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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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두산과 지리산의 흙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이곳
    [백두대간 마루금인 도로 : 사진 이완우] 남원시의 운봉읍과 주천면이 만나는 지역은 백두대간이 형성한 개성적인 지형이다. 운봉읍과 주천면이 맞닿아 있는 2km는 거의 평지 도로인데, 이 평지 도로가 지리산 자락 운봉고원의 외륜(外輪)으로 엄연한 백두대간 산맥의 마루금이다. 이 도로에서 정령치 방향을 바라보고 설 때, 이 도로의 왼쪽은 낙동강 수계이고 오른쪽은 섬진강 수계로서 이 지역은 곡중분수계(谷中分水界)를 이룬다. 백두대간 봉우리인 이곳의 수정봉 아래에 노치마을이 있는데, 이 마을을 백두대간 마루금이 관통하고 있다. 이 마을 앞의 운봉고원 곡중분수계 지역을 일제 강점기에 조선총독부는 풍수적 관점에서 백두대간의 목 부분에 해당한다고 인식한 듯하다. 일제는 무게가 100kg 정도 되는 목돌을 6개 만들어 노치마을 앞의 평지에 깊숙이 묻었다. 일제가 이렇게하여 한반도의 백두대간에 흐르는 기맥을 누르려 했다는 이야기가 이 마을에 전해온다. 이곳 노치마을 회관 옆에는 이때 묻었던 목돌 중 5개를 파내어 보관하고 있다. 곡중분수계이며 백두대간 마루금인 2km 도로 구간의 중간 지점 가까이 낙동강 수계인 곳에 남원 백두대간 생태교육장이 있다. 이곳은 백두대간의 생태와 자연을 다양하게 체험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공간이다. 이곳 전시관은 한반도 지도 형상을 본떠서 지붕을 만들었다. [백두대간 노치마을 : 사진 이완우] 백두대간은 한반도에서 생명의 나무처럼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 어느 마을의 산줄기라도 백두대간의 13정맥에서 다시 뻗어 나온 작은 가지로 볼 수 있다. 백두대간으로 이해하는 한반도는 하나의 유기체로서 우리에게 다가온다. 한반도의 등줄기인 백두대간은 자연환경과 동식물이 어우러진 생태계의 보고이다. 백두대간은 동물들의 이동통로이자 서식처이며, 여러 강의 발원지로 생명이 시작되고 이어지는 중심지이다. [백두대간 생태교육장 : 사진 이완우] 구절초가 찬 이슬을 머금은 한로(10월 8일) 절기에 백두대간 생태교육장을 방문하였다. 전시관에 입장하면, 백두대간에 우뚝 솟은 산봉우리에서 담아온 흙을 넣은 130개의 진공관으로 한반도의 조형물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위쪽의 40개 진공관은 비어 있는데, 북한 지역의 산봉우리들이다. 남한 지역 산맥의 사이에는 그 지역의 강물을 담은 진공관이 있다. 이 130개 진공관의 한반도 조형물은 한반도의 산봉우리 모든 흙과 강의 물이 한군데에 모이기를 염원하고 있다. 이 한반도 조형물에서 북한 지역은 백두산의 흙만 진공관에 소중하게 담겨 있다. 2018년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당시 남북의 두 정상이 함께 한 기념식수 행사에 사용된 백두산 흙이라고 한다. 남원 백두대간 생태교육장은 백두대간의 시작과 끝, 백두산과 지리산의 흙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전국 최초의 곳이다. [ 한반도의 산흙과 강물 진공관 지도 조형물 : 사진 이완우] 숲은 이산화탄소의 흡수와 산소의 배출로 지구의 허파 역할을 한다. 세상의 균형을 유지하는 숲이 사라지고 있어 기후위기가 심화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숲과 공존하는 어울림은 절실하다. 우리가 행성 지구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 자연은 더 잘 알고 있다. 우리가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면 그 자연이 전하고 있는 신호와 메시지를 인식할 수 있다. 이곳 생태교육장 전시관에는 지리산 생태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동식물을 모형으로 실감 나게 연출하였다. 용모도 귀엽고 털도 아름다운 족제빗과의 담비는 자기보다 몸집이 큰 동물을 사냥할 정도로 용맹한데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이다. 지리산 왕등재 습지는 참갈겨니, 돌고기와 쉬리가 물속을 헤엄치고 수달과 여우가 어슬렁거리며 생명력 넘치는 자연 생태계이다. 둥치 큰 은사시나무 아래 백두산 호랑이가 포효하려는 기상이다. 참매가 낮의 숲을 지배한다면 올빼미는 밤의 숲을 지배한다. 은사시나무 가지에는 올빼미과 여름 철새인 소쩍새가 앉아 있는데 개성 있는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 숲의 나무 모형 : 사진 이완우] 이곳 전시관은 백두대간의 생태 자연을 소개하면서 자연스럽게 백두대간의 환경 훼손과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대한 경보로 주제를 확대한다. 백두대간은 과도한 개발과 관광이나 등산으로 멍들고 식생이 훼손되어 동식물들이 생명의 터전을 잃어가고 있다. 대규모로 지형이 변형되면서 백두대간의 단절까지 초래하기도 하며, 등산로 따라 주변 식물이 말라 죽고 등산로의 노면 침식과 토사 유출이 발생하여 동식물의 서식지가 파괴되어 종 다양성이 감소하고 있다. 일상화된 전 세계적인 폭염과 산불, 최악의 가뭄, 대규모 홍수는 기후위기를 드러내는 현상들이다. 이제는 우리가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해야 할 때이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효과적인 해결책은 숲 복원이다. 숲은 인간의 활동으로 배출되는 탄소의 3분의 2를 포획할 수 있다. 기후위기와 숲을 중심으로 하는 생태계의 파괴는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계속 되풀이하고 있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기온이 상승하면서 숲의 나무가 폭염과 가뭄의 공격에 시달리며 내성을 잃어가고 있다. 멸종 위기에 직면한 수많은 동식물을 살려내는 것이 결국 우리 자신을 구하는 일이다. [지리산 왕등재 습지의 물고기 모형 : 사진 이완우] 이곳 전시관에서는 전 지구적인 기후위기의 경보를 게시물로써 잘 알려주고 있다. 여우가 새의 알을 물고 가서 겨울을 위해 저장하는 모습을 보면 동물의 생존을 위한 적응 변화가 처절하기까지 하다. 빙하가 녹아내리고, 동식물의 서식지가 변화하고 있다. 꼬리표가 달린 동물과 조류가 야생에서 발견되니 생물종이 감소하고 있는 반증이다. 고온 건조한 바람 등 기상 여건이 심상치 않아 재앙적인 폭염이 반복되며 심지어 겨우내 꺼지지 않는 산불이 발생하고 있다. 이곳 전시관의 포토 아크(photo ark)에는 생명의 방주를 타고 있는 동식물의 사진을 게시하고 있다. 창세기의 신화에서는 지구를 휩쓴 대홍수에 노아의 방주에 의지해 많은 생명이 멸종의 위기를 모면하였다. 현재 전 지구적인 기후위기에서 생명의 대멸종이 발생하고 있다. 그러한 지구 자체가 또한 생명의 멸종 위기를 모면하고 보호받을 수밖에 없는 생명의 방주가 되어 있는 역설적 상황이다. [숲속의 소쩍새와 올빼미 모형 : 사진 이완우] 인간의 역사 1만 년 동안에 지구상에 있는 산림의 3분의 1일이 사라졌는데, 지난 백 년 동안에 사라진 면적이 그중 절반에 달한다고 한다. 숲이 주는 혜택은 식량과 목재의 획득, 탄소 저장 등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숲을 찾으면 산림욕으로 정신적 신체적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으며, 숲과 나무뿐 아니라 우리의 삶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얻을 수도 있다. 이곳 생태교육장에서 산림청에서 제작한 25쪽 분량의 백두대간 생태지도를 홍보물로 받았다. 이 생태지도는 지리산 천왕봉에서 설악산 향로봉까지 10개 구간별로 동물, 식물, 식생, 대표 수종, 대표 동물과 대표 식물 등의 서식 위치를 지도에 표기하고 사진을 첨부한 책자였다. 백두대간 생태교육장과 전시관에서 우리가 지구와 공존하는 노둣돌은 숲과 나무임을 확인하였다. [백두대간 은사시나무와 호랑이 모형 : 사진 이완우]
    • 이야기
    • 류오선의 지리산이야기
    2023-10-09
  • 8초 인류
