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7(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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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년 지리산사람들 기부금 영수증 발급 안내
    2023년 지리산사람들 기부금 영수증 발급 안내 올해도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지리산사람들’(지리산사람들)과 함께 지리산을 지키는 큰 힘이 되어주신 회원님, 그리고 후원자님, 여러분의 관심과 후원 덕분에 지리산사람들은 생명과 평화, 공동체의 가치를 이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보내주신 회비와 후원금에 대한 연말정산 기부금 영수증 발급 안내입니다. 기부금영수증을 제대로 받아볼 수 있도록 꼭 확인해주세요. Q1. 기부금 영수증은 누가 받을 수 있나요? 2023년 1월 1일 ~ 2023년 12월 31일 정기·비정기 후원금을 후원한 회원과 후원자, 후원자 본인 외에 배우자, 직계비속(자녀, 손자 등), 직계존속(부모, 조부모 등), 형제, 자매 등 부양가족으로 등록된 자가 지출한 기부금도 공제 대상에 포함됩니다. Q2. 기부금 영수증은 어떻게 발급받나요? 국세청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를 이용합니다. (2024년 1월 중순부터 가능) 이 방법이 어려울 경우, 전화로 별도 발급(이메일, 팩스 등)을 요청해주세요. 지리산사람들은 종이사용과 발급비용을 줄이기 위해 기부금영수증을 우편발송 하지는 않습니다. 1. 국세청 연말정산 간소화서비스에서 발급 연말정산간소화서비스를 통해 기부금영수증을 발급하고 있으며, 2024년 1월 15일 이후부터 조회 가능합니다. <국세청 www.hometax.go.kr 방문 연말정산 > 연말정산간소화 > 소득세액공제자료 조회발급> *서비스 가능 일정은 국세청 사정으로 인해 변경될 수 있습니다. ※ 조회되지 않는 경우 - 사업자등록번호로 발급 신청 - 회원명부에 주민등록번호 누락 - 이전에 기부금영수증이 필요없다는 의사표시 2. 기부금영수증 우편발송은 요청하는 회원님에 한해서 발송 연말정산간소화서비스 이용이 어려우신 회원님은 우편 혹은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주소나 연락처가 변경된 회원님께서는 변경된 주소나 연락처를 알려주세요. Q3. 기부금 유형과 공제 혜택은 어떻게 되나요? 지리산사람들은 지정기부금 단체로, 기부유형 및 코드번호는 “지정기부금(코드번호 40번)”이며, 소득공제가 아니라 세액공제입니다. 기부금 1천만 원 이하의 경우 지급액의 20%를, 기부금 1천만 원 초과분의 경우 35%를 각각 종합소득산출세액에서 공제(공제한도 근로소득의 30%)됩니다. *물어보기 :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지리산사람들 ☎ 061-783-6547 / jirisanpp@daum.net
    • 지리산사람들
    • 공지사항.알림
    2023-12-28
  • [숲샘의 지리산통신] 사진으로 되돌아보는 2023년 지리산
    진부한 표현이라 해도 다사다난 말고는 달리 쓸 단어가 없을 2023년 한 해도 그 꼬리를 감추고 있다. 나라 안팎이 숨 가쁘게 돌아간 올 한해, 숱은 사람이 들고 나기도 했던 지리산 자락에도 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다. 풍운아처럼 지리산과 수도산을 넘나들던 반달곰 오삼이도 그 파란만장했던 삶을 마감했다. 우리 초록걸음 길동무들도 변함없이 지리산의 실핏줄 같은 그 길들을 걷고 또 걸었다. 2023년 지리산은 그 어느 때보다 위태로웠고 그 위태로움은 쉬 끝나지 않을 듯싶다. 산청과 함양의 케이블카, 남원 산악열차, 구례의 골프장과 양수발전 댐에 최근엔 한동안 잠잠하던 덕천강 덕산 댐까지 온 지리산이 천박한 자본주의를 앞세운 개발 광풍에 휩싸이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지리산권 지자체들은 주민 공동체가 망가지든 말든 개발에 혈안이 되어 있고 현 정부 또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 승인 과정에서 보여주듯 기후 위기의 시대에 역주행하고 있으니 더 절망적이다. 그렇지만 ‘있는 그대로의 지리산’을 지키려는 지리산 사람들이 아픈 지리산 곳곳을 누비며 지리산을 껴안고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우리들의 이런 몸짓이 비록 달걀로 바위 치기가 될지라도 우린 우리의 방식으로 뚜벅뚜벅 지리산을 걸어갈 것이다. 1월 산청 정취암에서 맞은 해돋이, 필자가 농장으로 향하는 그 길에서 날마다 이토록 장엄한 일출이 되풀이되고 있음을... 저 멀리 한우산과 자굴산 그리고 운무에 휩싸인 단계마을까지 신비로움을 연출한다. 4월 악양 평사리 들녘, 활짝 핀 자주구름꽃 자운영 뒤로 무딤이뜰을 묵묵히 지키고 있는 부부송이 정겹다. 5월 지리산 둘레길 마지막 고개 밤재의 초록 터널을 지나고 있는 초록걸음 길동무들 6월 구재봉 활공장, 섬진강을 적시는 노을을 바라보는 젊은 연인들의 뒷모습을 훔치다. 반짝거리는 평사리 무논들 또한 노을로 물들어간다. 7월 운봉읍 행정마을 서어나무 숲, 필자의 어린 길동무가 지리산 둘레길이 지나는 서어나무 숲을 걸으며 숲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9월 노고단 가는 길, 아빠와 아들로 오해할 뻔한 할아버지와 아들의 뒷모습이 하도 부러워 뒤를 따라 걸으며 수없이 셔터를 눌렀다. 11월 실상사, 실상사 주변 오체투지를 마치고 보광전 앞에서 합장하면서 마무리하는 길동무들의 뒷모습을 보며 지리산의 깊고 엄숙한 울림이 그대로 전해져 왔음을... 12월 눈 쌓인 천왕봉, 지리산 둘레길이 지나는 산천재 앞 덕천강을 가로지르는 돌다리에서 신령스럽기만 한 천왕봉을 바라보다.
