 윤리를 지키며 사는 이는 종교의 수도사 정도이다. 소위 성인이라 불린 사람들은 그 좋은 부귀영화를 쓰레기 버리듯 버린 사람들이다. 성인같은 사람을 가끔 보지만 그 스스로 그런 길을 택했다기보다 어쩔 수 없어 살다보니 그 비스름하게 된 경우가 많다. 그러나 강수돌교수는 조금 다르다. 그는 자기의 말을 그대로 실천하며 산다. 그는 미리 교수직을 퇴직하고 시골로 내려와 자기가 말했던 것을 실천하며 살려 애쓴다. 아이 셋이 있는 교수가 똥으로 퇴비를 만들며 "밥이 똥이고 똥이 밥이다"를 외친다. 더 많이 소유하고, 더 크게 생산하고, 더 빨리 소비하는 걸 잘 사는 것이라고 믿는 자본의 잠식에서 어서 벗어나야 한다고 간절히 외친다. "부디, 제발!" 멈추라고. 그가 쓴 이 책은 교과서같다. 교과서는 재미 없지만 지식이 넓혀지는 포만감이 있고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흥미가 진지하다. 한마디로 누구나 꼭 읽어야 하고 알아야 하는 책이다. 이 책은 교과서같이 제발 꼭 알아야 하는 최소한의 지식과 그리고 부디 제발 지켜야 할 상식이 들어있다. 부디 제발 누구나 한번씩 읽기를 권한다. 그는 자본주의 대안으로 '생태자본주의'를 말한다. 생태민주주의를 위한 탈자본 교육의 방향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노동력 교육이 아닌 인격체 교육 고교평등화, 대학 평등화, 직업 평등화 생태적, 사회적 위기에 대한 대응 자본주의의 본질과 구조 이해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대전환 그는 하동 금남면에 살며 '자본주의'에 대하여, 그리고 '녹색평론 함께 읽기' 모임을 하동 주민과 함께 한다. 알아야 하기에 함께 공부하며, 알고 난 후에는 실천하는 삶을 스스로 보여주고 있다. '몰라서' 않했다, 못했다는 변명은 달리는 기차를 멈출 수 없다. 달리는 기차의 브레이크를 밟기 위해 우리 모두는 왜 멈춰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 부디, 제발 고속으로 질주하는 자본주의 기차의 브레이크를 우리 모두 함께 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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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07-07
  • 나는 미니멀유목민입니다
    물건이 아니라 경험에 돈을 쓰며 삶이 자유로워졌다!
    • 이야기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07-03
  • 가부장제의 경로를 이탈하였습니다
    제목만 봐도 뭘 말하고 싶은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제목이 신선하다. 말하자면 Z세대 스타일이다. 나같은 할매도 Z세대를 알고 싶은 것이다. 이 책은 2부로 되어있는데 1부는 이혼한 이유이고 2부는 이혼후의 삶이다. 이혼 후 그녀는 요즘 대세 직업인 유부버가 되었다. 있는 자리에서 있는 자기의 모습을 보여주며 가장 적은 투자로 돈버는 일이다. 물론 어떤 주제를 고르느냐에 따라 많은 투자가 필요하기도 하지만 다수가 방구석, 집구석에서 자기를 파며(dig) 파는(sell) 직업이라고 나는 이해한다. 나도 한때 유투버가 아니라 유투브에 관심을 가졌었다. '한남자가 혼자 집을 진다길래 혹시라도 누군가 참고가 될까해서 동영상을 찍었었다. 혼자 집 짓는 사람은 많지만 '목조경량주택'이라는 원서 매뉴얼대로 짓는 사람은 드물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원래 우리세대, 즉 나는 PC 1세대다. 이메일과, 플로피 디스크 부터 시작해 빠르게도 변한 그 추이를 숨가쁘게 따라 왔다. 머리와 손은 굳어지고 전자의 발전은 미친듯이 가속화되어 이제 따라가기 포기 상태에 이르렀다. 그 모든 것을 어디서도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았기에 혼자서 이렇게 저렇게 알아온 '고학' 세대다. 이제 고학으론 따라잡기 힘들다. 그렇다고 어디서 딱 내가 필요한 고것을 가르쳐 주는데도 없다. 그래도 '지리산 자봉거 건축학개론 혼자집짓기'라는 타이틀로 엎로드에 성공했다. 