    나 같은 나이에도 나 스스로 스마트폰 중독이라 여기고 있으니 이삼십대 젊은 친구들과 스마트폰의 친밀 관계는 말 할 필요도 없다. 스마트폰 안에는 나의 모든 것이 들어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 같이 애들이 멀리 사는 경우에는 더 그렇다. 폰을 들여다 봐야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고 얼굴을 볼 수 있고 손주의 움직이며 노는 모습을 옆에서 보는 듯 볼 수 있다. 누구에게 돈을 보낼 때도 돈이 들어왔나 확인 할 때도 그것을 봐야한다. 잊어 먹을까 메모도 거기에 녹음도 거기에 뭘 몰라 물어 볼 때도 거기에 한다. 노래를 들을 때도 영상을 볼 때도 그것을 찾는다. 그것이 손에서 떨어지면 금단 증상이 온다. 어딨지? 바로 옆에 놓고 가슴이 철렁! 큰일 난 듯 두리번댄다. 사진을 찍고 올리는 일이 이것을 통해야 쉬우니 일단 이것으로 사진을 올리고 컴터에서 글을 쓰던 뭘하던 한다. 내가 아는 모든 사람이 그 안에 있고 내가 모르는 모든 것을 그것은 알고 있다. 외울 필요가 없으니 그것을 보고 있다 머리를 들면 바로 까먹는다. 지금 찾고 조금있다 찾고 내일 또 찾는다. 한 집에 살면서도 때론 문자가 더 편하다. 사진까지 같이 보내며 요런거라고 똑 부러지게 부탁한다. 내가 아는 사람은 물론 모르는 사람의 일상까지 읽으며 나 지금 뭐하지? 하며 스스로 끔찍스러워한다. 그리고 결심한다. 다시는 너와 가까이 하지 않겠다고! 그러나 마치 고기가 어항 밖으로 튀어나와 발버둥치듯 손을 덜덜 떨며 그것을 찾는다. 증상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다 비슷한 병을 앓고 있을 것이라 짐작한다. 300쪽 가까이 전문가의 이야기를 듣고 실험을 통하지 않아도 이미 다 알고 있다. 근데 왜 뭐하러 읽고 난리야. 뭐 좋은 소리라도 있을까해서? 그 병이 확실한가 오진은 아닐까 확인해 보려고? 암튼 나는 뭘 몰라서 못하기 보다 삼일을 넘기지 못해서 못한다. 이 중독 증상이 병이라면 고쳐야겠지만 미리 단언한다. 고치지 못할 거라고 아니 안 고칠거라고! 그러나 정말 꼭 필요할 때만 쓰고 싶다고! 꼭 필요할 때만 쓰는거 아니였나? 그럴때가 많을 뿐이쥥 헤헤. 20분이 지나면 이미 우리는 공부한 것의 60퍼센트만을 기억할 수 있고, 1시간이 지나면 절반이 채 안 되며, 하루가 지나면 단지 3분의 1만 기억할 수 있다. 한달이 지나면 뇌 속에는 정보의 15페센트 밖에 남지 않는다. (헤르만 에빙하우스) p15 오늘날 지구상의 이동 전화 가입자 수는 79억명이다.(2019). 전 셰계 인구는 76억 명이니 사람보다 사용중인 심카드가 더 많은 셈이다. 매년 아이들보다 더 많은 심 카드가 탄생한다는 주장은 내게 적지 않은 우려를 불러일으킨다.((생략) 자랑할 만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탈리아는 한국(삼성의 본국)과 홍콩에 이어 인구 대비 모바일 기기 수가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나라다. (생략) 지금 이 순간, 지구상에 집에 화장실이 있는 사람보다 주머니에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놀랍기 그지없다. 유엔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약 24억 명의 사람들만 화장실을 소유하고 있으며, 약 10억 명의 사람들은 야외에서 용변을 해결한다. p41 오늘날 평균적인 사용자가 아이푠을 잠금 해제하고 사용하는 횟수가 하루에 약 80회, 1년에 거의 3만회(지금은 이미 그 이상일 것이다)에 이른다는 애플의 데이터나 하루에 스마트폰을 만지는 횟수만 해도 2,617회에 이른다는 또 다른 연구의 결과는 더 이상 놀랍지 않다. 웹 전문가 니르 이얄은 <훅>에서 스마트폰 소유자의 79퍼센트가 매일 아침, 잠에서 깬 후 15분 이내에 기기를 확인한다는 자료를 내놓았는데, 내가 보기에 이는 사실과 다른 것 같다. 실제로는 그보다 더 짧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내 경우에 는 잠이 완전히 깨기도 전에 숨 쉬는 것처럼 자동적으로 침대 옆 협탁에 놓아둔 스마트폰을 집어들 뿐만 아니라 어둠 속에서도 문자를 찍고, 눈을 제대로 뜨지 않고도 페이스북 앱을 열 수 있다. 게다가 전화나 메시지가 온 것이 없는데도 스마트폰이 주머니 속에서 진동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것은 환각의 한 형태로 10명 중 9명에게 일어나며 심지어 '팬텀진동증후군'이라는 학술명까지 가지고 있다. 팔다리를 잃은 사람이 뇌의 잘못된 재조정으로 인해 여전히 팔다리가 있다고 느끼는 현상,마치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사지의 말단 신경으로부터 계속해서 자극과 신호를 받는 것처럼 느끼는 현상인 '환각지phantom limb'에서 이름을 따왔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놀랍다. 이것은 스마트폰이 어느 정도로 우리의 일부가 되어버렸는지를 보여준다. (생략) "스마트폰 진동처럼 작고 빈번한 세포의 경련인 진동들은 감지되고 서로 교루합니다. 이를 설명하는 데는 두가지 이론이 있습니다. 하나는 기술이 우리의 두뇌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주장이고 다른 하나는 단순히 우리가 불안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메일과 메시지에 답장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우리를 초조하고 과민한 상태로 만든다는 것이죠."p46 8초는 오늘날 우리가 평소에 관심을 기울이는 평균 시간이다. 기사를 읽을 때, 음악을 들을 때, 영화를 볼 때,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때, 이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집중력을 잃는다. 8초! 금붕어보다 짧은 시간이다. 단 8초의 집중력으로 인해 우리는 오해와 소통 불가능, 고독 그리고 침묵의 형을 선고받았다.p66 역사상 어느 시점에서 우리는 산만함을 '산만함'이라 부르기를 그만두었다. 이 말의 근저에 깔려 있던 모든 부정적 의미와 함께 말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멀티태스킹'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컴푸터의 기능에서 차용한 용어다. (생략) 안타깝게도 실제로 컴퓨터는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할 수 없다. (생략) " 완전히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몸짓이 아닌 이상, 인간은 동시에 두 가지 일을 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우리가 하는 것은 전환입니다. 굉장히 빠르게 앞뒤로 왔다갔다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말은 매 순간 우리가 주의를 다시 집중시킨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하루 종일 이 업무 전환이 쌓이면 스트레스가 됩니다. 그리고 스트레스는 집중력과 두뇌에 막대한 대가를 치르게 합니다. 집중력이 낮아지는 것을 디대로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스마트폰은 그 물리적 존재만으로도 인지 능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 사용하지 않고 주변에 두기만 해도 우리의 주의력은 분산된다.p91 인간의 기능을 기계가 대신할 때마다 우리의 삶에서 그리고 뇌에서 어떤 능력이 제거되는 것이다.p132 화면의 LED가 청색광을 방출하기 때문입니다. 뇌는 이것을 날이 밝은 하늘의 푸른빛으로 알고 잠이 깰 때를 알리는 신호라고 해석하는 겁니다. 바로 이것이 디지털 기기가 뇌의 기억 능력에 미치는 첫 번째 직접적인 영향입니다."p154 2017년에 노벨 의학상은 일주기 리듬(대략 하루 24시간을 기준으로 하는)을 제어하는 분자 매커니즘을 발견한 공로로 세 명의 연구자에게 수여되었다. 태양광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에서 방출되는 청색광과 같은 단파장에 노출되면 우리의 신체는 모든 관점에서 '활성화'되어 반응한다. 반대로 양초의 빛과 같은 붉은 빛의 긴 파장에 노출되면 긴장을 풀고 휴식을 취하기 위해 잠이 들려는 성향이 있다. 24시간 주기의 리듬이 깨지면 당뇨병이나 비만, 우울증, 심부전, 천식과 같은 심각한 질병의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특히 어두운 방에서 잠들기 전에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은 정말 잘못된 행동이다. p155 죽었다 다시 태어나는 것 정도의 획기적인 전환이 일어나지 않는 한, '좋아요'와 '엄지 척' 사회는 계속될 것이다. 웹의 거인들에게 스스로를 개혁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빙산에서 타이타닉 호를 구하라고 요구하느느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p193 가끔은 무언가를 모른다는 것, 의심에 빠진다는 것이 참으로 위안이 되었는데, 이제 우리는 더 이상 그럴 수 없게 되었다. 단어들의 올바른 문자열을 입력하기만 하면 엄청난 양의 온라인 정보들 사이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p217 "독서는 정신의 학교입니다. 읽기 회로를 개발하면 점점 회로가 성장합니다. 깊이 읽을수록 생리학적으로 더 정교해집니다. 깊이 있는 독서는 수신하는 정보를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일고 있는 것과 생각하고 있는 것을 연결하기 위한 네트워크를 지속적으로 구축하기 때문이죠. 두뇌는 이러한 네트워크에 의해 말 그대로 장악되며, 신경학적 관점에서 이 모든 네트워크들이 모여 분석 능력을 구축합니다." 즉 깊이 있는 방식으로 더 많이 읽을스록 '정교한' 과정을 더 많이 강화하고, 읽은 내용이 기억 속에 더 많이 굳게 자리 잡을수록 더 깊이 생각하게 된다. 매이렁 울푸가 이야기하고 있었던 것은 바로, '골똘히 생각하기think hard'였다.p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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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05-24