    • 지리산 오늘
    • 숲샘의 지리산 통신
    2023-12-27
  • 사랑은
    「섬진강 편지」 사랑은 미나리꽝 꽝꽝 얼어붙은 날 한寒데 싸돌아다니다가 아궁이 앞에 언 발을 들이밀면 밀려오던 나른함 불기운 때문만은 아니었다 저녁 짓는 어머니 치맛자락에서 묻어나던 그 따스함에 기대어 졸다 듣던 아련한 목소리 아가 옷 태워 묵것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말 한마디 없어도 사랑은 그렇게 번져와 언 몸을 녹였었다 [김인호 시집 ‘꽃 앞에 무릎을 꿇다’ 중에서 / 사랑은] 전문 -노고단 설경 -성삼재 설경 - 산동 다름재 설경 -만복대 설경 - 차일봉 설경
    • 지리산문화
    • 섬진강 편지
    2023-12-27
  • [한달쉼] 2024년 1월 1일 ~ 31일
    지리산사람들은 2024년 1월 1일부터 31일까지 한 달 쉽니다. 한 달 멈춤 후 더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오겠습니다. 더 따뜻한 마음으로 회원님들과 만나겠습니다. 더 애틋하게 지리산, 섬진강, 엄천강과 마주하겠습니다. 2023년 2월 23일~14일 회원모두모임때 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지리산사람들
    • 공지사항.알림
    2023-12-25
  • 관중, 그리고 땅과 농사
    관중, 그리고 땅과 농사 이선재(한겨레생명평화농장 대표) 농사를 체계적으로 기술한 인류 최초의 서적은 기원전 1세기 중국 전한시대 범승지가 편찬한 『범승지서』이다. 농경이 시작된 이래 농사는 모든 인간의 일상이고 중요한 관심사였겠으나 문자생활을 영위한 지배계급이 기록할 대상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자』는 본격적인 농서의 출현 이전 농사를 짐작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관자』는 관중의 사상을 담고 있는 꽤 방대한 분량의 ‘경세서’이다. 정치, 철학, 수양 등 내용이 다양하고 저자에 대해서는 설이 분분하지만 관중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는 없다. 논어가 공자가 쓴 책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이다. 『관자』는 이후 중국의 여러 정치, 철학 사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을 뿐 아니라 의학 등의 뼈대를 이루는 음양오행 사상을 정립한 것으로 인정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관자』야말로 동아시아 문명의 원형질과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관중은 제나라 환공을 춘추오패의 첫 번째 패자로 만든 명재상이다. 중국에서는 역사상 최고의 재상으로 추앙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관포지교’의 주인공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사기에 기록된 바에 따르면 관중은 수없이 실패와 좌절을 겪었는데 그때마다 포숙아의 이해와 도움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환공이 포숙아를 재상에 앉히려고 하였으나 포숙아는 환공을 설득해서 관중을 재상으로 삼게 한다. 『관자』가 관중의 생각이 담긴 저술이라고 전제하면, 그가 한 나라를 부유하고 강하게 일구어내는 것에 대하여 얼마나 철저하게 준비를 했는지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관자』는 농사를 별도로 다루고 있지는 않다. 다만 지원(地員)편에서 토양의 등급과 물산정책을 다루고 있는데 여기서 당시 농업에 대한 시각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먼저 토양의 등급을 크게 다섯 가지로 나누고 있는데 첫 번째에 제시하고 있는 토양에 대한 설명은 다음과 같다. 강변에 충적되어 기름진 땅은 곡식을 심는데 마땅하지 않은 곳이 없다. 그 곡식의 낱알은 크고 이삭은 충실하다. 나무는 원나무, 참죽나무, 팥배나무, 소나무가 잘 자라고 풀 종류는 천문동이 적합하다. 이런 땅을 ‘오시’라 하는데 35척을 파면 샘이 솟는다. 울리는 소리는 각(角)에 합한다. 그 물은 푸른 색이고, 그곳에 사는 백성은 심신이 튼튼하고 기력이 왕성하다. 전반적 기술에 오행적 사유가 깊이 배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농사와 관련해서 이 예시에서는 특정 작물을 거론하지 않고 모든 곡식 농사에 마땅하다고 말하고 있다. 두 번째 ‘검붉은 땅’ 역시 작물을 가리지 않고 있다. 세 번째 ‘누런 찰흙’은 기장과 찰수수만 적합하다고 말하고 있으며 네 번째 ‘염분이 많은 점토’에는 콩과 밀을, 다섯 번째 ‘검은 점토’에는 벼와 보리를 심으라고 권하고 있다. 