그것도 몇년 전이다. 공사중단으로 유투브도 중단이다. 이제 일년이면 시력이 어마무시 저하되고 책상에 앉아있는 시간이 고통스럽다. 동영상 편집은 불가한 나이다. 지팡이가 되어 줄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앗! 이야기가 옆으로 샜다. 암튼 그녀는 왜? 결혼 1년 만에 이혼했을까? 연애도 했다는데... 1부의 제목이 "며느라기 때려치우고 엄빠집으로 돌아왔다" 인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제목은 모든 것을 말한다!) 결혼해 아내가 된 것이 아니라 며느리가 된 것이다. 요즘 풍토와 다르게 시댁과 같이,아니면 최대한 시집밀착형으로 살았던 것 같다. 그러면서 아내보다는 부모의 말씀에 순종하는 남편과 아직도 가부장제의 경로를 고집하는 시부모를 견디지 못한 것 같다. 잘했다! 난 모든 이혼에 찬성한다. 결혼도 이혼도 모두 행복하고 싶어 하는 것이지 않은가. 본인은 그 누구보다도 많이 생각하고 결정했을 것이다. 엄빠 집으로 돌아온 그녀가 찾은 일은 '아넵'이란 아디로 이혼vlog유투버가 되었다. 요즘 젊은이들은 노트북 하나만 있으면 뭐든 한다. 요즘 '해방'이 유행이다.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가 그 몫을 단단히 했다고 생각한다. 정지아 소설가의 '아버지의 해방일지',아넵의 '결혼 해방일지'... 언제나 나는, 사람은 그 무엇에선가 '해방'되어야 하고 해방된 '자유인'이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단 이야기다. 그래서 '해방'이야기는 모두 성공한다. 주위에서 해방된 자유인을 많이 본다. 60넘은 나의 지인 한 아즈매는 어느날 차에 자기 물건 몇개만 싣고 집을 나와 해방인이 되었다. 그녀는 자기 소원을 이뤘고 지금 너무 좋다고 말한다. 모든 해방인에게 박수를 보낸다. 짝짝짝!!! 나의 해방일은 지구를 떠나는 날이나 되겠지? 2023년, 개인 우주여행을 예약하는 시대에 아직도 해방을 얘기해야 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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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07-03
  • 살아있다는 건
    살아있다는 건: 내게 살아있음이 무엇인지 가르쳐준 야생에 대하여 저자 김산하는 동물자원과학과를 졸업하고 인도네시아 구능할라문 국립공원에서 자바긴팔원숭이를 연구한 우리나라 최초의 야생 영장류학자다. 그는 망원경을 통해 동물을 관찰하고 그 눈으로 생태계와 자연, 그리고 그 속에 살아가는 인간을 바라본다. 모든 책의 목록을 보면 대충 무엇을 썼는지 짐작할 수 있지만, 이 책은 특히 목록이 중요하다. 이 책을 읽고 목록을 다시 보면 그 제목만 보고도 내용의 중요성을 짐작할 수 있도록 아주 세세하다. 나는 이름만 보고 이 책의 저자가 남자라 생각했는데 책을 읽으며 섬세하고 생활 밀착형 이야기에 여잔가? 하는 의문이 들고 그 유명한 영장류학자 ‘제인구달’이 떠올라 다시 한번 그의 성을 확인하였는데 남자였다. 제목 ‘살아있다는 건’같이 평범하게 시작하고 클라이맥스가 있는 소설이 아닌 에세이라 책을 덮어 버릴 뻔 하였다. 하지만 끝까지 읽으며 잘했다는 생각이 들고 나를 둘러싼 자연이 나에게 살아갈 힘을 주듯, 그 자연을 자세히 들여다 볼 때 그 속에서 나와 함께 살아가는 모든 것이 나의 스승이며 친구인 것을 다시금 되새기는 것이 참으로 즐거운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어떻게 그렇게 즐거울 수 있는지 목록을 다시 보는 것만으로도 잘 요약이 되어 있다. (단 읽어본 사람만) 도서관 매대 새로 들어온 책 칸에서 별 마땅하게 읽고 싶은 책이 눈에 띄지 않아 그저 시부지기 고르고 별 기대 없이 읽은 책이 마음을 즐겁게 해주었다. “살아있다는 건” 그렇게 사소하고 시시하고, 또 즐겁고 때론 괴롭다. 살아있기에. 