  •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 제목이 코믹하다. 부제는 '정치적 동물의 길'이다. ”사실 정치에 관심없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말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일단 뉴스보면 기분 나빠지고 욕 나오니 싫다. 모든 정치적인 것에서 멀어지고 싶다. 사실 별 관심도 없다. 그러나 가만 생각해보면 모든게 정치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사는게 정친데 정치가 싫다? 이 무슨 모순이고 비극인가? 그렇다면 정치가 재밌고 좋아지려면 어찌해야 하나? 뭐 내가 결론내는 건 언어도단이긴 하지만 최소한 내가 불행하지 않으려면 정치가 재밌어야 하겠지? 그런 일이 있을랑가는 몰겄지만 이런 재미있는 정치에세이는 어떤가! 이 책은 전문 정치학 책은 아니고 에세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1부 정치란 무엇인가? 로 부터 시작해 여러가지 정치 얘기를 한다. 쉽고도 재밌다. 또 영화 얘기도 많고 그림 얘기도 많다. 알고보면 이 모두가 정치라는 얘기다. 결국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고 정치 없이 인간은 없다. 뭐 그런 이야기? 당신을 위로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그 위로하는 좋은 말들처럼 평탄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그의 인생 역시 어려움과 슬픔으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당신의 인생보다 훨씬 더 뒤처져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 좋은 말들을 찾아낼 수조차 없었을 것이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중 P9 정치가 어디 있냐고? 어느 날 눈을 떠보니 이 세상에 태어나 있고, 태어난 바에야 올바르게 살고 싶고, 이것저것 따져보고 노력해보지만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없고, 다른 사람과 함께하려니 합의가 필요하고, 합의하려니 서로에 대해서 알아야 하고,합의했는데도 합의는 지켜지지 않고, 합의 이행을 위해 규제가 필요하고, 규제를 실천하려니 권력이 필요하고, 권력 남용을 막으려니 자유가 필요하고, 자유를 보장하려니 재산이 필요하고, 재산을 마련하니 빈부격차가 생기고, 빈부격차를 없애자니 자원이 필요하고, 개혁을 감행하자니 설득이 필요하고, 설득하자니 토론이 필요하고, 토론하자니 논리가 필요하고, 납득시키려니 수사학이 필요하고, 논리와 수사학을 익히려니 학교가 필요하고, 학교를 유지하려니 사람을 고용해야 하고, 일터의 사람은 노동을 해야 하고, 노동하다 죽지 않으려면 인간다운 환경이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느닷없이 자연재해가 일어나거나 전염병이 돌거나 외국이 침략할 수도 있다. 공동의 삶을 위해 필요한 것은 많고 쉬운 일은 없다. 이 모든 것을 다 말하기가 너무 기니까, 싸잡아 간단히 정치라고 부른다. 정치는 서울에도 지방에도 국내에도 국외에도 거리에도 집 안에도 당신의 가느다란 모세혈관에도 있다. 체지방처럼 어디에나 있다, 정치라는 것은. P23-24 정치 공동체는 자연의 산물이다. 그리고 인간은 본성상 정치적 동물이다. 우연이 아니라 본성상 정치 공동체가 없어도 되는 존재는 인간 이상이거나 인간 이하다. -아리슽텔레스 "정치학" 중 p25 폴리스 시민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졌던 정치가 페리클레스는 다음과 같이 단호하게 말한다. "우리 아테네 사람들은 공적인 일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을 초탈한 사람이라고 존경하지 않고, 쓸모없는 인간으로 간주한다." p29 모든 권력을 싫어한다는 말은 모든 욕망을 무시한다는 말이며, 모든 욕망을 무시한다는 것은 삶을 혐오한다는 것이다. 권력은 권력만 없었으면 가능하지 않았을 여러 일을 가능하게 한다. 사람은 종종 목표를 지향하고, 그 목표는 권력의 향사를 통해 달성된다. 아무 것도 도모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까. 체속을 초월하겨고 드는 선사도 해털을 도모한다. 마음의 고요를 얻기 위해서도 마음의 파도를 잠재우는 어떤 나직한 힘이 필요하다. 정말 아무것도 도모하지 않겠다면 어딘가 조용히 숨어서 자신의 멸종 소식을 기다려라.p53 근대 정치 이론의 초석을 놓은 토머스 홉스는 저서 "리바이어던"에서 그처럼 한갓 사적 인간이 정치적 존재로 변신하는 과정에 주목했다. 낱낱이 흩어져 있던 인간들이 어떻게 단일한 의지를 가진 권력체를 창출할 수 있는 것일까. 어떻게 정치적 존재로 변신하는 것일까? 그냥? 심심해서? 그렇지 않다. 그들은 죽지 못해서 변신하는 것이다. 변신하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으므로. "지속되는 두려움과 난폭한 죽음의 위협"으로 인해 인생이 고독하고, 열악하고, 고약하고ㅡ 잔인하고, 짧아질까 봐" 변신하는 것이다. 어찌해볼 도리가 없을 정더로 괴롭기 때문에 정치적 존재로 변신하는 것이다. 그 변신 덕분에 인간은 비로소 삶을 견딜 수 있게 된다. 투표는 인간이 정치적 인간으로 변신했던 그 위대한 상상을 되살리는 축제다.p109 다민족 국가를 다스리는 일의 어려움은 피터 반 더 보트의 1578년 작품에 잘 드러나 있다. 온갖 짐승들의 머리가 달려 있는 거대 괴물을 정치 및 종교 지도자들이 당혹스럽게 바라보고 잇다. 이 괴물은 다민족 제국의 여정을 시작하던 16세기 후반의 (오늘날)네덜란드를 상징한다. 그러나 다민족 국가가 반드시 통치의 어려움만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잘만 소화하면 그것은 활력의 근원이 될 수 있다. 유럽 각국이 가톨릭이냐 프로테스탄트냐의 갈림길에서 탄압과 전쟁을 일삼고 있을 때, 네덜란드는 적극적으로 관용 정책을 택했다. 그에 따라 칼빈주의자뿐 아니라 가톨릭 루터교, 유대교, 재세레파 신자 등 타국에서라면 이교도로 낙인찍혀 핍박을 받았을 인재들이 네델란드에 몰려와 살게 되었다. 17세기 초 암스테르담 인구의 40퍼센트를 이민자가 차지할 정도였다. 다양해진 인구 구성을 장애물이 아니라 활력으로 승화시켰을 때, 네덜라드는 본격적인 번영을 구가하게 된다. 오늘날 많은 네덜란드 사람들은 자기 나라가 향유하고 표방해온 다양성과 자유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다. p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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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05-18
  • 지리산 봄(春/見), 루이네