채소는 거론하지 않고 있는데 옛 선인들에게 채소 농사는 부차적이었기 때문이다. 이밖에 지원편에서는 토양에 대한 다양한 분석을 제시하고 있는데 하나의 예를 들자면 다음과 같다. 무릇 풀과 흙의 관계는 각각 가장 자라기 좋은 자리가 있다. 어떤 것은 높은 곳에, 어떤 것은 낮은 곳에, 각각 알맞은 풀이 자랄 수 있는 토질이 있다. 잎만 있는 해초의 생장 지역은 마름보다 낮고, 마름의 생장 지역은 왕골보다 낮고, 왕골의 생장 지역은 부들보다 낮고 (중간 생략) 무릇 저 풀 종류에는 12등급의 차이가 있고 각각 제 자리를 찾아 생장한다. 요즘 땅을 구해서 농사를 지으려면 먼저 농업기술센터에 토양 분석을 의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토양의 화학적 구성과 일부 물리적 성질, 생물학적 특징에 대한 시험 결과를 받을 수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농민들이 토양분석 결과를 받은 후 하는 일은 모자라는 성분을 보충하는 일이라는 점이다. 즉 화학비료를 투입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흙이란 바위가 아주 오랜 세월의 풍화작용을 거쳐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리고 지금도 역시 지속적으로 풍화작용이 진행되고 있다. 토양의 화학적 구성의 뼈대는 모암이 어떤 것이냐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부족한 화학성분을 투입한다고 하더라도 토양의 구성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더욱이 투입된 화학비료의 70% 이상은 강과 바다로 흘러가 수질을 오염시킨다. 또 흙이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미생물들이 살아가는 거대한 생태계인데 화학비료를 투입하게 되면 그 생태계는 치명적인 손상을 입게 되어 필경은 토양의 사막화라는 뼈아픈 결과를 맞게 된다. 일시적으로 수확량을 증대시킬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농사의 기반을 허물어버리는 우를 범하게 된다. 농사는 자연이 짓는다는 말이 있다. 농부는 단지 그 자연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기만 하면 된다. 과욕은 금물이다. 토양을 바꾸려고 하기보다는 그 토양에 맞는 작물이 무엇인지를 살펴보는 것이 훨씬 현실적이다. 토양분석 결과를 받아보고 나서 할 일은 거기에 새로운 화학성분을 투입해서 구성을 바꾸는 것이 아니다. 올바른 태도는 그 땅이 더 건강하고 활력 있게 변화해 갈 수 있도록 하는 농사를 구상하는 것이다.
    • 이야기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12-25
  • 여봉 소리에 뒤집어진 크리스마스의 추억
    곧 크리스마스다. 크리스마스 하면 떠오르는 어린시절의 추억이 하나 있다. 40여 년 전만 해도 특별하게 놀이가 없었던 시골마을에서 동네 교회에서 펼쳐지는 크리스마스 연극은 꽤 인기가 있었다. 크리스마스 연극은 대부분 아기 예수가 태어나는 날의 상황을 연극으로 만드는데 내가 그 연극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교회에 다니지도 않던 내가 연극에 참여하게 된 배경은 이랬다. 당시 나는 교회를 다니지 않았는데 친구 녀석이 자꾸 교회에 가자고 하여 딱 하루 간 적이 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바로 그날 크리스마스 연극의 배역을 정하는 날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 여관주인을 하라는 것이다. 예수님이 태어나는 바로 그 여관 주인 말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아이들이 나를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는 것이다. 그 이유는 여관 주인의 부인 때문이었다. 부인 배역을 맡은 아이는 당시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에서 공부 잘하고 예쁘기로 소문난 아이였다. 모두들 부러워한 이유는 바로 그 아이 때문이었던 것이다. 거기다가 딸 역할로 나오는 아이도 너무 예쁜 아이여서 모두들 부러워 했다. 결국 나는 그 역을 하게 되었다. 나 역시 교회에 나가지도 않는데 모세나 동방 박사 역을 맡지 않은 것은 정말 다행이다. 그날부터 학교가 파하면 교회로 달려 가서 한 달 동안이나 연습했다. 특별하게 대사도 많지 않았지만 난생 처음 해보는 연극인 데다 첫 장면이 바로 나부터 시작해서 긴장이 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당시 최고 미인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즐겁기만 했다. 나의 첫 대사는 "여보"였다. 