목록 책을 내며 코로나19새대에 살아있음에 대하여 들어가며 살아있다는 건 1장 변하는 계절의 일부가 되기 (상모솔새의 날갯짓) 계절과 관계없이 늘 씩씩하기 (봄과 겨울눈) 봄의 꿈틀거림에 동참하기 (잠) 추울 땐 그저 평화롭게 잠들고 싶을 뿐 (지금, 여기) 비본질주의와 작별하기 -생태계의 일원이 된다는 것의 의미 2장 존재의 고유한 부분집합 찾기 (꽃가루의 가능성) 작은 기회도 묵묵히 살리기 (나무의 춤) 때가 되면 훌훌 털어버리기 (기다림의 미학) 난관이 스르륵 지나가게 하기 (애착의 발생) 존재의 빈자리를 남겨 두기 (애벌레의 속도) 각자의 보폭으로 걷기 -고유하고 다양한 삶들의 공존 3장 사랑을 몸속에 작동시키기 (잠자리의 짝짓기) 실패할지라도 발걸음을 내닫기 (다람쥐의 겨울잠) 마음이 들떠 너무 일찍 깨듯이 (부름과 화답) 두려워 않고 반응을 기대하고 기다리기 (힘과 땀) 심장에 목소리를 낼 기회를 주기 -사랑은 상태가 아니라 행동이다_ 전시 <여우기>로부터 4장 살아있음으로 채우기 (분더러스트) 괜히 이곳저곳 누비기 (마음의 범위) 열탕과 냉탕을 무한 반복하기 (휴식과 자유) 내가 하고 싶은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일 (놀이와 재미) 때와 장소와 재료를 가리지 않는 놀이 정신 -야생동물과 인간에 관한 미학적 시선 5장 오래 바라보고 함께 존재하기 (계산없는 환대) 일상적인 만남도 뛸 듯이 반갑게 (감응 능력) 생명에게 그냥 마음을 열 수 있다면 (우연한 만남) 별 볼 일 없는 사이라도 마주치면 응시하기 (불청객과의 소풍) 자연을 대하는 이분법 탈피하기 -동물축제 반대축제 나오며 언젠가 죽는다는 건 씩씩함. 참 좋은 단어인데도 잘 사용하지 않는다. 원인인지 결과인지 어른들은 대부분 씩씩하지 못하다. 그들은 창 밖을 잘 바라보지 않는다. 본다 한들 봐야 할 것을 잘 보지 못한다. ‘씩씩하다’는 말 앞에는 ‘주어진 조건과 상관없이’라는 수식어가 생략되어 있다. 상황이 유리할 때만 씩씩하다면 씩씩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비바람이 불건, 눈보라가 몰아치건, 뙤약볕이 내리쬐건 늘 해오던 대로 서슴없이 사는 것. 아마 이것이 씩씩하게 산다는 것의 의미일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계통과 생태가 다른 이 세상 모든 생물이 공유하는 단 하나의 기본 생활 자세다. 자연은 씩씩한 삶 외에는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p.33, 상모솔새의 날갯짓, 계절과 상관없이 늘 씩씩하기) 지금으로부터 약 5억 4,000만 년 전, 생물의 어마어마한 다양성이 시작되었다. 이전까지는 존재하지 않던, 셀 수 없이 많은 생물의 화석 기록이 이때부터 등장한다. 다양한 생명의 삼라만상이 전개되었던 이 시기를 사람들은 캄브리아 대폭발이라 명명했다. 생물을 구분할 때 쓰는 분류학적 단위로 ‘계kingdom’가 있다. 크게 동물계 또는 식물계 등으로 나눈다. 계 바로 아래 단위는 ‘문phylum’이다. 예컨대 사람은 척수동물문에 해당한다. 캄브리아 대폭발 당시에 오늘날 존재하는 주요 동물문의 대부분이 새롭게 등장했다. 즉, 각종 동물의 기본적인 삶의 양태가 바로 이때 생겨난 것이다. ‘다양성’이 자연계라는 무대에 본격적으로 나섰던 시기라고 할 수 있다.(p.71, ‘존재의 고유한 부분집합 찾기’ ) 느린 승무 같은 나뭇가지의 궤적을 눈으로 따라가다 보면 한 무더기로만 여겼던 잎 하나하나가 비로소 보이기 시작한다. 밝고 싱싱한 잎, 어둡고 주름진 잎. 유난히 맥을 못 추고 흔들리던 이파리 하나가 툭 하고 떨어진다. 한 철 동안 제 기능을 다 하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나무를 떠나는 것이리라. 톡 끊어 떨구는 저 작업은 이미 오래 전부터 시작된 과정의 결실이다. 광합성과 공기 순환의 성능이 조금씩 저하되면서, 그리고 햇빛의 길이가 점점 짧아지면서 서서히 올해 농사를 접는 순서를 밟은 것이다. (p.86, ‘나무의 춤, 때가 되면 훌훌 털어버리기’ ) 소비는 무언가를 비교하고 고르는 사고를 습관화한다. 우리는 뭔가를 단순하게 보는 방법을 상실하고 말았다. 살만한지 아닌지, 가성비는 높은지 낮은지를 떠나서 사물을 대하는 법을 이제 알지 못한다. 무언가 고르는 일은 사실 상당히 특수한 행위다. 자연에서라면 먹이를 찾아야 할 때만 가동되는 상태일 것이다. 그것도 이미 익숙한 범위 내에서 다분히 반복되는 선택을 하는 것일 뿐, 엄청난 양의 상품군을 훑어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뭘 골라야 한다는 강박 없이 주변을 인지하며 사는 게 자연계의 일상일 것이다. 