    지리산 봄(春/見), 루이네 강회진(시인, 독립연구자) 마음이 아픈 줄도 모르고 어른이 되어 앞으로 운이 좋아 80살 까지 산다고 쳤을 때 내게 남은 생은 살아온 날 보다 적다. 마음이 아픈 줄도 모르고 어른이 되었다. 무엇을 견디는지도 모른 채 인생이 지나고 있다. 나의 욕심으로 때론 너무 왔거나 지나갔거나 눈치 채지 못한 관계에 지치고 하지 않아도 될 일들까지 하느라 몸과 마음이 늘 고단했다.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살 수는 없을까? 아무것도 하지 않으나 진짜 나만을 위한 시간, 나를 위한 시간을 갖고 싶었다. 더 늦기 전에. 더 늦기 전에. 드디어 나는 짐을 싸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디로 가야하나. 오랫동안 지리산과 섬진강을 그리워했기에 구례, 하동을 꿈꾸었다. 언젠가 초여름 지리산 둘레길을 걸으며 보았던 산내의 다랭이논 일렁이는 초록 물결과 손에 잡힐 것 같던 흰 구름, 고즈넉한 실상사의 저녁 예불 모시는 풍경들이 자꾸만 나를 불렀다. 마음을 정하고 나니 모든 것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집을 구하기 어렵다는 산내에 빈 집이 나왔고 내놓은 아파트는 금방 입주자가 나타났다. 마치 오래 전부터 계획되어 있었던 일처럼. 2. 세 가지면 충분하다 사람들은 내게 왜 그 먼 곳으로 가느냐 물었다. 대체 어디에서부터 먼 곳이라는 말일까? 나에게는 가장 가까운 곳이 바로 이곳이라 말하지 못했다. 마당에서 듣는 하루 두 번 실상사 범종 소리와 수달이 살고 있다는 람천의 우렁찬 물소리,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천왕봉. 이곳으로 이사를 위한 이유로 이 세 가지면 충분했다. 게다가 이곳은 내게 완벽하게 낯선 곳. 이사를 하는 날 고속도로에 눈발이 날려 앞이 보이지 않았다. 운전기사는 “이사하는 날 눈이 오면 부자된다 안하요.”라며 애써 웃음을 보였다. 지리산 IC에 들어서는 순간 가슴이 쿵쿵 뛰었다. 저 멀리 펼쳐진 지리산 자락이, 마을이 온통 눈으로 환하게 빛났다. 지리산에 곁들어 사는 일은 지리산이 허락해야 한다던데 드디어 나도 지리산의 선택을 받았구나. 다정한 지인들은 문패를 만들어 보내주었고 마당에 심을 꽃나무와 다양한 꽃씨를 보내주거나 어여쁜 커튼을 보내 새로운 출발을 기꺼이 응원해 주었다. 이사 후 두 번의 큰 눈이 내렸다. 저 멀리 눈에 덮인 천왕봉은 감탄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실상사 저녁 범종 소리를 들으며 구들방 아궁이에 불을 넣었다. 가끔 불씨가 아까워 고구마를 구워 강아지와 나눠먹었다. 그렇게 산내의 첫 겨울이 고요히 흘러갔다. 3. 산내는 산내말로 살래 맘씨 좋은 이웃이 밭 귀퉁이를 무상으로 빌려주셨다. 또 다른 이웃은 슬며시 거름을 부려놓고 가셨다. 감자를 심고 두둑 가에는 옥수수도 심어야지. 밭을 일궈 고랑 네 개를 만들고 거름을 뿌렸다. 다음날 맞춤비가 내렸다. 나른한 햇살을 받으며 꽃씨를 담구고 씨감자 눈을 쪼개다보니 어느새 담장에 노란 개나리가 막 피어나는 춘분이 되었다. 밤마다 멀리 무논에서 개구리들이 정겹게 울어댔다. 어느 밤, 마당에 나가 올려다본 하늘, 선명하게 반짝이던 북두칠성이 말했다. 그래, 잘 찾아왔어. 너의 길. 이른 아침 단풍나무에 새가 날아와 한참을 앉았다 날아가는 흔하디흔한 그 풍경이 좋았다. 새들을 위한 모이를 뿌리고 수돗가 물을 갈아준다. 햇살이 길게 들어오는 이른 아침, 멀리 천왕봉을 게으르게 앉아 바라보는 그 시간을 놓칠까봐 아침 일찍 일어난다. 지리산에 와 매일 매일이 행복한 검은 개 루이를 데리고 산책을 나가면 이웃 어르신들이 묻는다. 어디사요? 놀러왔는가베? 아니요, 저 살래 살아요. 저 멀리 앞 산 노란 산수유 지면 대문 옆 감나무에도 반짝이는 새 잎 무성할 것이다. 마당에 정성껏 심은 모란이 피고 지는 깊은 봄이 흘러 옥수수를 따고 감자를 캐면 좋은 사람들 모아 잔치를 해야지. 지리산의 첫 봄, 살래의 첫 봄, 나의 첫 봄이 설렌다. -달궁수달래 / 김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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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기저기 민들레
    2023-04-09
  • 다섯번째 산
    작가 파울로 코엘료는 전 세계 170개국 이상 83개 언어로 번역되어 3억 2천만 부가 넘는 판매고를 기록한 우리 시대 가장 사랑받는 작가. 1947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태어났다. 저널리스트, 록스타, 극작가, 세계적인 음반회사의 중역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하다, 1986년 돌연 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로 순례를 떠난다. 이때의 경험은 코엘료의 삶에 커다란 전환점이 된다. 그는 이 순례에 감화되어 첫 작품 『순례자』를 썼고, 이듬해 자아의 연금술을 신비롭게 그려낸 『연금술사』로 세계적 작가의 반열에 오른다.(출판사) 세상 모든 사람은 피하라 수 없는 일의 영향을 받는다. 어떤 이들은 극복했고 어떤 이들은 포기했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비극의 날개가 우리 인생을 스쳐지나가는 경험을 한 적 있다. 이유가 뭘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나는 엘리야를 따라 아크바르의 시간 속으로 떠났다. 파울로 코엘료p12 "인간은 선택을 내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지." 천사가 대답했다. "결정을 내리는 힘이 바로 너의 능력이다."p192 "그보다 더 어려운 건 자신의 길을 분명히 정하는 것이다. 선택을 하지 않는 자는 아직 숨을 쉬고 길을 걷고 있다 하더라도 신의 눈에는 죽은 것과 같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다. 누구도 죽지 않는다. 영원함은 모든 영혼에게 열려 있고 저마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해나갈 것이다. 태양 아래 있는 모든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p193 하느님은 인간으로 하여금 당신과 정면으로 맞서고 당신의 질문에 대답하게 하신다. "왜 너는 그토록 짧고 고통으로 가득한 존재에 그토록 매달리느나? 너의 싸움의 의미는 무엇이냐?"p279 아이들은 항상 어른에게 세 가지를 가르쳐주죠. 별 이유 없이도 행복해하기, 무언가에 항상 몰두하기, 그리고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온 힘으로 매달리기. 제가 아크바르로 돌아온 것도 저 아이 때문입니다. p276 "주님의 말씀은 네 주변의 온 세상에 쓰여 있단다. 네 삶에 일어나는 일에 주의를 기울여보면 너는 하루의 순간순간 주님께서 당신의 말씀과 뜻을 숨겨놓으신 곳을 찾을 수 있을 거야. 주님이 시키시는 일을 해내도록 노력하렴. 그것이 네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유일한 이유란다."p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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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03-08
  • 가여워 하는 마음
    가여워하는 마음 박두규/시인 어김없이 새날이 오듯 새해도 온다. 그리고 사람들은 바쁜 연말이나 연시의 와중에도 한 번쯤은 가는 세월이나 오는 세월을 머릿속에서 정리하거나 다짐하게 된다. 나는 인생 간판에 시인 딱지를 붙이고 살다 보니 연말연시가 되면 문학이니 예술이니 하는 것에 대한 생각을 가끔 되짚어보곤 하는 것인데 그때마다 박수근(화가)이 했다는 말이 떠오르곤 한다. “나는 인간의 선함과 진실함을 그려야 한다는 예술에 대한 대단히 평범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 이 말은 어디서 어떻게 알게 된 것인지 기억에도 없는데 느닷없이 날아온 돌멩이처럼 나의 뇌리에 강하게 박혀 수시로 울림을 준다. 예술이 아름다움의 영역이라면 그 아름다움은 선함과 진실함의 바탕에서 이루어진다는 어떤 믿음이 있었던 건 아닐까? 그의 말처럼 정말 평범한 일상생활 속의 착함과 진정함이 가장 아름다운 삶이 아닐까? 그냥 스치고 지나갈 수도 있는 이 말이 나에게 강하게 올 수 있었던 건 아마 당시 이런저런 경전들을 읽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많은 경전의 바탕이 선함과 진실함이 아니던가. 그리고 그때 그것들을 읽어내며 스스로의 단어로 정리해낸 말은 ‘가여워하는 마음’이었다. 그 즈음에 나온 시집의 제목을 ‘가여운 나를 위로하다’라고 붙인 것도 이 때문이었을 것이다. 새 정부가 들어선 후 이런저런 부족한 짓, 말도 안 되는 짓, 터무니없는 짓들을 많이 한다고 하는데 내가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점은 윤가와 그의 사람들에게는 이 ‘가여워하는 마음’이 없다는 것이다. 이긴 자가 진 자에 대해 그리고 소외된 사회적 약자들, 또는 민초들에 대해 ‘가여워하는 마음’이 없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인간됨의 근본이 없는 것이다. 세상과 사람에 대한 연민도 없이 살아가는 것들이 무슨 정치며 예술이며를 할 수 있겠는가. 그러한 마음을 학문이나 사상에 앞서 삶 속에서 잘 보여준 옛사람으로 퇴계 이황 선생이 있다. 요즘 자본주의 기후 위기에 연계된 이런저런 책들을 보게 되었는데 21세기에 들어 사상적 출구를 모색하는 세계의 석학들에게 주목받는 사람 중에 퇴계 선생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퇴계를 생각하면 그의 사상이나 학문보다는 그가 살아낸 구체적인 일상 삶과 그를 통해 보여준 ‘가여워하는 마음’이 먼저 떠오른다. 