막이 오르고 여관 주인이 중앙에 앉아 있으면 내가 달려가서 '여봉'하고 최대한 간지럽게 말을 건네는 것이었다. 목적은 당연히 사람들을 웃기는 것이었다. 40년 전 당시 상황에서 동갑내기 여자아이에게 '여봉~~'하면서 간지럽게 대사를 하는 것은 파격적인 대사였기 때문이다. 가장 많이 연습을 한 대사도 바로 그 대사다. 사실 지금 기억나는 유일한 대사도 바로 그 여보 소리였다. 때는 지금으로부터 40여년 전 시골 마을의 크리스마스…. 흰 눈이 펑펑 내렸고 오후 7시가 되면 연극은 막을 올리게 되었다. 연극 의상은 아랍인들의 전통 의상인 머리에 두르는 헤자브를 해야 하는데 헤자브를 할 것이 없어서 집에서 사용하는 커다란 보자기를 둘러 썼는데 나일론 보자기가 미끌미끌해서인지 일반 끈은 자꾸 빠지는 것이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인 바로 고무줄이었다. 탄탄하게 검정 고무줄로 고리처럼 만들어서 머리에 단단히 조여맸다. 시간이 가까워지자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드디어 연극이 시작되고 잠시 장내의 모든 조명이 꺼졌다. 그리고 잠시 후 막이 오르고 내가 뛰어가서 다소곳이 앉아 있는 당대 우리 학교 최고 미인에게 '여보옹…'이라는 대사를 해야 한다. 드디어 연극이 시작되었고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헤자브의 끝이 밟혔다. 그 순간 머리를 죄고 있던 고무줄이 총알처럼 관중석으로 날아가 버렸다. 다시 헤자브를 할 수도 없어 헤자브로 사용했던 보자기를 관중석으로 던져 버렸다. 그리고 달려가서 '여봉~~' 외쳤다. 내가 너무 느글 거리는 소리로 여보 소리를 외쳐서 그런지 관중석에서 웃음소리가 크게 울렸다. "됐어, 역시 난 연극을 잘해"라고 속으로 흡족해 했다. 연극이 끝나고 왜 그렇게 웃었냐고 물었더니 매년 동일하게 진행되는 연극에서 내가 헤자브로 사용하던 보자기를 던져버리고 달려가는 모습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내 대사로 웃긴 것이 아니라 보자기를 던진 것 때문에 웃겼다는 것 때문에 실망이었지만 결과는 웃겼으니 내 역할은 제대로 한 것이었다. 그날 밤새 눈이 펑펑 내렸고 새벽까지 노래를 부르면 보냈던 크리스마스 이브는 유일하게 교회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낸 날이 되었다. 연극이 끝나고 더 이상 교회에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도 크리스마스가 되면 그 날의 긴장하고 있던 어린 나의 모습과 처음 여보 소리를 하면서 느꼈던 묘한 흥분과 부끄러움이 생각난다. 그때 나랑 함께 연극에서 부인으로 나왔던 동창은 지금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고 한다. 그 아이는 지금 나를 기억하고 있을까? 그런데 그 검정 고무줄을 어디로 날아간 것일까?
    • 이야기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12-22
  • 지리산 지역 에너지 전환-에너지 자립공동체, 어떻게 가능할까 [박승옥]
    지리산 지역 에너지 전환-에너지 자립공동체, 어떻게 가능할까 박승옥(햇빛학교 이사장) 나뭇잎보다 더 효율이 좋은 태양광 집광장치는 없다 2023년 겨울 날씨가 예사롭지 않다는 사실을 다들 느끼시고 계실 것입니다. 기괴하게 변하고 있는 이상 기후는 전세계 거의 모든 지역에서 사람들을 두려움에 휩싸이게 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알고 있듯 기후변화는 화석연료를 불태워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를 급격하게 상승시켰기 때문입니다. 산업화 이전 평균 이산화탄소 농도는 약 280ppm이었습니다. 2023년 11월 평균 이산화탄소 농도는 420.46ppm입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 지구시스템연구소(ESRL)의 해발 3,396미터 청정지역에 있는 하와이 마우나로아 관측소 측정값이 그렇습니다. 1년 전인 2022년 11월은 417.47ppm이었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온실가스는 여전히 하루 1억톤 이상 무지막지하게 대기 중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줄기는커녕 계속 가파르게 증가하기만 합니다. 창백하고 푸른 지구별에서 이산화탄소를 대규모로 흡수 저장하던 생태계 보물 창고가 두 군데 있었습니다. 바다와 숲입니다. 그런데 그 보물 바다와 숲이 파괴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골프장에 석산에, 심지어 태양광 발전소까지 앞다투어 숲 살육 속도전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거대한 태양광 집광장치인 나무를 모조리 잘라내고 효율이 20%도 채 되지 않는 태양광을 설치하겠다는 한국인의 그 용맹함이 그저 감탄스러울 따름입니다. 