우리는 주변을 백화점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세계로 보며 진화한 동물이다. (p.195, ‘휴식과 자유 - 내가 하고 싶은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일’ ) 그들에겐 '보장된 내일'이라는 개념이 없기에 매일을 마지막 날처럼 살 수 있는 것일까? 나가는 순간 그 길로 다시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언제나 열려있기 때문일까? 사실이다. 하루하루가 마지막이고, 모든 길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길이다. 그것은 그들에게나 우리에게나 마찬가지다. 단지 얼마나 삶에 집중하느냐의 차이다. 챙기고 신경 써야 할 게 너무 많은 우리에겐 좀 버거운 얘기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차피 삶은 갑자기 왔다가 갑자기 간다. 그래서 일상적인 만남도 실은 뛸 듯이 반가울 만한 것이다. 그 반가운 마음은 우리가 살아있다는 생생한 증거다. (p.226, ‘계산 없는 환대 - 일상적인 만남도 뛸 듯이 반갑게’ ) 나는 인도네시아 밀림의 높은 나무 위에서 긴팔원숭이와 랑구르원숭이가 서로를 쳐다보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그들은 마치 “네가 여기 웬일이냐”하는 식의 눈빛을 보내는 것 같았다. 어쩌면 긴팔원숭이가 있던 나무에 잘 익은 과일이 많아, 랑구르원숭이가 그들이 떠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나무 기둥에서 다람쥐와 딱따구리가 마주치는 사례도 있다. 둘 다 나무를 자유롭게 타는 전문가들이라 서로의 존재를 잠시나마 인지하는 그 순간이 흥미로웠다. 운이 좋으면 사람과 마주하기도 한다. 아마존 열대우림을 밤중에 탐험하다 만난 바위만 한 두꺼비, 덴마크의 눈 내리는 정원에서 마주친 붉은여우. 내가 영원히 기억 속에 간직할 장면들이다.(p.242. ‘우연한 만남 - 별 볼 일 없는 사이라도 마주치며 응시하기’ ) 그런데 21세기인 현재 동물의 이름으로 벌어지는 웃지 못할 축제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웃지 못할 이유는 명확하다. 대부분의 동물축제는 동물에게 축제의 시간은커녕 지옥 같은 시간만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 대표적인 사례가 생태 도시, 고래 특구를 표방한 울산 고래축제다. 살아있는 고래를 구경한 후 고래 고기를 먹는 고래축제는 세계에서 이곳이 유일하다. 상업 포경이 금지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축제장과 고래연구센터 앞 수십 개 식당은 안정적으로 고래 고기를 공급받고 있다. 혼획으로 매년 정식 유통되는 고래가 80마리인 것으로 보고되는데, 그렇다면 나머지는 불법 유통이 아닐 수 없다. (p.254, ‘동물축제 반대축제’ ) 언제 살았는지 죽었는지 누구도 알지 못하고 기억하지 않는 무수한 생명들. 혼자 고독하게 병치레를 하다 죽음이 가까운 걸 직감하고 어두운 굴속에 제 발로 걸어가 마지막 순간을 조용히 맞이한 많은 동물. 평생 한자리에 박혀 모진 계절의 변화와 사람의 손길을 맞다가 조금씩 시들시들해진 많은 식물. 그리고 이들보다도 더 무명으로 살다 간 곰팡이와 조류와 미생물 들. 눈물 흘리는 이 하나 없이 멋지게 살다 돌아간 생명의 장구한 행렬에 귀를 기울여본다. 나의 때는 언제인지. 그때가 오기 전까지 살아있음에 집중하련다. 생명을 살리고, 음미하고, 칭송하고, 보호하는 일에. 살아있다는 것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시간도 너무나 짧으니까. (p.263, ‘나오며 - 언젠가 죽는다는 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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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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