그는 스물한 살에 결혼하고 아내 김해 허씨와 함께 슬하에 두 아들을 두었지만, 아내가 결혼 6년 만에 병사한다. 그리고 3년 상을 치른 후 재혼하는데 맞아들인 권씨 부인은 정신질환이 있는 병약한 사람이었다. 그녀는 퇴계가 마음속으로 존경했던 권주(연산군 때 갑자사화로 사약)의 아들 권질의 딸이었다. 권질은 조광조 숙청의 기묘사화 때 예안으로 귀양 와 있었는데 퇴계가 이따금 찾아가 문안 인사를 하며 지내는 사이였다. 그런데 권질은 병을 얻어 죽으며 여러모로 부족한 딸을 두고 가는 것이 마음에 걸려 퇴계에게 딸을 돌봐달라고 부탁한다. 퇴계는 마음속으로 존경하던 분의 집안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몰락하는데 자손들마저 불행해지는 것이 가슴 아파서 그 딸을 맞아들여 재혼하게 된다. 하지만 퇴계 선생의 진정 훌륭한 점은 결혼 후 그 정신적 질환이 있는 부인에게 ‘손님처럼 공경하는 법도’를 실천했다는 것이다. 그것은 퇴계 선생이 공부하고 펼친 지식과 사상이 현실 속에 살아있는 학문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또 그의 ‘가여워하는 마음’의 정도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알다시피 퇴계는 인간의 근본 마음 네 가지 중 앞세운 것이 측은지심(仁)이며 바로 ‘가여워하는 마음’에 다름 아니다. 그렇게 늘 4단四端의 마음을 중심에 두고 7정七情의 마음을 경계하는 것이 당시 선비들의 수행이고 공부였는데 선생은 삶 속에서 그것을 실천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런 결혼생활도 16년 만에 권씨 부인의 죽음으로 막을 내린다. 퇴계의 ‘손님처럼 공경하는 법도’ 또한 그렇게 끝났는데 퇴계는 훗날 그 시절을 ‘결혼생활 16년 동안 더러는 마음이 뒤틀리고 생각이 산란하여 고뇌를 견디기 어려운 적이 없지 않았다’라고 술회한다. 이러한 고백으로 짐작할 수 있듯이 비록 퇴계가 그 시절을 자신의 덕을 쌓는 수양의 화두로 삼아 모범을 보였다고는 하나 얼마나 괴롭고 힘들었나를 짐작하게 한다. 그리고 퇴계의 ‘가여워하는 마음’을 짐작하게 하는 또 하나의 일화는 그의 며느리 이야기다. 둘째 아들 채(寀)는 정혼한 상태였는데 그 아들이 결혼을 앞두고 급사하게 된다. 그래서 아들이 죽었기 때문에 예식도 못 올린 며느리를 맞이해야만 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퇴계는 당시 삼종지의三從之義의 엄격한 규율을 깨뜨리고 처녀의 몸으로 며느리가 된 여인을 친정으로 돌려보내 재가하게 한다. 퇴계 선생의 삶의 바탕에 있던 ‘가여워하는 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퇴계는 엄격한 유가의 선비였으나 깊은 인간애에 바탕을 둔 스스로의 삶을 꾸려내었으며 세상의 법도 이전의 ‘불법不法의 예’를 보인 진정한 유가의 스승이었다. 그리고 퇴계는 첫째 부인이 죽은 후 두 아들을 양육하기 위해 관례에 따라 첩을 들였는데 그 첩도 선생보다 먼저 죽게 된다. 첩에게서 낳은 아들이 있었는데 그 아들 또한 자신의 호적에 올렸고 차후에 그 아들의 후손들이 적서의 차별을 받지 않도록 족보에 적서의 구별을 두지 않게 하였다. 또 퇴계 선생은 이런저런 굴곡의 가정사를 다 넘기고 홀아비 생활을 하는 중에 단양군수로 있을 때는 단종 복위에 참여했던 사대부의 후손으로 어린 나이에 관기가 된 기생 두향을 소실로 맞아 외로움을 달래고 남녀의 사랑이라는 것을 하게 된다. 서자와 관기라는 당시 천한 신분의 사람에게도 시대의 법도를 넘어 사람의 근본에 있는 ‘가여워하는 마음’으로 차별 없이 대하였다. 나는 퇴계 선생의 아픈 가정사를 보면서 평범한 일상생활 속의 착함과 진정함이 가장 아름다운 삶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박수근이 말한 ‘인간의 선함과 진실함을 그려야 한다는 예술에 대한 대단히 평범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는’ 그 말의 깊이를 절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황이라는 사람은 위대한 학자요 사상가이기 전에 ‘가여워하는 마음’이라는 존재의 근본을 깨달은 사람이고 그렇게 자신을 살아낸 참으로 아름다운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작금의 우리 사회는 이로부터 얼마나 멀리 왔는가. 국정을 운영한 새 정부의 2022년을 보면서, 제 이익과 안위만을 생각하는 권력을 보면서, 그들의 치졸한 양아치 정치를 보면서, 윤가와 그 권력의 발뒤꿈치를 쪼아 먹고 사는 닥터피쉬들을 보면서, 그 언론과 정치권과 검찰과 윤의 사람들을 보면서, 언감생심焉敢生心 ‘가여워하는 마음’을 꿈꿀 수는 있을 것인가 하는 절망감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에게 나라를 맡긴 것은 국민이니 한편으론 할 말도 없다. 이는 모두 자본주의, 자유주의라는 왜곡된 이데올로기 안에서 돈만 있으면 되고 나만 살면 된다는 그릇된 가치관의 정서가 우리 사회 안에서 당위적 정당성을 얻고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이런 가치관의 변화 없이는 우리 사회의 ‘가여워하는 마음’은 회복할 수 없을 것이다. 퇴계 선생처럼 개개인의 진정성으로 실천하는 정도를 넘어 지난날 촛불처럼 온 국민이 지극정성으로 ‘가여워하는 마음’을 기원하는 계묘년이 되기를 바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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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기저기 민들레
    2023-01-26

실시간 이야기 기사

  • ‘잠이 보약’, 불면증을 날려 버릴“해파리 수면법”
    류명환 (혜미원한의원 원장)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듯이 잠은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유지하는데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30~40%는 때때로 불면증을 경험하며 10~15%는 만성적으로 불면증으로 겪고 있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불면증을 치료하기 위해서 여러 방법들이 있겠지만 개인 스스로 혼자서 쉽게 따라하여 빠른 시간에 숙면을 취할 수 있는 “해파리 수면법”에 대해서 이야기하겠습니다. ‘해파리 수면법’은 ‘이완수면법’이라고도 말을 하는데 미 해군 운동심리학자인 ‘버드 윈터’라는 사람이 고안해서 병사들을 훈련시켜 포탄이 터지는 전쟁 중에서도 숙면을 취하게 했다고 전해집니다. ‘해파리 수면법’을 하는 3단계 방법은 첫째, 잠자는 곳을 어둡고 쾌적하게 하며 눈을 편안하게 감고 잠에게 깰 시간 전에는 절대 눈을 뜨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습니다. 둘째, 똑바로 눕든지 아니면 새우잠 자듯이 눕든지 자신이 가장 편안한 상태로 누운 채로 팔, 다리의 힘을 최대한 쫙 빼어 손가락, 발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을 정도의 상태라고 느끼는 것입니다. 마치 해파리를 잡아 올렸을 때 흐물거리 듯 축 쳐지는 상태를 빗대어 표한 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셋째, 팔, 다리의 육체의 힘을 뺏으면 이제는 머릿속 정신, 생각의 힘을 빼는 것입니다. 팔,다리 힘이 빠진 상태에서 잔잔한 호수위에 몸이 편안하게 둥둥 떠 있다는 생각으로 정신의 힘을 빼는 것입니다. 이 느낌을 갖기 힘들다면 누워있는 곳에서 몸이 깊은 땅속으로 쑥 빨려 들어간다고 생각해도 좋습니다. 이 순서대로 수면상태 유지하기를 1주일 정도 훈련하다보면 어느 덧 잠을 쉽게 드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방법으로도 효과가 없는 사람도 있는데 이는 다음과 같은 잘못된 습관 및 기질적인 병변을 가지고 있는 분들입니다. 첫째, 뒷목과 어깨 등 근육의 긴장이 많은 분들입니다. 과도한 운동이나 노동으로 근육이 뻐근하게 굳어서 힘을 빼기 어려운 분들이며 이런 분들은 지압을 하거나 부항 및 침치료를 통해 근육의 긴장을 먼저 풀어 주어야합니다. 둘째, 과도한 긴장성 스트레스로 심리적 안정이 안 되고 뇌신경의 긴장이 지속되어 신경쇠약이 있으신 분들입니다. 이런 분들은 명상이나 심리 안정 치료를 받으시길 권합니다. 셋째, 과도한 음주나 카페인음료 및 수면제를 상습 복용하신 분들입니다. 이런 분들은 처음엔 수면에 효과적인 것 같아 남용하다보면 약물 의존으로 인해 오히려 신경쇠약에 빠지게 됨으로 가급적이면 삼가는게 좋습니다. 넷째, 기력이 약하고 기혈(氣血)순환이 좋지 않은 노약자 분들입니다. 체력적으로 약하고 탈진이되고 기혈순환이 잘 안되다보니 숙면에 지장이 생기게 됩니다. 이런 분들은 기혈(氣血)을 보하는 보약을 드시길 권합니다.