전기, 절약이 최고의 생산이다 우리는 매일매일 물처럼 전기를 씁니다. 전기요금이 너무나 싸기 때문에 얼마나 사용하는지 확인도 하지 않고 마구마구 소비합니다. 우리나라 전기는 석탄과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전기가 60%, 핵발전 전기가 30% 정도입니다.(2022년) 둘을 합하면 90%입니다. 해바람물로 만든 재생에너지 전기는 7%도 채 되지 않습니다. 전세계를 통틀어 화석연료 발전 전기가 80% 이상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알아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1kWh 전기의 힘은 파리 에펠탑 꼭대기에서 맨손으로 땅에 있는 소형 승용차를 꼭대기까지 끌어올리는 힘과 같습니다. 4인 가족이 젖먹던 힘까지 다 끌어모아 용을 써도 못 끌어올립니다. 오직 수퍼맨이나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한 달에 단돈 몇 만원으로 수백 명의 수퍼맨을 머슴으로 고용해서 사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물론 지속불가능한 삶입니다. 석유와 가스, 석탄은 지구별이 21세기 인류에게만 사용허가를 내 준 자원이 아닙니다. 우리는 우리의 손녀손자들 저금통장을 미리 꺼내 훔쳐쓰면서 마음껏 풍요를 즐기고 있는 중입니다. 우리의 딸아들 손녀손자, 아니 내 자신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서도 전기는 거의 혁명 수준으로까지 절약해야 합니다. 그게 재생에너지 지역자립 체제로 나아가는 첫 번째 실천입니다. 우리는 20세기 내내 오직 개발과 성장 이데올로기만을 최고의 우상으로 섬기며 좌고우면하지 않고 일로매진해 왔습니다. 그 결과 한국은 이제 전세계가 부러워 하는 풍요로운 선진국이 되었습니다. 도처에 상품이 홍수처럼 넘쳐나고 도처에 일회용품으로 가득찬 쓰레기 봉투가 거대한 산더미처럼 쌓여만 갑니다. 물론 이 또한 지속불가능합니다. 코비드19 사태 초기에 사람들의 이동 자체가 제한되면서 온실가스 배출이 처음으로 줄어든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때 뿐이었습니다. 지금 세계는 다시 성장성장성장 하는 주문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사람들은 바이러스에게 분풀이라고 하듯이 봇물처럼 자동차와 비행기를 타고 여행여행여행을 외칩니다. 에너지 전환, 어떻게 가능할까 기후지옥으로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 지금 우리는 당장이라도 급속하게 화석연료 발전소를 폐쇄하고 햇빛발전과 바람발전을 늘려야 합니다. 해바람물 전기 등 100% 재생에너지 체제로 전환(RE100)할 수 있는 기술과 방법은 이미 다 제시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왜 에너지전환이 안되는지는 다 아시고 계실 것입니다. 한국의 여의도 정치와 미디어, 화석연료 기업들의 기득권 카르텔 때문에 그렇습니다. 이른바 선진국에 속한 20여개 국가가 전체 온실가스의 80% 이상을 배출합니다. 한국의 온실가스도 한수원 등 공기업과 포스코 등 민간 기업 100여개가 90% 이상을 배출합니다. 포스코 1개 기업이 약 13%를 배출합니다. 당연히 이런 기득권 정치경제 카르텔 구조를 바꿔야 합니다. 잘 바뀌지 않는다고 손놓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기득권 체제를 바꾸고자 하는 주권자의 정치행동 이전에 지역에서부터 주민들이 직접 에너지전환을 실천하는 것이 에너지체제 전환의 핵심입니다. 햇빛발전과 바람발전 등 자연에너지 발전소는 무언가를 불태워 시꺼먼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를 마구 내뿜으며 전기를 만들지 않습니다. 그냥 가정집과 건물, 축사, 창고 등의 지붕 위에 햇빛발전소를 올려놓거나 바람 잘 부는 골짜기 입구에 바람발전기를 세우기만 하면 됩니다. 전기 생산 자체가 간단합니다. 동네 앞 시내물 여기저기에 소수력 발전소를 세워 동네에서 전기를 사용하면 됩니다. 해변가나 해상에 메가와트 단위의 대형 바람발전이 들어설 수도 있습니다. 큰 공장의 지붕과 농수산물 시장과 같은 대형 건물의 지붕에도 메가와트 단위의 햇빛발전소가 들어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는 소형 중심으로 방방골골 구석구석이 발전소인 분산형 에너지입니다. 집중이 아니라 분산이 재생에너지의 핵심입니다. 지역 에너지 자립과 자치가 우선입니다. 핵과 화석연료와 달리 해 바람 물은 청구서도 보내지 않습니다. 왜 에너지 전환이 잘 안될까 에너지 주권자인 지역 주민 모두가 전력 생산자이자 소비자가 되어야 비로소 에너지전환이 가능해집니다. 재생에너지 용량이 늘어난다고 에너지전환이 이루어지는 게 아닙니다. 