    • 이야기
    2021-06-01
  • 코로나19 시대의 생활 속 면역력 증강법
    류명환 (혜미원한의원 원장) 요즘 코로나19로 인해 개인위생과 방역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계실 겁니다. 마스크를 잘 착용하고 손 씻기를 잘하고 다중이 모이는 곳은 삼가라고 하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을 것입니다. 이렇게 바이러스를 피하려고 노력을 해보지만 어쩔 수 없이 일상생활을 하다보면 지인들이나 가까운 사람들을 통한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것은 막을 수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이럴 때 중요하게 생각되는 것이 바로 개인 면역력입니다. 바이러스는 세균과는 달라 혼자서는 살아 갈 수 없으며 살아있는 생명체 안에 들어가야지만 살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생명체 내로 들어와서 증식하고 복제되어 침이나 분비물을 통해서 다른 생명체나 전파를 시키면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면 우리 몸은 열을 내어 바이러스를 방어하는 면역세포가 잘 활동할 수 있도록 체온을 2-3도 정도 올려줍니다. 체온이 오르면 몸은 좀 피로해지지만 바이러스도 힘들어 집니다. 물론 체온이 40도 이상이 지속되면 우리 몸의 세포 손상이 진행될 수 있어 의학적 관리가 필요하지만 어느 정도 발열이 나는 것은 면역세포가 바이러스와 싸워 이기기 위해 이로운 점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바이러스에 대해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까요? 첫째는 앞에서 말했듯이 바이러스가 우리 몸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개인위생과 방역을 강화해야하고 둘째는 바이러스가 내 몸에서 잘 증식이 되지 못하도록 내 몸의 면역력을 키워야합니다. 면역력을 강화하게 해주는 방법으로는 첫째, 잠을 충분히 자야합니다. 적어도 하루 6시간이상 충분히 잠을 자야하는데 그렇지 못하면 피곤해지고 기력이 저하되어 면역력이 떨어지게 됩니다. 둘째, 호흡점막을 보호해야합니다. 점막은 바이러스를 방어하는 최전선의 방어막입니다. 호흡점막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수분섭취를 잘하고 실내가 건조하지 않도록 습도 조절을 잘해서 호흡점막에이 바이러스가 달라붙는 흡착력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셋째, 만성염증을 유발할 수 있는 음식을 적게 먹는 것입니다. 우리 몸에 만성적인 염증이 생기면 면역세포들이 지쳐 면역 작용이 떨어지게 됩니다. 대표적 만성염증 유발음식인 술, 단 음식, 튀긴 음식, 고칼로리 음식 등은 삼가야합니다. 넷째, 뿌리, 줄기, 잎 등의 각종채소와 견과류를 골고루 먹어 장점 막을 건강하게 해야 합니다. 장점 막은 우리 몸에 면역세포가 가장 많은 기관이므로 각종채소를 통한 고섬유질 섭취와 무기질이 많은 견과류를 섭취하게 되면 대장 내 유익한 미생물이 많아져서 면역력을 증강하게 해줍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것으로 생강차를 추천합니다. 물론 생강차가 바이러스를 없애는 것은 아니지만 몸을 따뜻하게 해서 우리 몸의 면역력을 키워주는데 도움을 줍니다. 설탕에 절인 생강차제품보다는 그냥 생강을 씻고 얇게 썰어 동전크기 3조각 정도를 주전자에 끓여 하루 1-2차례 드시면 좋습니다. 흔히 알고 있고 일상의 사소하다고 할 수 있는 것들이지만 이런 사소하지만 중요한 것들을 습관들인다면 코로나 19시대에 면역력 강화를 통해 슬기롭게 이 위기를 이겨내리라 생각합니다.
    • 이야기
    2021-06-01
  • 당뇨를 알면 당뇨약을 끊을 수 있다
    류명환 (혜미원한의원 원장) 바쁜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예전에 비해 변화가 빠른 세상과 과도하게 주어진 업무의 부담 속에서의 스트레스로 피로는 늘어나고 근육 운동량이 줄어들고 있지만 풍요로운 식생활과 체질에 맞지 않는 음식섭취로 인해 영양과잉 및 대사 장애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생활이 계속되게 되면 체질적인 신진대사의 교란이 일어나 이로 인해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하게 되어 만병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당뇨병’을 일으키게 됩니다. 당뇨를 치료 하는 데에는 중요한 3요소로는 약물, 운동, 음식이 있습니다. 첫째, 약물에는 한방에서는 체질개선과 신진대사 기능향상을 위한 보약 및 지방분해 촉진 등의 한약을 통해 당뇨를 치료하고 있고 양방에서는 주로 혈당강하제나 인슐린요법 등을 통해 치료를 하고 있지만 이는 전문가에게 꾸준히 처방을 받아 복용해야 하고 점점 약물의존성이 높아진다는 부담이 있습니다. 둘째, 운동을 통해 근육 및 근력을 향상 시켜줌으로써 기초대사량을 높여 잉여 영양분의 축적을 막아 인슐린 저항성을 낮춰주어 당뇨의 중요한 관리 방법입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기력이 저하되고 근육량이 떨어지다 보니 근력강화보다는 걷기 등의 운동을 통해 혈액순환 및 대사기능저하를 예방 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셋째, 음식입니다. 이는 당뇨 치료에서 가장 중요합니다. 음식 섭취와 식생활 개선으로 당뇨의 원인인 영양과잉과 대사 장애로 인한 인슐린의 저항성을 낮추는 근본적으로 치료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똑같이 음식을 먹더라도 어떤 사람은 당뇨에 걸리고 어떤 사람은 당뇨에 걸리지 않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는 사람마다 오랜 체질적, 유전적 요인에 의해 음식을 받아들이는 대사기능의 차이로 생긴다고 보고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체질적 차이는 있지만 모든 당뇨환자가 똑같이 주의해야할 음식들이 있습니다. 쉽게 당을 올리는 흰 밀가루와 면을 튀긴 유탕면(라면), 정제된 곡물(흰쌀), 당분많은 과일, 설탕다량 첨가물, 가공식품, 정크푸드, 액상과당(콘시럽) 함유음료, 경화지방과 트랜스지방 함유 음식등은 필히 피해야하며 섬유질이 많은 자연식품인 채소류, 콩류, 통곡류, 견과류, 양질의 단백질 함유한 유기농고기, 양질의 불포화지방이 함유된 저온 압착 식물성(올리브유 등) 기름은 필히 챙겨 먹어야 합니다. 당뇨환자는 올바른 습관을 갖도록 기존의 생활패턴을 바꾸는 게 필요합니다. 과식은 절대 금물입니다. 식사를 할 때 천천히 오래 씹어 먹고 자극적인 향식료는 식욕을 자극하니 적게 사용하고 충분한 숙면을 취하고, 술, 담배, 스트레스를 멀리하는 생활습관을 갖도록 해야 합니다. 당뇨는 너무 약에만 의존해서는 안 됩니다. 적절한 운동과 절제된 적절한 식습관이 당뇨치료에 첩경임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 이야기
    2021-06-01
  • 슈퍼맨은 없다
    신자람 (이화약국 약사) 약사로 일하며 다양한 환자들을 만났고, 양방, 한방약을 가리지 않고 나름 진지하게 탐구해왔다. <건강칼럼>을 써보라는 제안을 받고 약이나 몸, 건강에 대한 평소의 생각들을 간략히 나열해본다. 첫째, 세월을 되돌리는 약은 없다. 둘째, 슈퍼맨으로 만들어 주는 약도 없다. 혹 그런 약이나 시술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면 진의를 의심해보자. 그런 시도는 누구도 성공한 적이 없으며, 오히려 몸의 균형을 깨뜨리기 쉽다. 젊어질 수 없으며, 변강쇠로 만들어주는 약도 없다. 분명하다. 셋째, 모두에게 좋은 약은 없다. 1000년 묵은 산삼일지라도 누군가에게는 독이 된다. 누가 무엇을 먹고 좋았다는 말을 듣더라도 너무 혹하지 말자. 친구 따라 비싼 약을 먹고 탈이 난 환자들을 심심찮게 만난다. 약이든, 영양제든 자기 체질과 건강상태에 맞게 섭취해야 한다. 넷째, 노화를 받아들이자. 슬프지만 어쩌겠는가? 갈수록 쳐지고, 빠지고, 약해지는 것을... 늙어서 젊은 시절을 동경할 수는 있지만 20대처럼 생활할 수는 없다. 20대와 60대의 몸과 건강상태는 분명히 다르다. 노화를 받아들이고 젊은 시절과는 다른 식습관, 변화된 생활습관을 가져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다섯째, 잘 먹고, 잘 배설하고, 잘 자는 것이 건강의 척도이다. 너무 욕심내지 말고 그 정도의 건강에 만족하자. 사실은 거기서 더 좋아질 수도 없다. 내가 사람의 건강을 진단하는 척도이자 목표가 바로 이것이다. 잘 먹고, 배설을 원활하게 하고, 잘 자는 것!! 나는 환자와 상담할 때 늘 이것들, 즉 몸의 기본적인 대사활동들을 점검한다. 병에 걸리지 않아도 먹지 않거나, 노폐물을 배출하지 못하면 반드시 문제가 생길 것이다. 반면 암 진단을 받았더라도 잘 먹고, 잘 배설하고, 잘 자면서 생활하면 낫지 않을까? 먹고, 배설하고, 잘 자는 생활이 유지되면 코로나 바이러스든, 암이든, 감기든 결국 몸이 이겨낼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요는 이렇다. 몸과 건강에 대해서 과한 욕심을 부리지 말자. 그런 시도들이 오히려 건강을 망칠 수 있다. 그 나이에 맞는 건강한 상태보다 더 좋아지게 만들어주는 약도, 시술도 없다. 혹시 중한 병에 걸린 분이 있다면 낙담하지 말고 몸의 기본적인 대사활동이 잘 작동되도록 다방면으로 노력하시기 바란다. 잘 먹고, 배설하고, 잘 자다보면 몸이 병을 이겨낼 것이다. 약은 몸의 그러한 활동들을 조금 도와줄 뿐이며, 그렇게 작용하도록 써야 한다.