국민 한사람 한사람이 모두 에너지 생산자가 되어야 에너지전환이 가능해집니다. 왜냐하면 내가 직접 전기를 생산할 때 전기가 얼마나 귀중한 에너지인지 비로소 깨닫게 되고 혁명에 가까운 전기 절약을 실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은 늘어났는데 소비도 그만큼 늘어난다면 말짱 도루묵업니다. 주민들이 지붕에 햇빛발전소를 설치만 하면 되는데, 왜 이렇게 쉬운 에너지전환이 잘 안되고 있을까요. 두 가지 요인이 있습니다. 하나는 돈 문제입니다. 재생에너지는 처음 설치할 때 목돈이 들어갑니다. 대신 유지보수비는 거의 공짜나 마찬가지입니다. 화석연료 발전소는 재생에너지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거액의 설치비가 들어갑니다. 그리고 발전을 하기 위해서도 계속 석탄이나 석유, 가스를 집어넣어야 하기 때문에 유지 비용도 엄청 많이 들어갑니다. 그래서 화석연료 발전소는 한전 자회사나 포스코같은 대재벌 회사 등 극소수 거대 기업들만이 건설하고 운영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두 번째로 정부의 재생에너지 금융 지원 제도가 촘촘하게 잘 운영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고 전정부 태양광 비리 수사를 떠들썩하게 벌이면서 금융권의 태양광 융자는 전면 중단된 상태입니다. 한 가지 지적할 점이 있습니다. 지역 주민들은 자기 집 지붕 위에 세우는 태양광 발전소는 공짜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역시 정부의 <태양광 주택지원사업> 제도 자체의 결함 때문에 그렇습니다. 주택지원사업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함께 3kW 이하 태양광 발전소 설치비 일부를 지원해주는 제도입니다. 그런데 설치비를 태양광 설치업자들한테 줍니다. 이게 말썽입니다. 이른바 떳다방 태양광 중소 설치업체가 전화영업 사원을 고용해 설치희망 주택 소유주를 모집하고 공짜로 설치해줍니다. 고액의 영업비를 주고 주택 소유주의 자부담도 받지 않고 공짜로 설치해주려면 부실공사는 필연입니다. 부지기수의 공짜 태양광 발전소가 고장난 상태로 애물단지가 되는 까닭입니다.. 에너지전환의 나비 재생에너지 100% 체제는 이제 먼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닙니다. 바로 우리 가족, 내 새끼와 손녀손자의 생존의 문제입니다. 지금까지 국가도 기업도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는 그저 돈벌이 사업이었습니다. 한국의 역대 정부는 딱 그런 시각과 정책을 유지해 왔습니다. 한전과 대기업의 배만 불려왔습니다. 심지어 일부 국민들도 그렇게 생각한 측면이 많습니다. 마구잡이로 산을 파헤치고 간척지에 대규모 태양광을 지어 흉물을 만들어 왔습니다. 나비효과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리산 자락의 한 마리 나비가 날개짓을 하면 서울에 폭풍이 불 수 있습니다. 결국 에너지전환은 지역 주민이 나서야 합니다. 자신의 집 지붕에 태양광 모듈 한 개라도 설치해 에너지를 절약하고, 햇빛발전협동조합을 만들어 지역 학교와 공공기관 지붕, 지방도로 등에 공익 햇빛발전소를 설치할 수 있습니다. 풀뿌리 지역 주민들이 뜻과 힘을 모아 작은 실천의 날개짓을 하는 것, 그것이 거대한 에너지전환의 태풍을 몰아올 수 있습니다.
    • 지리산 오늘
    • 기후 위기
    2023-12-19
  • 당신의 옷장은 안녕하신가요?
    지난 7월에 옷을 정리하다 보니 옷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옷을 거의 사지 않는데도 옷장 가득 옷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그 때부터 지금까지 옷을 구입하지 않기로 했다. 1년 6개월이 지났고 그 동안 옷을 구매하지 않았다. 이미 충분하게 있기 때문에 앞으로 몇 년은 옷을 구입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KBS 환경스페셜 캡쳐 우리가 의류 수거함에 버린 옷의 5%만 국내에서 소비되고 남은 95%는 해외로 수출된다. 대한민국은 세계 5위에 헌 옷 수출국이다. 그렇게 수출된 옷의 40%는 가난한 나라 어느 사막과 땅 그리고 강과 바다에 버려지고 있다. 흰색 면 티셔츠 1개를 만드는 데 드는 물은 2,700ℓ로, 한 사람이 3년 간 마시는 양과 맞먹는다. 청바지 하나를 만들 때 발생하는 탄소는 33kg 정도이고 이는 자동차 한 대가 111km 달릴 때 배출하는 탄소양과 같다. 국내의 경우 새 옷도 23% 정도는 팔리지 않아 헌 옷으로 버려지고 있다고 한다. 유럽의 경우 새 옷을 버리지 못하는 법이 있다고 한다. 한국은 그런 법이 없다. 무작정 만들고 팔리지 않으면 헌 옷으로 버려진다. 옷을 만들 때 버려지는 폐수에는 미세 플라스틱이 함유되어 엄청난 양이 해양으로 버려진다. 쉽게 구입하고 유행이 뒤진다는 이유로 멀쩡한 옷을 두고 새 옷을 구입하는 행위는 이제 그만 두어야 한다. 