    • 이야기
    2021-06-01
  • 어떻게 하면 병에 걸리지 않고 살 수 있을까?
    류명환 (혜미원한의원 원장) 우리가 살면서 병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살고 싶지만 자신도 모르게 이런저런 병에 걸립니다. 그러고 나서 병을 치료하기 위해 이런 저런 약을 복용합니다. 고혈압에 걸려면 고혈압약을, 당뇨에 걸리면 당뇨약을, 콜레스테롤이 많으면 콜레스테롤 조절 약을, 또 각종 염증이나 면역저하 증세가 있으면 그것에 맞는 약을 먹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처음 약을 복용하다 보면 처음에는 증상이 잡히고 치료가 되는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병증세가 지속되거나 더 악화되는 경우가 많아 나중에는 약이 잘 듣지 않고 더 약량을 높이거나 강도가 센 약을 복용하게 됩니다. 건강의 악순환이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약에 의존하는 것이 정답일까요? 우리가 주위에 많이 볼 수 있는 각종 암, 고혈압, 당뇨, 비만, 아토피, 비염, 류마티스를 비롯한 각종 염증성 질환들은 대표적으로 혈액이 건강하지 못해서 생기는 병들입니다. 혈액이 탁해지고 건강하지 못해서 생기는 병으로 70년대 이전에는 이런 질환은 그렇게 많지 않았습니다. 통계에 의하면 70년대 이후에 각종 음식과 식생활이 변화되면서 증가 되었던 질환이라고 합니다. 70년대 이후 산업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일상 식생활에도 많은 변화가 생깁니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설탕의 보급, 식용유의 등장, 각종 성장촉진 성분이 함유된 유제품을 비롯한 동물성 단백질, 지방 섭취의 증가가 대표적인 변화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새로운 식재료들의 등장으로 인해 식생활의 변화가 오게 되면서 현대의 각종 성인병 및 면역저하, 염증성 질환을 앓게 되는 사람들이 급속히 증가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어린 나이 때의 급속한 성장으로 인해 초경 나이 및 2차 성징의 시기가 빨라지면서 더불어 중년 이후의 암발생률 또한 증가하는 현상이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어떤 음식을 먹어야 건강해질 수 있을까요? 그것에 대한 답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우리의 식습관을 70년대 이전의 식습관으로 바꾸어 혈액을 건강하게 유지해 주면 됩니다. 70년대 이전에는 우리의 주 식습관은 신선한 생채소를 많이 먹고 현미식 위주로 먹었습니다. 음식이 너무 달지도 않고 인공조미료도 없었으며 식용유가 들어간 튀긴 음식은 없었으며 유제품을 비롯한 동물성 지방은 적게 먹었던 식습관이 우리의 혈액을 건강하게 유지시켜 주는 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기, 생선, 계란, 우유 등은 최소로 드시고 식용유, 설탕, 가공곡류(백미, 흰밀가루)등은 삼가고 가급적이면 원재료를 알 수 있는, 가공이 되어 있지 않는 자연 상태의 음식으로 채소, 통곡물(현미, 통밀), 과일, 콩, 견과류 등을 주로 드시며 소화에 도움이 되도록 천천히 오래 씹어 먹는 습관을 들이신다면 건강한 혈액을 유지하여 우리를 병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 이야기
    2021-06-01
  • 노인 우울증, 가볍게 보지 마라
    이 상 헌 (건강평론가) 노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우리나라이기에 고령사회에 대한 대책은 시급한 과제다. 그 가운데 노인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 경종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자살로 숨진 사람은 매년 1만 3천여명이나 되고, 자살자 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65살 이상 노인 자살률은 OECD 평균치보다 3배 가량 높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왜 노인 자살률이 이렇게 높을까. 지금 우리나라 노인들은 시대 역사적으로 격동기를 겪어오면서 급격한 사회변동으로 정신, 정서적으로 힘들게 살고 있다. 도시화, 산업화, 핵가족화로 인하여 독거노인이 증가되면서 관계의 단절에서 오는 건강 피해가 심각한 수준이다. 흔히 노인들의 3대 불안으로 경제력, 건강, 고독을 꼽고 있는데, 이는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 상관관계가 높고 연쇄적으로 엮여 있다. 병든 것도 서러운데 경제력은 없고 가정에서나 사회에서 관계망마저 허술해져서 3중고로 나타나면서 우울증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자살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우울증이다.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 정도로 가볍게 여기는 경우가 많은데 방치하게 되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의 선택을 하게 된다. 평소 잘못된 생활습관이 신체건강을 해치는 나쁜 정신습관이 정신건강을 해친다. 절망이나 자기비하, 도피 등 나쁜 생각이 든다고 해서 곧바로 정신습관으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이러한 생각이 누적되면 습관이 되고 질환의 위험이 커진다. 한마디로 부정적인 생각이 정신습관이 되면 우울장애, 불안장애의 위험이 커지고 정신질환으로 발전한다. 경제적, 건강적, 사회적으로 어렵다고 해서 모두에게 우울증이 오는 것은 아니다. 우울한 기분이 있지만 우울증까지 가지 않고 위기를 넘기는 사람이 더 많다. 다만, 최소 2주 이상 우울한 기분이 떠나지 않고 매사에 의욕도 없고 불면증까지 있다면 반드시 검사를 받아야 한다. 우울증이 있는 경우는 주위상황을 실제 처한 현실보다 매우 부정적으로 보게 된다. 가만히 있으면 저절로 낫는 것이 아니다. 우울증은 의지가 약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뇌 속의 신경전달물질이 부족해서 생기는 일종의 호르몬 결핍증이다. 초기일 경우에는 약으로 보충하면 쉽게 치료가 된다. 꼭 정신건강의학과를 가지 않더라도 내과, 신경과, 가정의학과 등 동네 의원에서도 약을 처방받을 수 있다. 우울한 증상이 계속되면 가족에게 힘든 증상을 털어놓고 의논해야 한다. 이 때 가족이나 가까운 이들이 ‘정신력이 약해서 생겼다’거나 ‘스스로 마음을 고쳐먹어라’라고 충고하면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이 좋다. 규칙적인 생활과 산책 등으로 햇볕을 쬐는 것이 좋다. 그래도 불안, 초조, 의욕 저하, 불면증이 지속되면 정신과 전문의의 상담을 받는 것이 도움이 된다. 생명은 귀중한 것이다. 자살문제의 심각성을 널리 알리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 가운데서도 우울증 대책은 시급하다. 가정이나 사회에서의 관심이 필요하다. 아울러 정부가 올해부터 2년간 시범사업을 실시하는 커뮤니티 캐어(지역사회 통합 돌봄) 제도에 희망을 걸고 싶다. 커뮤니티(공동체)와 캐어(돌봄)가 사라져가고 있는 사회이기에 더욱 그렇다. 노인들이나 장애인, 정신질환자들이 요양병원이나 시설에 가지 않고 집이나 지역에서 주거, 의료, 요양,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여 지역사회에서 어울려 살아가도록 하는 이 제도가 정착하도록 국민들이 눈을 크게 뜨고 지켜봐야 한다. 정부가 2025년까지 마련하겠다고 하니 지켜볼 일이다. 잘 산다는 것은 결국 노인들이 존엄하게 죽을 수 있어야 한다. 지자체의 역할이 커지고, 지역주민의 참여가 극대화되는 커뮤니티 캐어가 되어야 할 것이다.