옷은 죄가 없다. 멋지게 보이고 싶다면 옷을 구입하지 말고 헌 옷을 구입해도 좋을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지난 토지 초등학교 나눔 마당에서 헌 옷을 두 개 구입했다. 두 벌에 2천 원이었다. 잘 입고 있다. KBS 환경스페셜 캡쳐 새 옷을 구입할 돈으로 운동을 하면 어떨까? 나는 중 3때부터 지금까지 동일한 체중을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그 때 옷을 입어도 잘 맞는다. 운동복도 대회에 나가면 주는 옷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옷이 없다면 헌 옷을 구입하고 그것도 안 되면 새 옷을 구매하면 된다. 하지만 내 생각에 그렇게 하면 3-4년에 한 벌 정도만 구매해도 될 것 같다. KBS 환경스페셜 캡쳐 [78억 명이 사는 지구에서 한 해 생산되는 옷은 1,000억 벌. 이 중 330억 벌은 같은 해 버려진다. 쉽게 사고, 쉽게 버리는 주기는 더 빨라진다. 신상품을 내놓는 주기가 일주일까지 줄어든 '울트라 패스트 패션'의 시대. "저렴한 가격에 고민 없이 산 뒤 한철 입고 버린 옷, 그 편리함의 대가는 누가 치르고 있을까." 지난 1일 방송된 KBS '환경스페셜'의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는 이런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카메라는 아프리카 가나의 수도 아크라의 거대한 '옷 무덤'을 비춘다. 인구 3,000만 명인 이 나라에는 매주 1,500만 벌의 헌옷이 수입된다. 처치 곤란인 헌옷이 집 앞을 채우고도 넘쳐 강을 이루는 장면은 그 자체로 충격적이다. -kbs-
    • 이야기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12-18
  • 그럴수 있어
    양희은의 노래를 정말 좋아한다. 그녀의 노래 소리는 단단하고 힘차고 직선적이고 너무 여성적이지 않아서 좋다. 나는 노래 부를 기회도 없고 부르는 걸 좋아하지 않아 아는 노래가 별로 없지만 양희은의 노래는 좀 알고 있다. 그녀의 노래는 데모가가 되었고 금지곡이 되었었다. 양희은은 나보다 한살 많다. 그러니까 같은 시기에 대학을 다녀 왠지 모를 친근감이 있고 저절로 그녀의 노래는 귓가에 들려왔다. 대학시절 벌써 그녀의 데뷰곡 '아침이슬'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으니 그녀는 가수가 되자 바로 스타가 된 것이다. 계속 히트곡을 냈고 그녀의 히트곡 '저 들에 푸르른 솔잎을 보라'(상록수), '한계령'은 우리들의 18번이 되었다. 그녀는 가장 노릇하느라 힘든 청춘을 보냈지만 사랑도 했고 이별도 했고 큰병도 얻어 시한부로 살았었고 외국에 살며 노래도 중단했었다. 유명한 가수로 성공했지만 사생활은 많이 힘들었던 것 같다. 어느날 티비에서 그녀가 노래하는걸 보았는데 깜짝 놀랐다. 머리는 너무 짧고 안경을 썼고 입은 좀 삐뚤어졌고 뚱뚱했다. 오랫동안 그녀를 보지 못했던 나는 그 시절 70년대의 그녀의 모습만 머리 속에 있었던 것이다. 그래도 목소리 만은 여전했다. 흠, 누군가 나를 보면 아마도 내가 그녀를 보고 놀랐듯 나를 보고 놀랄 것이다. 오랫만에 만난 후배는 나에게 이렇게도 말했다. "요한형은 알겠는데 누나는 전혀 모르겠어!" 겉모습이 변한 것 만큼 그녀는 책에 줄줄이 쓸 말이 많다. 이 책을 보면 현재는 '여성시대'라는 라디오 방송을 24년째 하고 있고 노래도 다시 불러 젊은 가수와 콜라보도 많이 하고 신곡도 많이 발표했고 공연도 많이 한다. 이 에세이가 첫번째 책이 아니고 여기저기 글도 기고 한다. 시한부였으나 지금은 자신의 건강 뿐 아니라 남편과 엄마의 건강까지 책임지며 누구보다 씩씩하게 사는 것 같다. 이렇게만 나열하여도 얼마나 많은 일을 겪었고 얼마나 할 말이 많을지 짐작이 간다. 군인이었던 아버지는 바람도 피웠고 요절했다. 그녀가 부른 '군인의 노래'를 나는 노래방에 가면 가끔 불렀었다. 한번도 불러보지 않아도 쉽게 부를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 이것도 금지곡이었을 것이다. 그녀는 글을 쓰며 자신의 금기 사항을 모두 드러내고 아펐던 상처를 치유했을 것 같다. 그녀는 목에 결절이 있지만 수술을 할 수 없기에 관리를 잘 하며 산다고 한다. 또 여러가지 역할이 있지만 가수로서 사는게 가장 힘든 것 처럼 얘기하며 정기적으로 혼자 여행도 한다.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고 하지만 자기가 하는 일이 노상 즐겁기만 한 사람이 어디 있을까! 힘들기에 그 만큼 보람이 있고 그러기에 즐겁고, 즐긴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리라. 아직 즐겁지 않다면 덜 힘들기 때문이다. 70이 넘으면 이제 누구의 이야기를 들어도 "그럴수 있어"라고 말하게 된다. 그렇지 않다면 아직 철이 덜 들었거나 너무 편히 살았거나 지독한 이기주의자 일 것이다.
    • 이야기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12-17
  • 마시지 않을 수 없는 밤이니까요
    내가 부러워하는 사람 중 하나는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이다. 내 친구 중에는 많이 마셔도 얼굴도 빨개지지 않고 취하지도 않는 사람이 꽤 많ㄷ다. 살다보니 술을 잘 못 마시는 사람은 아주 적고 대부분의 사람이 술을 잘 마신다는 것이다.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은 당연히 자기가 좋아하는 술이 있다. 오래전 신부님과 봉성체를 갔을 때 영감님은 이미 곡기를 끊은 상태였다. 마나님은 곡기를 입에 대지 못하는 영감님께 막걸리를 드린다고 했다. 다른 건 입에 안대도 막걸리는 마신다며 하루하루를 막걸리로 연명하고 계셨다. 막걸리를 좋아하는 사람 마다 한마디 하시는 말씀은 막걸리는 곧 밥이라는 것이다. 어떤이는 술마실 때 아예 밥은 손도 안대고 막걸리만 마신다. 알콜 냄새만 맡아도 취하는 나지만 그래도 맛을 보지 않은 술은 없다! 고 장담까지는 못해도 큰소리는 칠 수 있다. 알콜이 들어있던 '활명수'를 마시고 얼굴이 빨개져 교정 잔디밭이 누워있던 나를 보고 놀란 친구 현숙이는 술 얘기만 나오면 사람들에게 나의 알콜 수준에 대해 떠들어댄다. '부어라 마셔라 막걸리' 대학을 나왔어도 학창시절 막걸리는 입에도 댄 적이 없다. 그래도 술자리는 꼭 빠지지 않고 3차까지 챙기기 때문에 정지아가 거론하는 그 술 이름은 나도 다 알고 있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대우실업 기획조정실 5부에 취직된 나는 (당시 같이 근무한 누구라도 이글을 본다면 ...하는 바램, 그들이 그립다)회식에 참 많이 갔다. 당시 우리나라 경제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상승세로 치솟았으며 '대우'는 문어발식 성장을 하느라 새벽부터 밤까지 회사 불을 밝혔고 덕분에 회식이 잦았다. 샥스핀을 비롯한 비싼 중국음식과 비싼 요정의 안주까지 이 때 다 먹어봤다. 내 앞에 있는 술잔을 피 할 수 없었던 나는 모두 술잔을 높이 들고 들이킬때 마시는 척 입만 대고 술을 상밑의 빈 잔에 붓는 일을 계속했다. 사람들은 의외로 남이 다 마시는지 어쩐지에 큰 관심이 없다. 보면 내 잔이 비어있고 볼 때마다 비어있는 내잔을 본 사람들은 나를 주당 취급했다. 얼굴은 말짱한데 술잔은 비었고...그래도 설마 계속 입이 아니라 숨겨논 큰 잔에 술을 붓고 있다고는 생각은 못 한 것이다. 당시 맛본 술 중에 최고는 꼬냑이다. 목줄이 타는 듯 맛은 강한데 코 끝에 맴도는 향에 취한다. 신기하게도 뒤끝이 깔끔하다. 그래서 좋아한다. 한남자가 좋아하는 50도가 넘는 중국 술 역시 향과 맛이 강하지만 뒤끝이 없다. 가장 많이 접하는 맥주는 맛도 여러가지지만 늘 머리가 아프다. 권하는 모든 술의 맛을 보지만 단 한모금 뿐이다. 한모금이면 족하다. 이 얼마나 경제적인가! 한남자는 술자리에 늘 나를 대동한다. 운전수가 있으니 본인은 실컷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큰 소리로 떠든다. 한여자는 술을 입에도 대지 못하는 알콜 프라이머리 티텍터라고. 그말에 심통이 날 때면 '에이 확 마셔버려'라고 혼자 객기를 부리지만 그래봐야 나만 괴로울 뿐이라는 것도 안다. 정지아가 이름을 밝힐 수 없는 회장님과 마셨다는 가장 비싼 술 '맥켈란 1926'도 맛은 봤다. 뒤에 숫자 1926까지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좌우간 '맥켈란'이다. 미국에서 의사는 거의 다 부자다. 물론 한국도 의사는 무조건 부자지만 나라의 경제급만큼 부자의 급도 다르다. 한인의사가 어느 모임에서 내논 술이 맥켈란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취향은 시가와 함께다. 그 비싼 시가를 안 피운 것이 지금까지 후회다. 책 한권을 술과 술에 따라 오는 친구의 이야기로 채운 정지아 작가의 "마시지 않을 수 없는 밤이니까요"는 34편의 술이야기와 더불어 각종 술이 다 나온다. 술을 잘 먹으면 이렇듯 이야기거리도 많을 것이다. 술이 술을 부르듯 술은 이야기를 부르기 때문이다. 물론 술과 그 술에 따른 사람과의 관계를 맛깔스럽게 쓴 저자의 능력이 우선이지만서도 술야그라면 너도 나도 한마디씩 거들고 싶어 할 것이다. 대전에서 주일학교를 할 때 선생 한 분은 너무 생긴것도 고상하고 말씀도 없으셨다. 이분이 술만 들어가면 사람이 완전 다른 사람이 됐는데 난 이런경우를 말로만 들었지 실제 이렇게 다른 사람이 되는 경우를 보는 것은 처음이라 정말 경이스러웠다고나 할까! 다른 사람이 되는데 그야말로 '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아주 귀여운 익살쟁이라고나 할까! 틈만 나면 술을 멕여보고 싶은 사람이었지만 자신의 모습이 들통나서인지 얼마 안돼 그만두었다. 주일학교 야그가 나왔으니 술 얘기는 또 한 보따리지만 다른 기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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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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