    • 이야기
    2021-06-01
  • 꿈을 찾는 농부들
    꿈을 찾는 농부들 “남원 하도 유기농 농부원 최희범씨” “ 80까지는 농사를 해 볼 생각입니다.” 홍수 이후에 심은 하우스에 근대를 키우는 남원 최 희범씨를 만났다. 지난 8월8일 구례에도 수해로 인해 2천여 가구에 엄청남 피해를 줬다. 같은 날 섬진강을 지척에 두고 사는 남원 금지면 하도 마을도 침수가 되었다. 남원에서는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지역이다. 최씨는 그 것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그리고 5개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기 저기 하우스가 아직 복구가 되지 않은 상태였고 구부러진 하우스와 새롭게 비닐을 씌운 하우스가 어지럽게 펼쳐져 있었다. 이 지역은 수박과 채소를 주로 재배하는 지역이다. 봄 감자로 유명한 지역이기도 하다. 그는 95년부터 친환경 농업을 시작했고 2000년부터 유기농을 한 남원의 원조 유기농 농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도에서 25년 넘게 농사를 짓고 있지만 이번 같은 물난리는 처음이라고 했다. 집이 침수되어서 얼마 전에 수리가 끝나서 겨울이 오기 전에 겨우 다시 들어갔다고 했다. 함께 차를 타고 지나 면서 여기 저기 하우스를 보여주는데 다 쓰러져 있다. “쓰러진 하우스 모두 제 하우스입니다. 몇 개는 다시 하고 몇 개는 아직 정리도 못했어요.” 더구나 요즘엔 코로나로 인해 친환경 급식납품 업체 주문이 끊겨 판매가지 어렵다고 한다 .친환경농사를 하는 농가들은 대부분 학교급식으로 가는 물량이 많다. 그런데 코로나로 인해 급식이 정상적으로 이루어 지지 않고 있다 보니 재배를 해도 판매가 힘든 상황이라고 한다. 급식이 끊어지고 곧 방학이 와버려서 여기저기 적체된 농산물이 많다고 한다. 채소의 경우 한 번 심으면 6개월까지 잎을 수확하기 때문에 막상 급식이 시작되면 물량이 없게 되니 이도 저도 하지 못하는 진퇴양난이라고 한다. 상추나 근대같은 엽채류의 경우 꾸준하게 잎을 따줘야 품질 유지가 가능하다. 너무 크게 키우면 규격이 맞지 않고 맛도 떨어진다. 그래서 크기를 조절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한다. “특별한 기술이 있나요? 간단해요 춥게 키우면 됩니다. 간단하죠. 하면서 웃었다. “대부분 채소들이 기온을 올려주면 빨리 크고 추우면 느리게 크죠. 그것만 조절해주면 잎의 크기를 조절할 수 가 있어요. 생각보다는 간단하네요. 네. 간단하지만 중요합니다. 보통 채소들은 영상 18도에서 23도에서 가장 잘 큽니다. 그 온도를 맞춰주면 가장 좋은 채소를 가꿀 수 있죠.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용을 써도 힘들어요.” 그래서 가을부터 봄까지 재배하면 딱 좋은 채소를 키울 수 있습니다. 물론 비닐하우스에서요. 겨울에는 딸기처럼 비닐을 이중으로 해서 수막(하우스에 물을 뿌려주는 것)을 만들어 보온해주면 별도의 난방없이 채소 재배가 가능합니다. “20여년 넘게 채소만 집중 하다 보니 재배하는 것에서 어려움은 전혀 없어요.” 하지만 기술이 있어도 판매처가 없으면 힘들죠. 저는 채소 재배는 자신이 있기 때문에 대부분 계약 재배를 합니다. 업체에서도 믿고 계약을 하구요. 계약하지 않으면 농사를 짓지 않아요. 근데 근대만 계약이 안되어 있어서 걱정이 되네요. 그래도 인터넷 업체에서 판매를 도와준다고 하니 잘 될 것 같습니다. 농사만 가능하고 납품만 되면 잘 될 겁니다. 70살 80살이 되어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농부는 정년이 없고 저는 농사가 좋거든요. 그는 웃으면서 말했다. 갑자기 검은 구름이 몰려오더니 이내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폭우가 내리던 날 밤처럼 눈이 흩날리는데 농부는 서둘러 하우스 문을 닫아야 한다고 서둘러 자리를 하우스로 떠났다. 여기저기 수해 농가들이 많고 모두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다. 하지만 내가 아는 농부 그 누구도 농사를 포기하지는 않았다. “여기서 포기하면 끝이다”라고 말하던 구례 농부의 말이 떠오른다. 누구도 포기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포기하면 희망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 이야기
    • 지리산자락 사람들
    2020-12-30
  • 꿈을 찾는 농부들 시를 찾는 농부” 화개 공상균
    화개 부춘에 사는 공상균 농부를 만나기 위해서 가는 길이다. 2005년 만나 적이 있다. 내가 2004년에 지리산에 내려왔으니 1년쯤 지난 때였다. 나중에 듣고 나니 그가 화개에 정착한 것도 이맘때라고 했다. 물론 그는 그 전에도 농부였다. 사는 지역이 달랐을 뿐이다. 그는 내 기억속에 펜션을 하는 농부였다. 처음 봤을 때 그는 이런 저런 질문들을 하면서 새로운 것을 하고자 했지만 잘 되지는 않았다. 그리고 15년이 훌쩍 가버렸다. 그동안 간간히 소식을 들었다. 그는 대학을 졸업했다. 문예창작학과라고 했다. 그리고 최근에 그이 딸이 대학을 졸업했고 딸과 함께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또 “바람에 수를 놓은 마당에 시를 걸었다”는 책을 냈다. 대학을 졸업한 딸이 시골에 내려와서 일을 한다는 것과 책을 출판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와 인터뷰를 해보고 싶었다. 며칠 전 인터뷰를 하기로 연락을 넣어 두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만나기로 한 시간에 비가 내렸다. 그는 매실 농장에 예초기 작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해가 질 무렵 그의 집을 찾았다. 하동과 화개 도로 확장 공사를 하는 구간이라 부춘으로 올라가는 길은 여기저기 공사중이었다. 입구를 찾기도 어려웠다. 다행이 길을 찾아 올라 갔다. 오래전 기억만 믿고 올라가다 보니 이 길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만큼 시간이 흘렀다. 내 생각보다 높이 올라왔다. 갈까 말까 고민고민 하는데 토담농가라는 간판을 보였다. 비가 와서 그런지 마당 가득히 피어 있는 꽃들이 더욱 예뻐 보였다. 마침 일을 하고 있던 딸 다영씨에게 부모와 함께 일하게 되었냐고 물었더니 아빠의 구애에 집에 취직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관광 관련 과를 졸업해서 사실 집에 취직을 하지 않았다면 요즘 같은 시기에 취직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라면서 집에 취직하기를 잘했다고 웃는다. “민박은 어떤 가요? 공상균 농부에게 물었다. 민박은 모두 단골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결혼하고 처음 산골에서 우리 식구가 살았어요. 그래서 그런지 사람 만나는 것이 좋더라구요. 민박을 하게 되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대화를 하다 보면 배우는 것도 많고 기억이 남는 분들도 많아요. 그가 이번에 쓴 책을 읽어 보니 민박 손님에 대한 이야기도 꽤 있었다. 골수염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엄마와 아들이 며칠을 묵어 간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주 수입은 농사라고 한다. 그는 매실 농사를 하고 있다. “요즘 매실 판로가 좋지 않는 편인데 어떤 가요” " 화개 정량에 3000평의 남고 매실 농사를 짓고 있어요" 1년에 7-8톤 정도 수확을 하고 모두 직거래로 판매를 합니다. 다행히 모든 매실을 시장 출하를 하지 않을 정도가 되어서 특별하게 판매에 어려움이 없어요" 요즘 매실 농사는 하락 중이다. 10년전만 해도 매실은 가장 인기있는 품목 중에 하나였지만 최근 몇 년간은 매실 나무를 베어낼 정도로 인기가 없다. " 매실이 2013 부터 인기가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토종 매실에서 남고 매실로 품종 갱신을 했습니다 남고는 색이 예쁘고 맛과 향이 좋아서 뭘 해도 좋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매실을 받으신 분들의 만족도가 좋았어요. 더구나 오래된 고객들이 많다 보니 판매에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함께 일하고 있는 다영씨는 신제품을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다영씨에서 일에 만족하냐고 하니 " 집에서 일하는 게 좋다고 한지만 도시가 그립 단다” 아직 은요. 도시에 친구들이 보고 싶어요. 하지만 친구들 중에는 여기 사는 저를 부러워하기도 하고 더라는 놀러 오기도 해요. 하지만 저는 도시가 그리워요. 주말에는 도시에 가서 친구들과 열심히 놀다 와요. 아직은 시골에서 보다 도시에서 친구들과 만나는 것이 좋아요. “바람에 수를 놓은 마당에 시를 걸었다” 라는 에세이집을 냈다 책은 살던 이야기를 시와 글로 쓰고 사진으로 남긴 것이다. 사진은 대부분 그의 동갑내기 아내의 작품이다. 시는 자신의 시와 기성 시들 중 그가 좋아하는 시들이다. 플라톤은 사랑하면 누구나 시인이 된다고 했다. 그래서 일 까? 그는 농사를 사랑해서 농부 시인이 된 것 같다. 자연과 더불어 함께 하는 농부의 삶은 자연스럽게 호미와 괭이 처럼 시와 가까워 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책을 읽다 보면 지리산과 섬진강을 벗 삼아 농사를 짓는 농부를 만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그는 또 페이스북에 “이야기를 파는 점빵.” 이라는 주제로 글을 올리고 있다. 그를 만나고 싶다면 책을 구입하거나 페이스북에서 검색을 하면 될 것 같다. 어둠이 가득하게 내려온 그의 지리산 부춘의 차실에서 늦은 밤까지 지나간 세월과 앞으로 찾아올 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환갑이 넘은 나이지만 그는 지금도 새로운 것들을 꿈꾸고 있었다. “저는 농업이 아니 농촌이 분명 희망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딸에게 농촌에서 함께 일하자가 할 수 있었구요. 그리고 새롭게 도전하려는 젊은 친구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요. 희망이란 원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다. 원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게 곧 길이 되는 것이다. 젊어서 내가 좋아하던 루쉰의 단편 고향에서 읽었던 문구가 생각났다. 희망은 꿈꾸는 사람들의 것이다. 지금 만약 삶의 지치고 힘들다면 그의 책을 읽어 보기를 권한다. 17살에 고향을 떠나 도시로 떠나 다시 지리산에 정착한 산골 소년의 삶을 통해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가던 길에 내리던 비가 멈췄다. 인적 없는 19번 국도 섬진강엔 달빛만이 조용히 흘러가고 있었다.
    • 이야기
    • 지리산자락 사람들
    2020-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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